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6화
금룡화 금은혜 (3)
금은혜는 어떻게 해서든지 천악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였다. 남궁태희는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다.
‘흥!’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그녀조차도 알지 못했다. 항상 모든 사내들의 우상처럼 대접받다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자 의외의 기분을 느낀 것인지도 몰랐다.
“소희야, 내가 너한테 선물을 주고 싶구나. 받을래?”
소희의 귀여움은 정말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였다. 천악은 소희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며 소매 속에서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목걸이는 미스릴과 황금으로 세공이 되어 있었고, 가느다란 목걸이의 줄 사이로 보이는 정교한 세공 솜씨로 보아 그 가치가 어머어마할 듯했다. 사실 목걸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비싸지만 더한 비밀이 있었다.
“천악 오빠, 이거 정말 나 주는 거야?”
“물론이지. 이건 더울 때는 시원하게 해주고, 추울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으니까 건강에 도움이 될 거다.”
듣고 있던 남궁혁성과 남궁태희, 금은혜는 목걸이가 보통 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 날씨가 변하면서 오는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목걸이 자체로 그런 작용을 한다니 듣는 것만으론 믿을 수가 없었다.
“천악 오빠, 고마워. 나도 나중에 선물 줄게.”
“그럼 나야 좋지. 자, 걸어봐라!”
소희는 목걸이를 걸자 바로 느껴지는 청량한 기운에 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정말이네. 이 목걸이 정말 신기해!”
금은혜도 저런 목걸이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나 갖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군 오라버니, 저도 하나 주세요!”
“없어.”
천악은 전혀 호응해 주지 않았다. 내민 손이 무안했다.
‘이 냉정한 놈아, 좀 주면 어디가 덧나냐?’
속으로 욕을 하는 것밖에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남궁혁성도 천악이 저토록 냉담하게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금은혜는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이라면 저렇게 냉정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인이 아니니 부럽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오늘은 식사를 다 했으니 다음에 또 보죠.”
천악이 인사를 하며 먼저 일어났다. 소희가 매달렸지만 점심시간 이후에 다른 일을 해야 했기에 다정히 만류했다.
“소희야, 나중에 또 보자. 그때에 내가 맛있는 것 많이 사주마.”
“정말이지?”
“물론이지.”
천악이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자 금은혜도 일어나 그를 쫓아갔다.
“넌 왜 따라오는 거냐?”
“그럼 내가 지금 어디 가게 생겼어요? 한시도 군 오라버니와 떨어질 수 없답니다.”
부끄러운 말을 서슴없이 잘도 말하는 금은혜였다.
천악 또한 상대의 낯 뜨거운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표정 변화도 없었다.
“흠, 살고 싶어 발악을 하는군.”
냉정한 천악의 말에 금은혜는 화가 치솟았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도둑질 한번 잘못했다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이 억울할 따름이었다.
“정말 이럴 거예요, 내가 이렇게 사정하며 말하는데?”
“뭐, 좋다. 살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거니까. 내 장원에 머물러도 좋다.”
“정말이죠?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예요!”
“물론이다.”
‘휴우!’
금은혜는 한숨이 나왔다.
군천악이 남궁소희를 대할 때와 자신을 대할 때는 정말 천지차이였다. 자신한테는 그토록 냉담하며 서슴없이 죽이려고 하면서 소희한테는 말할 수 없이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에 무엇이 진짜 그의 모습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 전에 한 가지 알고 있어야 할 게 있어.”
“예? 그게 뭔데요?”
“내 정체에 대해 조금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금은혜는 자신의 목숨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바로 군천악의 정체였다. 보통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기는 하지만 정확한 정체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세력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아직 반역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군천악은 금은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배반이라는 사특한 생각을 하기 전에 미리 자신의 힘을 약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한적한 곳으로 가볼까?”
“예? 그게 무슨… 헛!”
슈슉!
