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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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59화
괴물 VS 괴물 (3)
당지독이 무영의 신체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건 뭐 징그러울 정도로 재생력이 뛰어나네.”
“어차피 다시 재생한다고 해도 이놈은 전처럼 사고(思考)를 할 순 없을 겁니다.”
“하긴 머리가 완전히 터졌는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이상하겠지.”
“그런데 이놈의 최근 목표가 저 말고도 천마를 죽이는 거라고 하던데……?”
당지독은 천악의 말에 기겁을 했다. 천마는 괜히 천마의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강호제일무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정파무림의 기세가 더 강해 보여서 태극검성 현도진인이 천하제일무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천마가 더 강했다.
천마를 젊은 시절 당지독은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 당지독은 천마의 천마검(天魔劍)에 죽을 뻔했다. 정확하게 3합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당지독은 정말 된통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나마 지금의 천마가 피를 좋아하는 무인이 아니라서 평온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 그가 만약 칼을 뽑았으면 지금의 평화도 금방 깨질 것이다. 아무리 지금 같은 오천존에 들고 있다지만 천마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무인이었다.
“이놈들 정말 미친놈들이군.”
무영의 실력을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마교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철저히 약육강식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그 삼엄한 곳에서 천마를 죽인다는 것은 살아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악은 이놈들 뜻대로 천마가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다. 몇 번이나 자신을 귀찮게 한 놈들이 잘되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었다.
“천마가 마교에 있다면 아무도 건드릴 수 없네. 아니, 혼자 있다고 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천마를 건드릴 간 큰 놈은 없을 거네!”
당지독의 말은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천악이 강하다는 것을 알지만 천마도 강했다. 더군다나 천마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를 감싸고 있는 아홉 명의 마왕들이 있었다. 구겁마왕(久劫魔王)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강호십대고수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십대고수에 필적할 만한 고수들이었다.
강호 전체의 숫자를 보면 마교의 수가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수의 질적인 측면에서 마교는 단연 최강이었다. 단일무력단체로 마교와 정면충돌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죽어가면서 자네에게 복수한답시고 이상한 말을 한 것이 분명해.”
“그럴까요?”
천악은 아니라고 보았다. 자신의 마법이 어느 정도 먹힌 상태였다. 비록 마지막에 금제의 힘이 더 강해져서 무영의 머리가 터지기는 했지만 거짓을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어쩔 셈이냐? 네가 마교에 가서 천마가 위험하다고 할 거냐? 그런다고 마교 놈들이 얼씨구나 하고 고마워하겠냐?”
“그건 아니겠죠.”
그런 말을 하면 마교 놈들이 천악을 미친놈 취급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교주를 모독했다고 방방 뛰며 귀찮게 할 것이 분명했다. 천악도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여기서 포기해야 했다.
‘다음번에도 귀찮게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 천악이 일일이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죽은 무영의 시체는 계속 살아 움직이듯이 재생을 하고 있었다. 당지독은 정말 오랜만에 좋은 실험체를 보는 것 같았다.
“천악아, 이거 나 주면 안 되냐?”
“시체는 뭐 하시게요?”
“실험을 하고 싶어서 말이지.”
“맘대로 하십시오.”
이미 죽은 놈이니 그 시체를 가지고 무엇을 하든 상관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보다 이놈한테 전에 나한테 했던 그 힐링이라는 것 좀 해주면 안 되냐?”
-힐링(치료 마법)!
순백의 빛이 무영의 신체를 감싸자 금세 상처들이 아물었다. 용혈은 힐링의 기운을 만나자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어느새 머리통이 재생이 되더니 몸에 난 상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영의 신체가 빨리 아무는 이유는 천악이 사용한 야수의 인을 거두어들였기 때문이다. 야수의 인에 당한 상처는 날카로운 예기를 가지고 있기에 쉽게 아물지 않는다.
‘하하하! 이놈을 내 천독강시로 만들어봐야지.’
