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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3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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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37화

2차 남궁혈사 (2)

 

 

“허어억! 커억!”

 

남궁장천은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온 하나의 암기에 온몸의 내공이 뒤틀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남궁장천은 옆구리에 박힌 암기를 손으로 빼내었다. 들려진 암기는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이, 이것은 설마… 악마의 광석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것이었다. 악마의 광석이자 절대고수를 죽일 수 있도록 호신강기를 파괴하는 혈광석(血鑛石)으로 이루어진 암기였다.

 

피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붉게 물든 광석이 혈광석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혈광석으로 만들어진 광석은 호신강기를 전문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의 능력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저 절대고수를 죽일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인해 무인들에게는 악마의 광석으로 불리게 되었을 뿐.

 

하지만 이것은 중원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알려진 것이었다. 그 위험성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것 자체로 무인들의 공격을 받는 무서운 광석이었다.

 

“남궁장천, 아무리 네놈이라고 해도 기혈이 뒤틀린 상태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해 이길 순 없을 것이다.”

 

형사명이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숨통만 끊어놓으면 남궁세가도 여기서 끝이었다. 나머지들이야 검왕에 비하면 떨거지들이었다.

 

“이, 이놈들! 끝까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는구나!”

 

형사명은 죽을힘을 다했다. 검왕의 실력은 그들이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늦었다면 자신들의 목이 날아가 버렸을 것이 분명했다. 합공을 했음에도 이기지 못한 것이 분하기는 했지만 승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곧 죽을 테니 그런 말 해봤자 소용없다.”

 

태천문주, 숭의문주, 절영문주들도 속전속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들이 검왕을 막고 있는 사이에 자신들의 무인들도 많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남궁세가 정예들의 실력이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강했고, 끈기가 대단했다.

 

남궁장천은 무언가 날아오는 위기에 호신강기를 펼친 것을 후회했다. 몸을 돌려 피했다면 이런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마 그 암기가 호신강기를 뚫고서 자신의 옆구리를 관통할 줄 몰랐던 것이 실수였다.

 

태천문주 기전상의 독문검법인 태천십이검법(泰天十二劍法)의 최강 초식 태천재림(泰天再臨)이 펼쳐졌다. 최고의 공격으로 일도양단(一刀兩斷)을 내버릴 듯했다.

 

남궁장천은 뒤로 몸을 빼면서 검을 들어 상대의 검로를 차단했다. 그 정도로 죽어줄 검왕이 아니었다.

 

기전상은 몸이 정상이 아님에도 막아내는 남궁장천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역시 검왕이다.’

 

반드시 죽여야 했다. 이대로 검왕을 살려두면 큰 우환이 될 것이 확실했다.

 

기전상의 공격이 막히자 그 즉시 숭의문주 도주태의 파천도법(破天刀法)이 패도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파천도법은 하늘을 가르는 도법이라고 불리는 광폭한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기혈이 뒤틀린 상대에게 기교보다는 더 강한 힘으로 내상을 입히는 것이 효과적인 공격법이었다. 지금 남궁장천은 피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고 막아낸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쿠우웅!

 

남궁장천이 검을 들어 막자 기혈이 찢어지는 듯한 충격으로 인해 핏물이 식도를 타고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으윽! 제길!”

 

“끝이다, 검왕!”

 

제천신검 형사명이 먹이를 노리듯이 남궁장천의 목을 향해 출수했다. 남궁장천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각으로 들어왔기에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검왕 남궁장천은 위기감으로 몸을 틀었지만 검이 목 대신에 가슴 앞섶을 두 치나 자르며 들어왔다.

 

사아아아악!

 

남궁장천의 베어진 앞섶이 붉게 물들어 갔다.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더라도 그 상처의 깊이가 깊었다.

 

타탁!

 

혈을 짚어 피를 멈추게 했지만 더는 무리였다.

 

형사명은 집요하게 검왕의 목숨을 노렸다.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적으로 남궁장천을 공격해 들어왔다.

 

검을 들어 막아내는 것도 벅찰 정도로 검왕은 지치고 힘들었다.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우리의 합공을 막아내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이것으로 정말 끝이닷!”

 

남궁장천은 그 순간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막아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 일격이 들어오는 순간에 어디선가 날아든 검이 그들의 검을 막아내었다.

 

카아앙!

 

남궁장천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검을 막아낸 이를 보았다.

 

“태희구나.”

 

“아버지, 괜찮아요! 제가 왔으니 이들은 제가 막겠어요.”

 

남궁태희가 그들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비겁한 수를 쓴 것도 모자라서 합공까지 하려는 그들의 간악함에 치를 떨었다. 또한 이들이 모두 정파인들이고, 남궁세가에 찾아와서 온갖 아부를 일삼았던 이들임을 알자 더욱 분노했다.

