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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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65화
천악은 사고뭉치인가 (2)
일단 천악이 여행을 시작하면 탈이 너무 많이 났다. 시비 거는 자들을 그냥 두지 않으니 당연했다.
이번엔 녹림칠십이채 중 하나인 호골채의 채주가 죽었다. 녹림도원들 자체가 가지는 무력은 별로 되지 않으나 그 숫자 면에서는 여타의 무림 세력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일단 상대가 약하다고 판단이 되면 죽을 때까지 물어뜯는 늑대 같은 성격들을 가지고 있었다.
호골채의 부채주인 쥐면호리 하상현은 채주가 죽자마자 녹림본채에 연락을 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호골채의 채주와 더불어서 수하가 서른 명이나 죽은 것이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사흘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녹림본채에 사건의 전말이 전달되었다.
서신을 받아본 녹림마제 철사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뜩이나 요즘 들어 정파무림의 기세가 강해지는 바람에 녹림의 형편이 좋지 못했다. 툭하면 강호 영웅 흉내 내는 놈들이 녹림을 건드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자 채주들이 총채주에게 갖는 불만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한 자신의 별호인 녹림마제 역시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었다. 산적 주제에 오천존의 쌍제에 들려 한다는 것이다. 즉, 실력도 없으면서 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뜻이었다.
녹림의 총본채는 천룡채(天龍砦)였다. 하늘의 용처럼 승천하는 녹림이 되라는 뜻에서 자신이 직접 이름 지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지렁이만도 못하다는 녹림인들의 평가였다. 역대로 이렇게 무기력한 총채주가 없었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녹림마제 철사종은 억울했다. 지금 녹림이 약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파무림과 마교가 평화 상태인데 자신들이 먼저 나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마교가 만약 정파무림과 전쟁이라도 치르게 된다면 녹림은 정파무림의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마교의 입장에서 보면 녹림은 식후간식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농간을 부리다가는 그 즉시 다 도륙될 것이다.
“제기랄!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
녹림마제 철사종의 곁으로 가장 강한 네 명의 채주들과 호법들이 모여 있었다. 오랜만에 녹림지존령(綠林至尊令)이 발동되는 날이었다.
네 명의 채주들은 다른 칠십이채에 영향력이 가장 큰 채주들이었고, 호법들은 오랜 기간 동안 녹림에 있으면서 녹림이십사절예를 익힌 무인들이었다.
백호채(白狐砦)를 다스리는 광마투귀 편승찬, 북악산(北岳山)을 다스리는 폭뢰마검 이겸, 구관채(九官寨)의 섬전귀도 불귀, 서산채주(西山砦主) 흑백쌍도 육장홍과 두 명의 호법인 백야권괴 염독고, 혈무염권 무명과 마지막으로 군사인 녹림귀산 조종신이 모여 있었다.
“녹림지존령을 발동한다.”
“정말이오? 지금 시기는 우리가 나서는 것 자체가 공적으로 몰릴 수도 있소.”
“그럼 이대로 자존심을 꺾으라는 말이야?”
녹림마제 철사종은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호법과 채주들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툭하면 자신을 깔아뭉개려고 뒤에서 호박씨 까던 놈들이 막상 녹림지존령을 발동하겠다고 하자 말을 바꾸고 있었다. 이것들은 자신이 하는 말은 무조건 반대하는 근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다 엎어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본보기가 필요한 것은 알고 있겠지? 호골채 채주를 죽인 놈들을 본보기 삼아 녹림의 기상을 보여줄 거다!”
녹림의 기세가 많이 기울어가는 상황이기에 철사종의 말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녹림지존령으로 명령을 내리면 이유 불문하고 이행되어야 했다. 거절했다가는 녹림 전체의 적이 되어버린다.
“순식간에 서른 명이 당했을 정도면 상당한 실력을 가진 놈들일 것이다.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백 명 정도로 놈들을 포위하고 우리가 직접 나서서 해결한다.”
“그게 좋겠소. 어차피 정파 놈들의 이목을 끌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오.”
사실 녹림이 대대적으로 움직이면 1만 명도 문제없었다. 다만 그렇게 많은 무인이 움직이면 정파무림에서도 수상하다고 여길 것이다. 일이 거기까지 번지게 되면 녹림은 더 큰 위험을 자초하게 된다. 또한 수뇌부가 직접 나서서 일을 해결하면 녹림의 단결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기회를 살려야 했다. 녹림 총채주는 5년마다 대결을 해서 뽑는 것이라 처음에는 무조건 반대하려고 했지만 철사종의 말을 들어보니 타당성이 있었다.
철사종이 조종신에게 물었다.
“놈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출전하려면 얼마나 걸리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이미 놈들의 동선을 파악한 상태고, 그저 길목을 지키면 됩니다. 여기서 황산까지 빨리 가면 이틀이면 갈 수 있습니다.”
“좋아, 바로 출전준비를 해.”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녹림구호(綠林口號)를 하겠다!”
