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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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73화
천마를 만나다 (2)
꽈과과과광!
월영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에 검을 이리저리 출수하다가 멈추었다. 눈은 분노에 의해 충혈이 된 상태였다. 말할 수 없는 분노였다. 몸 안에 흐르던 피가 솟구쳐 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천마 네놈이 결국 나의 본성을 끄집어내는구나.”
잠자고 있던 용혈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하자 몸이 점차 변해 갔다. 매끈하던 피부에 점점 비늘 같은 모양이 돋아나더니 그것이 얼굴까지 뒤덮었다. 전에 무영이 보여주었던 용신갑으로 변해 가는 월영이었다.
원래 용혈의 도움 없이 상대하려고 했지만 천마는 월영과 전영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무인이었다. 또한 실전에 대한 감각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런 강자를 이기려면 자신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완벽한 용신갑으로 화하자 광폭한 용의 본성이 월영의 뇌리를 지배했다. 지금까지의 혈성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었다.
월영이 검을 들어 진의 중앙을 향해 내질렀다. 월영의 월혼광살참이었다.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이 날아간 월영의 거대한 검강이 천마의 진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진은 그저 가두려고 만들어진 진이었다. 원래부터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만들어진 진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진을 부수는 월영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시간이 없이 만들어진 진이라고 하지만 마교의 십대진법에 팔괘금쇄진까지 가해진 진이었다. 강호의 어떤 고수도 진을 부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월영이 진을 힘으로 가르자 환영으로 보인 공간이 다시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초라한 절간이 드러났다. 월영이 한 발짝 내밀어 천마가 있는 곳을 향해 가려고 했으나 이미 천마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천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식할 것 같은 마기를 느끼자 월영은 희열을 느꼈다. 전보다 더 강한 천마였지만 용신갑으로 변한 순간부터는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크크크…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죽여주마.”
월영의 잔인한 말을 천마는 들었다. 하지만 천마도 별반 변화가 없었다. 그도 마기의 기운에 점점 마성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천마지체로 화했다고 해도 장시간 유지하지 않으면 천마기의 마성에 잠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천마는 상당시간을 소모했다. 점점 더 마기가 솟구쳐 올라 마성이 극에 달하게 되면 마신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흉물스럽게 변하는구나. 네놈의 모습은 사람이 아니니 산산이 조각을 내주지.”
천마도 잔인한 혈광을 뿜어내었다. 서로의 흉성이 부딪치자 돌풍이 일어났다.
“응? 전영이 왜 안 보이지?”
“그놈은 이미 죽었다. 너도 곧 따라가게 해주마!”
월영은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용혈의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러자 아직 용혈의 기운에 동조하는 기운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씨익!
“확인도 안 하고 어떻게 장담하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네놈을 죽이는 것은 바로 나 월영이다.”
“어디 해봐라!”
월영과 천마가 서로 부딪쳤다. 단 한 번의 부딪침으로 수백 번의 공수가 펼쳐졌다. 용신갑과 천마지체의 충돌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발산시켰다.
허름하던 절간이 산산이 부서져나가 버렸다. 절간의 주춧돌조차 천마와 월영의 충돌로 인해 모두 날아가고 있었다.
쿠아아앙! 두과과과과광!
월영의 몸에 천마검이 부딪쳤지만 오히려 천마검이 튕겨나갔다. 월영이 그사이에 월혼광살참과 더불어 월혼만참(月魂萬斬), 월혼폭류(月魂暴流)를 연거푸 시전했다.
튕겨져 나간 천마검을 다시 부여잡은 천마도 만만치 않게 천마유성환(天魔流星幻)과 천마폭혈인(天魔爆血刃)을 동시에 출수했다.
절기와 절기를 사용할 그 찰나의 틈조차 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빠르고 강맹한 공격의 연속이었다. 막강한 충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월영과 천마였다.
‘이놈!’
‘천마가 이 정도일 줄이야!’
둘 다 상대방의 강력한 힘과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천마지체로 화한 곽천진은 아직 정신이 있었다. 또한 월영도 아직까지는 본성을 유지했다. 그들의 놀람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일전이지만 대결이 너무 팽팽했기 때문이다.
투기와 투기가 격돌하는 사나운 공간 속에는 그 둘 이외에 어떤 존재도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맹렬한 기세로 어느 한쪽이 압도적이지 못했고 팽팽하게 대결이 이루어졌다.
