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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4화

금룡화 금은혜 (1)

 

 

풍운장원 내의 거주 인원은 총 쉰 명이다. 그들 대부분이 하인이었다.

 

천악은 특히 요리사와 총관에게 신경을 썼다. 먹는 것을 유난히 밝히는 편이라 요리사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은 끝에 고용할 수 있었다. 총관은 훈성학관(訓聖學館)에서 공부하던 고춘성이라는 학도를 데리고 왔다. 능력은 있지만 가문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을 천악이 상당한 수입을 보장해 준다고 약속하며 데려왔다.

 

천악이 총관을 둔 것은 사소한 일들에 자신이 모두 신경 쓰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총관인 고춘성에게 돈을 주고 관리를 맡기면 자신은 그저 풍운장원의 장주로서의 권위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왕후장상이 따로 없었다.

 

“고 총관, 사소한 것을 일일이 보고할 필요 없어. 그냥 고 총관이 알아서 해!”

 

“알겠습니다, 장주님.”

 

아랫사람을 부릴 때 중요한 것은 바로 믿음이다. 절대적인 믿음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아랫사람도 윗사람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건 그렇고, 뒷문에 웬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어?”

 

“그게…….”

 

고 총관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뒷문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 가난해서 피죽도 못 먹는 아이들이었다. 얼마 전 고 총관이 굶주린 아이에게 찬밥 몇 덩이를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 아이는 그 뒤에 몇 명의 아이를 더 데려왔고, 그것이 이제는 스무 명이 넘어버렸다. 고 총관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차마 아이들을 내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밥을 줘왔던 것이다.

 

천악은 고 총관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 임의로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었습니다.”

 

“됐어. 하지만 적당히 해. 세상에 공짜는 없어. 그리고 난 거지는 싫다.”

 

“알겠습니다, 장주님!”

 

천악은 더러운 냄새와 지저분한 것을 참지 못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동정심과 참지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장원에 거지들이 몰려 있으면 미관상으로도 별로 좋지 않았다.

 

“내가 냉정하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장주님은 지극히 인간적이십니다.”

 

“고맙군. 난 좋은 건 좋아하고 싫은 건 싫어하며,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현대를 살았던 천악이라면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천악에게는 그것이 가능했다. 이 시대는 강력한 무력과 재력, 이 두 가지를 갖춘 천악에게 불가능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 총관도 장주인 천악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다. 지극히 독선적인 면이 있는 편이지만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것을 말이다.

 

천악은 충분히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권력 같은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이루고 싶은 것을 가질 힘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 그가 얄밉기는 하지만 부럽기도 한 것이 고 총관의 마음이었다.

 

“오늘 음식은 뭔가?”

 

“소고기로 만든 완자라고 합니다.”

 

“음, 난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할 수 없지.”

 

천악의 식탐은 대단했다. 맛없는 것은 먹지도 않고 매일 맛있는 음식만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천악은 따로 생각하는 것들이 있었다. 천악이 살았던 현대처럼 음식을 차게 보관하는 냉장고 대용의 기계나 고기를 굽거나 찌는 주방용 기계들이 필요하다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들을 따로 맡겨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악은 내심 직접 만들어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 총관.”

 

“예, 장주님.”

 

“이 근방에서 철 다루는 솜씨가 좋은 장인이 있는지 알아봐 줘. 가급적이면 내가 배울 수 있도록 꽁한 장인은 빼도록 하고. 돈을 준다고 하면서 다독일 수 있는 장인으로 골라봐.”

 

“기술을 배우시려고 하는 겁니까?”

 

“왜 배우면 안 되나?”

 

“아닙니다. 빠른 시일 내에 찾아보겠습니다.”

 

배우는 것에 돈을 아낄 생각은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직접 배우고, 그 배움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다. 천악에겐 시간 또한 거의 무한대에 가까웠다. 길고 긴 수명을 가진 천악에게 남는 시간의 여가활동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 *

 

아득한 밤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달과 별이 구름에 가려 바로 앞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이 존재했다. 자정을 넘어 새벽이 되기 전, 풍운장원을 넘는 그림자가 보였다.

 

사사사삭!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그림자는 유유히 장원의 보초병을 피하며 장주의 거처로 거침없이 빠르게 나아갔다.

 

천악이 기거하는 문 앞에 나타난 그림자가 가볍게 문을 열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으로 들어온 그림자는 방 안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 물건을 뒤지면서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림자는 놀라고 있었다. 장주의 거처에 돈이 될 만한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방 안에 귀한 물건도 없을뿐더러 귀중품이 들어 있을 것 같은 곳에는 텅 빈 공간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거지같은 놈! 그렇게 돈을 써대는 놈이 이렇게 산단 말이야?’

