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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3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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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36화

2차 남궁혈사 (1)

 

 

남궁세가를 둘러싸며 무인들이 결집되었다. 그 수만 해도 거의 1천5백 명에 달했다. 안휘성의 주축 문파들이 모두 모였으니 당연한 숫자였다. 제검가와 숭의문, 태천문, 절영문이라는 안휘의 사대문파의 주력이 모두 모인 것이다.

 

일부러 비밀 유지를 위해 낭인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낭인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낭인회(浪人會)에 정보를 주어야 한다. 따라서 개방과 하오문이 냄새를 맡고 남궁세가에 정보를 줄 수도 있었다.

 

저녁노을이 지는 시간에 네 문파의 수장이 남궁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무인은 6백 명 정도요. 수적으로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소.”

 

“먼저 쇠궁을 날리고 뒤이어 불화살을 날릴 걸이오.”

 

문파 간의 대결에서 살아남는 문파는 모든 것을 가지겠지만 당하는 문파는 지리멸렬하게 될 것이다. 강호는 힘이 약한 문파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온정을 베푸는 곳이 아니었다. 스스로 자멸하거나 힘을 가진 문파에 의해 흡수되어 무너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우리가 정파무림인데 기습할 수는 없지 않소. 인사 겸 선전포고를 하겠소. 선전포고가 끝난 후 바로 공격하시오.”

 

제천신검 형사명이 활을 들었다. 활 끝에 몇 자의 글을 적어 묶은 다음에 남궁세가의 가주실을 향해 쏘았다.

 

쌔애애앵!

 

 

 

남궁세가의 가주실에 머물던 검왕 남궁장천은 불안한 기운을 느꼈다. 밖으로 나간 순간 화살 하나가 날아와 나무기둥에 박혔다.

 

밖에서 느껴지는 무인들의 기세가 전해졌다. 한두 사람의 기세만으로 남궁장천의 마음을 불길하게 만들 수 없었다. 기운은 다수였고 그들 모두 기세를 타고 있었다.

 

“습격인가?”

 

남궁장천은 화살에 묶인 종이를 펼쳤다.

 

 

 

지난날 내 아들이 남궁세가의 무인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 나는 당당히 그 복수를 천명하는 바이다!

 

 

 

제천신검 형사명

 

 

 

부들부들!

 

남궁장천은 종이를 그대로 구기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제검가의 수준으로 남궁세가에 복수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잘못은 제검가의 아들놈이 먼저 했다.

 

“제검가가 감히 남궁세가를 뭘로 보고……!”

 

남궁장천은 바로 남궁세가의 무인들에게 지시했다.

 

경고음이 남궁세가를 울렸다. 남궁세가의 무인들답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나갔다.

 

경고성 화살이 날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수히 많은 쇠로 된 활[鐵雷]이 날아왔다.

 

슈슈슈슉! 슈슈슉!

 

제검가에서 준비한 쇠궁을 쏘는 쇠궁대가 일시에 두 발씩 활을 쏘아 올렸다. 한 번 쏘고 재차 쏘자 남궁세가의 하늘이 새까맣게 뒤덮이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리는 시기에 검게 칠한 쇠뇌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소리가 들리고 흉폭한 기세가 전해지기에 알 수 있을 뿐.

 

남궁장천이 날아오는 쇠뇌에 경악하며 소리쳤다.

 

“모두 엄폐물로 피해랏!”

 

쇠뇌의 위력은 만만치가 않았다. 남궁장천은 괜찮다고 해도 다른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위험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쇠뇌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남궁세가에 쏟아져 내렸다. 쇠의 무거운 무게에 아래로 하강하는 속도가 붙자 그 위력은 쇠로 된 강판도 뚫을 정도였다. 쇠뇌는 나무로 된 기둥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무인들 중 피하지 못한 이들이 칼로 막으려 했으나 쇠뇌는 칼과 몸통을 관통해 버렸다. 사람의 몸을 뚫고 들어간 쇠뇌가 땅바닥까지 깊숙하게 흔적을 남겼다.

 

카아앙! 푸우욱!

 

“으아악!”

 

비명소리가 남궁세가를 가득 채웠다.

 

남궁장천은 제검가의 비겁한 기습에 치를 떨었다. 군에서 이용하는 쇠궁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다. 문파 간의 대결에서 활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건만 제검가는 기습에다가 활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우선은 모두 피해랏!”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남궁장천의 말에 우선 건물로 몸을 피했다.

 

 

 

지켜보던 제검가와 세 문파의 문주들이 조소를 보내고 있었다.

 

“크크크! 대남궁세가라고 자부하던 것들이 생쥐같이 피하는구나.”

 

“그렇소. 저런 놈들이 안휘성의 대표 문파라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오.”

 

기습을 한 제검가의 형사명은 자신이 한 짓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허둥대는 남궁세가 무인들을 비웃었다.

