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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7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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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79화

천악의 신위 (4)

 

 

“오라버니, 이분은 왜 아직 일어나지 못하나요?”

 

금은혜는 천마가 외상과 내기가 안정이 됐음에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알고 싶었다. 솔직히 금은혜는 누워 있는 중년인이 백 살이 넘은 절대강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천악은 잠시 천마를 보았다. 확실히 자신이 보아온 어떤 무인보다 뛰어났다. 단순히 무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력은 더 뛰어났다.

 

지금 천마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다.

 

“그는 마성(魔性)과 싸우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마성을 깨우지 않기 위해 봉인하고 있는 것이다.”

 

“예? 그럼 깨어날 때 마인이 될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럴 수도 있겠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천악이었지만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절대 흘려들을 수 없었다.

 

보통 마인이 아니었다. 절대마인 중에서 마중지존이라 불리는 천마가 마성에 지배된 마인으로 변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 일대의 살아 있는 존재들은 모두 말살되어버릴 수 있었다.

 

천마의 개인 무력과 더불어 마성으로 인한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십대고수들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개인으로 막을 수도 없었다.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다.”

 

천악은 확신하듯이 말을 했다.

 

“왜요?”

 

“그는 강하다. 무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강자다. 이런 자가 고작 마성 따위에 지배될 리 없다. 마성에 지배될 바에는 차라리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것이다.”

 

그녀들은 왜 천마가 강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한 강자는 쉽게 죽지도 않을뿐더러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지도 않는다. 이는 스스로 일어나 절대자에 들어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자존심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자는 알 수 없는 거대한 성벽을 보는 것 같을 것이다. 다만 천악만이 그러한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월영과 전영의 처음 모습을 보면 상당한 고전을 했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그 둘의 개인적인 무력을 보면 일반 무인들이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다. 게다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무공의 수준이 더 높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자들을 몰아칠 수 있었던 자가 천마였다. 그래서 천악은 천마는 조금이나마 인정해 주었다.

 

“천마를 내 장원에 둘 거다. 천마에 대한 소문이 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이에요!”

 

그녀들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천악이 요구하는 말이었다. 또한 천마의 부상을 강호무림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마교의 교주가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마교에 들어가게 되면 혼란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혼란스러운 마교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

 

마교의 힘은 외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예전의 성세를 능가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교가 만약 중원을 침공이라도 하는 날에는 한두 명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수만의 무림인들이 죽어나갈 것이 분명했다.

 

천악이 원하지 않더라도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좋았다.

 

* * *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가을 저녁 산바람은 매서울 정도로 차갑다.

 

차가운 기운이 산 전체를 감쌀 때까지 검을 차고 있는 도인이 나무의 그루터기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은 정오가 되는 시간부터 여기 무명산(無名山)에 올라와 있었다.

 

안휘성 내의 모든 산이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부르기 나름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름이 없는 산도 있었다. 그래서 이 산을 무명산이라고 부르는지도 몰랐다.

 

평복을 입은 채 검을 차고 있는 노인은 고민했다. 오늘이 바로 약속을 한 날이었다. 그런데 약속한 인물이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송문고검을 잘 별러둔 현도진인으로서는 참으로 낭패스러웠다. 그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무림맹주로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모두 사마 군사에게 일임하고 뛰쳐나오다시피 한 것이다.

 

오늘을 위해 그는 무림맹주의 과업에도 불구하고 불철주야 무공 수련에 정진했다. 틈틈이 맹주의 개인 수련실에서 수련하면서 깨달음까지 얻었다. 그리하여 태극혜검의 마지막 절초를 스스로 구현해 낸 것이다. 이름하여 태극무한검(太極無限劍)이었다.

 

태극은 음양을 뜻하며 천지만물 중 해와 달을 의미한다. 둘 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도를 이루어 음양을 합일하는 것이 태극혜검의 중요한 구결 중 하나이다. 태극혜검의 마지막 오의의 구결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음양을 합일하고 천지만물의 조화를 관통하는 것이야말로 무극을 이루는 것이다. 무극은 무한한 우주를 뜻한다. 우주의 힘은 그 무엇도 막아낼 수 없다.”