당문의 독술은 하루아침에 발전한 것이 아니었다. 당문은 정파이기는 하지만 실험을 위해서 시체들을 사들였고, 수많은 독실험 중 특이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었다. 즉, 죽은 시체가 살아서 움직인 경우였다. 살아서 움직인 시체는 독기를 뿜어내었고, 그로 인해 당문에 사상자가 무려 1백 명이나 났다.
간신히 시체를 제압한 당가 사람들은 시체를 연구했다. 그 결과 우연하게 천독강시(天毒彊屍)라는 무서운 독강시를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 230년 전에 발견된 천독강시의 연구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것을 당가가 만들지 못했다.
정말 우연하게 만들어진 시체의 특징은 탁월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독강시는 재생력과 더불어 독에 대한 저항력까지 구비해야 한다. 그런 시체를 찾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정파무림이었던 사천 당가에서 강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명분을 더럽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여태까지 사장(死藏)이 되었다.
오랜 기간 사장되었던 천독강시를 당지독이 만들어볼 생각인 것이다. 천독강시로 무영의 시체가 딱 적합했다. 저 엄청난 재생력에다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고수의 몸이니 독에도 저항력이 강할 것이다. 이것보다 좋은 실험체는 없었다.
머리가 터져서 뇌가 빈 상태니 완전히 백지의 인간이었다. 무영이라고 볼 수 없으니 이성이 생길 리 없었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
천악은 풍운장원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 * *
그 시각, 교주 담천휘는 밝게 빛나던 다섯 개의 구슬 중 하나가 꺼진 것을 발견했다.
다섯 개의 구슬은 교주인 자신이 직접 키운 제자들의 생명력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의 불이 꺼지고 빛을 잃었다. 그렇다는 것은 제자 중 한 명이 죽었다는 소리.
씨익!
담천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태껏 중원에 존재하는 무인들을 경시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제자들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옛날 그가 중원에서 활동할 당시에 일초지적이 된 무인들이 없었다. 단 한 수면 한 줌의 핏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재미가 없어진 이후 제자를 두었고 지금까지 중원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담천휘는 활기를 찾고 있었다. 오랜만에 여흥거리가 생긴 것이다.
‘무영을 이긴 정도로는 아직 모자라겠지. 우선은 지켜봐 주마.’
다섯 명의 제자는 순전히 자신의 상대가 될지 가늠해 보기 위한 장치였다. 일부러 서열을 두어 실력의 격차가 나도록 가르친 것도 계산된 것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적수가 없는 절대자의 공허함을 느낀 그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가 만족할 만한 먹이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움직일 것이다. 상대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도 절대자의 배려였다.
‘어디 내가 키워놓은 아이들과 상대해 보도록 해라.’
지금까지 우연이지만 계속 충돌을 일으켰으니 교의 장로들이나 자신의 제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중에 놈이 살아 있으면 그때 직접 손을 쓰면 그만이었다.
방문 뒤에 한 명의 청년이 서 있었다.
“들어와라.”
교주 담천휘가 들어오라고 하자 방문을 열고 들어온 청년이 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감히 올려다보지 못하는 지고의 위치에 있는 교주였다.
“무슨 일이냐?”
“이제가 제게 부탁을 해왔습니다.”
청년은 교주의 말을 듣기 위해 말을 끊었다.
“말해라.”
“천마를 죽여달라고 했습니다. 삼제와 사제를 보내도 되겠습니까?”
청년은 무서운 말을 하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를 죽이는 일에 고작 두 명의 무인으로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미친놈 취급하겠지만 교주 다먼휘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네 맘대로 하거라. 너도 엄연히 다음 대를 이끌어갈 무인이다. 그 정도의 권한은 있으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청년은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대답을 했다.
“교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가 보거라.”
“알겠습니다, 교주님.”
청년은 천천히 일어나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담천휘는 마교에 보내진 두 번째 제자를 생각했다. 그놈은 유난히 욕심이 많은 녀석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대 교주 자리엔 첫째가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그놈은 마교에 남아 있었다.
마교에 가겠다고 한 순간부터 담천휘는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재밌군.’
