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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2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8화

추상락, 임자 만나다 (3)

 

 

마차가 풍운장원에 도착을 했다. 그저 간단한 여흥을 위해 나선 소풍이었지만 많은 사건이 있었다. 고 총관이 장원의 대문에 나와서 천악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장주님.”

 

“별일 없었나?”

 

“남궁혁성 소가주님이 왔었습니다.”

 

“그래, 동생 때문인가?”

 

“남궁 소저보다는 장주님께 용건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온다고 했는데 오늘 중에 다시 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 총관은 진삼의 뒤로 누더기를 입은 건장한 중년인을 보았다. 얼굴은 상당히 부어 있어 형태가 다시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고 몸에도 멍이 심해서 걷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저분은 도대체 누군데 저토록 심하게 당한 겁니까?”

 

“오다가 쓰러져 있어서 주워왔다.”

 

‘윽!’

 

무걸개 추상락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천악이 마치 쓰레기를 주워서 데리고 왔다는 듯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지금 그는 천악을 주인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이미 입 밖으로 말을 내뱉었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천악의 무지막지한 능력과 힘을 경험하고 나서는 도저히 도망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 총관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장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이라 생각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장주님, 감격했습니다. 선행을 쌓으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생길 겁니다.”

 

“훗, 그런가? 나도 가끔은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부르르!

 

주먹을 불끈 쥔 추상락은 억울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어떻게 그게 선행인가! 자신을 개 패듯이 패고, 팬 데 또 패고 골라 팼다. 거기에다 그것도 모자라서 고쳐놓고 다시 또 개 패듯이 팼다. 그것을 한 번도 아니고 수십 번이나 반복했는데 그것이 어떻게 선행일 수 있는가!

 

분노가 치솟았지만 천악을 향해 그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몸을 떨 정도로 감격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 총관의 오해는 계속되었다. 추상락이 몸을 떠는 것이 감격했기에 하는 행동이라 여긴 것이다.

 

“오늘부터 장원에서 일할 하인이다. 고 총관이 잘 보살펴 줘라.”

 

“물론입니다. 제가 다 알아서 관리하겠습니다.”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나한테 바로 말을 해.”

 

무걸개가 반항할 경우를 대비해서 한 말이었다. 물론 고 총관에게 말을 한 것이기보다는 추상락에게 한 말이었다. 개길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협박이었다.

 

추상락은 천악이 악마처럼 보였다. 여기 오는 것이 아니었다. 개방의 안전한 장소에서 좋아하는 무공이나 열심히 수련하며 편하게 지냈어야 했다. 사부의 간곡한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오기는 했지만 원하는 결과는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부, 그는 마룡이 아니라 마신입니다. 어쩌자고 제자를 이런 악마의 소굴로 보내셨소!’

 

 

 

천악은 대장간이 잘 지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대장간 건축 관리를 맡고 있는 두 도편수에게 일의 진척상황을 보고받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펌프를 만들기만 하면 대장간의 배수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물이 나오고 나가는 길을 정비해 둘 필요가 있었다.

 

“설계도대로만 만들면 문제없을 것이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충일과 도정은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건축물을 잘 만들기만 하면 성과급을 더 준다고 했으니 그들로서는 열심히 할 동기가 생긴 것이다.

 

천악이 대장간 공사를 관리하는 동안에 금은혜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남궁태희도 남궁세가로 돌아갔다.

 

남궁태희는 오늘 있었던 일을 남궁장천에게 보고 해야 했다. 제검가를 건드렸으니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그 일에 대해서 남궁장천에게 설명을 하고 대비를 해야 했다.

 

천악이 방으로 들어가자 고 총관이 따라 들어왔다.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기초적인 것들에 대한 결제를 받아야 했다.

 

“별다른 것은 없겠지.”

 

“다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그것보다 전에 지시한 아이들을 골랐습니다.”

 

“그래? 그럼 아이들을 데리고 와라. 올 때 알지?”

 

“아, 물론입니다. 이미 지시를 내려놨습니다.”

 

천악은 더러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끼니 걱정을 하는 아이들에게 청결을 유지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건 굶주린 아이들에게 과거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 총관도 그걸 알기에 지시를 내려서 아이들을 씻기고 손톱과 발톱 등 위생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고 총관은 천악이 오기 하루 전에 아이들 중에 쓸 만한 아이들을 골랐다.

 

 

 

고 총관이 데리고 온 아이들은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입힌 상태였다. 산발한 머리도 정리가 되어 보통아이들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많이 굶었는지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젖살 대신에 광대뼈가 보였다.

 

“이 아이들입니다.”

 

고 총관이 아이들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이름은 신일, 충호, 전칠이었다.

 

“인사드려라, 장주님이시다.”

 

천악을 본 아이들은 잔뜩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다. 천악의 결정에 따라 그들은 굶주림을 면하거나 아니면 다시 굶주린 생활을 해야 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신일입니다.”

 

“충호입니다.”

 

“전칠입니다.”

