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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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32화
천수암제, 기연을 얻다 (4)
천악은 만신창이가 된 당지독의 몸에 손을 대었다.
-리커버리(복구)!
온몸이 빛에 휘감기고 나자 당지독의 전신이 천천히 회복되어갔다.
남궁장천과 남궁혁성, 남궁태희는 보면서도 믿지 못할 상황에 말을 잃었다.
‘저건 또 뭐야?’
‘엄청난 술법이다.’
이들은 천악이 이제 중 한 명인 천수암제를 반병신으로 만드는 엄청난 실력자라는 것을 확인했고, 그와 더불어 신기한 술법까지 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술법이라니……. 정말 보지 않았다면 미친놈 취급받았겠군.”
남궁장천의 푸념 섞인 말이었다. 그는 도저히 천악의 무공의 깊이를 잴 수 없었다.
천악은 몸이 회복이 된 당지독을 천천히 일으켰다. 우선은 방으로 가서 안정을 취하게 해야 했다. 육체는 회복이 됐더라도 내공의 근간인 독공이 손실되어서 내공을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무인이 내공을 잃었으니 그 충격은 남다를 것이다.
“당 선배는 괜찮은 것인가?”
“내공을 잃었습니다.”
담담하게 말을 한 천악이었지만 남궁장천은 담담할 수 없었다. 내공을 잃은 무인이 어찌 무인일 수 있는가. 오히려 죽은 것보다 더 심각했다.
“휴우, 모두 내 잘못이다. 좀더 일찍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남궁장천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미리 말을 했더라면 이런 결과까지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괜히 자신이 이 둘의 대결을 부추긴 꼴이 되어버렸다.
“너무 자책하실 필요 없습니다. 내공을 회복할 수 있게 할 테니 말입니다.”
“그게 무슨… 이미 잃은 내공을 어떻게 다시 회복하는가? 더군다나 독공은 여타의 순수한 내공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네.”
“연공실을 빌려주십시오. 그리고 어르신이 깨어나면 연공실로 데려와 주십시오.”
“후우, 알겠네!”
남궁장천은 천악의 신기한 술법을 경험했으니 그에게 또 다른 방법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한숨 돌렸다.
천악은 남궁장천의 개인 연공실에 도착해서 마법진을 그렸다. 빙정을 만들기 위한 공간 마법진과 똑같은 것이었다.
빙정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독정을 만들어야 했다. 순도 높은 독정의 기운으로 당지독의 독공을 되살릴 것이다.
독 마법 계열 중 가장 지독한 독 마법을 공간 마법진에 실현시켰다. 포이즌 계열 마법 중 순수한 독이라고 불리는 네이처포이즌(자연독)이 발현되자 시커먼 기운이 진 안에서 피어올랐다.
독정은 빙정과는 다르게 힘이 들었다. 독정은 힘으로 임의적인 압력을 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을 끌어당길 수 있는 원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쉽지 않군. 어떻게 한다?”
빙정처럼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독을 끌어당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천악이 고민한 시간이 꽤 흘렀을 때 당지독이 의식을 회복했다.
당지독은 서서히 눈을 떴고, 자신이 방 안에 누워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는 일어서려고 했으나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근육이 아픈 것은 아니지만 힘이 모두 빠져버린 식물인간 같은 느낌이었다.
몸을 둘러보았다. 상처는 하나도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비어 있었다.
“하아, 독공이 무너졌구나.”
천악의 주먹에 의해 극심한 통증을 느낀 순간 독공이 깨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꿈같은 일이지만 현실이었다.
당지독은 허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일흔이 넘어가는 나이에 겪은 일치고는 너무 혹독했다. 평생 쌓아온 내공이 모두 사라졌으니 그 허탈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끼이익!
그때 남궁장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평소라면 남궁장천의 기척을 미리 느꼈겠지만 내공이 소실된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졌군.”
“그렇습니다.”
“휴우, 그런 놈을 죽이려고 했으니 내가 죽지 않은 게 다행이지.”
당지독도 강호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무인 중 한 명이었다. 평생 동안 강호 활동을 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그 괴물은 도대체 누군가?”
나이와 신분을 떠나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녀석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했다. 고작 풍운마룡이라는 애송이 같은 별호만 가질 녀석이 아니었다.