녹림구호는 전대부터 내려오는 것이었다. 초기에 산적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라 참으로 무식하고 창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지금에 와서는 잘 복창하지 않는 것이 바로 녹림구호였다.
녹림구호를 하겠다는 철사종의 말에 각 채주와 호법, 군사까지 똥을 씹은 표정들이었다.
-녹림은 천하제일이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녹림 만세! 만만세!
거창하거나 길지도 않았다. 짧은 지혜를 모아서 만들어진 구호였다. 아이들이나 할 구호를 당시에는 잘도 만들어서 구전시켰다.
반면에 녹림마제 철사종은 이 구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계속 녹림은 천한 문파로 여겨졌다. 당연히 천하제일방파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철사종은 매일같이 녹림구호를 입에 달고 살았다.
* * *
황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연화봉(蓮花峰)이지만 연화봉은 예로부터 그저 높은 봉우리 정도로만 여겨졌다. 너무 높고 험해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과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지는 지면 때문에 오르기도 쉽지 않았다.
황산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서쪽에서 오르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쉬운 길이었다. 하지만 천악은 서쪽이 아닌 동쪽을 택했다. 시작부터 오르막길에 소나무가 가득 차 있었다. 조금만 산 안으로 들어가도 바로 어두워질 정도로 나무들이 해를 가렸다.
산을 오를 때는 보통 아래에서 위로 돌면서 오른다. 이는 산이 너무 높고 가파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악은 지금 일직선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맨 앞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을 했다. 뒤에서 쫓아 올라가던 제갈지가 투덜거리면서 물었다.
“정말 이 길이 맞는 거예요?”
“몰라. 그냥 가면 되는 거지.”
“그런 말도 안 되는……!”
남궁태희와 금은혜는 묵묵히 따랐다. 깊이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프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다.
방향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오르막이기에 오르고 있는 천악이었다. 천악은 산을 오르기 전에 사두마차를 산 아래에 대기시키고 삼영살로 하여금 마차를 지키도록 했다.
천악은 지금 늑대를 찾고 있었다. 예전 생각이 났다. 고작 늑대 두 마리 때문에 도주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진 일을 생각하자 아직도 이가 갈렸다. 그 당시 천악은 자신이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내 힘이 생기면 늑대라는 늑대는 모조리 다 죽여버리겠다!”
천악의 몸에서 본능적으로 뿜어 나오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황산은 거대한 산맥의 한 줄기였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컸다. 더 들어가 보면 생각지 못한 것들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터벅터벅!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천악은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여인들도 무공을 익혔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목적지도 없이 올라가야 하는, 아무런 이유도 찾지 못한 제갈지는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두 시진 동안 위로 올라가기만 한 것이다.
휘이이잉! 휘이이잉!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의 산이라 제법 쌀쌀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위로 올라오는 데 힘이 들었기에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오르기만 할 거예요?”
제갈지의 말에 천악은 예전에 달달 외웠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오르고 또 오르다!’
泰山雖高是亦山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登登不已有何難
오르고 오르면 오르지 못할 까닭이 없건데
世人不肯勞身力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只道山高不可攀
뫼만 높다 하더라.
국어시간에 이 시를 외우라며 국어선생님이 다그쳤던 기억났다. 이 시는 조선시대 양사언의 시였다. 그 시절 천악은 시 자체를 감상하기보다는 그저 시험에 나온다는 말 때문에 무조건 외웠다. 시의 한자조차도 모르다가 지금에 와서 알게 되었으니 말해 무엇 하랴!
뜬금없이 천악의 입에서 나온 시로 인해 제갈지는 얼굴을 붉혔다. 천악의 시에서 느껴지는 여운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설마 이런 운율을 가진 시에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게 되는 뜻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
시를 해석하면 말 그대로 힘들더라도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면 이루어내지 못할 게 없다는 소리였다.
제갈지는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조급함을 반성하고 심사숙고했지만 천악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그저 등산하는 데 제갈지가 불평하기에 갑자기 시가 떠오른 것뿐이다. 그게 다였다.
의외로 남궁태희와 금은혜도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세 명의 여인에게 나름 감동을 준 천악이었다.
천악은 그녀들의 표정을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좋은 쪽으로 해석이 된 듯하니 굳이 아니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천악이 앞서가자 그 뒤로 여인들이 군말 없이 따랐다. 이제 투정하는 여인도 없어졌다.
산의 정상이 보였다. 제갈지는 감탄하는 얼굴이었다.
‘그래, 오르고 또 오르면 못 할 것 없어!’
천악이 도착한 곳은 연화봉은 아니었다. 그 중간 봉우리 정도 되었다.
봉우리 끝부분에 이르게 되면 그 아래로 까마득한 절벽이 있었다. 경사면을 따라 절벽 위로 올라오자 평평한 장소가 나타났다. 그 옆으로 4장만 더 가면 절벽이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한 방 쏴주었다.
휘이이이이잉!