 

속으로 천악을 막 욕하는 그림자였다.

 

아무리 뒤져봐도 돈이 될 만한 것들이 없자 허탈한 표정을 지은 그림자가 갑자기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원래 이런 짓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말이야. 네놈의 운이 나빴다.’

 

사악한 미소를 지은 검은 그림자는 뒤로 돌아 침상을 보았다.

 

‘응? 없다!’

 

침상에서 자고 있어야 할 천악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림자는 당황하였다. 그림자가 다시 돌아섰을 때 그는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어떻게……?”

 

자신의 이목을 철저히 무시하고 이동을 한 천악의 모습을 본 그림자는 귀신을 본 것처럼 심하게 놀라고 있었다.

 

천악은 상대방의 말 따위에 대꾸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손을 뻗어 상대의 목을 움켜 잡아버렸다.

 

“컥!”

 

천악의 공격이 너무 빨라서 그림자는 전혀 반항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짧은 단말마의 소리로 그림자의 정체가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차갑게 굳어 있는 천악의 눈을 보면서 보자 여인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죽는다!’

 

죽는다는 생각이 뇌리를 강타하자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숨이 막혀오고 전신의 피가 뇌로 몰려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이 강타했다. 목소리가 목에서 멈춰져 있었다. 자신은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여인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의식이 몸에서 떠나는 것을 느껴야 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아니, 죽어서는 안 됐다. 그때였다.

 

탁!

 

그림자의 허리춤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천악의 시선이 복면 여인의 허리에서 떨어진 금패로 이동했다. 금패의 표면에 정교하게 용이 새겨져 있는 패는 보통사람이 가질 수 없는 상당히 세련된 세공 솜씨로 만들어져 있었다.

 

“도둑년이 이런 금패를 가지고 있다니 어이가 없군. 이것도 훔친 거겠지?”

 

잠깐 천악의 힘이 약해지고 있어 살아 있었던 복면 여인이었다.

 

‘아니야. 그건 내 거라고. 나의 신분을… 물어보란… 말이야!’

 

자신의 신분을 안다면 이렇게 대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죽으면 아무리 고귀한 신분이라도 싸늘한 시신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숨이 막히는 상황에서도 천악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천악은 발버둥을 치며 살려는 복면 여인의 의지를 느꼈는지 잠시 목에 가한 힘을 풀어주었다.

 

“허어억! 허어억!”

 

숨을 몰아쉬며 그동안 들이마시지 못한 공기를 대량으로 다시 들이마시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숨 쉬는 것에 고마움을 느껴야 했다.

 

“이… 내가 누, 누군 줄 알고 감히……!”

 

움찔!

 

화를 내던 여인이 순간적으로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도둑년 주제에 어디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정말 죽고 싶나?”

 

감정이 실리지 않은 천악의 목소리에 여인은 숨을 죽였다. 좀 전에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을 다시 인식한 것이다.

 

“이 금패가 네 것이냐?”

 

“그래요. 전 당신이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구요.”

 

“흠, 그래 봤자 도둑년이지. 주제에 다른 신분이라고 있다는 거냐?”

 

“자꾸 도둑년, 도둑년 하지 마세요. 듣는 도둑 기분 나쁘니까!”

 

“말해라. 네가 어떻게 구문제독부의 금룡패(金龍牌)를 가지고 있지? 내가 듣기로는 구문제독부 내에서 이 패를 지니고 있는 이는 단 두 명뿐이다. 당연히 구문제독은 아닐 테고, 네가 구문제독부의 금지옥엽 금룡화 금은혜라는 거냐?”

 

구문제독부는 당대의 모든 병권을 진두지휘하는 무소불위한 곳으로 황제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곳이었다.

 

구문제독에게는 역모 이외의 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패가 주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금룡패였다. 원래라면 구문제독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을 황제가 친히 금은혜에게도 하사를 하였다. 귀엽다며 그녀의 생일날 그것을 주었을 때 그 소문이 북경을 시끄럽게 울렸다.

 

천악은 책을 통해 금룡패에 대해 알고 있었고, 북경의 소문을 들은 적도 있었다.

 

“알면서… 날 이렇게 대해? 네놈이 날 이렇게 대하고 무사할 줄 알아!”