 

아이들은 많이 긴장하고 위축되었음에도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말하였다. 제법 강단이 있는 녀석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악은 자세히 아이들을 살펴보았다.

 

‘골격은 꽤 괜찮군.’

 

굶주린 아이들치고 골격은 괜찮았다. 이 정도면 얼마간 영양공급이 제대로 되면 금세 또래 아이들보다 더 건강하고 키도 클 것이다.

 

“너희들은 내가 왜 뽑았는지 아느냐?”

 

아이들 중에서 신일이 대답을 했다.

 

신일은 이 중에서 가장 어리지만 눈에 현기가 가득한 것이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희들에게 무공을 가르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나는 무공을 가르칠 것이다. 그렇다고 너희들이 내 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장원과 나를 보호하는 것이 임무가 될 것이다.”

 

장원 내의 귀찮은 문제를 해결하는 호위무사를 키우기 위해서 아이들을 뽑은 천악이었다.

 

천악은 아이들에게 제자라는 굴레를 씌우고 싶지 않았다. 정을 준다는 것은 자신의 테두리에 두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 속에 살면서 일일이 신경을 쓴다는 것은 더 피곤한 일이었다. 귀찮음을 덜기 위해 가르치는 것인데 짐이 된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했다.

 

“가족은 있느냐?”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고아일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집에 부모가 있을 것이고, 형제나 자매가 있을지도 몰랐다.

 

이 아이들은 이제 여기 장원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아이들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었고, 동기부여를 할 필요도 있었다.

 

아이들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신일을 비롯한 충호, 전칠의 집안에선 돈을 벌거나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 부모가 있기는 하지만 농사나 장사를 할 사정이 아니었고, 병이 든 노모와 형제들이 더 있었다.

 

신일은 그 중에서 어린 동생이 있는지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충호나 전칠도 집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천악은 아이들의 사정을 알고 결정을 내렸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한 달간 잘 먹고 잘 뛰어놀아라.”

 

“예? 그게 무슨……?”

 

아이들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불러서 하는 소리가 놀고먹으라니, 듣고도 잘 이해가 안 되었다.

 

그동안 보아온 부자들을 보면 반드시 무언가 뒤가 구린 구석이 있었다. 어린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잘해 주면 그게 더 위험했다.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변태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기에 천악이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겉만 보고는 알 수 없었다.

 

“의문을 가질 필요 없다. 아직 너희들은 영양상태가 엉망이다. 이 상태로 무공을 익힌다면 몸만 상하게 된다. 그러니 한 달 동안 몸을 추스르라는 것이다. 그동안 너희들은 부지런히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라. 이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명령이다. 한 달이 지난 후에 지금보다 부실하다면 그 즉시 장원에서 나가야 한다.”

 

이제 막 열 살이 넘은 아이들이었다. 한참 성장하는 나이였다. 골격이 받쳐준다고 해도 힘을 발휘하는 근육이 성장하는 시기였다. 힘을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를 하게 되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안심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들만 배불리 먹는다는 것에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천악이 다시 말을 하였다.

 

“너희들 가족은 걱정할 필요 없다. 너희들이 내 뜻을 잘 따라주면 가족들에게도 돈을 제공해 주겠다. 단, 너희들이 잘 따라주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시키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그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파격적이 제안이었다. 가족들에게도 한 달 생활비를 주겠다는 소리였다.

 

아이들은 금세 의지를 불태웠다. 천악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기가 필요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고 총관, 이 아이들에게 방을 제공하고 가족들에게는 은자 두 냥씩 주도록.”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 *

 

장원 내의 별채에 며칠 동안 머문 구룡단주 제갈천기는 맹에서 불러서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동안 단원들과 더불어 풍운장원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부족함 없이 대접을 받았으니 단원들도 그다지 불만이 없었다. 특히 장원의 요리는 정말 대단했다. 구룡단원으로서 온갖 음식을 다 먹어보았지만 풍운장원만큼 맛있는 곳은 드물었다.

 

단원들이 만족한 것과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바늘방석 같았던 제갈천기는 부쩍 수척해져 있었다. 방에서 별로 나가지도 않고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한 그는 무척이나 날카로워져 있었다.

 

팽세기와 이자성, 혁천기는 은근히 무거운 분위기에서 서로 소곤거렸다.

 

‘단주님이 요즘 너무 날카로우신데?’

 

‘그러게 말이야. 전에도 말 붙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더 심각한 것 같아.’

 

‘여기 정말 편했는데…….’

 

‘그렇지. 언제 다시 한 번 와야겠다.’

 

구룡단원들의 말을 제갈천기가 들었다면 경기를 일으켰을지 모른다.

 

 

 

그날 제갈천기는 천악의 배웅을 받으며 무림맹으로 떠났다. 제갈천기는 떠나면서 다시 풍운장원을 돌아보았다. 언제든 풍운이 일어날 장소였고, 괴물이 숨 쉬고 있는 곳이었다. 이 사실을 무림맹에 알려야 하겠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은 물론 제갈세가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휴! 이 나이 먹고 마음고생을 해야 하니 절로 늙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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