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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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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1화

풍운마룡 군천악 (2)

 

 

화려한 실내장식과 바닥에 깔아놓은 고급스러운 양단이 눈에 띄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조각상과 조각품들이 널려 있었다. 그 중심에 거대한 단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단상의 중심에는 온화한 표정의 중년인이 화분의 나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작은 나무지만 뻗어나가려는 기상과 더불어 잘 가꾸어진 가지로 인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들었다. 중년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나뭇가지가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단상의 아래로 원 모양의 탁자가 있었고, 그곳에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며 중심에 있는 중년인의 손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것이 당연한 듯한 표정들이었다.

 

“그래, 실패했다지?”

 

“그렇습니다. 교리를 전달하려고 한 혈룡대가 완전히 괴멸됐습니다.”

 

묻고 답하는 사람들치고는 감정의 기복이 없었다.

 

중년인은 자신의 수하들이 전멸했다는 보고를 받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표정이었다. 그 말을 전하는 수하들도 별로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전체 힘을 따져보면 혈룡대는 그 일부분도 되지 않는 미약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굳이 남궁세가 따위를 정복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였다.

 

“아직도 중원을 정복하고 싶은 모양이지? 다 쓸모없는 짓일 뿐이다. 고작 그런 것에 집착할 필요가 있는가!”

 

“교의 힘이 너무 강해져서 그렇습니다. 교주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교의 장로들 중 절반은 중원 정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훗!”

 

중년인은 웃었다.

 

중원정벌(中原征伐), 그것은 그에게 우스운 일이었다. 중년인은 마음만 먹으면 중원 따윈 순식간에 정벌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교의 교주라고 불리는 중년인은 지금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교의 교리는 강자지존(强者至尊)이었다. 마교의 강자지존과 비슷한 면이 있지만 중년인이 있는 교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교주인 중년인은 자신의 교가 마교 따위는 따라갈 수 없는 지고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자신의 실력은 교를 구성하는 서열 30위 내의 고수가 모두 덤빈다고 해도 상대가 되지 못하리라고 자신했다. 강호의 백대고수니 십대고수니 하는 말을 듣는 놈들도 자신의 한 수면 목을 잘라버릴 수 있었다.

 

중원정벌 따위는 개미를 죽이려고 코끼리가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그것보다 강신합일 도중에 죽일 수 있는 고수가 중원에 있었던가?”

 

“의외의 일이었습니다. 강신합일은 교내 서열 30위 내의 고수에게만 전해지는 비전입니다. 합일의 의식이 진행될 때는 강기조차 막아낼 수 있는 반탄력이 발생하는데, 그때 그를 죽일 수 있을 정도면 최소한 십대고수 내엔 들어야 할 것입니다.”

 

“청년이라는 말이 있던데…….”

 

“20대 중반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름은 군천악이고 풍운장원의 장주라고 합니다.”

 

“그리곤?”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그의 과거 행적은 교의 정보력으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가? 한번 만나보고 싶군.”

 

교주는 호기심이 동했다. 고작 약관의 나이에 교내 서열 30위의 고수를 죽일 수 있을 정도라면 조금만 손보면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켜줄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 번 더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영을 놈에게 보내봐라.”

 

“알겠습니다.”

 

“무영이라면 놈의 정확한 실력을 알아낼 수 있겠지.”

 

무영은 교주가 직접 키운 다섯 명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교내 서열에서 제외된 인물들이었지만 서열과는 상관없이 장로들조차 다섯 명의 제자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막강한 실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교주시여, 창천각(蒼天閣)의 장로들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창천각의 장로들이 바로 남궁혈사를 일으킨 자들이었다. 그들이 이끌고 있는 힘 중 하나가 바로 혈룡검 구도락이 이끄는 혈룡대였다.

 

“마음대로 하라고 해. 내가 허락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교주는 창천각이 중원정벌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허락을 요구했을 때 해도 된다고 허락을 내렸으니 그 뒤의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교주는 무영과 군천악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교주 직속 제자들은 모두 최상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 우수하고 뛰어난 인재들이었고, 자신의 절기를 일부분이나마 전수받은 상태였다. 제자들은 교내에서도 서열 10위 안의 고수가 아니면 상대할 자가 없을 것이다.

