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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5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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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51화

남궁세가의 가주 취임식 (1)

 

 

남궁세가의 가주 취임식과 더불어 벌어지는 비무대회로 인해 안휘성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주 취임식이라는 명분보다 비무대회에 더 열광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강호가 안정되면서 분쟁이 줄고 비무대회가 가진 자들만의 비무대회로 끝이 났기에 실망하는 무림인들이 많았다. 이번에 남궁세가에서는 그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비무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상태였다.

 

비무는 말 그대로 비무였다. 생사를 나누는 것보다 실력을 확인하고 자신의 모자란 점을 발견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비무대회였다.

 

그러나 강호의 역사를 보면 꼭 순수한 열망을 가진 무림인들이 원하는 비무만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비무가 벌어지고 생사대결로 몰아가서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이 바로 문파 간의 실력을 강호 무림에 보여주어서 자신의 문파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과시용 비무였다. 바로 남궁세가가 세가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무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처럼 말이다.

 

남궁세가는 세가가 건재함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가주가 바뀐 것을 대외적으로 알려야 했다. 두 차례나 벌어진 남궁혈사로 인해 남궁세가는 지극히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내적으로 수많은 무인들이 죽어나갔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외적으로 안휘성 내의 지배력에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안휘성 내의 중소문파들에게 남궁세가는 아직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계기가 필요했다.

 

 

 

남궁세가의 가주실.

 

아직 남궁세가의 가주는 남궁장천이었다. 그의 별호가 주는 의미가 너무 컸다. 다음을 이어가기 위해서 남궁혁성은 검왕의 신위에 버금가는 실력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다.

 

남궁장천의 앞에 남궁혁성과 남궁태희가 앉아 있었다. 그는 아들과 딸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래의 후기지수들에 비해 뛰어난 아이들이었고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녀석들이었다.

 

“네 어미가 먼저 가고 나는 한 가지 약속한 것이 있다. 그것이 뭔지 아느냐?”

 

남궁혁성과 남궁태희는 짐작하지 못했다.

 

“말씀해 주십시오.”

 

“바로 가정의 화목이었다. 지금에 와서 나는 확신할 수 있다. 너희들이야말로 내가 살아가는 삶의 버팀목이자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남궁장천의 말에 남궁혁성과 남궁태희는 울컥했다. 언제나 근엄했던 아버지였다. 가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남궁장천도 이제는 말할 수 있었다. 가주로서의 위엄이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인자함을 보여주어도 되는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 남궁장천의 말에 남궁혁성은 장차 가주로서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을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태희와 소희도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

 

남궁세가의 가주 취임식과 비무대회의 전날이었다. 특별한 말보다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버리는 것이 필요했다.

 

“내일 있을 비무대회는 지금과는 다르게 진행이 될 것이다. 너희들도 실력이 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지 뛰어난 무인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알겠느냐?”

 

“물론입니다, 아버지.”

 

“알고 있어요.”

 

비무대회의 경우 무인들의 실력과는 별개로 무인이 가지는 배경에 따라 조를 편성해 대결을 벌이곤 했다. 따라서 중소 문파나 낭인들의 경우 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남궁세가 비무대회에서는 배경보다는 순수한 실력을 우선시하여 조를 짰다. 조 추첨도 무작위로 하게 되어 있어서 실력과 운을 시험하는 대회가 되었다.

 

무인에게 운이 어떻게 실력이 되느냐 하지만 사람마다 가지는 운은 목숨이 오가는 순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천지간에 사람이 사는 운명은 하늘이 정해 주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후다다닥!

 

남궁세가의 가주실 밖에서 시끄럽게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남궁장천은 자식들과 오랜만에 끈끈한 정을 나누는 시간을 방해하며 시끄럽게 하자 검미가 꿈틀거렸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오늘은 귀찮게 하지 말라는 명을 무시한 것이다.

 

“무슨 일이냐?”

 

“가주님,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음, 들어와라.”

 

정의검 이명환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와서는 이번 비무대회에 출전할 사람들이 적혀 있는 명단을 남궁장천에게 보여주었다.

 

남궁장천은 갑작스러운 이명환의 행동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남궁혁성과 남궁태희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건 왜 보여주는가? 아직도 몰려드는 무인들이 많아서 바쁠 텐데 말이야.”

 

“가주님, 여기를 보십시오.”

 

남궁장천이 명단에 적힌 별호와 이름을 보았다.

 

 

 

〈별호:풍운마룡

 

이름:군천악

 

사용 무공:야수권

 

사문:은거기인〉

 

 

 

남궁장천의 표정이 놀람으로 가득했다. 근래에 많이 놀라고 있지만 오늘도 만만치 않게 놀랄 일이 벌어졌다.