장원으로 가는 골목길을 도는 순간 금은혜는 기겁했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산의 절벽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법? 환영? 기환술?”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봤지만 도저히 이런 것을 행한 천악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 힘을 조금 보여주지.”
-익스플로전(폭발)!
쿠과과과광! 꽈과과가과광!
천지가 뒤집힐 듯한 소리와 더불어 사람이 날아가 버릴 정도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눈을 뜰 수조차 없을 정도의 폭풍으로 인해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 금은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경악으로 입이 쩍 벌어졌다.
“마, 말도 안 돼!”
사람이라면 저런 것을 할 수 없다. 아니,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 비현실적인 사태를 목격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눈앞을 가로막고 있어야 할 거대한 산 하나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벽력탄 수천 개가 있어도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보통의 6서클 익스플로전이라면 저런 위력을 보이지 않겠지만 천악이 하면 스케일이 달랐다. 드래곤의 엄청난 마력을 있는 대로 퍼부었으니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해도 거짓이 아닐 것이다.
“난 거치적거리는 것을 싫어한다. 네가 날 배반하거나 허튼짓을 하면 구문제독부에 이것을 날리겠다.”
움찔!
온몸의 피가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금은혜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녀는 소름이 돋고 생각할 사고력이 마비가 되었다. 이런 엄청난 광경을 보고 어떻게 행동을 할 수 있는가. 아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 그녀는 천악을 향해 어떤 헛된 마음을 품을 수조차 없었다.
“그럼 장원으로 가지.”
“알…았어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풍운장원으로 돌아온 금은혜는 대단히 조심스러워졌다. 천악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한 괴물이었다. 만약 자신이 허튼짓을 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구문제독부 전체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자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길! 내 인생 돌리도!’
너무 엄청나서 반항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천악은 수틀리면 중원 전체를 박살내고도 남을 놈이었다.
혼자 방 안으로 들어가서 생각을 하던 금은혜는 시간이 지나 놀람이 가라앉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런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다니……?”
혼자서 독보무적을 할 수도 있을 괴물이 고작 도박, 독서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니 이건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정말 귀찮은 것을 싫어한다는 말이 사실인 건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귀찮은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듯한 천악의 말과 행동이 많았다.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나이에 이름을 날리고 싶지 않다니……. 아니지, 나이가 어리지 않을 수도 있지.”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금은혜는 천악이 반로환동한 고수이거나 생사경을 돌파한 초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과연 그런 존재들이라고 해도 산 하나를 순식간에 박살낼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또 신기막측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술법은 어떤가.
‘아, 몰라!’
계속 생각하다가는 머리가 부서질 것 같았다.
* * *
방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던 천악을 고 총관이 찾아왔다.
“무슨 일이지?”
“적당한 대장장이를 찾았습니다.”
“그래, 어떤 사람이지?”
“진가철방이라는 곳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가족 3대가 모여 철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족이면 성격들이 꼬장꼬장할 텐데, 어떻게 소개받았지?”
장인들 중에서는 가족 단위로 모여서 일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혈족이 아니면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으려는 특징이 있었다.
“보증을 잘못 서서 급하게 돈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그런가? 멍청하군. 보증은 자식이라도 서주지 않는 것이 상식인데 말이야.”
고리대금업자들에게 인정이라는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들에게 돈이야말로 지상 최대의 과제이며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인생의 목표다.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 자체가 인생막장에 들어선 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력은 좋은 편인가?”
“물론입니다. 주변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만든 기구의 성능은 최고였습니다.”
“좋아, 돈이야 갚아주면 되지.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전해.”
돈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성의가 없으면 그게 문제였다.
천악은 헛짓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돈 받고 건성으로 가르치면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재앙인지 겪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겐 있었다.
“염려 놓으십시오. 말은 잘 해놨으니 정성을 다해 가르칠 겁니다.”
고 총관도 천악이 뱉은 말은 무조건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미리 그들에게 천악의 성격을 말해 주었다. 괜한 허튼짓은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천악은 다음날 진가철방으로 향했다.