 

 

 

창천각(蒼天閣).

 

장로들의 중요한 회의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교주의 대전과 비교될 정도로 큰 전각이었고, 각 장로들이 모여 교의 미래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창천각의 최고 장로는 신수불패 독고패였다.

 

“교주께서는 어떤 말도 없었소이다.”

 

“당연한 것 아니오. 그런 사소한 일이 교주님의 심중에 있겠소?”

 

물론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창천각의 입장에서 보면 장로들 중 한 명인 혈룡검이 비참하게 죽어간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교주는 항상 무심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장로회의에서 결정된 사안 중 하나인 중원정벌에 대해 교주에게 말을 하자 곧바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교의 전력을 기울여도 좋다는 말과 더불어서 말이다. 수하 된 입장에서는 자유로이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준 고마운 주인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감히 교주의 자리를 넘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교를 구성하는 서른 명의 장로들은 모두 30년 전의 일을 기억에서 지우지 못했다. 그들이 모두 한꺼번에 덤비고서도 교주의 신위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그의 가공한 한 수에 장로들은 모두 한 달이나 요양을 했을 정도였다.

 

교주는 말 그대로 신이었다. 무신(武神)이라고 칭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로들은 안심을 했다. 교주가 무섭지만 그가 있음으로 인해 교는 절대무적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든든한 중심이 주변사람들까지 강하게 만드는 이치와 같았다.

 

“교주께 우리의 힘을 보여줄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오.”

 

“이번 정벌은 남궁세가를 무너뜨림으로써 우리의 힘을 교주께서 알아주시기를 바란 것이오. 물론 부수적으로 중원 놈들의 실력을 좀 볼 생각이었지만 정말 뜻밖의 변수를 만나버렸소.”

 

화룡수 이진충도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었다.

 

교주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너무 강해서 의욕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모두가 발아래 깔린 개미 정도로 보이니 정복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그래서 자신들의 힘으로 중원정벌을 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교주에게 보여주려고 했건만 아쉽게도 같은 장로인 구도락이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아쉽지만 한 발 물러서야 할 것 같소. 하지만 우리의 대업을 방해한 쥐새끼를 그냥 둘 수는 없으니 그 일을 먼저 처리하도록 합시다.”

 

“당연합니다. 그놈 때문에 구 장로가 죽었습니다.”

 

평소 구도락과 친했던 선풍검 맹위상이 강력하게 주장을 하였다.

 

구도락은 그가 교내에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친구였다. 설마 이런 하찮은 일에 그가 목숨을 잃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화가 치밀고 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제가 직접 가서 놈의 숨통을 끊어버리겠습니다.”

 

맹위상이 지원하리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 간다고 그놈을 반드시 제거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맹위상이 혈룡검 구도락보다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둘의 실력 차가 압도적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실패하면 창천각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교주에게 자신만만하게 중원정벌을 주장했는데, 계속 실패하면 아무리 교주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교주는 다른 것은 몰라도 교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자는 가만두지 않았다. 산 채로 사지를 찢어버린 적도 있었다.

 

“창천오기(蒼天五技)를 데리고 가시오.”

 

창천오기는 바로 장로들을 직접 기른 직속 무력부대로 자질이 있는 교내의 무인들 중 골라서 뽑고, 10년 동안 실전수련을 시킨 인간병기들이었다. 일례로 창천오기의 합격술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무인은 장로들 중에서도 얼마 없었다. 개개인의 실력도 상당하지만 그들이 창천멸살진(蒼天滅殺陣)을 이용하여 펼치는 합격술은 발군이었다.

 

“좋은 결과를 기다리겠소.”

 

“물론입니다. 놈의 수급을 가져오겠습니다.”

 

* * *

 

남궁세가로 들어가자 세가의 무인들이 모두 천악을 바라보았다. 남궁혈사를 잠식시킨 젊은 무인에 대한 호승심이었다. 하지만 감히 천악을 상대로 도발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압도적인 무위와 가공한 손속이 그들의 뇌리에 아직 생생했던 탓이다.