 

 

 

무한한 우주의 기운을 담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명상으로 인해 작지만 깨달음을 얻어 태극무한검이라는 절세의 검법을 구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태극무한검은 아직 완성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우주의 기운, 즉 삼라만상, 천지만물의 모든 의미를 검에 담는다는 말이다. 즉, 검의 절대경지라고 불리는 심검을 뛰어넘는다는 소리였다.

 

현경의 경지에서 생사경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현도진인이 명상을 멈추지 못했다면 폭주해서 주화입마에 빠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도진인은 그 당시에 한 단계 앞의 정신적인 파격을 맛보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낸 이후 무인의 공통적인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검을 써보는 것이다.

 

아직 현도진인에게 태극무한검을 써볼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있다면 지금 오지 않고 있는 인물뿐.

 

현도진인은 점잖게 앉아 있으려고 노력했다. 무림맹주 체면에 다리를 떨며 초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기에. 누군가 보지 않더라도 체면을 중시하는 현도진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가 오지 않자 짜증이 치밀기 시작했다. 중후한 인상에 후덕한 덕까지 보이던 현도진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허어, 짜증나도다! 무량수불!”

 

그 뒤로 이어지는 말은 정말 가관이었다. 도저히 수십 년 수련한 도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왜 안 오는 거야? 약속이 장난인 줄 아나! 무량수불!”

 

그래도 꼭 무량수불(無量壽佛)을 외우는 것으로 보아 도인은 도인이었다.

 

한밤중이 되도록 오지 않는 인물에 대해 욕을 하고 있는 현도진인이었다.

 

현도진인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각 무림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었다. 공교로운 일이 발생한 경우 어쩔 수 없이 못 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다가 오지 않으면 바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로까지 약속을 했다.

 

“어쩔 수 없군. 곽 선배에게 태극무한검을 한 방 날려줄 계획이었는데. 제기랄! 무량수불!”

 

꼭 욕을 하고 죄를 사하기 위해 무량수불을 외우는 것 같았다.

 

사실 현도진인은 약속한 인물에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10년에 한 번씩 세 번이나 대결을 했는데도 매번 졌다. 근소한 차이라도 매번 지다 보면 오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정말 자신 있었기에 안타까움은 그 어떤 때보다 컸다.

 

“설마 곽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현도진인은 어쩔 수 없지만 비무를 다음으로 미루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오랜 시간 비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 *

 

촛불의 심지가 다 타도록 보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마지막 심지의 불이 타는 장면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지막 생명력이 꺼지는 그 가운데 불꽃의 화려함이 가장 성한 것 같았다.

 

흔들리는 촛불처럼 청년의 무표정한 얼굴이 변화를 보이는 것같이 일렁였다. 그의 무심하고 차가운 눈은 복면인에게 고정이 되어 있었다.

 

복면인은 부복을 한 상태로 안절부절못하며 명을 기다렸다. 한참 동안 촛불을 바라보던 청년이 복면인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이 촛불이 마지막일까, 네 목숨이 마지막일까?”

 

후들후들!

 

복면을 쓴 얼굴 사이로 땀이 배어나왔다. 흐르는 땀방울로 인해 검은 복면이 젖어가기 시작했다.

 

청년의 말에 따라 그의 생사가 좌지우지되었다.

 

“왜 소식이 없지?”

 

“죄송합니다. 안휘성 내에 진입하면서 교주의 소식이 끊겨버렸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쓸모가 없군.”

 

“죄…송합니다, 주군!”

 

복면인의 임무는 바로 추적과 더불어 정보의 수집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자의 소식과 정보가 없었다.

 

일을 행함에 있어 정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움직이는 짓은 미련한 방법이었다.

