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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7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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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74화

천마를 만나다 (3)

 

 

노인은 별채 중 한 건물의 지하실로 몸을 숨긴 채 스며들었다. 노인은 자신의 은신술을 믿고 있었다.

 

들어간 곳은 음침하며 약 냄새가 지하공간을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독기!’

 

풍운장원 별채에 마련된 지하실에서 독기가 발견되자 노인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평소의 능글맞고 생뚱맞은 성격의 노인이 아니었다. 독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어지는 행위에 의구심이 들었다. 결코 좋은 목적은 아닐 것이다.

 

지하실의 중앙으로 다가갈수록 독기는 더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굉장한 독기다. 이 정도의 독기라니 예삿일이 아니구나.’

 

노인의 오해는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었다. 노인은 풍운장원에 와서 몇 번의 오해와 인정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독기를 발하는 지하공간 중앙에 돌로 된 탁자 위에는 한 청년이 누워 있었고, 그 옆에서 중년인이 독을 실험하고 있었다. 오해할 장면의 연속이었다.

 

‘이런 천인공노할 짓이라니!’

 

청년의 몸에서 느껴지는 생기를 노인은 감지했다. 살아 있는 자를 상대로 독실험을 하다니, 인간이 할 짓으로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슈슉!

 

청년의 몸을 실험하고 있던 중년인이 어느새 손에서 암기를 방출했다. 암기의 속도는 눈이나 감각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아홉 개의 환영이 노인의 정신을 분산시켰다.

 

“응? 구환살!”

 

차차차창!

 

구환살을 모두 송문고검으로 튕겨낸 노인은 자신을 공격한 암기가 당가의 암기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구환살에 실린 독공의 기운은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지독했다. 이 정도로 완벽한 구환살을 펼칠 수 있는 자는 당가 내에서도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상상을 불허할 정도의 독기였다. 구환살의 암기에 펼쳐진 독기가 송문고검을 타고 올라왔다. 태극신공을 운용해서 독기를 태우지 않았다면 낭패를 볼 뻔했다.

 

노인이 송문고검을 들고 서 있자 당지독은 노인의 정체를 알아봤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기는 하지만 송문고검을 들고 구환살을 이토록 가볍게 막는 자는 자신이 아는 한 한 명밖에 없었다.

 

“현도 자네 아닌가?”

 

“응? 누구기에 노부를 아는 것이냐?”

 

환골탈태로 인해 당지독의 모습은 현도진인이 아는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특징이었다.

 

“나 몰라? 당지독이네.”

 

“뭐…라고? 자네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건가?”

 

태극검성 현도진인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설마했는데, 이런 곳에서 옛 친구를 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둘 다 각 문파를 책임지는 위치였고 나이도 있는 관계로 젊었을 때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는 자네는 도둑고양이처럼 왜 이곳에 들어온 거지? 천하에 무림맹주가 이런 짓을 한다면 좋은 소문이 나진 않을 텐데?”

 

“흠… 그러는 자네는 지금 강시를 만드는 것 같은데, 무림공적이 되고 싶은가? 난 그럴 위치가 되네. 원한다면 원없이 쫓기게 만들어줄 수도 있네.”

 

“난 아무나 강시로 만들진 않네.”

 

당지독으로서는 조금 난감한 일이었다. 설마 이곳으로 현도가 들어올 줄이야. 아니, 생각조차 못 했다고 보는 게 딱 맞는 상황이었다. 일부러 당가에서 연구하지 않고 이곳에서 연구를 한 것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피하려는 계산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여기서 독강시 연구하는 줄 짐작하겠는가! 정말 우연이 겹쳐서 현도진인에게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이놈은 원래 죽어 있는 놈이었네. 그걸 내가 다시 강시로 만들면서 살아난 거야. 이유는 나도 잘 모르니 알려고 하지 말게.”

 

사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머리가 박살이 났으니 죽었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말인가?”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머리가 박살난 놈이었다고.”

 

“그럴 수가!”

 

세상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기현상이 있지만 머리가 박살나고도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믿을 수 없었다. 당지독의 말이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현도진인은 믿어주기로 했다. 젊은 시절 둘 다 괴팍하고 괴행을 일삼아서 짝짜꿍이 잘 맞았다. 너무 잘 맞아서 문제가 너무 많기도 했다. 당지독이 비록 독을 다룬다고 하지만 악한 인물이 아니라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그건 그렇고, 자넨 여기 웬일인가?”

 

당지독이 물었다. 현도진인은 무림맹주였다. 한가하게 중원나들이를 할 위치가 아니었다. 그런 현도진인이 다른 곳도 아닌 이곳 풍운장원으로 온 이유가 궁금했다.

