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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5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57화

괴물 VS 괴물 (1)

 

 

16강전이 시작되었다. 하루에 두 번 대결을 치러 4강이 결정되는 날이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나 남궁세가에 모인 무인들 모두 들떠 있었다. 4강에 든다는 것은 비무대회 우승이 바로 코앞이라는 얘기였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 누가 이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승자에게 돈을 건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을 건 상대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검룡 남궁혁성이 되지 않을까?”

 

“무당일검 청풍도 못지않다고.”

 

“난 개인적으로 빙화 남궁태희가 이겼으면 좋겠는데.”

 

비무대의 관중석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음식장사는 한때였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상인들의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만두 사려!”

 

“여기 만두 1인분, 아니 3인분 줘!”

 

“철전 스무 개입니다.”

 

16강전은 금세 끝이 났다. 예상대로 검룡 남궁혁성, 빙화 남궁태희, 무당일검 청풍이 8강에 들었다. 또한 예상과는 다르게 8강에 든 인물들도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풍운마룡 군천악과 삼양문의 일검섬혈 현위양이었다.

 

‘일검섬혈’은 번개 같은 검법과 동시에 상대방이 핏물로 목욕을 한 것처럼 쓰러졌기에 붙여진 섬뜩한 별호였다.

 

8강 상대로 붙게 된 풍운마룡 군천악은 16강의 대전상대였던 비룡검 강일낙을 어이없게 이기는 바람에 실력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할 수 없었다.

 

오전에 16강전이 펼쳐졌다. 잠시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고 난 후 바로 8강의 첫 시합이 시작되었다.

 

풍운마룡 군천악과 일검섬혈 현위양이었다. 의외의 8강 진출자들의 접전이었기에 다른 경기들보다 환호성이 적었다.

 

현위양이 먼저 올라가고 그 뒤를 이어 군천악이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비무대 위에 선 군천악이 먼저 말을 이었다.

 

“네놈은 진짜 현위양인가?”

 

“내 이름은 무영이다. 교주님의 다섯 번째 제자지.”

 

상대방에게 비밀을 말해 주어도 상관없다 생각한 무영이었다. 천악이 자신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오늘 자신의 검에 죽을 놈이 비밀을 한 조각이나마 안다고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천악은 생각했던 놈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번이나 자신을 귀찮게 했던 놈들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죽음의 금제까지 서슴없이 하던 놈들 아닌가. 그 집요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네놈이 말하는 교의 정체가 무엇이냐?”

 

“어허,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는군. 하지만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더 듣고 싶다면 나를 이겨봐라!”

 

“그 말을 기다렸다. 실토하도록 해주지.”

 

“할 수 있으면 해봐라!”

 

천악은 여전히 침착했다. 상대를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흥분을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흥분은 실수를 낳고, 실수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기회를 상대방에게 제공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혈검마 무영이 자신의 검인 천혈검(天血劍)을 뽑아 들었다. 천혈검은 천 명의 피를 머금고 태어났다고 해서 붙여진 마검이었다. 검 자체가 발하는 혈기만으로 검을 쥔 사람의 심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엄청난 검이었다.

 

그런 마검을 쥔 무영도 잔인한 혈기를 번뜩였다. 숨 막히는 예기가 뻗어나가 천악의 전신을 낭자하듯이 지나갔다.

 

휘이이익! 차차착!

 

대기 중에 서로의 기운이 맞닿으면서 기파끼리 충돌을 일으켰다. 가만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돌풍이 불고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세가 점점 강해졌다. 작은 돌풍이 거대한 폭풍이 되어 회오리처럼 휘몰아치자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까지 그 충격을 느껴야 했다.

 

“으으으윽!”

 

풍압으로 인해 보통 사람들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어, 엄청난 기운이닷!”

 

“도, 도저히 여기 모, 못 있겠어.”