* * *
무영과 현위양의 대결이 있은 후 남궁세가는 닷새 만에 비무대회를 다시 개최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비무대회였기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지만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려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비무대회에 몰렸다. 예상하지 못한 황당한 일이었다. 무인들은 무공대결 못지않게 강자에 대한 호승심이 대단했다. 과연 소문처럼 풍운마룡 군천악이 그렇게 강한지 확인하려는 무인들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군천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저마다 수군거렸다.
“도대체 왜 풍운마룡이 안 보이는 거야?”
“낸들 아나? 남궁세가나 풍운마룡만이 알겠지.”
남궁세가에서 그에 대한 공식적인 회견이 열렸다.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검왕 남궁장천이 말을 하자 사람들이 모두 수긍하는 듯했다. 그 당시에 있었던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었다.
“군천악은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요. 내상을 입은 상태로 나오려고 했지만 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기권을 했소!”
고수와 고수 간의 대결에서 보이지 않는 내상을 당하는 것은 비일비재했다. 그렇기에 아쉽지만 무인들도 수긍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남궁장천의 말을 믿지 못한 자들이 풍운장원에 직접 찾아가서 확인을 하고 다시 남궁세가에 따지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풍운마룡은 멀쩡하게 돌아다니던데 왜 기권한 것이오? 정말 내상이란 말이오?”
“내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오. 그런 상식적인 것도 모르오? 거동을 할 수는 있지만 내상이 있는 상태로 무공을 선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 줄 알면서 그런 말을 하시오? 상식 없는 무인들은 모두 나가시오!”
이들은 풍운장원에서 천악이 건축 관리를 하며 발 빠르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것이다.
하지만 남궁세가는 끝까지 우겨야 했다.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지들이 우기는데 어쩔 거야?’라는 심산이었다. 막무가내지만 더는 따지지 못한 무인들은 화도 내지 못하고 밖으로 내쫓겨야 했다.
소문을 듣고 온 무인들은 그날의 일이 뻥이라는 식으로 의견을 몰고 가기 시작했다. 그저 남궁세가가 대회의 규모를 늘리기 위한 수작이라며 말이다. 그로 인해 풍운마룡의 실력이 갑작스럽게 격하되어버렸다.
“풍운마룡의 무위가 오천존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말도 안 되는 거짓일 것이다.”
직접 본 무인들이 다시 아니라고 했지만 대중의 의견이 한번 쏠리기 시작하자 너무 쉽게 풍운마룡의 존재가 사그라졌다. 소문의 경우 안 좋은 소문일수록 더 빨리 전달되는 속성이 있었다.
8강전이 끝나고 나자 남은 무인은 세 명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여인이었다. 보통의 여인이 아니라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빙화 남궁태희라는 것이 무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궁태희가 주목을 끄는 것은 아름다움뿐 아니라 무공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에 있었다.
남궁태희에게 수백 명의 사내들이 열렬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어느새 남궁태희의 손짓 하나에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또한 그와 반대로 여인들의 환호성도 있었다. 그 대상은 바로 임풍옥수이자 무당일검 청풍이었다. 청풍의 환한 얼굴과 무위가 뭇 여인들의 애간장을 타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 둘이 4강전을 펼치게 되었다. 원래라면 4강전에선 군천악과 청풍이 붙는 것이지만 군천악이 기권하면서 대전이 변형되었다.
청풍은 솔직히 사흘 전에 기권할까도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자신은 바로 앞에서 천악의 기운을 본 사람이었다. 그런 괴물 같은 놈이 자신의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그 전날 무모하게 놈 앞에서 헛소리 한 것을 생각하면 자신의 입을 꿰매고 싶을 정도였다.
‘됐어. 어차피 놈은 기권했다. 우승하면 내가 주인공이 되는 거야.’
천악의 광폭하고 잔인한 장면을 생각할수록 그 압도적인 공포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니 그를 옥죄고 있었던 지옥 같은 족쇄가 기권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청풍은 기뻐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그런 해방감을 맞이하고 오늘 자신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남궁태희와 대전하게 되었다. 오늘 그녀를 꺾고 나서 당당하게 남궁태희에게 청혼할 것이다. 이런 비무대회에서 청혼을 하게 되면 남궁태희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오늘 반드시 그녀의 자존심을 꺾고 내 여인으로 만들리라!’