 

“어차피 죽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구문제독의 딸이 도둑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녀의 취미는 상상을 초월하게도 바로 도둑질이었다.

 

그녀는 할일 없이 돈을 쓰고 다니는 귀족들과 탐관오리들이 싫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나서면 아버지의 위명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도둑질이었다. 부패한 귀족과 탐관오리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제까지 아흔아홉 번의 밤일이 성공했다. 그녀가 배운 것은 무영신투(無影神偸)의 신법과 은신술이었다. 무공을 배우면서 구문제독부의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얻은 것이 기회가 된 것이다.

 

금은혜는 합비에 몰래 들어와 천악을 며칠 동안 살피고 있었다. 평민이라면 먹지 못할 값비싼 음식과 도박장에서 수천 냥을 아무렇지 않게 날리는 천악의 모습을 보며 그를 백 번째 대상으로 점찍은 것이다.

 

백 번째를 화려하게 장식하려고 했건만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구문제독부의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죽이려고 하는 천악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날… 죽이면 네놈이 무사할 줄 알아?”

 

“겁이 없구나. 여기서 죽으면 누가 더 손해일까? 넌 고작 도둑년으로 몰려 죽을 것이다. 아무도 네가 구문제독부의 금룡화 금은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걸.”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금패도 없이 그저 복면을 한 상태로 죽어 있는데 누가 자신이 금은혜인 줄 알겠는가.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죽는다는 생각에 금은혜는 머리가 텅 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죽여야겠어. 널 살려두면 어차피 귀찮아질 것 같거든.”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인 천악이었다.

 

“살…려주세요. 날 살려주면 절대로 오늘 있었던 일은 말하지 않을게요.”

 

그녀는 살고 싶어서 자존심을 버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좋다고 하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금은혜였다.

 

“웃기지도 않는군. 도둑년에게 내 인생을 걸라는 소리냐? 너 같으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끄덕!

 

‘나라도 못 믿지.’

 

자신도 모르게 금은혜는 끄덕이고 말았다.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제발, 정말이에요. 전 거짓말하지 않아요.”

 

천악이 잠시 고민을 하였다. 그러다가 천악의 손이 금은혜의 머리를 잡았다. 잠깐 검은빛이 감돌자 금은혜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뭐 하는 거예요?”

 

“금제를 했다. 만약 오늘 있었던 일을 발설하면 난 망설이지 않고 네 머리를 터뜨려버리겠다.”

 

블랙 드래곤은 정신마법을 잘 사용하였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폭충(爆蟲)이라는 벌레를 키웠다. 아공간 속에 있던 폭충을 공간이동을 통해 사람의 머릿속에 집어넣고 그가 배신을 할 경우 그것을 폭파시켜 죽게 만들 수 있었다. 블랙드래곤이 만들은 폭충을 발견한 천악이 지금 사용한 것이다.

 

“설마… 진짜예요?”

 

“맘대로 생각해라. 하지만 귀찮은 일이 발생하면 그 즉시 터뜨릴 거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너의 결정에 달렸다.”

 

죽고 싶으면 한번 발설해 보라는 말이었다.

 

금은혜는 설마 하는 심정이었지만 사실이면 머리가 날아간다는 말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설마 이토록 극악한 방법으로 자신을 구속하다니…….

 

‘제거해야 돼.’

 

그녀는 남몰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머릿속에 위험한 것을 계속 가지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분명 방법이 있으리라.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천악의 말에 희망이 사라져버렸다.

 

“섣부른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그건 네가 생각하는 방법으로는 절대로 제거 못 해. 오직 나밖에 할 수 없지. 잘못 건드리면 저절로 터질 테니 말이야.”

 

“이러면 안 돼요. 약속 지킬 테니 제거해 주세요.”

 

“꺼져. 더 이상 조잘거리면 바로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천악은 이 정도도 많이 봐줬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한 생활을 하는 동안 가급적이면 살인을 자제하려고 봐준 것이다. 하지만 더 귀찮게 한다면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

 

금은혜는 화가 치밀었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나야 했다.

 

자신을 이렇게 대하다니! 반드시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다는 것에 더 환장했다.

 

‘두고 봐라, 이 나쁜 놈!’

 

사삭!

 

금은혜가 사라지자 천악이 조용히 침상으로 가서 수면을 취했다.

 

‘재수가 없군.’

 

누가 재수 없었는지 도망가고 있는 금은혜가 들었다면 아마 미쳐버렸을 것이다. 오늘은 그녀에게 최악이자 인생을 저당잡힌 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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