 

무인들이 아니고는 버티기 힘들었다. 천악과 무영이 펼치는 기풍(氣風)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람하던 일반인들은 뒤로 물러서야 했다.

 

남궁장천과 더불어 오대세가와 명문정파의 고수들조차 그 기운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파만으로 이 정도라면 충돌이 일어나면 그 기운 안에 있는 자들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사람의 기운이 아니다!’

 

특히 청풍이 느끼는 좌절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또래에 가질 수 없는 실력을 가졌다는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니다, 나는 무당일검 청풍이다. 이 정도에 지지 않는다.”

 

남궁장천은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즉시 소리를 질렀다. 음성에 내공을 실어 모두에게 전달을 하였다.

 

“무공을 모르는 자는 즉시 관람석에서 물러나시오! 자칫 죽을 수 있소. 무인들도 내공을 운용해서 기의 충돌에 대비하도록 하시오.”

 

천악이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쉽게 끝이 날 줄 알았건만 상대하는 현위양도 굉장한 실력자였다. 예상보다 더 뛰어날지도 몰랐다.

 

남궁혁성과 남궁태희, 그 옆으로 금은혜, 제갈천기, 제갈지 역시 놀라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험했다. 절대고수들 간의 대결을 보는 것이야말로 모든 무인들이 바라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기파에 잘못 들어가는 순간 절대경지에 대한 구경은커녕 바로 지옥구경을 할 수도 있었다.

 

무영이 천혈검을 들어 천악을 겨누며 한마디 말을 던졌다.

 

“나의 원래 검법은 지옥검법(地獄劍法)이었다. 하지만 실전을 치르면서 깨달았지. 그저 잘 휘두를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최강의 검법이라고 말이야.”

 

유형의 틀을 깨고 무형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었다. 즉, 무공에 대한 이해가 극에 이르러 새로운 검을 탄생시킬 수 있는 대종사의 반열에 들어야만 가능한 경지였다.

 

“그 말은 인정한다.”

 

천악도 거창한 검법이나 초식의 이름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권을 내지름에 있어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를 죽일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강한 권이었다.

 

“내가 먼저 할까, 네가 먼저 할래?”

 

“…….”

 

천악은 이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결이 시작된 상황에서 상대와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그저 지금부터 철저하게 상대를 말살시켜버리면 그만이었다.

 

천악이 야수의 인을 발동시켰다. 전처럼 차갑고 무감정한 기운이 아니었다. 기운을 드러내자 거침없이 야수의 기운을 뿜어내었다.

 

“흐흐흐! 그렇지, 대결에 말은 필요 없지.”

 

무영이 먼저 천혈검을 들어올린 채 천악을 향해 달려왔다. 2장의 거리를 격하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무영의 검에서 빛살처럼 빠른 섬광이 뻗어나갔다. 섬광이지만 검에 유형화된 기운은 무형의 검강이었다.

 

파파팟! 꽈과광!

 

모든 무인들이 지금의 공격이 일 검으로 보였겠지만 무영의 검에서 펼쳐진 것은 열 가닥의 검강이었다.

 

천악의 야수안이 발동되자 초현섬공(初弦閃功)과 같은 검강의 궤적이 눈에 들어왔다. 정면으로 날아온 검강을 주먹으로 부숴버렸다. 비무대 위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조리 다 날아가 버렸다.

 

무영은 지금의 공격으로 끝을 낼 생각이 없었다. 그 즉시 다시 한 번 검강의 덩어리, 즉 검환(劍丸)을 중첩했다.

 

검환의 크기에 따라 집중력과 경지의 차이가 보이게 된다. 보통 구슬만 한 검환이라고 해도 3장 안으로 초토화시켜버릴 수 있었다.

 

그런 검환을 자유자재로 중첩과 확장을 시킨 무영의 경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무영은 검환을 형성해 다시 한 번 천악을 향해 날렸다.

 

검환과 부딪치면 그 즉시 무엇이든 소멸되어버린다. 그것이 강호의 일반상식이었다.