“여기서 식사나 하고 더 가보자.”
꼭대기까지 올라오고 나서 어딜 또 간다는 소린지 여인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지나가는 소리로 흘려듣고 말았다.
천악이 아공간을 열었다. 공간이 갈라지자 천악이 저장되었던 음식들을 꺼냈다. 한 번씩 본 금은혜와 남궁태희는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반면, 처음 본 제갈지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직접 보았지만 도무지 현실성이 없었다.
제갈지는 공간이 갈라지는 곳의 뒤로 가서 확인까지 해보았다. 갈라진 공간 뒤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간의 단면을 통해 손이 들어가고 나가고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입 닫아라. 파리 들어간다.”
“헙!”
벌리고 있던 입을 닫은 제갈지는 너무 궁금했다. 제갈세가 내에서도 지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갈지였지만 천악이 공간을 가른 일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았다.
또 새로운 공간에다가 여러 가지 음식들을 저장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암수를 쓰면 아무도 막지 못하겠지?’
황제의 앞에 가기 위해서는 온몸 구석구석을 조사한다. 머리카락과 항문까지 조사를 마쳐야 황제 앞에 다가갈 수 있었다.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도 10장 이내까지는 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천악은 달랐다. 공간에 저장하는 술법과 공간을 순간이동하는 술법까지 익히고 있었다. 이런 자가 암습하고자 하면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제갈 숙부가 왜 그렇게 벌벌 떨었는지 이해가 된다.’
제갈천기는 천악의 이름만 나와도 몸을 부들거리며 떨 정도였다. 제갈지는 숙부가 왜 그러는지 천악을 알아갈수록 그 기분을 공유할 수 있었다.
식사는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었다. 차려온 음식은 여러 가지였다. 공간 안에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많은 음식들이 보존마법이 걸린 채로 저장되어 있었다. 어느 곳에 떨어져도 굶어죽는 일 없을 것이다.
제갈지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음식의 온기가 따뜻한 채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지난 음식이 방금 만든 음식 같았다.
제갈지에게 천악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사실 천악은 이 음식을 저장하기 위해 한 달 동안이나 주방에 계속 음식을 주문했다. 당시 주방장과 아주머니가 땀을 삐질거리며 만들어서 겨우 천악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조금 쉬었다가 내려가 보자.”
“천악 오라버니랑 오니까 되게 기분 좋네요.”
금은혜가 배시시 웃으며 말을 하자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금은혜는 방해꾼들만 없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격을 날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 천악에게 했던 말을 만천하에 공개할 생각이었다.
“오라버니, 제 아버지를 만나신다고 그랬잖아요!”
“그랬지.”
철렁!
제갈지는 가슴이 털썩 주저앉는 줄 알았다. 상대방 여인의 아버지를 만난다는 소리는 바로 혼인하겠다는 소리와 진배없었다. 금은혜는 제갈지의 표정을 보고 한 명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궁태희의 입에서 역반격이 흘러나왔다. 이건 완전 태풍이었다.
“군 오라버니는 저하고 혼인한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헛!”
제갈지는 금세 풀이 죽었다. 두 여인 모두 혼인할 사이라는 것을 본인 입을 통해 확인하고 말았다.
천악은 그런 일이 있기에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또한 그녀들이 싫지도 않았다. 이 한목숨 희생할 정도로 강렬한 사랑은 아니지만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싫었으면 여행길에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금은혜는 설마 했다. 남궁태희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이년이 언제……?’
‘흥!’
제갈지는 오기가 생겼다. 이대로 밀리면 너무 처량했다. 함께 여행 와서 뭔가 사건이 있기를 바랐지만 스스로 만들지 않는 이상 더 발전하긴 힘들었다.
제갈지는 올라올 때 천악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그래 노력하면 오르지 못할 것도 없지.’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먼저 말해 보기로 했다.
“저도 혼인하고 싶어요, 오라버니.”
“헐!”
금은혜와 남궁태희가 급소를 찔렸다는 표정이었다. 천악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었다. 오는 여자 막는 사람이 아니라고 천악 자신의 입으로 말했었다. 이렇게 되면 제갈지도 합류한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대답이 의외였다.
“넌 아직 안 돼!”
“예? 왜요?”
“내가 잘 모르는 여자와 덥석 혼인할 거라 생각하느냐?”
천악이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다는 식의 생각은 혼인이 아닌 그저 교제할 때의 지론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와 덥석 혼인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제갈지는 눈물을 글썽거렸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래, ‘아직’일 뿐이야.’
미묘하지만 천악은 딱 잘라서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이라는 미완의 단어를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제갈지는 인내하고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궁태희와 금은혜는 은근히 제갈지를 견제했다. 그리고 천악의 대답에 의외로 안심을 했다. 제갈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면 자신들의 입장이 너무 초라해졌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에 빠진 여인이 뭐든지 희생한다고 하지만 여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 한다. 그 자존심이 허물어졌을 때 여인은 가장 비참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