 

형사명을 비롯한 세 문파의 수장들은 첫 공격에 만족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놈들을 혼란스럽게 한 것이다.

 

“놈들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불화살을 날리겠소.”

 

“그렇게 하시오.”

 

“그 다음에 우리가 정면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오.”

 

쇠궁대가 형사명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불화살을 남궁세가에 날렸다. 밤하늘을 수놓은 듯한 붉은빛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지옥과 같았다.

 

슈슈슈슉!

 

 

 

“불화살이닷!”

 

남궁장천은 날아오는 불화살을 보며 이를 갈았다. 지금은 불을 끄는 것이 먼저가 아니었다. 놈들이 노리는 것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재정비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었다.

 

“무인들은 즉시 재정비해라! 불은 나중에 꺼도 된다!”

 

남궁세가의 장로인 남궁진천과 갈천기가 그 명령을 받들었다. 그들은 즉시 창천검대(蒼天劍隊)와 제왕검대(帝王劍隊)를 움직였다.

 

남궁혁성이 남궁장천에게 다가왔다.

 

“아버님, 무공을 모르는 식솔들과 하인들을 대피시켰습니다.”

 

“잘했다. 그것보다 태희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냐?”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무인들을 보내기는 했지만 놈들이 포위하고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놈들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는 대남궁세가의 무인들이다. 결코 지지 않는다.”

 

“물론입니다, 아버님.”

 

남궁장천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랜 세월 남궁세가의 가주 직을 맡아오면서 자신이 흔들리면 세가가 흔들려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가를 책임지는 가주는 언제나 침착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창천검대와 제왕검대는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라.”

 

남궁세가의 전각에 불화살이 떨어져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이 쉽게 번지지는 않았다. 남궁세가의 전각들은 불에 강한 목재를 사용했고 중요한 곳은 외부와 격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불은 걱정하지 마라.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먼저다!”

 

 

 

“쳐랏!”

 

“와아아아!”

 

제천신검 형사명이 돌격명령을 내리자 제검단을 비롯한 숭의문의 파천단(破天團), 태천문의 태천검단(泰天劍團), 절영문의 무극대(無極隊)가 일제히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1천5백 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광폭한 기세를 뿜어내며 남궁세가의 정문을 부수며 쳐들어갔다.

 

기다리며 대형을 유지하고 있던 창천검대와 제왕검대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을 이끄는 남궁세가의 장로 남궁진천과 갈천기가 검을 들어 적을 향해 휘둘렀다.

 

“남궁세가를 욕보이는 자들이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남궁장천의 목소리가 세가를 쩌렁쩌렁 울렸다.

 

다수의 격전에선 기세 싸움이 중요했다. 승패를 가르는데 기세가 죽으면 이긴다고 해도 그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남궁장천은 놈들의 수가 예상보다 많은 것을 보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알고 보니 제검가뿐만 아니라 태천문과 숭의문, 절영문까지 가세를 한 것이다.

 

“이놈들이 협잡을 했구나.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차차창! 카아아앙!

 

접근전이 벌어지자 실력 차이가 나고 있기는 했다. 수가 많다는 이점으로 인해 대결은 팽팽하게 진행되어 가고 있지만 남궁세가 무인들의 실력이 한 수 앞서고 있었다.

 

몇 번의 격돌이 나자 양쪽의 피해가 속속 드러났다. 남궁세가의 무인 한 명이 쓰러지면 제검가 쪽의 무인들 세 명이 죽어 나갔다.

 

남궁장천의 검에서 제왕검법이 뻗어나갔다. 검왕의 손속은 가공했다. 그 검의 기운에 수십 명씩 목숨을 잃고 있었다. 검왕 남궁장천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기세가 점점 남궁세가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때 형사명을 비롯한 세 문파의 문주들이 남궁장천을 가로막았다.

 

남궁장천이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려울 때 남궁세가의 도움을 받았던 것들이 이제 와서 이런 짓을 꾸미다니… 양심도 없는 추잡한 놈들이구나!”

 

“흥! 그런 말 따위는 하지 말라. 어차피 무림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곳 아닌가!”

 

형사명이 눈짓을 하자 세 문주들이 남궁장천을 포위했다.

 

서로 합공을 해서 끝을 내려는 수작에 남궁장천은 치를 떨었다. 끝까지 비겁하게 행동하는 이들이 과연 정파인들인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나 자신은 검왕 남궁장천이었다. 이따위 놈들에게 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나를 너무 우습게보는구나. 네놈들이 합공한다고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남궁장천의 검에서 2자 이상의 푸르스름한 검강이 형성되었다. 화경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완벽하게 시전할 수 있다는 검의 지고한 경지였다.

 

“음!”

 

문주들은 침음성을 삼켰다.

 

‘역시 검왕이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세가 바뀌진 않는다.’