 

차아아악!

 

사람 몸통만 한 검환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었다. 천악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야수의 발톱이 검환을 찢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무영이 자리한 곳까지 다섯 조각으로 움푹 패어버렸다.

 

연무장의 한쪽 면이 완전히 갈라져버린 것도 모라자서 관중석까지 충격이 갔다. 그 자리에 있었던 무인들까지 충격을 입었다. 천악이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모조리 육편이 되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으으으! 피해랏!”

 

두 괴물이 충돌한 충격이 상상 이상이었다. 관람석의 무인들 중 대부분이 뒤로 몸을 뺐다.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자칫 저세상 구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고 있던 무인들 모두 입을 떠억 벌렸다. 사람의 대결이 아닌 것 같았다. 단 두 번의 충돌 결과, 비무대가 완전 박살나고 관람석이 텅 비어버렸다. 사람들 모두 안전한 곳까지 물러서야 했다.

 

그 중에서 일정수준의 고수들이 느낀 충격은 보통의 무인들이나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보다 더 컸다.

 

지금 선보인 무영의 공격은 자신들로서는 꿈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검환이었다. 검환이 무엇인가. 검의 기운을 한 점에 집중시켜 유형의 덩어리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화경의 극에 이르러야 가능하며, 저 정도로 큰 기 덩어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경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천악은 그런 검환을 손으로 갈라버렸다. 두 사람 다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현실감이 너무 떨어졌다.

 

무영은 지금 보인 야수의 발톱을 보고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대막의 거대한 바위산의 한 단면이 짐승의 발톱에 찢겨진 것처럼 갈라진 것을 본 적이 있다. 30장에 달하는 거대한 발톱의 흔적은 대막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혈사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였다. 대막에서 그는 혈사신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혈사신의 흔적을 다시 본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천악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무영은 30년 전에 만들어진 혈사신의 흔적이었기에 천악을 그의 제자 정도로 생각하였다.

 

“여기서 혈사신의 후예를 보다니 놀랍군.”

 

천악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무영이 자신의 정체를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정체를 알고 있는 자란 말이지? 그래도 상관없다.’

 

변한 것은 없었다. 그저 생사대결을 벌이는 일만이 남겨져 있을 뿐. 천악이 이번에는 먼저 움직였다.

 

야수의 인이 발동한 장소는 어김없이 다 찢겨져 버렸다. 무영의 동작이 빠르지 않았다면 검으로 막는다고 해도 검과 같이 육편이 되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천악의 일 수가 통하지 않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벌써 세 번이나 연속으로 공격을 했음에도 무영은 잘도 피했다. 무영의 움직임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은밀했다.

 

천악의 공격에 맞서 무영의 검에서도 폭풍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갔다. 순간적으로 360번에 달하는 검강이 휘둘러졌다.

 

사사사사삭! 카카캉!

 

무영의 천혈검이 천악의 야수의 인에 막히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공방전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서 희미한 잔상만이 보일 뿐이었다. 고수들조차 그 움직임의 경로를 보지 못할 정도였다. 일단 움직인 후 소리가 나중에 들릴 정도였다.

 

남궁장천을 비롯한 모든 무인들이 그 광경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세에 다시 볼 수 없는 광경이구나.’

 

 

 

무영의 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영은 자신의 몸이 달아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이 정도였단 말인가?’

 

천혈검이 천악의 손에 닿을수록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탄력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그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났다. 공격을 하거나 천악의 공격을 막는 것으로 인한 충격을 참고 있었던 무영이었다.

 

“윽!”

 

투과과과광!

 

천악은 오랜만에 자신의 공격을 제대로 받아내는 무영의 검법에 흥미가 동했다.

 

한 수의 공격이 끝나고 다시 한 수의 공격이 끝날 때마다 천악은 공격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었다. 일 수 일 수의 공격이 모두 강해지고 있으니 무영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무영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려갔다.

