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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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49화
무영, 도발하다 (3)
남궁세가는 그동안 당한 피해를 복구하고 안휘성 내에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가주 취임식에 맞추어 비무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비무대회에는 누구든지 참여해도 상관이 없지만 대부분 안휘성 내의 문파들에게 기회가 가도록 하였다.
이번에 우승한 자에게 내리는 상품이 공개가 되자 안휘성의 문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승자에게 주는 상품은 바로 희대의 영단인 대환단이었다. 한 알만 먹어도 1갑자의 내공을 증진시켜준다는 소림사 최고의 비전영단이 바로 대환단이었다. 무인에게 1갑자의 내공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다. 남궁세가는 거기에 더해 백 년 전 활동했던 분광검마(分光劍魔)의 독문검법이었던 분광검법(分光劍法)을 공개한다고 했다. 당시에 분광검마의 행동이 도가 지나쳐서 남궁세가의 검왕이었던 남궁성훈이 그를 죽이고 수습했던 것이다. 분광검법은 5대 쾌검류에 속한 절대 검법이었기에 무인들에게는 천고의 보물이었다.
소문파에서 비무대회에서의 우승이나 8강 이내의 입상은 그야말로 문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일이었다. 무너져가는 문파라도 실력이 있는 무인이 나오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곤 했다. 소문파에게는 영단이나 무공비급보다는 명예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중원 전체를 따지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소문파가 존재했고, 그들은 소문파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그것은 안휘성도 마찬가지였다. 안휘성의 소문파들은 이번 기회에 명성을 얻기 위해 그동안 최선을 다해 가르친 무인을 선보이려고 할 것이다.
성도인 합비로 가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과 더불어 이번에 기필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는 안휘성 내 소문파인 삼양문의 소문주인 현위양이었다. 삼양문은 문도 수가 스무 명이 되지 않은 문파였다. 그 규모도 작지만 자금줄도 떨어진 지 오래여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현위양은 바로 삼양문이 최선을 다해 키운 무인이었다. 그를 위해 삼양문은 전력으로 지원을 했고, 문주는 문파의 비법을 아낌없이 전수하면서 실전을 위해 명사를 초대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위양은 일류는 되지 못해도 이류에서 일류 중간에 위치할 정도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후기지수들 중에서 두각을 낼 수도 있었다. 운이 좋으면 이번 비무대회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을 듯했다.
현위양은 떠나오기 전에 삼양문의 문주인 여송의 당부를 들었다.
“무리하지 말거라, 위양아. 다만 최선을 다해 너의 실력을 만천하에 보여주도록 해라!”
“스승님,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거라. 너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니라.”
스승은 어린 시절 고아였던 자신을 데려다가 아들처럼 가르쳤다. 이미 현위양에게 여송은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소원은 소문파라는 서러움에서 벗어나 삼양문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는 그저 무사히 돌아오라고 말하였다. 그 마음을 져버릴 수 없었다.
‘이번에 반드시 최선을 다해 삼양문이 안휘성의 힘없는 문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노라!’
남궁세가에서 온 배첩을 꼭 쥐고 있는 현위양이었다.
현위양이 황산을 지나 남궁세가로 가는 산길로 들어섰다. 바로 앞에 있는 야트막한 산만 지나가면 남궁세가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길을 따라 현위양이 걷고 있는데 그 앞으로 또 다른 청년이 길을 가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현위양은 그 청년에게서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현위양이 걸음을 멈췄다. 자초해서 불길한 청년의 뒤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위양이 멈춰 서자 앞에서 걷고 있던 청년도 걸음을 멈췄다. 멈춰 선 청년이 뒤를 돌아 현위양을 바라보았다.
돌아본 청년의 얼굴은 지극히 평범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얼굴이었지만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이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을 현위양은 알 수 있었다. 바로 살기였다.
청년은 자신을 향해 꺼릴 것 없다는 듯이 살기를 드러내었다. 압도적인 적의, 죽음을 선사하겠다는 청년의 의지가 현위양의 정신에 충격을 주었다.
“뭐…냐, 네놈은?”
“죽기에 좋은 날씨가 아닌가!”
차앙!
“네놈이 누군지 모르지만 날 만만히 보지 마라!”
“주제도 모르는 놈이 어디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냐? 좋다, 네놈이 내 검을 피할 수 있다면 살려주마.”
부르르르!
현위양은 소문파로서의 서러움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문파들에게 겪었던 굴욕을 바로 앞에 서 있는 알 수 없는 청년에게서 다시 느낀 현위양은 주체할 수 없는 살기가 솟구쳤다.
“네놈이 겁이 나지 않는다면 이름을 밝혀라. 이름 없는 자를 죽였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 이건가? 네놈의 실력으로 내 이름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청의 무복을 입은 현위양과 흑의 무복을 입은 의문의 청년이 서로 대치하게 되었다.
현위양은 극도로 분노했지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위험하다는 본능적인 느낌을 믿었다.
삼양문의 독문검법은 삼양진천검법(三陽震天劍法)이라고 불리는 검법이었다. 이는 삼양신공(三陽神功)을 바탕으로 하는 열양지력의 검법이었다.
