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4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46화
납치 미수 (3)
우우웅! 꽈과과과과과광! 두과과과광!
현천파선무가 정통으로 천악을 맞추었다. 일 장이 더해지고, 다시 이 장이 더해진다. 다시 오 장까지 더해진 장법이 압축이 되어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의 폭발을 일으켰다. 응축된 내공이 한 번에 분출하는 듯했다.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천악이 있었던 자리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다. 먼지가 사방으로 들이치며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창천오기는 단 한 번의 출수로 내력이 삼분의 일도 남지 않았다. 현천파선무는 그들이 출수할 수 있는 일격필살의 무공이었다. 생사를 도외시한 공격이었기에 내공과 기력의 소모가 너무 엄청났다. 다시 기력을 회복하려면 반나절 이상 운기조식을 해야 할 것이다.
휘이이잉!
미풍이 불고 난 후 먼지가 사라지고 나자 땅이 움푹 파여 있었다. 창천오기들은 끝났다고 판단했다. 괴물이라도 죽일 수 있는 현천파선무를 맞고 살아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창천오기가 확신을 할 때 그들의 얼굴이 다시 경악으로 물들었다.
“거, 거…짓말!”
천악의 모습이 드러났다.
상처 하나 없이 버티고 서 있는 천악의 모습 자체가 창천오기한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굉장한 공격이라고 하는 것치고는 별로군.”
천악의 눈에 현천파선무의 약점이 그대로 들어왔다. 진과 내공의 합일, 그리고 기의 중첩을 이용한 현천파선무에서 내공이 움직이는 동선(動線)이 보였다. 그 동선의 한 축을 비껴나게 만들어버리면 전체적인 내공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어버리게 된다. 목표물을 잃어버린 공격은 아무리 강해도 그 위력의 십분의 일도 발휘되지 않게 된다.
“우선은 제압해 주지.”
천악이 이번에는 움직였다.
가장 먼저 천악의 손에 잡힌 무룡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천악의 우악스러운 손이 무룡의 사지를 부러뜨렸다. 부러뜨린 상태에서 단전까지 주먹을 쳐서 무공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퍼억!
“크악!”
나머지 창천오기도 뒤로 물러서며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천악의 움직임을 피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불가능이었다. 현무기공을 너무 많이 사용한 후라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천악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창천오기가 모두 팔다리가 부러지고 단전이 부서졌다.
“차…라리 죽여라!”
“좀 있다 죽일 테니 걱정 마라.”
천악은 적의 사정을 봐준다거나 사죄했다고 용서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남아 있는 창천오기의 현룡이 뒷걸음질을 쳤다. 천악이 주는 공포로 인해 현룡은 이를 덜덜 떨었다.
그는 이제껏 누군가에게 겁을 먹은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 대상은 바로 교의 교주였다. 지금 그와 맞먹는 자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현룡은 공포로 인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퍼퍽! 두둑! 퍼퍽! 두둑! 퍼퍽! 두둑!
현룡의 사지와 단전을 완전히 부셔버린 후에 천악이 말을 했다.
“곱게 죽고 싶으면 네놈들의 정체를 말해라.”
“모…모른다.”
교에 대한 일은 비밀이었다. 그 비밀을 말하는 자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을 당하게 된다. 교에 대한 세뇌는 무의식중에서도 창천오기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으아아악!”
천악이 무룡의 팔 하나를 뽑아버렸다. 팔을 뽑고 난 후 두 다리까지 뽑아버렸다. 그와 동시에 무룡의 심장을 주먹으로 쳐서 부서버리고 목을 뽑아버렸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무룡의 신체를 들어 올려 육편으로 조각조각 내버렸다.
“말해라.”
“모른…다. 차라리 날 죽여라! 네놈이 무인이라면 무인답게 죽여라.”
“후후, 애를 납치하려 했던 놈들이 무인은 무슨 무인이라는 말이냐! 애초에 네놈들은 무인이 아니라 쓰레기야.”
“우리는 그저 조용히 네놈을 유인할 생각으로 한 일이다. 애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시끄럽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한다.”
천악이 다시 한 번 선룡과 파룡을 무룡과 마찬가지로 잔인하게 죽여버렸다. 대답의 여하에 상관없이 죽이려던 놈들이지만 마지막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숨을 거두었고, 시신조차 온전하게 남겨지지 않았다.
“말해라.”
“어차피 말한다면 우리는 죽는다. 어서 죽여라.”