철방은 이중문으로 되어 있다. 물건이 진열되어 있는 곳과 다르게 뒷문으로 연결되어서 쇠를 만지는 곳과는 격리가 된 것이다.
철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자 열기가 화악 뻗쳐 나왔다.
쇠의 단단함을 유지하는 것은 열기에 달렸다고 한다. 순수하고 강력한 열기와 담금질, 그리고 반복적인 두드림의 미학으로 강력한 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빨리 문 닫아!”
꼬장꼬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고하고 고집으로 뭉쳐 있는 저 목소리는 장인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타닥!
천악은 문을 재빨리 닫고 들어서며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풍운장원의 군천악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흠, 그 거만한 소개를 한 사람이구만.”
천악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나이 지긋한 노인치고 단단한 육체와 각이 살아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상당히 오랜 세월 담금질을 한 장인으로 보였다.
고 총관은 미리 천악에 대해 진 노인에게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절대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럼에도 진 노인은 천악에게 친절한 말을 하지 않았다.
천악은 완고한 진 노인의 말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장인의 기술이지 저런 것에 신경을 써서 심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따위 말에 상처받을 위인도 아니었다.
“네가 오늘부터 할 일은 나무를 해오는 것이다.”
“그냥 해오면 되는 겁니까?”
“좋은 나무는 좋은 숯을 얻게 해준다. 물론 숯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안목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 어떤 나무가 좋은지는 스스로 태워보면서 배우도록!”
천악은 여기 오기 전에 몇 가지 공부한 것이 있었다. 숯으로 들어가는 나무는 참나무이며, 참나무를 바로 잘라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열흘 정도 말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창이하고 같이 나무를 해와 봐.”
창이는 진 노인의 손자로 올해 열여섯 살이 되었다. 여덟 살 때부터 대장간 일을 해왔으니 철을 다루는 데는 천악보다 뛰어날 것이다. 대장장이 기술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진승창이라고 해요.”
“난 군천악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형이라고 불러라.”
“그래도 돼요?”
“그럼. 난 지금 배우는 사람이다. 네가 지금은 내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
“아니에요. 형님이라면 금세 배우실 수 있습니다.”
승창은 열여섯 살이지만 그 나이 또래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덩치였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다져진 근육을 보면 스무 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사흘 동안 천악은 승창과 나무를 하면서 어떤 나무가 좋은 것인지 배울 수 있었고, 나무를 자르는 법과 태우는 법을 배웠다.
나무를 하는 것과 숯을 만드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숯은 적절한 불의 세기와 더불어 시간이 승부수였다. 불이 너무 약해도 안 되고 너무 강해도 모두 타거나 쓸모없어질 수 있었다.
천악은 배움에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일단 그가 몰두하자 진가철방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보통 철방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숨이 막혀서 참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이 다반사였다. 열기로 인해 몸이 너무 뜨거워 참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악은 이미 한서불침(寒暑不侵)의 몸이었다. 즉, 더위나 추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천악이 철방 사람들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열흘이 금세 지나갔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천악은 철방 일에 몰두하였다.
‘음, 오늘은 남궁세가에 가는 날이군.’
닷새 전에 남궁세가에서 초대장을 보내왔다. 남궁혁성이 보내온 초대장이었다.
고 총관에게 일러서 선물을 준비하라고 일러두었다.
고 총관은 무려 황금 3백 냥을 퍼부어 엄청난 붓을 사왔다. 고작 붓 하나에 3백 냥이라는 말에 천악은 약간이지만 얼굴을 찌푸렸다. 고작 붓 한 개에 3백 냥이나 줬다고 질책하는 말에 고 총관은 오히려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천하의 남궁세가입니다. 더군다나 중원 무림을 구성하는 수많은 무인 중에서도 서열 1백 위 안에 드는 고수이신 검왕 남궁장천 가주님의 회갑연입니다. 장주님의 신분을 생각하면 절대로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악은 고 총관의 역설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오랜만이지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설득당한 것이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