 

“네놈들은 인간도 아니다. 모두 죽여주마!”

 

남궁태희는 이들을 살려주고 싶지 않았다.

 

세가에 가까워질수록 짙은 혈향(血香)을 맡을 수 있었다. 그녀의 시야에 보인 것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차가운 바닥에 시체가 되어 있는 광경이었다.

 

자신과 같이 수련을 했던 남궁세가의 여자 무인인 냉초련도 팔이 잘리고, 배가 뚫려서 죽어가고 있었다. 곳곳에 죽어가면서 신음하는 무인들은 자신이 알고 있었던 이들이었고, 같이 동고동락했던 이들이었다.

 

남궁태희는 그들의 시신을 보면서 늦게 온 것을 후회했다. 오늘 남궁세가에 자신이 있었다면 이들이 이렇게 죽진 않았을 거라는 자책이 들었다. 그것이 곧 분노가 되었다.

 

악적인 네 문주들은 남궁태희의 검속보다 그녀의 얼굴이 먼저 들어왔다. 차가우면서도 고고한 아름다움은 나이가 든 네 문주들조차 욕정이 들끓게 만들었다.

 

“계집의 미모가 정말 대단하구나.”

 

“저년은 꼭 사로잡읍시다.”

 

“그것도 좋겠소. 저 계집은 승리의 기념품 정도로 생각합시다.”

 

계집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내었다. 그들이 평소라면 이렇게 욕망을 드러내지 않겠지만 살육전으로 인해 조금씩 광기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남궁태희는 악적들의 저속한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먼저 검을 들어 놈들의 목을 쳐내려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가공할 정도로 빠르고 기운을 응축한 검에 문주들도 놀라고 있었다.

 

차아앙! 주르륵!

 

숭의문주가 남궁태희의 검을 막다가 뒤로 밀려버렸다.

 

그는 밀려나면서 당황했다. 이런 계집의 검에 자신이 밀려난 것이 부끄러웠다. 얼굴이 붉어지는 상황이었지만 다시 이어지는 남궁태희의 검에 숭의문주는 목이 잘려버렸다.

 

사아악!

 

남궁태희는 최선을 다했다. 한 수 한 수에 일격필살의 의지를 담았다.

 

숭의문주가 필살의 의지를 담고 막아내려고 했다면 이토록 쉽게 죽지는 않았겠지만 방심한 것이 그에게는 최악의 실수였다.

 

숭의문주 도주태가 남궁태희의 두 차례 공격에 죽어버리자 나머지 문주들도 경계를 했다. 계집이라 방심했건만 보통이 아니었다.

 

“이런 빌어먹을 계집이!”

 

“보통이 아니오. 합공합시다!”

 

* * *

 

팡! 팡! 팡!

 

대문을 있는 힘을 다해 두들겼다.

 

어린아이의 손이지만 어둠이 깔리는 시기라 그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어린아이의 잘 정돈됐던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고, 옷은 오다 넘어졌는지 더러워져 있었다.

 

남궁소희는 울음을 터뜨리며 천악을 불렀다.

 

“천악 오빠! 천악 오빠!”

 

풍운장원의 대문 앞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진삼이 문을 열었다.

 

진삼은 처음엔 대문 앞의 어린 여자아이가 누군지 몰랐다.

 

“아니, 소희 아가씨! 댁으로 가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천악 오빠 어딨어? 지금 당장 불러줘!”

 

“장주님 말씀입니까?”

 

다급한 남궁소희의 외침에 진삼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어느새 천악이 진삼의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진삼은 귀신처럼 나타난 장주의 모습에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천악은 남궁소희의 외침을 듣고 바로 나온 것이다.

 

“무슨 일이냐?”

 

“천악 오빠!”

 

남궁소희가 울음을 터뜨리며 천악에게 안겼다. 천악은 말없이 소희를 안아주었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정돈해 주었다.

 

“언니가 위험해! 그리고 아버지도! 도와줘, 천악 오빠!”

 

남궁소희가 울먹이며 말하는 것을 듣자 군천악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근래에 자신에게 웃음을 준 유일한 존재가 바로 남궁소희였다. 그런 귀여운 아이에게 웃음이 아닌 다른 것을 선사해 준 이들에 대한 살기가 치솟았다.

 

“걱정하지 마라, 소희야.”

 

“정말?”

 

“내가 다 해결해 주마. 진삼, 너는 소희를 내 방으로 데려가라.”

 

“알겠습니다, 장주님!”

 

군천악은 좌표를 계산했다. 남궁세가의 위치는 한 번 가본 곳이기에 공간이동을 사용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좌표 계산이 끝나자 바로 공간이동을 실행했다.

 

번쩍!

 

빛이 번쩍이고 군천악의 몸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사라졌다.