 

말을 하는 사이에 촛불이 꺼졌다. 촛불이 꺼지자 청년은 복면인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가봐라!”

 

“예, 주군!”

 

복면인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즉시 자리를 이동해 그림자처럼 방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청년은 고민했다. 원래의 계획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었다.

 

‘교주의 이동경로에 따라 비선을 끊지 않았다면 교내에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교주가 그 정도로 강했던가?’

 

청년의 애초 생각대로 되었다면 교주는 죽었어야 했다. 자신의 사제들이기는 하지만 실력은 한 명 한 명이 초강자였다. 아무리 교주가 강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없어야 했다.

 

그런데 교주의 흔적이 사라져버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교주를 마교 내에서 죽인다면 일이 골치 아프게 될 수 있었다. 일전에 교주의 아들을 죽일 때도 조금 서두른 면이 없지 않았었다. 내부에 포섭한 자들을 통해 정보를 막지 않았다면 탈이 날 뻔했다.

 

‘아직도 기다려야 한단 말이지?’

 

교주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이대로 먼저 이빨을 드러낼 상황이 아니었다.

 

청년이 고민하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군, 사제!”

 

흠칫!

 

턱을 괴고 있던 청년의 눈이 조금이지만 떨리고 있었다. 이전까지 차가운 빙정을 씌운 것처럼 무표정했던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감정의 동선을 보이고 있었다.

 

“대사형!”

 

청년의 표정이 얼음처럼 무표정했다면 지금 갑작스럽게 나타난 청년은 너무 평범했다. 온화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한 번 보고 스쳐 지나가면 다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다.

 

“무슨 일이지?”

 

무표정한 청년은 대사형이라고 해서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호칭만 대사형으로 부를 뿐이었다. 대사형이라 불린 청년도 청년의 말투에 개의치 않는 듯했다.

 

하지만 대사형이라는 청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삼제와 사제가 죽었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교주가 그 정도로 강하다는 말인가?”

 

“말이 되건 말건 교주님께서 그렇게 말을 했으니 사실이다.”

 

벌떡 일어섰던 청년의 표정은 심각해져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웠던 표정은 평정심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었다.

 

“교주는 그럼 어떻게 됐지?”

 

“그건 모른다.”

 

청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결론적으로 말을 하면 양패구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삼제와 사제가 방심한 틈을 타서 공격했지만 결국에는 교주도 부상당했거나 죽었을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이건 가정이었다. 확실한 사실이 아니기에 그 어떤 단정도 내릴 수 없었다.

 

“제기랄!”

 

씨익!

 

“여전하구나.”

 

“뭐라고?”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는 말이 있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룰 수 없지.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말을 하며 웃고 있는 대사형의 얼굴을 보자 청년이 화를 내었다.

 

대사형은 알고 있었다. 눈앞의 사제는 계획한 일이 어긋났을 때 침착성을 잃는 버릇이 있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녀석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말은 삼국시대 제갈량이 완벽한 계획을 짜서 사마의의 군사를 화공으로 몰살시킬 수 있었지만 결국에 하늘은 사마의의 편을 들어 비를 내렸다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청년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교의 장악은 이제 네 스스로 해라.”

 

대사형이라 불린 청년은 그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꽉 막힌 공간에서 그림자로 화해 사라지는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사라진 대사형을 보던 얼음 같은 청년은 이를 악물었다.

 

뿌드득!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지 보겠다!”

 

언제나 대사형이라는 그늘 밑에서 발버둥을 치던 청년이었다. 같은 스승을 모시고 있음에도 그 둘의 사이는 별로 좋지 못했다. 항상 비교가 되면서 부족함으로 인한 열등감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대사형은 평범한 얼굴과는 다르게 진정으로 강했다. 다른 사형제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인간이었다. 어쩌면 스승님의 경지에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자신은 대사형의 아래에서 2인자로 살아야 했다.

 

청년은 그게 너무 싫었다. 2인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찍부터 마교에 투신한 것도 다 대사형 때문이었다.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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