 

현도진인은 대답이 궁색했다. 사실대로 말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다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자 놈 때문에 왔다.”

 

“그놈이 그새 꼰질렀나?”

 

“뭔 소리야? 내 제자가 그렇게 입이 헤픈 줄 알아?”

 

“주제파악 못 하고 나대기는 하던데?”

 

“뭐야? 그새 내 검 맛을 잊었나 보구나.”

 

“흥! 내가 예전의 난 줄 아나!”

 

둘 다 자존심이 상당히 강했다. 젊은 시절 당지독은 현도진인과 여러 번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다. 물론 비긴 것이 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현도진인의 승리였다.

 

태극검성의 실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삼환극독조차 태워버리는 놀라운 신공과 더불어 뛰어난 검술 실력, 무엇 하나 당지독보다 앞서지 않는 것이 없었다. 오천존 중에서도 일성이마가 가장 강력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라는 것을 당지독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신은 만류귀원신공을 얻고 무형지독까지 쓸 수 있는 상태였다. 과거의 당지독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됐네. 다 늙어서 드잡이하는 것도 귀찮군. 그래, 제자 일 때문에 왔으면 당당히 들어올 일이지 왜 도둑고양이처럼 숨어서 들어온 건가?”

 

“그냥 풍운마룡이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 알고 싶어서 왔네.”

 

“그냥 가는 게 신상에 좋을 텐데.”

 

“무슨 소리야?”

 

“알면 다칠 텐데.”

 

현 강호의 최강자인 태극검성 현도진인이라고 해도 천악 앞에서는 보통 무인일 뿐이었다. 제자의 복수를 한답시고 설치다가 맹주를 다시 뽑아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정말 큰일이었다. 당지독은 생각 같아서도 그냥 개망신 당하게 두고 싶지만 천악은 수위 조절을 못 하는 녀석이었다. 현도진인이 죽어버리면 정말 무림은 끝장이었다. 무림맹주의 복수를 한다고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천악은 수위 조절 못 하고 끝장을 볼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강호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그런 불행한 사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선에서 조용히 해결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았다.

 

“그놈은 장원의 장주야. 그리고 무공이 제법이지. 그게 단데 왜 그러지?”

 

“내 제자가 풀이 죽을 정도면 대단한 녀석인가 보지?”

 

“내 손녀사위 될 녀석일세.”

 

당지독은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당지독은 천악을 반드시 손녀사위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현도진인은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저 어떤 녀석인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사실 현도진인이 이곳 합비에 온 것은 군천악보다 다른 일 때문이었다.

 

“밖에 제법 괜찮은 놈이 있던데, 자네 아는 녀석인가?”

 

“아, 그 거지 놈!”

 

“거지처럼 보이지 않던데.”

 

추상락은 호안의 얼굴에다가 탄탄한 근육, 건장한 체격을 보면 여인들깨나 울렸을법한 청년처럼 보였다. 무공 실력도 화경에 이르러 있지 않은가. 무림 문파들이 군침을 흘릴 정도로 대단한 인재였다. 더군다나 거지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깨끗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거지라고 하면 다른 보통 사람들 다 거지라고 불릴 것이다.

 

“그놈 자네도 봤잖나. 구걸대마왕의 제자 녀석이네.”

 

“뭐라고? 그자가 그럼 무걸개란 말인가? 허어, 과연 개방에서 인재가 나왔군. 그런데 거지는 포기한 건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풍운마룡을 한번 보려고 하는데 소개시켜주겠는가?”

 

“지금 장원에 없네.”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나 보군.”

 

“바쁘기는 개뿔, 여자들하고 황산으로 여행 갔네.”

 

당지독은 손녀 당묘정이 며칠 있으면 오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여행 간 것이 불만이었다.

 

“허허, 인기가 좋은 모양이구먼.”

 

“인기야 좋지.”

 

하지만 문제는 군천악이 여자에게 휘둘리는 사내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천악을 얻는 여인이 천하제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여기 머물 생각인가?”

 

“내일 약속이 있어. 그리고 내가 명색이 맹주잖나.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야.”

 

“그렇겠군. 사마운정의 성격은 내 잘 알지.”

 

“그나마 사마 군사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다시 돌아가면 한 며칠 동안 바가지 긁힐 각오를 해야 한다네.”

 

 

 

현도진인과 당지독은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별채로 나와서 하인을 시켜 술과 안주를 가져오게 한 후 진창 마셨다. 풍운장원의 술과 안주는 어디 가서 쉽게 먹지 못하는 귀한 것들이었다.

 

현도진인은 감탄을 했다.

 

“허허, 이거 입이 너무 호강하는구먼.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자네?”

 

“걱정을 마. 내가 여기 주인 놈의 스승 친구야. 이 정도는 못 해주겠나!”

