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5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50화
무영, 도발하다 (4)
추상락은 아이들과 휴식시간에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추상락은 천악으로 인해 떨어졌던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엄청난 정신교육을 실시했다.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약점을 아이들이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
신일은 추상락이 말을 들으면서도 조금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말이에요? 어떻게 황제 폐하 앞에서 구걸을 해서 성공했다는 거예요?”
“하하하! 이것들이 속고만 살았나. 너희들 황제 폐하 앞에서 구걸해 본 적 있어?”
“당연히 없지요. 그랬다가 삼족이 멸족당한다구요.”
아무리 무지몽매하더라도 그 정도 상식은 있는 아이들이었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글을 배우면서 사회에 대한 기초상식들도 깨달아가고 있었다.
“안 해봤으면 말을 말아!”
“피잇!”
추상락은 말을 하면서도 뜨끔했다.
‘뻥을 너무 크게 쳤나?’
열 살이 아니라 다섯 살짜리 코흘리개도 믿지 않을 말을 했으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아이들의 비웃음이 탄탄한 가슴 근육을 뚫고 심장을 후벼 파고 있었다. 추락하는 스승의 위상이 안타까웠다.
“뻥도 적당히 쳐야지.”
“허억!”
갑자기 뒤에서 천악의 목소리가 들리자 추상락이 기겁을 했다.
“왜 자꾸 갑자기 나타나는 겁니까? 기척이라도 내주십시오.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네.”
천악에게 피해의식이 있는 추상락으로서는 몸이 저절로 놀라고 있었다. 안정을 찾으려고 해도 그동안 맞았던 몸이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무공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잘 듣도록! 알겠나?”
“예!”
아이들의 힘찬 대답과 함께 천악의 설명은 시작이 되었다.
설명은 보통 무인이 무공을 익힐 때 듣는 설명과는 차이가 아주 많았다. 천악은 지극히 자기 위주의 교육으로 시작하여 끝을 내고 있었다. 듣고 있던 추상락은 저게 과연 통할까 의문이 들었다.
“너희들도 조금이라도 들은 내용일 것이다. 이유제강(以柔制强), 능유즉강(能柔卽强)!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제압한다. 능히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하다! 들어보았느냐?”
아직 아이들은 너무 어렸고, 무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추상락, 너는 들어봤겠지?”
“무당파의 시조이신 장삼봉께서 만들어내신 태극권의 묘리 아닙니까. 그 이후로 무공을 익히는 자들은 강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부드러움을 결합시키게 되었습니다.”
“잘 알고 있군.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신일, 충호, 전칠은 고민을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확고해야 했다. 흐지부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은 나중에 아주 어려운 일을 봉착했을 때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남의 말에 휘둘리게 된다.
“저는 강한 것이 좋습니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설움을 당했던 저희들은 강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씨익!
당연히 아이들다운 생각이었다.
일정 수준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천악은 아니었다.
“맞다. 강한 것이야말로 최고다! 내 무공에 부드러움은 필요없다. 극강만을 추구할 뿐이다.”
‘뭐 저런 무식한……!’
추상락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패도의 무학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막무가내식의 교육이었다.
한편 추상락은 다른 생각도 민첩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천악이 이제껏 이화접옥과 같이 상대의 힘을 이용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없네. 정말 무식하게 강한 힘으로 다 찍어 눌렀잖아!’
말이 안 되는 말도 천악이 하면 되었다.
천악의 말이 계속 진행되었다.
“인간은 맹수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은 강함을 추구하게 되었다. 강하게 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노력했고, 그로 인해 탄생한 것이 바로 무공이다. 무공은 남에게 돋보이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기 위한 도구다. 가장 빠르고 쉽게 상대를 죽이는 것이 바로 무공이다. 이제부터 강한 것이 뭔지를 조금 보여주겠다. 추 조교 앞으로!”
‘윽!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하지만 결국에 자신만 당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빼도 박도 못 하게 된 상황이었다.
“나는 주먹을 내지를 것이다. 사량발천근인지 이화접목인지를 사용해서 한번 막아봐라! 정확하게 나는 네 왼쪽 가슴을 노린다.”
어떤 무공을 사용할지와 때리는 장소까지 알려줬는데 막아내지 못하면 지극히 하수다.