곽천진의 능력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을 넘어 마신지경(魔神之境)에 이르렀다. 또한 용신갑으로 무장한 월영 역시도 같은 능력을 선보였다.
두과과과과과광! 퍼어어엉!
월영이 뒤로 밀려나고 천마도 밀려서 서로 대치하며 간격을 유지했다. 쉽사리 먼저 공격하기보다는 기다리며 허점을 발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허점이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허점이라고 볼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월영과 천마였다. 찰나의 기다림은 뒤이어 이어지는 폭풍 같은 대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천마의 등 뒤로 또 하나의 용신갑으로 무장한 그림자가 천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등 뒤를 방심하고 있었던 천마였지만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지면을 박차고 1장이나 멀어졌다.
검이 오른쪽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흘러나왔지만 천마는 그것보다 지금 나타난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보고 더 놀라야 했다.
“네, 네가 어떻게……?”
만신창이로 찢겨져 동물의 먹이가 되어야 하는 놈이 다시 완치된 상태로 나타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대라신선이라고 해도 살려내는 것이 불가능했었다.
전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천마에게 당한 상처와 고통이 상상을 초월했다. 용혈이 아니었으면 죽어도 서너 번은 죽어나갔을 것이다. 천마를 보자 살기가 봇물 터지듯이 폭발했다.
“온몸이 찢기는 고통이 뭔지 알려준 보답으로 네놈도 그 고통을 느끼게 해주마!”
“도마뱀처럼 잘도 되살아나는구나!”
천마는 난감했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마성이 강하게 뻗쳐 나오기는 하지만 대결에 대한 감각까지 무뎌지지는 않았다. 일대일 대결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옆구리에 부상은 별로 심각한 편은 아니었다. 정작 다시 대결을 펼치게 될 경우 상황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 * *
거대한 장원에 노인이 서성이고 있었다. 노인은 장원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날이 저무는 것을 확인하고 한 번의 도약으로 2장이나 되는 담벼락을 가볍게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굉장한 신법이었다. 한 줌의 진기로 새털처럼 가볍게 소리도 없이 장원으로 들어간 노인의 경지가 범상치 않았다.
노인은 몇 달 전에 제자가 풀이 죽어 찾아온 것을 생각했다.
제자는 항상 자신만만해하는 성격이었다. 또한 그만한 실력과 배경이 있었다. 솔직히 요즘 들어 일정 경지 이상으로 발전해서 충분히 후기지수들 중에서 최강의 반열에 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제자가 넋이 나간 것처럼 풀이 죽어서 찾아왔다. 임풍옥수처럼 잘생긴 제자의 눈빛에 검은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노인은 제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불초제자, 스승님께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세상이 넓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절망과 한숨이 마음을 괴롭힙니다.”
“누가 네가 이런 좌절감을 줬단 말이냐?”
“제가 꿈도 못 꿔볼 실력을 가진 강자였습니다.”
제자는 여인에게 진 것보다 다른 이에게 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제자의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노인에게도 충격이었다.
노인은 제자에게 무당파로 돌아가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되살펴 보라고 하였다. 제자는 불만 없이 스승의 말에 따라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노인은 맹 내의 기본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나머지는 군사인 사마운정에게 위임했다. 사마운정은 철두철미하고 능수능란한 언변을 가진 인물이었다. 또한 입이 무겁고 신중했다. 솔직히 맹 내의 모든 일은 군사인 사마운정이 맡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노인이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노인은 맹에서 나와 안휘성 합비로 출발했다. 이미 약속을 안휘성 합비로 잡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이동을 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우선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무당파의 도복을 갈아입었고 머리카락은 약간 산발을 해서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 옷과 머리카락을 바꾸자 그를 옆에서 호위하던 인물들도 제대로 노인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이 변했다.
노인은 안휘성 합비로 와서는 한성객잔에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서 약속된 날짜가 오기까지 기다리다가 자신의 제자를 좌절하게 만든 젊은 마룡을 직접 보기 위해 풍운장원으로 갔다.
장원의 담벼락과 정문만으로도 사람을 기죽일 정도로 대단히 화려하고 웅장했다. 아직 외부만 보고서는 알 수 없기에 노인은 조금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담을 넘었다.
“굉장하군!”