 

그때 당지독이 나타났다. 요동치는 살기를 감지하고 나타난 것이다.

 

방에서 자려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광폭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은 미세하지만 경지에 든 무인이라면 알아챌 수 있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진삼이 당지독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소희 아가씨의 말을 들어보면 남궁세가가 위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것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장주는 어딨어?”

 

“남궁세가에 가신다고 했습니다.”

 

“이놈이 나 혼자 두고 먼저 갔구나.”

 

당지독은 그 즉시 담벼락을 뛰어넘어 남궁세가로 달려갔다. 남궁세가가 위험한데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또한 아무 말도 없이 혼자 간 군천악이 괘씸하기도 했다.

 

진삼은 담벼락을 넘어가는 당지독을 보고 혀를 찼다.

 

‘문 열려 있는데 왜 담을 넘나?’

 

* * *

 

남궁세가의 창공 위로 나타난 천악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곳곳에 불이 붙어서 타 들어가고 있었다. 불타는 것과 더불어 사람들도 죽어가고 있었다. 천악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이 죽는 것에 별달리 분노해 보지 않았다. 그가 죽인 사람이 더 많았고, 무인이라면 언제 어느 때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악의 눈에 남궁세가에 쳐들어온 자들의 깃발이 보였다. 그 깃발에는 문파를 상징하는 글자와 더불어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제검가,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를 이용한 것이란 말이지?”

 

천악은 생각을 했다. 제검가의 아들이 죽은 이후에 이처럼 빠르게 모여서 무인들을 정비하고 쇠궁과 불화살까지 준비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어느새 제검가의 속내를 꿰뚫은 천악이 비릿하게 웃었다. 끝내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아들을 미끼로 몰아넣었다는 결론까지 도출할 수 있었다.

 

천악은 결코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싸움에 대한 직관이나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는 누구보다 탁월했다.

 

천악은 화가 났다. 고작 자신이 누군가에게 이용당했다는 데 분노했다.

 

“날 가지고 논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네놈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파괴시켜주겠다.”

 

천악은 우선 남궁세가의 불을 끌 생각을 했다.

 

시작은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게 시작되었다. 남궁세가의 혈사를 또 다시 잠재우게 될 극강의 야수가 재림하게 되는 시작 말이다.

 

-레인 클라우드 (비구름)!

 

천악의 외침에 비구름이 형성이 되었다. 워터 계열 마법 중 하나로 비를 내리게 하는 마법이었다. 비구름이 생성이 되자 남궁세가에 한정되어 폭포수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악의 시선이 제검가의 쇠궁대로 향했다.

 

“빗물과 쇠라… 번개 맞기에 가장 좋겠구나.”

 

-기가 라이덴(뇌전의 번개)!

 

우르르르르! 꽈과과과과광!

 

비구름 위에서 천악이 오연하게 기가 라이덴을 형성시켰다. 번개 마법 계열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 중 하나가 바로 기가 라이덴이었다.

 

기가 라이덴이 비구름을 뚫고 쇠궁대를 향해 내리꽂혔다.

 

쇠궁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기습과 더불어 아군의 방어가 우선이었다. 당연히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것보다 본진과 거리를 두고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쇠궁대의 대주인 반효상은 갑작스럽게 비가 오자 짜증이 났다. 애써 불화살을 날렸건만 빗물에 모두 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 비는 왜 오고 지랄이야!”

 

비구름을 보고 있던 반효상은 구름 사이로 번개가 번쩍인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어! 어! 어!”

 

번개가 자신들을 향해 내리친다는 것에 있었다.

 

반효상이 미처 피하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번개가 쇠궁대 전체를 향해 꽂혔다.

 

꽈과과과과광!

 

“으아아아아아악!”

 

가뜩이나 비에 젖은 상태인데 쇠궁대의 활이 쇠로 되어 있기에 번개를 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정중앙에 내리친 벼락이 물기와 쇠를 타고 모든 쇠궁대를 감전시켜버렸다. 백만 볼트에 가까운 뇌전의 기운이 그들의 몸을 모두 태워버렸다. 그렇게 일거에 쇠궁대가 전멸당하고 말았다.

 

쇠궁대에 번개가 내리친 것을 모든 무인들이 볼 수 있었다. 남궁세가와 쳐들어온 사대문파의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간 변했다.

 

마른하늘에 벼락 맞아 죽는 경우 천벌을 받았다고 하여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한다. 지금 이 순간 남궁세가는 하늘에서 자신들을 돕는다고 생각했고, 네 문파의 무인들은 하늘이 자신들에게 벌을 준다고 생각했다.

 

사대문파의 무인들의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진 반면 남궁세가 무인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하늘이 남궁세가를 버리지 않았다! 모두 적을 추살하라!”

 

“하늘이 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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