추상락은 금세 얼굴이 펴졌다. 그 정도라면 막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천악의 주먹은 지극히 느렸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빠른 일격일지 몰라도 추상락 정도의 고수에게는 하품이 날 정도로 느린 주먹이었다.
‘날 너무 무시하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량발천근의 수법으로 천악을 집어던질 생각을 하자 희열감이 뇌리를 지배했다.
추상락의 이런 생각은 주먹을 잡기 직전까지의 생각이었다. 일단 주먹이 부딪치는 순간에 추상락은 몸의 중심을 뒤로 이동시키고 상대의 힘을 끌어들인 다음에 교묘하게 옆으로 밀어서 넘기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되지 않았다.
“푸아아악!”
주먹이 추상락의 잡은 손을 튕겨버리고 그대로 앞가슴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단 한 방에 나가떨어져 버린 추상락은 심장에 충격을 받고 마비 증세를 일으켰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곧 죽을 것처럼 헐떡이다가 움직임이 멈췄다.
저벅저벅!
천악이 천천히 추상락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볍게 발로 추상락의 왼쪽 가슴을 내리찍었다.
퍽!
쿵닥! 쿵닥! 쿵닥!
멈춰졌던 추상락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움직였다.
순간에 지옥과 천당을 구경한 추상락은 눈을 뜨자 허탈한 표정으로 청아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제압하기는… 개뿔!’
천악의 말대로 진행이 되자 아이들은 연신 수긍하며 귀를 기울였다.
천악도 조교를 두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강한 것이 최고다. 약한 것은 죄악이라는 소리다. 알겠느냐?”
“예, 장주님!”
* * *
삼영살은 풍운장원 주변을 개미새끼조차 통과하지 못하도록 감시했지만 너무 넓어서 문제가 있었다. 풍운장원은 정말 넓었다. 여의도보다 더 넓었으니 말을 해서 무엇 하랴!
서로 세 개 방향으로 나누어 지키던 삼영살은 투덜거렸다. 자신들은 집 지키는 개가 아니었다. 중원 최고의 살수들이었던 자신들이 한낱 남의 집 담벼락이나 지키고 있어야 하는 지금의 신세가 너무 한탄스러웠다.
일살이 서쪽의 담벼락 위에서 아래를 지켜보는 와중에 흑의 무복의 청년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저 지나가는 행인처럼 보였기에 상관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다가온 흑의 무복의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은신술로 몸을 위장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치가 노출되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상한 놈이다!’
일살은 청년을 우선 제압할 생각으로 먼저 수를 썼다. 강할지 모르는 놈을 상대로 기다리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비도를 들어 놈의 다리를 맞출 생각이었다.
슈슉!
비도가 다리를 맞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흑의 무복의 청년이 사라져버렸다. 일살은 청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고개를 돌렸다.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일살은 움직일 수 없었다. 어느새 혈이 짚여서 꼼짝을 못했다.
흑의 무복 청년은 일살을 죽일 생각이 없었는지 서신을 하나 건네주었다.
“이 서신을 네 주인에게 전해라.”
일살의 구겨진 인상은 펴질 줄 몰랐다.
‘이건 진짜 개나 소나 다 고수야!’
요즘 들어 고수 구경 엄청나게 많이 하는 삼영살이었다. 장원에 있는 괴물 세 마리는 말할 것도 없었고 지금 나타난 약관의 청년도 자신으로서는 상대도 안 되었다. 그동안 숱하게 사선을 넘으며 살수행을 모두 성공시키며 그들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졌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보통 놈이 아니네. 장주님에게 알려야겠지?’
천악이 아이들을 수련시키고 있을 때 일살이 혈이 풀리자마자 달려왔다.
빠르게 다가온 일살을 보며 천악이 물었다.
“뭐야?”
“저기… 어떤 놈이 이 서신을 장주님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천악은 일살이 전해 준 서신을 펴서 읽어보았다. 서신의 내용은 간결했다. 그럼에도 천악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남궁세가의 비무대회에서 보자. 나오지 않는다면 네놈의 소중한 것들을 모두 말살시켜버리겠다.
빠직!
천악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내 소중한 것들을 부서버리겠다고? 나는 네놈이 살아간 흔적들 모두를 지워주겠다!’
잔인한 천악의 심성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