 

“그놈이 왜 출전을 하려는 거지?”

 

강호의 일에는 절대 참견하지 않을 것 같은 녀석이었다. 천악의 성격상 무림대회 같은 곳에는 절대 출전하지 않을 듯했다.

 

또한 이번 대회는 남궁세가를 위한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아들과 딸이 출전해서 세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대회였다.

 

남궁혁성과 남궁태희도 믿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큰일났네요.”

 

“첫 판에 천악하고 붙었다가는 창피만 당하다가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초반에 천악과 남궁세가가 붙으면 승패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가주 취임식 겸 비무대회의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남궁세가의 명성이 곤두박질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궁장천의 근엄했던 얼굴이 핼쑥하게 변했다. 이제는 혈광석에 당한 내상도 완전히 나은 상태라서 예전의 모습을 찾고 있었건만 그때보다 더 초췌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이제 와서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겠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출전하려는지 모르겠네요.”

 

정의검 이명환도 군천악에 대해서라면 확실히 알고 있었다. 2차 남궁혈사 때 보여준 그의 압도적인 신위와 잔인할 정도로 광폭한 성정을 말이다. 그런 성정을 알기에 바로 가주실로 달려온 것이다.

 

그가 출전한다면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했다. 누가 그 괴물을 이긴단 말인가! 십대고수가 달려든다고 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놈이 직접 와서 신청한 거냐?”

 

“아닙니다. 대리인을 내세웠습니다.”

 

남궁장천의 머리카락이 금세 흰머리가 급증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천악을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섰다.

 

일이 이렇게 되면 출전하지 말라고 설득한다고 해서 들을 녀석이 아니었다. 일단 하겠다고 하면 하는 성격이었다. 누구 말을 들을 녀석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

 

남궁장천의 말에 남궁혁성과 남궁태희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하니 알아들을 리가 없지 않은가.

 

“우승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너희들도 알겠지?”

 

이미 우승은 포기했다. 남궁장천 본인이 출전을 해도 이번 비무대회의 우승은 바로 군천악이었다.

 

끄덕!

 

천악이 출전하는데 우승한다는 것은 개미 한 마리와 코끼리 한 마리가 싸워서 개미가 승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세가의 명예를 위해서 최대한 8강에는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천악을 너희가 속한 조와 멀리 떨어뜨려놔야겠다.”

 

결국 남궁장천은 정정정당이고 뭐고 세가를 위해서 조 배정을 조작하기로 했다. 공명정대를 외치던 처음의 말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정이었다. 남궁혁성과 남궁태희에게 감동스러운 말을 하며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격려로 끝을 내려던 원래의 계획이 완벽하게 일그러져버렸다. 다 천악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방에서 어느 누구도 그 의견에 반박하지는 못했다. 천악은 상대를 배려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일단 대결하게 되면 개망신은 각오하는 게 좋았다.

 

“그래도 천악이 놈의 말은 들어봐야겠지. 혁성아, 가서 왜 출전하는지 물어보기나 해봐라.”

 

“알겠습니다. 아버님.”

 

* * *

 

그 시각 풍운장원에 있던 군천악이 건물의 토대를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누가 덤비든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그 어떤 위험이 있다고 해도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내 건축물의 돌 조각 하나라도 무너뜨리는 놈은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무너뜨리겠다는 협박성 서신에 대한 답이었다.

 

천악에게 소중한 것은 지금 생활하는 풍운장원에 있는 모든 것들이었다. 장원에 존재하는 한 줌의 먼지라도 자신의 허락 없이 건드리는 것은 무조건 적으로 간주해서 척살해 버려야 할 것들이었다.

 

당지독이 다가왔다. 그도 천악에게 온 서신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속으로 어떤 미친놈이 죽으려고 용쓴다고 치부해 버리고 있었다. 자신도 이기지 못하는 놈을 어떻게 이긴다고 비무대회에 나오라고 했는지, 그게 더 신기했다.

 

“이놈아, 아는 체도 안 하는 거냐?”

 

“언제까지 장원에서 밥만 축낼 겁니까?”

 

“윽! 내가 얼마나 먹는다고 그런 소리를 하냐? 네 스승이 날 이렇게 박대한다는 것을 안다면 저승에서 슬퍼할 것이다.”

 

천악의 심기가 별로 좋지 않은 상태였다. 더 건드리면 좋을 꼴 보기 힘들었다. 천악에게 스승과 친구라는 말이 계속 먹힐 리 없었다.