 

가주실로 들어가자 남궁장천이 천악을 반겨주었다.

 

“세가를 정비하느라 자네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정말 미안하네.”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을 하시려고 저를 부르시진 않았겠죠? 무슨 일입니까?”

 

“역시 대단하군. 그럼 본론을 말하겠네. 그날 본가에 침입했던 적들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떤 인물들인지 전혀 자료가 없었지. 무림맹에서도 조사를 했지만 결론은 아직까지도 밝혀진 게 없다는 것이네. 그들의 무공이 마공이 아닌 것 정도만 밝혀졌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네. 그래서 자네에 물어보고 싶네. 당시에 놈들을 제압한 자네에게 말이네.”

 

백 명이나 되는 사람에 대한 신상조사가 한 달이나 이루어졌지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집단의 일원인지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 개방을 이용해 모든 정보력을 집중했지만 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남궁세가는 이번 혈사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물리적으로 세가의 무인들이 상당수 죽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세가 내의 잔치에 초대된 다른 오대세가와 구파일방, 강호명사들이 죽었기에 세가의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면목이 없을뿐더러 자칫하면 세가와 반목할 수도 있을 정도로 사태는 민감했다. 반드시 원흉을 찾아내서 일벌백계를 내려야 했다.

 

죽은 자신의 동생 남궁장혁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인원을 다스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동생은 세뇌를 당한 것처럼 보였다. 혈사의 배후는 알 수 없는 대법 등과 같은 사술을 사용하는 집단일지도 몰랐다.

 

천악은 여태껏 누가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더 말해 봤자 사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놈들이 무슨 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종교집단이 아닐까 짐작할 뿐입니다. 또한 놈들 중 혈광(血光)을 뿌렸던 자는 주술로 자신의 몸 안에 무언가를 불러오는 것 같았습니다.”

 

남궁장천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교라… 그럼 마교인가? 아님 혈교(血敎)?’

 

하지만 정체불명의 무인들은 마공이나 사이한 내공심법을 익힌 이들이 아니었다.

 

마교에 정체불명의 고수가 많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 정도의 무인들이 마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더군다나 사술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 보통 집단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것보다 자네의 사문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은데, 알려줄 수 있는가?”

 

정체 모를 집단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 군천악에 대한 정보도 중요했다. 모든 무인들을 압도하는 강함과 차갑지만 그 안에 서려 있는 광폭함은 검왕 남궁장천조차도 몸서리치게 만들 정도였다.

 

“사문이랄 것도 없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무공의 원류는 야수권이고, 혁 자, 리 자, 광 자를 쓰시는 분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헙!”

 

“무상검제 어르신이구만!”

 

강호에서 가장 강한 무인에 속하는 다섯 명 중에서 일성이마가 손에 꼽히고, 그 다음으로는 이제(二帝)가 존재한다. 이제에 속하는 초인 중 한 명이 바로 무상검제 혁리광이었다.

 

남궁장천은 약관의 나이에 강호에서 혁리광을 만나 약간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그가 보여준 검의 이론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았다.

 

“그래, 어르신은 정정하신가?”

 

“15년 전에 자연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흠, 강호의 큰 별이 하나 떨어졌구먼. 예전에 그분의 검을 보면서 나도 새로운 경지에 들 수 있었건만……. 그사이에 벌써 세상을 뜨셨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스승님은 평안하게 가셨습니다. 뜻을 이루고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혁 어르신은 검을 다루시는데 자네는 권을 쓰니 조금 이상한데, 무슨 사연이 있는가?”

 

무상검제의 독문검법은 자연무상검법(自然無上劍法)이라는 상승의 검법이었다. 자연의 힘과 의지를 검에 담아 쓴다고 하여 이름 붙은 이 검법으로 중원의 오천존이라는 명호를 얻게 된 희대의 검법이었다. 그런 검객의 제자가 권법을 위주로 사용하니 이상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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