“무상검제 혁리광 선배의 제자입니다.”
“그 자식의 제자란 말이지? 그런데 그놈은 어떻게 저런 괴물을 만들었지? 아무리 청출어람이라지만 이건 너무하군.”
“고인이 된 분에게 그런 말해 봤자 무엇 합니까?”
당지독이 침묵했다. 젊은 시절 혁리광과 자신은 서로 사사건건 부딪쳤다. 서로 성격이 너무 안 맞았고 실력도 비슷해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너무 달라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 죽은 거냐? 10년이 넘게 소식이 없다 했더니 벌써 간 거냐?”
“편안하게 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놈은 검을 쓰지 않냐? 독문검법을 쓰지 않을 정도로 내가 형편없었다는 건가?”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원래 검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 쓰실 필요 없습니다.”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쯧… 이제 내가 무공을 생각해서 뭐 하냐, 이미 내공을 잃었는데.”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천악이 깨어나면 연공실로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연공실? 친구의 제자이니 따끔하게 말을 해주는 것도 좋겠지.”
그렇다고 당문을 내세워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너무 앞뒤 안 재고 손녀의 말만 믿고 행동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 * *
남궁장천을 따라 당지독이 연공실로 향했다.
연공실은 남궁세가의 가주실 바로 아래 지하에 마련이 되어 있었기에 외부인의 침입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었다. 연공실은 내공을 수련하는 곳이었고, 가주의 연공실이니 가장 방어가 삼엄한 것이 당연했다.
천악이 연공실의 한쪽에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놈아, 불러서 이렇게 왔다. 이제 어쩔 거냐?”
당지독은 내공을 잃기 전과 같이 소리를 질렀다. 마음은 아니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당지독은 내공을 잃은 사실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천악은 당지독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사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건만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정말 불가사의했다.
“한숨 쉬지 마라. 내공 잃은 나도 한숨을 안 쉬는데, 젊은 놈이 뭐가 아쉬워서 한숨을 쉬느냐?”
“이유가 어찌되었건 죄송하게 됐습니다.”
“죄송하면 다냐? 이제 어떻게 책임 질 거냐?”
장난기가 발동한 당지독이 천악을 몰아붙였다.
그렇다고 당황할 천악이 아니었다. 스승의 친구라고 해서 스승과 같은 급으로 보지는 않았다. 단지 스승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이런 수고를 할 뿐이었다.
“절 너무 다그치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내공을 회복시켜드리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이놈이 존장을 이렇게… 잠깐! 지금 뭐라고 했냐?”
“내공, 즉 독공의 회복 말입니다.”
“이미 소실된 내공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단 말이냐?”
천악은 고민 끝에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게 아주 위험하기는 했지만 당지독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남궁 가주님께서는 잠시 나가 계셨으면 합니다.”
“아니, 내가 여기 있는 게 방해가 되는 것인가?”
“방해됩니다.”
천악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헉, 알겠네.”
설마 대놓고 말할 줄 몰랐던 남궁장천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냉정한 놈.’
남궁장천이 나가고 나자 천악은 당지독에게 공간 마법진을 보여주었다.
공간 마법진을 본 당지독은 기겁했다. 무섭도록 순수한 기운이었다.
독은 한 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가장 순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독은 여러 가지 기화요초들이 서로 섞여 수천 년간 부패되어 만들어져 한 가지의 성분을 이루었을 때 가장 순수한 독이라고 볼 수 있었다.
수백 년간 이룩된 독의 경지에서도 그 정도의 독은 무형지독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형지독과 가장 흡사한 기운이 마법진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순도를 감응할 수 없을 정도의 독기였다.
만독불침이라고 해도 이 독기 안에서는 얼마 버티지 못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 순수한 독은 독인이 가장 원하는 독이었다.
두근두근!
당지독은 스무 살 첫사랑을 만날 때의 설렘같이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무형지독을 다루기 위해서는 사천 당가의 비전독문심법인 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이 필요했다. 만류귀원신공은 깨달음의 무학이었다. 함부로 익혔다가는 당가의 무인이라고 해도 주화입마를 당해야 하는 신공이기에 지금까지 당가에서도 한 명밖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당지독의 생애 마지막 소원은 바로 만류귀원신공을 완성해서 무형지독을 다루는 것이었다.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마음을 다독이기 쉽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만류귀원신공의 구결을 깨달을 수 있었네. 오늘 내가 그 기회를 살려 완벽한 만류귀원신공을 얻는다면 죽어도 소원이 없을 것이네.”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괜찮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당가의 조상님들이 나를 두고 바보라고 할 것이네.”