죽는 것 때문에 교를 배신할 수 없었던 현룡이었다. 현룡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룡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음을 예감한 것이다.
천악의 손이 천룡의 머리통을 발로 밟았다. 수박이 터지듯이 터져버린 상태에서 천룡의 시신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천악은 현룡이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넌 말을 하게 될 거다.”
“다, 닥쳐라! 난 창천오기의 현룡이다.”
천악의 야수안이 발동했다. 야수안을 사용함과 동시에 9서클 절대정신 마법 중 하나인 마인드컨트롤(마음의 조종)을 시전했다.
인간의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9서클 마법사의 정신력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9서클이라고 하면 드래곤의 정신력과 맞먹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악의 정신력을 현룡이 버틴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었다.
“으…어! 헛! 모른…다!”
푸아악!
천악의 정신력이 현룡의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할 때 갑자기 현룡이 발작을 하더니 머리통이 폭발을 일으켰다. 천악조차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천악도 알지 못하는 금제가 현룡의 머릿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금제군.”
핏물을 뒤집어쓴 천악의 모습은 악귀의 모습과 같았다. 처음부터 절대정신 마법인 마인드컨트롤을 너무 믿고 있었던 것이 실책이었다.
사실 마인드컨트롤 마법은 금제조차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룡에게 가해진 금제는 천악의 마법조차 거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었다. 천악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천악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창천오기와 맹위상이 일부러 유인하지 않아도 알아서 숨어주었을 텐데 헛수고를 한 것이다.
* * *
남궁세가가 또 다시 발칵 뒤집어졌다. 장씨 형제가 습격을 받고 죽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의문의 세력이 남궁소희를 납치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데 더 놀랐다. 요즘 들어 남궁세가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남궁소희는 그날 하루 천악의 방에서 잠을 자고 안정을 취한 다음에 남궁세가로 보냈다. 천악은 자신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남궁소희를 직접 데리고 왔다.
남궁장천이 직접 나와 천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남궁세가를 도와줬으니 남궁세가로서는 천악이 은인일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남궁장천의 부담스러운 성의 표시에 천악이 머쓱해졌지만 그런대로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남궁소희를 납치하려고 했던 세력이 1차 남궁혈사 때 세가에 침입했던 정체불명의 무인들과 같은 교에 소속됐다는 것을 먼저 알려야 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저번의 일로 자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소희를 납치했다는 소리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가주실에 모인 사람은 남궁장천과 남궁혁성, 남궁태희뿐이었다. 아직 남궁소희의 납치사건에 대해서는 세가의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저 장씨 형제가 피살된 사건에 대해서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남궁장천은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림맹에도 알려지지 않은 세력이네. 그럼에도 그 정도의 고수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세력일 것이네.”
“금제가 걸려 있는지 마지막에 심문하던 녀석이 머리가 터져 죽어버리더군요.”
“죽음에 대한 금제조차 서슴없이 하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집단이 아닐 것 같군. 우선은 비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네!”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게 없었다. 아직 세가가 채 청비되지 않은 시기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그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놈들은 남궁세가보다 저를 노린 것으로 보아 그때의 일에 원한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궁장천은 안심했다. 천악의 무력이라면 아무리 강한 적이라고 해도 이겨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남궁세가 전체가 덤벼들어도 꿈쩍하지 않을 천악이기에 안심했지만 한편으로는 처량하기도 했다. 일 인의 무력이 강호의 어떤 무력보다 강하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천악이야말로 일인무적이라는 칭호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가주 취임식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모른 척 넘어가도록 해라.”
남궁혁성은 이대로 지지부진하게 넘어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생이 납치될 뻔한 사건을 모른 척 넘어간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아버님, 소희의 납치사건입니다. 놈들의 배후를 알아내야 합니다.”
“어떻게 알아낼 거냐?”
“세가의 정보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맹의 정보력과 개방의 정보력으로도 알아내지 못한 곳을 우리가 알아낼 수 있겠느냐?”
“그건……!”
남궁혁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확실히 남궁장천의 말이 맞았다. 개방이 모르는 일을 남궁세가가 알아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조심은 하되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아버님.”
의문의 세력이 남궁세가를 노린다는 것으로 인해 2차 남궁혈사가 일어났고, 그 일로 인해 세가의 무인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태였다. 또 다시 불안감을 줄 필요가 없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주 취임식 때 뵙지요.”
“오늘 정말 고마웠네. 잘 살펴가게.”