 

네 문파의 문주들도 검에 검기를 입혀 검강에 대항해 나갔다.

 

검강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막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위력에 있어서 차이가 나겠지만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실력들이었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이미 죽은 자들은 찬 바닥에 쓰러져서 핏물을 쏟아내고 그 핏물이 고여 바닥에 고랑을 이루었다. 진득하게 젖은 핏물을 밟으며 무인들은 잔인한 장면을 계속 연출했다.

 

* * *

 

남궁태희는 동생을 데리고 풍운장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녀는 남궁세가 쪽에서 번지는 붉은빛을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무인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전운이 남궁세가를 감돌았다.

 

남궁태희는 즉시 남궁소희에게 말하였다.

 

“소희야, 풍운장원까지 혼자 갈 수 있지?”

 

남궁소희도 어리지만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그녀도 남궁태희의 다급한 표정과 말투를 느낄 수 있었다.

 

“응! 갈 수 있어!”

 

아이 혼자 어두운 밤길을 보내야 하지만 지금은 남궁세가가 더 위급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1각이라도 지체하게 되면 더 많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죽을지 몰랐다.

 

“장원에 가서 군 오라버니와 당지독 어르신께 도움을 청해! 할 수 있지, 소희야?”

 

“아, 알았어, 언니! 내가 있는 힘을 다해 빨리 달려갈게.”

 

“그래, 어서 가라. 그리고 넌 거기서 기다려, 이 일은 어른들의 일이니까. 알았지?”

 

“나도 따라갈 거야.”

 

“약속해, 거기에 머물겠다고. 이 언니가 부탁할게.”

 

남궁태희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남궁소희도 어쩔 수 없었다.

 

“어, 언니, 무사해야 돼!”

 

“물론이야. 이 언니를 믿어!”

 

울먹이는 소희를 뒤로하고 남궁태희는 검을 뽑아 들고 남궁세가로 몸을 날렸다.

 

경공술을 최대한 빠르게 운용했다. 빛살처럼 남궁세가를 향해 달려가는 남궁태희의 모습은 한 점의 흐릿한 연기로 화했다.

 

남궁소희도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서 뛰어갔다. 어리지만 그녀도 남궁세가의 여인이었다.

 

* * *

 

“남궁세가의 검룡이 후기지수 중 최강이라더니 대단하구나!”

 

제검대의 철영기 대주를 비롯해서 태천문의 장로 이기상이 합공을 하면서 감탄을 터뜨렸다. 그들은 자신보다 어린 남궁혁성을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는 것에 질투심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남궁세가의 절학을 익혀왔던 그 차이를 시기한 것이다.

 

카아아아앙!

 

남궁혁성은 한 명이라면 모르지만 둘이 합공을 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공수에 있어서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에 생기는 틈을 상대방이 합공을 통해 막아내자 기력이 점점 빠지고 있었다.

 

‘이럴 시간이 없는데……!’

 

처음엔 제검대주 철영기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금세 놈들이 눈치를 채고 합공을 해왔다. 생사대결에서 ‘비겁’이라는 말로 상대방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저 놈들을 일거에 양단해 버리지 못하는 자신의 실력이 한탄스러웠다.

 

남궁혁성의 검에서 초조함이 묻어 나왔다. 그걸 눈치 챈 철영기가 눈을 번뜩였다.

 

무기를 다루는 데 초조함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마음이었다. 침착하게 상대를 파악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해도 힘든 상황에서 초조함은 검의 진로를 혼란하게 만든다. 혼란스러운 검은 더는 위력적이지 않았다.

 

남궁혁성은 다급함으로 인해 섣부른 공격을 가하고 말았다.

 

검이 이미 출수되자 철영기가 즉시 몸을 틀었다. 방어를 하면서 검을 끌어들인 철영기의 행동으로 인해 남궁혁성의 옆구리가 비어버리게 되었다. 그사이에 태천문의 이기상이 볏단을 베어버리듯이 검을 출수했다.

 

“끝이닷!”

 

댕강!

 

허리가 잘려버릴 것이라는 처음의 생각과 다르게 이기상 장로의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져서 파닥거렸다. 어깨까지 예리하게 잘려진 팔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크으으윽! 이런… 개 같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검의 궤적은 정확하게 이기상의 목을 잘라내 버렸다.

 

잘려진 목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철영기는 갑자기 나타난 여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남궁세가의 인물 중에 저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 바로 빙화 남궁태희였다.

 

빙화 남궁태희가 태천문의 장로를 단 두 번의 검초로 끝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강호에 전해진 소문보다 더 강한 남궁태희였다.

 

철영기는 생각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남궁태희의 창궁무애검법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빠르고 강했다. 검에서 느껴지는 예기만으로 이미 목이 베어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이 계집의 실력이 엄청나구나.’

 

철영기는 남궁세가에 검룡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차후 검후라고 불릴 여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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