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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6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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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61화

천마 (2)

 

 

당가의 암기나 중원의 암기들의 특징은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데 있었다. 화약을 다루니 폭발력을 집중시켜 단번에 발사시키는 원리를 사용하지만, 일단 사용하고 난 후 더는 쓸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위력이 강하더라도 상대방이 더 강하거나 숫자가 많으면 결국에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당한철은 암기의 지속성을 유지시키고 위력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느라 고심하고 있었다.

 

당한철의 눈썰미는 보통이 아니었다. 이미 천악이 마정석을 놓을 자리까지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미리 다 계산하고 부탁을 한 것이었다.

 

천악은 당한철의 속셈을 알지만 모른 척 눈감아주었다.

 

마정석을 설치하고 난 후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진을 그리는 데 손가락을 사용했다. 손가락 끝에 기를 집중하자 파란 기운이 날카롭게 빛을 뿜어내었다.

 

‘수강을 저렇게 미세하게 조절하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검강보다 더 대단한 게 바로 수강이었다. 손으로 만들어낸 강기는 퍼지는 경향이 있었다. 흩어지는 성질의 강기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정확하게 운용하는 자야말로 초고수라고 불리고 있었다.

 

당한철은 무공이 낮지만 보는 안목마저 낮은 것은 아니었다. 천악의 실력이 이미 절대지존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가 내에서도 태상가주님 이외에는 적수가 없겠어.’

 

아직 당한철은 태상가주인 천수암제 당지독이 천악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만약 알았다면 놀라서 까무러쳤을 것이다.

 

설치를 끝내고 천악은 한번 들어보았다. 생각보다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암기의 성질은 가볍고 착용이 간단해야 했다. 남이 모를 때 갑작스럽게 공격해야 하는 것이 암기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경량화 마법을 걸어주지.’

 

당한철이 만드는 것은 암기보다는 기병(奇兵)에 가까웠다. 일단 크기부터가 암기로는 부적절했다. 시험단계이기에 여러 차례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천악이 경량화 마법을 걸어주고 나자 무게가 전보다 10분의 1로 줄어버렸다. 당한철은 천악이 장치를 자신에게 던져주는 것을 보고 경악했는데, 오히려 물건을 받다가 더 놀라고 있었다.

 

“가…볍다! 이,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은 열망이 꿈틀거렸지만 방법이 없기에 놀라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것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 생각이니 내 설명을 듣고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해 줬으면 한다.”

 

“물론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천악의 바이킹에 배를 달기 전에 만들어야 하는 뼈대에 대해 당한철에게 말해 보았다.

 

사실 천악이 바이킹에 대해 아는 것은 그저 몇 번 타본 것이 전부였다. 즉, 내부구조까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런 세세한 일을 해주는 사람이 당한철이었다. 그게 아니면 필요 없는 사람이니 진작 당가로 쫓아버렸을 것이다.

 

“정말 역발상의 기재시군요. 좌우로 반복하는 배라……!”

 

이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 당가에서도 기문진법을 연구하는데 거대한 도끼를 동굴의 내부에 설치한 적이 있었다. 침입자에게 한 방 먹이려고 만드는 원리와 같지만 조금 달랐다. 도끼는 한 번으로 끝이 나지만 이것은 왕복이었다.

 

“배의 무게에 따라 강도를 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간단한 것이 더 어려운 법입니다. 계속 사용하려면 그 강도가 묵철 정도는 되어야 할 겁니다.”

 

“괜찮아. 배는 내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배에도 경량화 마법을 걸어버리면 무게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당한철도 좀 전에 경험해 보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 좀 해보고 만들 수 있도록 재료를 선별해라.”

 

“알겠습니다.”

 

천악은 일을 내던지고 밖으로 나갔다. 솔직히 천악이 고민해 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중에 그 구조와 원리를 파악하면 그만이었다.

 

이것이 풍운랜드의 시작이었다. 하나가 만들어지고 나서 나중에는 여러 개가 만들어질 것이다.