천악이 나가자 남궁태희가 쫓아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혁성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태희가 힘든 것 같습니다, 아버님.”
“그렇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천악은 보통 무인이 아니니 말이야.”
남궁혁성은 그 말에 수긍했다. 다른 세가의 소가주라고 해도 남궁태희 정도면 감지덕지할 것이다. 하지만 천악이라면 달랐다. 세상을 마음먹은 대로 할 막대한 힘을 가진 강자였다. 보통 강자가 아니었다. 천하제일강자에게는 남궁태희조차 초라하게 보일지 몰랐다.
천악이 남궁세가를 나가려고 하자 남궁태희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동생을 지켜줘서 고마웠어요.”
“소희는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다.”
천악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가는 동안 남궁태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소희에게 쏟는 정을 조금이라도 저에게 줄 순 없나요?’
누군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안쓰러워서 안절부절못했을 것이다. 사내들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 빙화였다. 이전의 차가웠던 모습은 점차 녹아 감정의 표현이 다양해지고 있었다.
* * *
신교의 창천각 안에 머물던 독고패는 한 장의 서신을 받고 몸을 떨고 있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창천오기, 맹 장로 생사 불분명.
다른 장로들도 침울하게 굳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은 맹위상 장로와 창천오기 정도면 깨끗하게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을 했던 독고패였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죽었다는 소리였다. 창천각의 장로들 중 벌써 두 명이나 죽음을 당했다. 또한 차기 장로가 될 수 있는 인재들이었던 창천오기까지 사라졌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교주님께 뭐라고 말한단 말인가!”
“최고 장로, 아직 우리의 일이 실패한 것이 아니니 노기를 다스리시지요.”
귀뇌 백천이 최고 장로를 달래고 있었다.
교주에게 신뇌가 있다면 최고 장로 독고패에게는 귀뇌가 있었다. 귀뇌는 창천각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면서 독고패를 보좌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교주께서도 제자를 파견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언제?”
“그 사실을 안 것은 어제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교주님의 다섯 제자 중 한 명인 무영인 것으로 보입니다.”
교주의 직전제자들의 실력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였다. 드러난 실력만 해도 장로들에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교주의 제자들 중 고작 한 명이 가서 일을 해결하지는 못할 듯했다. 선풍검 맹위상과 창천오기의 실력이 그들보다 못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제야 독고패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교주님의 직속제자라고 해도 아직 어립니다. 그가 실패한다면 우리도 그리 크게 문책당하진 않을 겁니다.”
“그것도 그렇군.”
“지금 맹 장로와 창천오기의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귀뇌 백천은 이미 죽은 사람들보다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교의 자금줄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도 단체였다. 돈이 없이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교를 운영할 막대한 자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자금줄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자금줄인 오대상가 중 하나가 금천상가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금천상가가 어떻게 타격을 준다는 소리인가?”
“그게… 놈들이 새로운 유통 혁명을 일으키는 바람에 우리의 상회가 흔들리는 모양입니다.”
“유통 혁명? 그게 무슨 소리야?”
독고패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맡고 있는 상회는 해산물과 과일이나 채소를 유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금천상가에서 냉동수레라는 것을 이용해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를 유통시키는 바람에 말린 해산물과 시들한 채소나 과일을 유통하던 우리 상회들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이 반이나 줄어든 상태에서 다른 상회의 압박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상당히 힘든 모양입니다.”
독고패도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교 내에 돈이 있지만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비상자금이었다. 당장 사용하면 부족함 없이 보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돈은 바닥이 날 수 있었다. 따라서 상회의 존속은 꼭 필요했다.
“우리한테 들어오는 자금이 많이 줄었겠군.”
“그렇습니다. 전년에 비해 삼분의 일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금천상가의 유통경로를 막아야겠지.”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일일이 따질 수 없겠지만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만 해도 상당히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무기 구입이나 수리, 내상약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도 엄청났다. 돈이 줄어들수록 교의 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금천상가가 사용하는 비밀 수레에 대한 것을 알아내야 할 거 같습니다. 이미 조치를 취해 놓은 상태입니다.”
“우선은 그렇게 하고, 그것으로 되지 않는다면 무력부대를 이용하도록.”
“알겠습니다, 최고 장로님!”
“요즘엔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는군. 다 그 군천악이라는 놈 때문이야!”
독고패는 정말 너무 분했다.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방해하는 군천악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아직 대업을 위해서 기다리기는 하겠지만 나중에 반드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을 하는 독고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