 

사실 당지독은 풍운장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엄청난 미식가가 되었다.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것들을 실컷 먹고, 용봉차와 더불어 최고급 명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천악이 그저 밥값이라고 했지만 속사정을 알면 그런 말이 나올 만했다.

 

“그런데 설마 너 진짜로 출전하기로 한 거냐?”

 

“그렇습니다.”

 

“너, 그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는 놈이었냐?”

 

당지독이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일이었다. 삼류 악당들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를 구사한 서신이었다. 그런 어이없는 도발에 천악이 넘어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당지독이었다.

 

“원래 네놈은 성격상 그런 놈들이 도발해 오면, ‘해볼 테면 해봐라.’ 하지 않았었냐?”

 

“감이 좋지 않습니다.”

 

당지독이 아는 천악은 절대로 그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그는 어떤 놈이 도전해 오더라도 정면에서 부숴버릴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악은 서신에서 느껴지는 의념을 읽을 수 있었다. 글을 쓰는 데도 일정한 경지에 든 무인이라면 글에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글에서 전해지는 지독한 살기를 느낀 천악은 놈의 정체가 궁금했다. 순수한 살기였다. 상대를 정면에서 쓰러뜨리겠다는 원초적인 살기에 천악이 감응한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정한 살기였다.

 

“하긴 삼영살 이놈들이 꽤 쓸 만한데, 손도 한번 못 써보고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구나.”

 

삼영살이 장원 내에서 가장 하수에 속하는 무인들이라고 할지라도 중원 전체로 놓고 보면 실력이 떨어지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삼영살 중 일살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빠르게 제압했다는 것은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지독의 의견은 보통의 정상적인 무인을 대했을 때의 평범한 생각일 뿐이었다. 단, 상대가 천악일 때는 그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그놈 참 건드릴 사람이 그렇게 없었나?’

 

당지독도 궁금하기는 했다. 과연 천악이 어떻게 대처할지 말이다. 천악이 쓰는 가벼운 한 수라고 해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에 빠져 있는 당지독에게 천악이 말을 하였다.

 

“비무가 있을 동안 장원을 좀 돌봐주시겠습니까?”

 

부탁이 아니라 완전 명령조였다. 당지독은 자신도 비무대회에 가보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천악이 이런 말을 하자 천악이 얄밉게 느껴졌다.

 

“이놈아, 나도 남궁세가에 초대되었단 말이다.”

 

“가주 취임식은 하루지만 비무대회는 열흘이나 된다고 하더군요.”

 

“윽! 그럼 그동안 나보고 집 지키고 있으라는 말이냐?”

 

“말이 그렇게 되네요.”

 

당지독도 천악이 걱정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었지만 대놓고 저런 말을 하니 정말 의외였다.

 

천악은 비무대회로 인해 자신이 장원을 비울 때를 대비해 당지독을 풍운장원에 남겨둘 생각을 한 것이다. 당지독 정도면 아무리 위험해도 버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물론 천악의 개인적인 사견이었다.

 

당지독은 구시렁거리면서 별채로 돌아갔다.

 

 

 

“충일, 도정! 배수로는 장원 밖의 개울로 뻗어나가게 만들어야 해.”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장실은 외부에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천악은 건물 안에 만들 생각이었다.

 

건물 안에 만들게 될 때 고려해야 것은 오물들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너무 좁게 만들면 나중에 고생할 수 있었다. 재수 없으면 오물들을 다시 퍼 올려야 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경사를 만들고 바닥은 최대한 미끄럽게 만드는 것이 배수로 공사의 포인트였다.

 

“비무대회에 나간다면서요?”

 

금은혜가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걸며 다가왔다.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금은혜는 아름다웠다. 전형적인 중국 미인의 조건과 더불어 현대의 섹시한 미까지 갖추고 있었다. 까마귀의 털처럼 까맣고 윤기가 나는 머리카락과 잡티 하나 없는 백옥 같은 피부, 한 손으로 잡힐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 들어가고 나가는 굴곡의 미학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풍만한 가슴까지 보태면 보는 사람의 눈을 기분 좋게 만드는 모든 능력을 갖춘 셈이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간혹(천악) 있었지만.

 

“저도 따라가도 되죠?”

 

“네가 그런 허락 받을 나이인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제가 응원할게요. 오라버니라면 우승은 문제없잖아요.”

 

“우승하고 싶은 생각 없다.”

 

‘응?’

 

비무대회에 출전한다고 하고선 우승할 생각이 없다는 말은 또 무슨 소리인가! 금은혜로서는 전혀 추측하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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