 

천악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중간지점에서 금은혜가 찾아왔다. 며칠 동안 금천상가에 일이 있었는지 보이지 않다가 지금 나타난 것이다.

 

“오라버니!”

 

“왔냐?”

 

“왔냐가 뭐예요? 좀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원래 이게 내 성격이다.”

 

무뚝뚝한 게 매력인 천악이었다.

 

금은혜는 유리창에 대한 것 때문에 몇 번이나 천악에게 부탁을 한 상태였다.

 

“유리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지?”

 

“그래요. 물론 공짜는 아니에요. 수익률의 1할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쁘지는 않군.”

 

“그런데 집이 참 엄청나네요.”

 

“그렇지?”

 

금은혜가 보기에 천악이 만들어놓은 집은 상상 속에나 나올법한 대단한 집이었다. 전체적인 균형과 더불어서 맨 위에 설치된 정원까지……. 이런 집은 아마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내일이면 완성이 된다. 그때에 나도 이곳으로 방을 옮길 거다.”

 

“제 방도 여기에 있나요?”

 

“남는 게 방이다.”

 

“그럼 저도 들어와도 되죠?”

 

“맘대로 해라.”

 

천악이 방으로 가는 동안에도 금은혜가 따라붙었다.

 

 

 

풍운장원의 별채엔 여인이 한 명 더 거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지낭 제갈지였다. 그녀는 구룡단주 제갈천기와 청풍과 같이 무림맹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여기 남아 있는 상태였다.

 

비무대회가 끝이 나고 무당일검 청풍은 폐관수련에 들어가 버렸다. 그는 그날 받은 시련으로 인해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풍운장원에 남은 제갈지도 천악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풍운장원은 신비함 그 자체였다. 생전 처음 보는 기물들과 건축물들에 이어서 새로운 물품까지 척척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제갈세가는 예로부터 호기심이 대단했다. 그녀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천악과 잘 지내야 한다는 것에 유념하고 있었다.

 

제갈지는 풍운장원에서 천악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였다. 자신의 외모가 금은혜나 남궁태희보다 떨어지고, 배경도 그녀들이 자신보다 좋았다. 그렇다고 지혜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천악이 아니었다. 머리로 상대할수록 천악과는 멀어지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제갈지였다. 그래서 그녀는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갈지가 천악에게 향하는 데 천악과 금은혜가 서로 대화하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걸어서 천악에게 갔다.

 

“천악 오라버니!”

 

“왜?”

 

돌아오는 대답은 짧았다. 그것이 일반적이었다. 금은혜가 도끼눈을 뜨며 째려보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같이 대화하고 싶어서요.”

 

“천악 오라버니는 나하고 사업상 의논할 게 있어요. 그러니 제갈 소저는 좀 비켜주시죠.”

 

“은혜 말이 맞다. 그러니 다음에 말을 하도록.”

 

쓸데없는 대화를 하는 것보다는 금은혜의 말이 먼저였다. 금은혜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천악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제갈지는 말을 더 이어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서야 했다. 실수였다. 막상 ‘왜?’라고 물어보자 대답할 말이 없어서 궁색한 말을 한 것이 실수였다. 천악과 같이 방으로 가는 금은혜가 제갈지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부르르르!

 

‘다음번에는 이렇게 당하지 않는다.’

 

지낭으로 이름 떨치던 자신이었지만 이번에 그녀는 금은혜에게 한 방 먹었다. 또한 천악이 자신보다 금은혜를 더 편히 여기는 것도 문제였다.

 

* * *

 

중원에서 단일무력단체로 최강이라고 불리는 곳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한 곳을 꼽는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모든 무인들이 그 단체를 두려워하고 배척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기는 했다. 그곳이 바로 마교, 그들끼리는 천마신교(天魔神敎)라고 하였다.