담을 넘어 안을 보자 입이 떠억 벌어졌다. 기괴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발하게 할 정도로 대단했다. 특히 5층 건물로 되어 있는 주건물은 단단한 외벽과 더불어 신기한 기물로 치장을 한 것처럼 보였다.
아직 저녁이라 간간이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활기가 넘쳐흘렀다. 이 장원의 장주가 어떤 성격인지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었다. 장원 내 하인들이 이 정도로 활기 넘친다는 것은 장주의 성격이 후덕하고 인정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성격은 괜찮은 편인가 보군.’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노인의 모습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장원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인은 이리저리 장원을 돌아다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리저리 은신술을 자신하며 움직였다.
휘이이이익!
고 총관은 자신의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고개를 돌리다가 아무렇지 않게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바람 한 점 없다가 갑자기 돌풍이 부나?’
이상하지만 장원에서 사건사고가 벌어질 이유가 없었다. 고 총관이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방으로 돌아가자 그 뒤로 노인이 나타나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노인은 마치 제 장원인 양 활보했다.
‘이 정도 규모의 대장간을 소유하다니! 음, 저놈은 또 뭐야?’
풍운장원의 유일한 대장간 안으로 들어간 노인이 지금 담금질에 열중인 당한철을 유심히 관찰을 했다. 철을 다루는 솜씨로 보아 예사 장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무얼 만들고 있는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거대한 통철로 뭘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구나.’
노인은 명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검을 어떻게 만들고 탄생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신기해서 관찰한 것이다. 노인은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풍운장원의 별채였다.
별채에 아이들이 수련하는 것이 보였다. 고작 열 살 조금 넘어 보이는 녀석들이지만 제법 내기가 안정적이고 자세 또한 틀을 잡아가고 있었다. 내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육체를 극한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알게 된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잘 수련하고 있군.’
요즘 들어 무당파의 후인들이 기초가 아닌 화려한 검법에 물들어 있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여기 아이들의 훈련에 대해 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노인이 아이들의 훈련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추상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노인이 보기에 추상락이 거지로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추상락은 상당히 깨끗하게 씻은 상태였고 옷도 정갈하게 빨아 입은 상태였다. 고 총관이 추상락에게 여벌의 옷까지 마련해 준 상태여서 추상락의 모습은 중년의 대인처럼 보였다.
노인은 추상락의 탄탄하고 다부진 체격보다 그가 발을 들인 경지를 알아채곤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고작 서른 살 정도로 보이는데 화경이라니, 대단하구나!’
노인은 전에 추상락을 딱 한 번이지만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달라져 있어서 과거의 신룡무림대회에서 우승한 개왕의 제자 무걸개 추상락이 지금의 중년인과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한 이목구비와 머리카락까지 정갈하게 넘긴 상태니 알아차리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더군다나 추상락은 화경의 경지를 개척하면서 상당히 젊어져 있었다. 과거에 본 추상락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 이놈인가?’
노인은 자신의 제자를 좌절하게 만든 녀석이 이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젊은데 화경의 경지라면 아무리 자신의 제자가 뛰어나도 넘보기 힘들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노인의 이런 예상은 금세 오해로 판명이 났다. 이유는 바로 아이들 중 한 명이 중년인을 ‘추 아저씨’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음, 추 씨란 말이지? 그럼 아닌데.’
풍운장원의 장주의 이름은 군천악이었다. 다들 아는 이름인데 굳이 가명을 쓴다고 볼 수 없기에 자신이 오해했음을 인정했다.
노인은 곧 추상락에 대한 관심을 끊고 다른 곳을 찾아보았다.
별채라고 하지만 한 장원의 전체 크기와 맞먹었다. 정말 엄청난 규모의 장원이었다.
‘굉장한 장원이다!’
무림맹도 크지만 전체적인 크기를 보면 풍운장원보다 작을 것 같았다.
별채로 향하는데 노인의 본능을 자극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노인이 들고 다니는 무당파의 검인 송문고검(松紋古劍)이 미약하지만 검명을 토했다.
무림맹 내에서도 이런 적이 별로 없었던 노인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송문고검은 무당파의 무공을 익히고 일정 경지에 들면 주는 검이었다. 물론 무당파 장문인의 검인 태극신검(太極神劍)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젊은 시절부터 함께 해온 송문고검을 노인은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노인은 송문고검이 울리는 방향을 찾아 빠르게 신법을 전개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