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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6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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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64화

천악은 사고뭉치인가 (1)

 

 

천악은 황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 있는 객잔에 마차를 멈추게 했다. 들어가기 전에 식사를 하려는 의도였다.

 

마부인 진삼이 멈춘 객잔은 서평객잔이었다. 천악과 여인들이 마차에서 내려서 서평객잔으로 들어가자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그 뒤로 삼영살이 말없이 들어와서 천악이 앉은 장소 바로 옆에서 식사를 했다.

 

“황산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커요. 아무데로 가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다니까요.”

 

식사를 하면서 제갈지가 천악에게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황산의 절경이 아름답고 뛰어나지만 반면에 안휘성 최대의 산맥에 속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들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리고 이 여행은 내가 주도하는 여행이다.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보통은 여인들이 원하는 장소로 가기 마련이지만 천악에게 그런 일반적인 생각이 통용될 리 없었다.

 

객잔에 와 있는 사내들이 모두 천악의 옆에 있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늘 그렇듯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서평객잔 밖에 스무 명의 병사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심에 도휘지사의 아들 서현승이 애첩과 같이 마차에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서현승은 조금 짜증이 난 상태였다. 황산까지의 여행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원래는 구화산의 절에 가서 공양을 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왔지만 황산이 아름답고 경치를 구경하기 좋다는 말에 길을 바꿔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경치 구경이고 뭐고 긴 여행으로 인해 짜증이 났다.

 

“지승, 여기밖에 없는 거야?”

 

“이곳에서는 서평객잔이 제일 괜찮습니다.”

 

“난 맛없는 요리는 질색인 것 알지?”

 

“물론입니다, 도련님!”

 

애첩 송화가 옆에서 아양을 부리기에 그나마 참고 있는 서현승이었다.

 

서현승의 아버지인 도휘지사 서경북은 정2품의 관직을 하사받은 뛰어난 인물이었다.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류를 파악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한 인물이기도 했다. 원래 유학을 했던 가난한 집안에서 정2품까지 올랐다는 것 자체가 인정받을 만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서경북의 능력을 이어받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 잘 둔 덕에 호랑방탕한 생활을 해왔다. 서경북은 아들의 이런 생활을 참다못해 절에 보내려고 했지만 그 말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었다.

 

서현승이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들어가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몸을 사렸다. 괜히 관에 관련된 사람을 건드리면 험한 꼴 당하기 십상이었다.

 

“흥!”

 

서현승은 자신의 등장에도 겁을 집어먹는 하찮은 놈들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천한 놈들!’

 

백성을 천하게 여기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이 없었다. 서현승은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몰매 맞아 죽어도 할말이 없는 놈이었다.

 

서현승이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의 눈에 들어온 선녀 둘이 있었다. 물론 제갈지도 아름답지만 남궁태희와 금은혜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꿀꺽!

 

그가 데리고 온 애첩 송화도 제법 아름답지만 저 세 명 중에서 제일 떨어지는 여인보다 못했다.

 

서현승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2층으로 올라가서 여인들에게 다가갔다.

 

자신은 도휘지사의 아들이었다. 일반사람들은 꿈도 못 꿀 배경을 지닌 귀한 사람이었다. 이 여인들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신분을 안다면 금세 자신에게 교태를 부리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서현승을 따라온 경지승의 낯빛이 시퍼렇게 질렀다. 하필 건드리려는 자들이 무인들이었다. 서현승은 안휘성 내 도휘지사 휘하의 장수였다. 안휘성 내의 치안을 담당하는 일을 하였기에 남궁태희의 옷에 수놓아진 그림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하필 남궁세가라니!’

 

서현승은 말린다고 들을 위인이 아니었다. 그는 무인들조차 함부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반 삼류무인이라면 경지승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삼류나부랭이가 아니었다. 남궁세가의 가장 말단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것이 현실이었다. 물론 관리이기에 무인들도 쉽게 건드리지 않겠지만 무인들이 언제 계속 참는 것 봤는가. 사단이 나기에 딱 좋았다.

 

경지승은 서둘러 서현승을 말리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새 서현승이 누군가에게 잡혀 1층으로 끌려 내려오고 있었다.

 

“엉?”

 

파닥! 파닥!

 

“이놈들!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도휘지사의 아들 서현승이니라! 당장 놓지 못하겠느냐!”

 

삼영살 중 삼살에게 잡힌 서현승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삼살은 조용히 만들기 위해 녀석의 주둥이에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후드드득!

 

서현승은 말하고 있는 도중이라 입이 벌어져 있었다. 삼살의 주먹이 서현승의 강냉이 서너 개를 거침없이 부러뜨렸다. 핏물과 더불어 이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아악!”

 

경지승은 설마했다. 아무리 분별없는 무인들이라고 해도 서현승을 때릴 줄은 몰랐다. 그저 막아내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서현승이 맞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도휘지사 서경북이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했었는데.

 

“네 이놈! 감히 무사 주제에 관인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경지승이 소리를 지르자 고통에 떨고 있던 서현승이 다시 득의양양해졌다.

 

“놔라. 아니면 네놈의 구족을 멸하겠다.”

 

구족을 멸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는 황제뿐이었다. 자칫 황제를 사칭한 모독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현승은 여태껏 누구한테도 맞아본 적이 없는 자신을 팬 무인에 대한 증오를 불태워댔다.

 

“호오, 이 도련님이 세상물정 모르네. 내가 누군 줄 알아?”

 

강호삼대살객 중 하나인 삼살의 살기가 뻗어나가자 서현승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일반사람이 버틸 수 있는 살기가 아니었다.