 

이들은 성화(聖火)라고 하는 불을 숭상하며 깨끗하고 순수한 이념을 숭배했으며 중원에 들어오기 전부터 조로아스터교, 혹은 배화교(拜火敎)라고 불렸다. 그러나 교리의 이질성과 다른 민족에게서 나온 종파라고 하여 오랜 시간 중원에서의 탄압이 거셌다.

 

그 이유로 마교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수적으로 훨씬 밀리는 마교는 중원무림에 의해 많은 피해를 당했고 원한이 쌓여갔다. 이때부터였다. 고수가 부족해지고 사람이 죽어가기 시작하자 마공(魔功)이라는 새로운 무공을 탄생시켜야 했다.

 

마공은 내공을 쌓는 기간이 빠르며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적으로 밀리는 가운데 마공을 연성한 고수들이 탄생하자 정파무림은 도리어 당황했고, 두 세력이 부딪치자 양측 다 많은 피해를 내야 했다.

 

마공을 본격적으로 연성한 이후부터 마교의 성질이 변했다. 처음의 숭고한 정신보다 강자지존의 율법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마공은 그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마공의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공을 얻어 순식간에 고수가 되기는 하지만 피를 갈구하거나 마공의 금단증세로 인해 많은 마인들이 고통 속에 죽어야 했다. 그렇지만 마공을 폐할 수도 없었다. 마공이 가진 강인한 파괴력과 더불어 압박해 오는 정파무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마공이 필요했던 것이다.

 

2백 년이 되는 시간 동안 마공을 연성한 고수들은 고통 속에 죽어나갔다. 그런데 그 이후 마교 최강의 고수가 탄생했다. 모든 마공을 정점으로 수련한 그는 마공의 피해를 완전히 탈바꿈시켜버릴 수 있는 무공을 만들어냈다. 그는 바로 교주가 되었으며 자신을 천마(天魔)라고 부르게 하였다. 즉, 천마의 시작은 마교가 처음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마교가 들어오고 2백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다음에 탄생을 한 것이다.

 

역대로 천마는 천하제일강자였다. 그가 펼치는 한 수 한 수에 정파무림의 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당시에 천마는 파죽지세로 중원을 유리했지만 정파 내 숨겨진 기인들의 저력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온 두 세력의 전쟁은 서로에 대한 원한을 증폭시켰지만 한편으로 지치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였다. 몇백 년이나 흐르는 시간 동안 죽은 원혼들이 사무치기는 하지만 계속되는 소모전으로 인해 정마는 결국 휴전을 하였다.

 

그 후, 소규모의 전투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대대적인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백 년이 흘러갔고,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마교의 힘이 점점 강해져 이제는 무림을 장악하려고 한 것이다. 그때 벌어진 것이 바로 정마혈류대전(正魔血流大戰)이었다.

 

대전은 잔인했다. 수많은 무인들이 죽어나갔고,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물을 이루어 대해(大海)가 되었다. 3백 년 동안에 세 차례의 대전이 벌어졌다.

 

마교의 무인들이 죽은 것보다 정파무인들이 더 많이 죽어갔지만 결국에는 양패구상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마교가 물러났다고 봐야 했다. 마교가 자신들의 요새인 신강의 천산산맥으로 돌아갔기에 정파무인들이 더는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곳은 천애의 요새로, 수가 아무리 많아도 힘들었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공격하다가는 정파무림이 완전히 붕괴해 버릴 수 있었다.

 

그 이후 긴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중원은 평화의 시대였다. 당대의 교주인 천마 곽천진이 무림맹과 휴전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50년 동안 마교는 정파무림과 분쟁이 없었다.

 

곽천진은 전대의 천마들과 다르게 호전적이지 않았다. 그는 전쟁보다는 마교의 내실과 평화를 추구했다.

 

마교 내에 불만세력들이 없을 수 없었지만 그의 결정을 거부할 존재는 없었다. 지금 시대의 교주인 천마 곽천진은 초대 천마를 능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초강자로, 역대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천마신공(天魔神功)을 대성한 초극의 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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