현위양이 검을 고쳐 잡고 무방비로 다가오는 흑의 무복의 청년을 쏘아보았다.
‘무방비로 다가오다니, 나를 너무 무시하는구나!’
검조차 뽑지 않고 걸어오는 흑의 청년의 행동에 현위양은 수치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단숨에 죽인다!’
현위양이 일격필살의 의지를 불태웠다.
천천히 걸어오는 흑의 청년이 검의 사정권 안에 들어오자 현위양이 검을 사선으로 내질렀다.
검이 흑의 청년의 신형을 잘라냈다고 생각했던 현위양은 검날에서 검면, 검병까지 전해지는 감각이 없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형환위?”
서걱!
현위양은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은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법의 최고 경지라는 이형환위와 더불어 눈으로 좇을 수 없는 극쾌의 검법,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반응조차 할 수 없다는 비참함으로 인해 현위양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이 현위양의 마지막이었다.
‘결국 나는… 하수였구나!’
쩌저저적!
현위양의 미간부터 시작해서 복부의 사타구니를 지나는 붉은 혈선이 생기더니 그의 몸이 좌우로 매끄럽게 갈라져 갔다. 현위양의 몸이 정확하게 반 토막으로 잘라졌다.
흑의 청년이 현위양의 소맷자락에 들어 있는 배첩을 집었다. 청년은 이미 죽어 있는 현위양의 시신을 지켜보았다.
“약한 것은 죄다.”
비정한 강호였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당하는 곳이 바로 강호였다.
* * *
풍운장원의 천악은 건축도면대로 인부들에게 지시를 하고 기본적인 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를 실시했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공사는 건물의 토대인 골격이 아니라 아래의 주춧돌을 세우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기초가 중요했다. 주춧돌이 무너지면 건축물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 기초공사도 제대로 정밀하고 빠짐없이 진행하는 것이 먼저였다.
“기초공사는 이대로 진행하면 되겠군. 충일, 도정!”
천악이 부르자 충일과 도정이 바로 달려왔다.
“인부들이 더운 날씨에 일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고 술도 적당히 주도록 해.”
화색이 도는 충일과 도정이었다.
힘든 노동 중에 술은 일을 하는 원동력으로 사용되곤 했다. 천악도 이전 세계에서 건축현장 실습을 하는 동안 한 시간마다 소주 반 병을 반주삼아 먹을 정도였다. 그걸 알기에 천악이 미리 독한 백주를 주문해서 인부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주도록 했다. 삶의 고단함을 술로 푸는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작업에 지장 없을 정도로만 먹도록 해.”
“물론입니다. 제가 책임지고 관리하겠습니다.”
천악은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에서 당한철이 사력을 다해 체인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천악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당한철은 체인과 체인을 연결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진척은 있나?”
“고리 부분을 연결하는 쇠못은 다 만들었습니다. 연결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할 겁니다.”
천악은 당한철이 만들은 체인을 살펴보았다. 체인은 고리를 연결하는 쇠못과 체인과 체인사이의 단단한 연결이 생명이었다.
당한철은 이 체인을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했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는 영감을 받았다. 기관진식의 새로운 혁명도 멀지 않아 보였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겁니까?”
“승강기라는 것을 만드는 데 사용할 거다.”
“승강기요? 동력은 뭘로 할 겁니까? 또 그 이상한 주문으로 할 겁니까?”
“그렇다.”
주술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당한철은 일자무식이 되어버린다. 이 시대에 동력이라고 해봤자 사람의 힘(인력), 말의 힘(마력)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천악이 사용하는 동력은 그런 하찮은 것들이 아니었다. 아마도 그건 절대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사실 천악은 마정력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5층 건물에 필요한 물품을 올리거나 내릴 때 사용하기 위한 작은 승강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 정도는 사람이 조금 수고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시험 삼아 백 근 정도를 해보고 점차 무게를 올려보지. 한 번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야.”
“물론 그렇게 할 겁니다.”
“좋아. 사흘 후에 시험해 볼 테니 그때까지 마무리작업 확실하게 해놓도록.”
천악은 대장간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오늘 할 일을 수행했다. 오늘은 특별히 아이들의 수련을 봐줄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심법수련과 극한의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근력과 내공이 쌓이기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골격의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대에 따라 무공의 쓰임이 달라졌지만 결국에는 몸과 정신의 단련이 주목적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천악의 수련은 몸짱을 지향한다. 몸도 결국에는 쓰던 근육만 발달하게 된다. 골고루 발달을 시켜서 몸 안의 군살을 적당히 제거하고, 물오른 살들은 근육으로 전환하여 이상적인 근육을 만드는 것이다. 즉, 겉으로 보이는 것과 안으로 감춰진 것 모두 발달을 시키는 것이다.
천악의 몸은 지금 가장 이상적으로 발달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벗은 몸을 본다면 여인들이 군침깨나 흘릴 몸매였다. 가슴 근육과 더불어 선명하게 새겨지는 왕 자의 복근이 있었다. 그렇다고 미스터 코리아와 같은 근육은 사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