 

“친구? 그게 누군가?”

 

“자넨 모르나? 혁리광 그 친구의 제자야.”

 

현도진인은 무상검제를 본 적이 없었다. 당지독과 혁리광이 같이 다닐 때 그는 폐관수련 중이었다. 태극혜검의 마지막 심득을 개척하는 중요한 과정이어서 함부로 외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무상검제가 제자를 아주 강하게 키웠나 보군.”

 

“그냥 강한 게 아닐걸.”

 

“그보다 무상검제는 어떻게 지내는 건가?”

 

“쯧쯧,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네.”

 

“허어, 강호의 큰 별이 떨어졌구먼. 우리도 슬슬 갈 때가 되었지.”

 

현도진인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사람은 나이가 들면 죽는 것이 당연했다. 누가 먼저 가고 누가 늦게 가고의 차이일 뿐. 현도진인은 도인답게 그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술맛 떨어지는 소리하지 말고 오늘 먹고 죽자고!”

 

“하하! 그러세!”

 

천악이 없는 장원에서 마치 자신들이 주인인 양 그들은 술을 물마시듯이 들이켰다.

 

현도진인도 그동안 무림맹주라는 체면 때문에 많은 술을 먹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친우와의 술자리이기에 마다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저녁부터 시작해서 새벽까지 주구장창 들이켰다. 이후 풍운장원에 개 두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 * *

 

슈우우욱! 쿠쿠쿠궁!

 

검을 피하고 다시 몸을 트는 과정이었다. 순식간에 검이 지나가고 다시 또 한 명의 검이 출수가 되어 정신없이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천마 곽천진은 손이 너무 부족했다. 단 두 명의 합공이었지만 너무 힘이 들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방어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딱히 없었다.

 

월영과 전영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들의 검에 맺혀 있는 기운은 검강의 기운을 넘어서고 있었다. 폭발적인 힘이 방출이 되었다. 월영의 월혼검법이 천마의 시야를 흐리고, 전영의 유령검법이 어느새 귀신처럼 상처를 내고 있었다. 천마가 아니고 다른 십대고수였다면 벌써 세상 하직할 위험천만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천마는 마성이 들끓어 오르는 것을 인내해야 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천마지체를 유지한 결과였다. 자칫 마성에 너무 빠져서 인성이 사라진 마신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악마가 될 수 있었다.

 

‘이놈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천마지체가 되어도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늘 아래 그 누구한테도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천마였다.

 

“크하하하! 천하의 천마치고는 너무 처량하구나.”

 

월영의 비웃는 소리에 천마는 대꾸하지 않았다. 지금도 전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정신을 모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월영의 광폭한 기운이 천마의 상체를 거세게 흔들었다. 월영의 주먹이 천마의 가슴을 격타한 것이다.

 

쿠아아앙!

 

폭음이 터지듯이 천마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가 버렸다. 충격을 받은 천마였지만 추스를 시간도 없이 전영의 검이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천마가 발뒤꿈치에 힘을 주고 뒤로 몸을 숙이다가 튕기듯이 일어나서 공격을 벗어났다. 강호인들이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뇌려타곤과 철판교의 수법을 동시에 사용한 것이다.

 

“천마라고 하더니 하는 꼴이 하류잡배만도 못하구나!”

 

월영은 계속 천마의 자존심을 흔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전영과의 합격술을 펼치고 있었다.

 

천마 곽천진은 이대로 계속되는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더군다나 놈들은 내기가 전혀 줄지 않고 있었다. 소모전으로 끌고 가도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천마는 다시 한 번 결심을 해야 했다.

 

천마가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같은 고수들 간의 대결에서 몸을 공중에 띄우는 행위는 어리석은 일이었다.

 

월영과 전영이 히죽거렸다.

 

“죽으려고 발악을 하는구나.”

 

“죽여주마!”

 

월영이 월혼검법의 마지막 오의인 월영극(月影極)을 펼치려고 하였고, 전영은 유령검법의 마지막 오의인 유령무혼(幽靈無魂)을 출수했다. 천마는 천마검으로 마교 최강의 검공인 천마파천황(天魔波天皇)을 시전했다. 각자 최강의 절기가 공중에서 폭사하듯 터져나가자 상상할 수 없는 거센 기류가 형성되어 폭풍처럼 주변 환경을 어지럽혔다.

 

휘이이잉! 쿠과과과과광!

 

지형을 완전히 부숴버린 상황에서 검은 먼지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메웠다.

 

다시 나타난 월영과 전영이 또다시 이를 갈았다. 천마가 검격이 부딪치는 그 순간에 반동을 타고 신법을 전개해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이, 이놈!”

 

월영과 전영이 분노할 만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계속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려는지 이를 갈며 천마를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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