 

‘점점… 강해진다!’

 

초반의 공방전이 무색할 정도로 무영이 밀리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밀려나간 무영은 자존심이 상했다. 천하에 자신을 막을 자는 교주님과 사형들뿐이라는 생각이 무너지고 있었다.

 

무영은 교주의 다섯 번째 제자였다. 가장 마지막에 들어왔지만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이 싫었지만 사형들의 실력은 자신보다 높았다.

 

자괴감을 분출하기 위해서 대막에 가서 피를 맛보았다. 흐르는 피의 양이 늘어날수록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쾌감이 분출되었다. 강자의 피일수록 그런 감정이 더 솟구쳤다.

 

그런데 오늘 강자이기는 하지만 무영이 생각한 강자를 초월한 천악의 모습에 화가 치솟았다. 자신이 힘들게 막고 있음에도 천악의 표정은 처음과 같았다.

 

“이놈! 감히 나를……!”

 

다섯 명의 제자들은 모두 교주에게서 피를 물려받았다. 물론 혈육관계는 아니었다.

 

교주가 준 피는 용의 피[龍血]라고 하였다. 그 피를 먹자 무영은 전보다 수배는 더 강해졌고, 용혈의 신체 용신갑(龍神甲)으로 변할 수 있었다. 어떤 것도 뚫을 수 없는 용신갑의 봉인을 무영이 풀었다.

 

뚜드드득!

 

용신갑으로 변신하면 전신의 피부가 용의 비늘처럼 변하게 된다. 온몸이 딱딱한 비늘로 감싸여 흉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무영의 전투력을 수배는 올려줄 것이다.

 

천악은 무영의 변화를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안의 기운이 동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기분이 묘했다.

 

“크크크! 네놈을 죽인 후 이곳에 있는 놈들까지 모조리 다 죽여버리겠다!”

 

용신갑으로 변하게 되면 가장 먼저 흉폭한 본성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용혈이 가진 광폭한 힘에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디 한번 해봐라.”

 

여전히 천악은 표정이 없었다.

 

뜻하지 않게 몸이 변하게 되었지만 강호에는 상상을 불허하는 기가 막힌 무공들이 즐비했다. 그 특징들을 일일이 다 설명하는 것조차 귀찮은 일이었다. 신체의 변화라고 해서 별다른 것은 없었다. 일순간에 공력의 증진을 위해 합마공(蛤膜功)과 같이 몸을 부풀리는 무공도 있는데, 저런 무공이 없을 리 없었다.

 

“후회하게 해주마!”

 

무영이 한번 움직이자 동작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람소리조차 움직이고 난 후 들릴 정도였다.

 

팟! 꽈과과광!

 

천악의 고개가 옆으로 이동해서 무영이 쏘아 보낸 검탄강(劍彈剛)을 피했다.

 

천악이 피하자 뒤로 향한 검탄강이 폭발을 일으키며 무인들 수십 명이 잔인하게 터져 죽어버렸다.

 

“저…럴 수가!”

 

“모두 피해! 여기 있다가는 죽어!”

 

무영이 계속적으로 검탄강을 날리며 천악에게 말을 걸었다.

 

“네놈이 피할수록 수많은 무인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그래서?”

 

천악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정의감 투철한 영웅이 아니었다. 천악은 오히려 무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했기에 피해를 속출시켰다.

 

무영의 입가에 머문 잔인한 미소가 일그러졌다. 천악의 성격을 너무 경시한 것이다.

 

“역시 혈사신의 피를 이어받은 놈이구나. 좋다!”

 

남궁세가의 비무대와 관중석이 아수라장이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죽지 않으려고 피하던 사람들은 이 자리에 온 것을 후회하며 죽어갔다.

 

“난 분명히 약속했다. 네놈의 피로 비무대를 적셔주겠다고.”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천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무영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빨랐다. 공간의 이동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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