“그럼 좋습니다. 공간을 열 테니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도움을 드리지요.”
-앱설루트 배리어(절대방어마법)!
천악의 절대방어마법이었다. 실드와는 차원이 다른 마법, 바로 8서클 절대방어마법을 당지독에게 걸었다.
순백의 호신강기와 비슷한 기운이 당지독을 감쌌다.
“허어! 다른 사람에게 호신강기를 펼쳐줄 수 있다니, 정말 네놈은 대단하구나. 너 정말 혁리광 그놈의 제자 맞느냐?”
“연세는 제 사부가 더 많았습니다. 함부로 말씀하시는 것은 듣기 거북합니다.”
“끙! 알았다, 이놈아!”
“강기는 진 안에 들어가서 가부좌를 틀고 난 후 사라질 겁니다. 죽는다면 한 줌 독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죽으면 장례는 남궁세가에서 알아서 치러줄 겁니다.”
“예끼, 이놈아! 죽으라고 고사 지내느냐? 난 그 정도로 약하지 않다.”
천악이 진을 열었다.
당지독은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만류귀원신공의 흐름은 맑고 투명할 정도로 순수한 마음이었다.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곧고 바르게 앞으로 가야 만류라 불리는 온 세상의 기운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독도 마찬가지였다.
“꼭 살아서 돌아오마.”
“죽어도 관심 없습니다.”
“너처럼 냉정한 놈이 어떻게 그놈의 제자가 됐는지 모르겠구나.”
당지독이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진 안으로 들어오는 동안 호신강기가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앱설루트 배리어조차 독의 기운에 의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강기조차 녹여버리는 독이었다. 그 기운에 당지독도 놀라고 있었다.
‘굉장하군! 그러나 지지 않는다. 만류귀원신공은 삼라만상의 기운을 모두 품을 수 있다. 하물며 독도 세상의 기운 중 일부다. 나는 천수암제 당지독이다. 으읍!’
앱설루트 배리어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독이 몸을 녹이려고 하였다. 몸에 걸친 옷이 금세 녹아들었다. 어느새 중독이 되었는지 몸이 시퍼렇게 변해 갔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만류귀원신공을 운공하지 않았다면 단 한 순간에 독수가 되었을 것이다.
‘독기가 상상 이상이군. 이런 독기라니, 반드시 나의 독공으로 흡수하겠다.’
당지독은 죽기 살기로 운기를 했다.
천수암제 당지독이 죽기 살기로 운기를 하는 동안에 천악은 가만히 앉아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수암제가 천악의 말을 들었다면 놀라서 운기고 뭐고 주화입마로 죽었을 것이다.
‘배가 고프군. 이런 더운 날에는 개고기가 딱인데…….’
남은 죽느냐 사느냐를 걱정할 때 음식 생각이나 하는 천악의 행동은 정말 부조화의 극치였다.
당지독은 하루의 시간으로는 운공을 끝냈을 수 없었다. 독의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사흘은 걸릴 것이다. 천악은 그동안 기다리며 당지독의 상태를 점검해야 했다. 며칠 못 먹는다고 힘든 것은 아니지만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 천악이었다.
“하는 일 없이 보내기보다는 아이스 스크롤이나 만들어야겠다.”
-아공간 오픈(공간의 개방)!
허공에 또 하나의 공간이 열리고 그 안에서 종이 뭉치가 천악의 손으로 흘러나왔다.
“다음부터는 아공간에다가 음식도 보존 마법을 걸어서 보관해야겠군.”
천악은 종이 뭉치 중에 하나를 꺼내 아이스 마법진을 새겼다. 마법진을 새기고 나서 이미지 스캔을 한 후 카피 마법을 사용했다.
3만 장이나 되는 종이뭉치에 마법진이 새겨졌다.
-마력개방!
3만 장에 마력을 분산시켰다. 일일이 마법진이 새겨진 종이에 마력이 부여되었다. 마력이 부여된 종이들은 마법 스크롤이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