 

서현승은 고양이 앞에 쥐 꼴이었다. 살기를 느낀 순간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주르르륵!

 

서현승이 겁을 이기지 못하고 실례를 하고 말았다.

 

“뭐야, 높으신 분치고는 간이 너무 작은데?”

 

경지승이 차갑게 말을 했다.

 

“그분을 놔드리고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다 죽고 싶다는 소리처럼 들리네.”

 

삼살의 말에 그를 둘러싸던 관인들의 표정이 시퍼렇게 질렸다. 목소리에 실린 살의가 전해진 것이다.

 

살수들은 살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살기가 쌓이게 된다. 그 기운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일단 발현하게 되면 무인들조차도 움찔거리게 만들 수 있었다. 하물며 일반 관인 따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관인을 죽이면 네놈들은 이 나라에 살 수 없게 된다.”

 

“피차 좋게 해결하면 되지. 이놈을 놔줄 테니 그냥 가라. 그럼 아무 일도 없다.”

 

삼살의 실력은 초일류에 근접해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보통의 무인이 아니었다. 살수였다. 살수 기술을 발휘하면 절정의 무인도 죽일 수 있었다. 또한 삼영살 모두가 함께하면 초절정이라고 해서 죽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경지승은 머뭇거렸다. 분명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서현승이 가만히 있겠는가! 답은 아니었다. 도휘지사 내부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경지승 본인에게는 최악의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주인님께서 귀찮으니 그냥 보내라고 했다. 더 까불면 정말 국물도 없다.”

 

“하지만 그분은 도휘지사님의 아드님이시오. 그분을 건드려놓고 그냥 가란 말이오?”

 

“그럼 다 죽든가.”

 

음산하기까지 한 삼살의 목소리였다.

 

사람 죽이는 개백정이 바로 살수였다. 살수에게 사람 죽이는 일은 식후간식거리였다. 그저 일을 번거롭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끝까지 버틴다면 살려둘 수 없었다. 요즘 삼영살은 풍운장원에서 쌓인 게 너무 많았다.

 

경지승은 망설였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일을 이렇게 만든 서현승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일단 살고 봐야 했다.

 

“알겠소. 그럼 도련님을 놔드리시오.”

 

“잘 생각했다.”

 

“크윽!”

 

삼살은 서현승을 경지승에게 던져주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식사를 마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돌렸다, 행여나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 하며.

 

천악은 식사를 하다가 벌어진 상황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찌되었든 관인들이었다. 나중에 귀찮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금은혜에게 살짝 눈짓을 했다.

 

눈치 빠른 금은혜가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너 이리 와!”

 

금은혜가 경지승을 가리키며 불렀다.

 

경지승은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여인의 행동에 의문이 들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가.

 

“보내준다고 하시지 않았소?”

 

“한 번만 더 부르게 하면 도휘지사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가, 감히… 그런 망발을 하다니 정말 죽고 싶은 것이오?”

 

경지승은 물러가려다가 도휘지사를 만만히 보는 여인의 말에 화가 났다. 서경북은 서현승과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정2품의 관직을 가진 막강한 인물이었다.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경지승은 잠시 의문이 들었다.

 

‘남궁세가의 여인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경지승은 갑자기 자신에 대해 물어오는 여인의 말에 왠지 모르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여인의 앞으로 걸어갔다.

 

금은혜가 경지승에게 속삭였다. 아주 작은 목소리라서 들은 사람은 경지승밖에 없었다.

 

경지승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자리에서 오체투지하려 했으나 금은혜가 노려보자 하지 못했다.

 

“너 말이야.”

 

“예, 아가씨. 하명하십시오!”

 

“내 아버지 성격 알지?”

 

“헙!”

 

구문제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골의 관인이었다. 일단 적이라면 사정 봐주지 않고 숙청해 버리는 잔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한 관인이었다. 철두철미한 성격과 더불어 황제가 인정하는 명분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 나라에서 구문제독을 건드리고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경지승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연신 흐르는 땀으로 주체를 하지 못했다. 아무리 도휘지사가 정2품이라고 해도 구문제독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그리고 서경북도 구문제독 휘하의 관인이었다. 구문제독의 말 한 마디면 이제까지 부린 권세는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

 

“저 개자식은 보나 마나 한 놈인 것 같은데 말이야, 잘 타이르는 게 좋을 거야.”

 

“물론입니다. 집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놓겠습니다.”

 

“그리고 내 말 잘 들어. 내가 나섰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나라가 망했을 거야. 이 말도 똑똑히 전해. 자식 교육 제대로 안 시키면 큰 코 다친다고 말이야!”

 

누가 누굴 교육시키라는 말인지 금은혜의 뻔뻔함은 정말 대단했다. 구문제독의 영애이면서 도둑질을 했던 금은혜는 자식 교육이 잘된 경우인가 말이다.

 

경지승은 재빨리 서현승을 안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여기서 더 있다간 제 명까지 살지 못할 것 같았다.

 

 

 

마차에 올라탄 서현승이 노발대발했다.

 

“이… 어떻게 그냥 올 수 있어! 이년… 커억!”

 

경지승이 서현승의 머리통을 세게 두들겼다. 말을 함부로 했다가는 도휘지사의 목이 뎅강 잘릴 수 있었다. 서현승은 뒤통수를 한 대 맞고 기절해 버렸다.

 

경지승은 돌아가자마자 오늘의 일을 서경북에게 모두 말했다. 그리고 서현승은 정말 죽도록 맞았다. 이유는 가문을 말아먹을 놈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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