그러나 청풍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검왕 남궁장천 다음으로 가장 강한 무인이 바로 남궁태희였다. 차기 검후라는 소리가 세가 내에 돌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4강전을 시작하겠다는 말이 들리자 비무대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대치가 정반대였다. 사내들과 여인들이 서로의 응원대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청풍님, 이기세요.”
“청풍님, 이기면 제가 좋은 것 드리겠어요.”
사내들 대부분이 여인들의 말에 기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사내들이 그런 말을 한 여인들을 보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얼굴이 정말 사람 얼굴이 아니었다. 일명 권격(拳擊)을 부르는 얼굴들이었다.
‘저, 저, 저…저런 상판을 가지고 어디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무당일검이 들었다간 바로 기권하겠다.’
사내들이 야유를 보낼 때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빙화닷!”
“무당일검이닷!”
둘이 비무대 위에 올라가자 응원은 더 거세지고 있었다.
청풍은 당연하다는 듯이 올라갔고 반대로 남궁태희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궁 소저, 공명정대한 대결이 되도록 합시다.”
“물론이에요. 저도 최선을 다하겠어요.”
서로 인사를 하고 기수식을 취했다. 둘 다 명문의 검을 이어받았기에 검에 대한 예의를 차렸다.
무당일검 청풍이 태극신공을 끌어올려 검을 출수했고, 남궁태희 역시 창궁무애심법을 끌어올려 검을 출수했다.
둘의 검이 부딪치고 수십여 초식이 지나가자 청풍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허억!”
남궁태희는 검이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며 맥을 끊어버리고 있었다.
남궁태희의 검은 거대한 기운을 담아 자유롭게 펼치고 있었다. 검의 자유로움이 강해질수록 청풍의 검은 어색하며 작아졌다.
‘강하다!’
여인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기 위해 태극신공을 끌어올렸고, 절초라 불리는 태극혜검의 칠성회두(七星廻頭)까지 펼쳤다. 그러나 무당의 궁극검법오의 중 하나인 태극혜검을 펼치고도 남궁태희가 펼치는 창궁무애검법의 끝이 없는 기운에 모두 막혀버렸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응원하는 양측 무인들의 심정은 상반되었고 서로 격해지기까지 하고 있었다.
“검후가 강림했다.”
“안 돼! 풍님을 내버려둬.”
“저런 못생긴 년이 어디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닥쳐! 돼지 같은 면상으로 돌아다니지 마라. 확 따서 제사상에 올려버리고 싶으니까.”
못생겼다는 사내들의 말에 여인들의 대꾸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의 여인들이 아닌 무공을 익힌 여인들이라 말투도 거칠었다.
“크앗!”
남궁태희의 검이 청풍의 검막을 뚫고 들어와 왼쪽 어깨를 베어냈다. 청풍이 단발마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지만 남궁태희의 검 역시 따라 붙었다.
청풍은 그 뒤로 계속 밀리다가 결국에 무릎을 꿇었다.
“졌소이다.”
“좋은 비무였어요.”
청풍의 고개가 한없이 숙여졌다. 이상형의 여인에게 지고 나니 가슴이 다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이건 천악에게 받은 충격보다 크면 컸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는 사람이 많으니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고 무대를 내려갔다. 그 모습에 여인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토했고, 사내들은 꼴 좋다는 표정들이었다.
남궁태희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러함에도 비무대회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남궁혁성이었다.
남궁세가 내에서 가주 취임식 겸 우승자가 되어야 남궁세가의 위엄이 산다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남궁태희도 세가의 결정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세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2시진 후에 있을 비무대회에서 남궁혁성과 남궁태희는 서로의 실력을 뽐내었지만 근소하게 남궁혁성이 이기는 결과가 되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맞물린 상황이었지만 검룡 남궁혁성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검에서 마지막에 미흡하지만 검강이 뿜어져 나오자 환호성이 터졌다.
남궁혁성이 마지막으로 비무대회의 폐막식을 장식하자 대회는 끝이 났다. 탈도 많았던 대회였지만 ‘과연 남궁세가!’라는 평가를 다시 한 번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