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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9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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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97화

개왕 출동 (2)

 

 

오싹!

 

잠시 소름이 돋은 추상락은 세 아이들을 교육 중이었다. 순간적으로 누군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계속했다.

 

추상락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또 다른 천악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아이들 같지 않아졌다고 보면 정답이었다.

 

‘이놈들 눈빛이 다 주인님 같아졌잖아!’

 

사리를 판단함에 한 마디의 주저함이 없고 항상 차분한 눈을 하고 있기에 무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었다.

 

분명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성숙해져서 애들만의 귀염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마치 애 어른을 가르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수련을 시킨 거야?’

 

금천상가를 도와주기 위해 떠나기 전에 천악이 아이들에게 시킨 수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준 것 같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겪어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

 

추상락으로선 우선은 천악이 시킨 일이나 제대로 하는 것이 먼저였다.

 

“오늘 배울 것은 바로 정권이다. 앞으로 내지르는 단순한 주먹질을 너희들은 왜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질문이었다.

 

수련은 항상 상승의 무공을 익힌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수련과 고련을 이겨내야 비로소 자신만의 무공을 익혔다고 볼 수 있다.

 

“모르겠습니다.”

 

‘후후!’

 

이럴 때 아이들에게 스승으로서의 위엄을 내세워 보려는 추상락이었다. 지금까지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여야 했다.

 

“모든 권격술의 기초가 바로 정권지르기다. 앞으로 내지르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 동작은 단순할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다. 원래 정해진 투로로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지만 그건 잘못된 상식이다. 정해진 투로라는 것은 사실 없다. 사람마다 각자 차이가 나는데, 그것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겁니까?”

 

신일이 눈을 빛내며 물어왔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이 수업에 충실하고 수준이 뛰어나며 집중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게 된다. 추상락은 왜 선생들이 일취월장하는 제자들을 더 가르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성장보다 뿌듯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바로 자신만의 투로를 개척할 정도로 수련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내지름에 있어서 가장 빠른 것은 허공을 한 점으로 압축하고, 그 점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방을 이기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느림을 중점으로 두는 둔권(鈍拳) 같은 권법이 나타나지도 않았겠지. 이것은 말로써 가르친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느껴야만 한다. 그러니 오늘부터 하루에 천 번, 아니 그 이상으로 주먹을 내지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추상락이 가르치는 것인 바로 정권의 최고 정점이자 이상적인 권격인 무한권격(無限拳擊)의 구결이었다. 가장 단순한 가르침이지만 그 안에 실린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오래전 권왕(拳王)이라는 자의 세 번의 단순한 주먹질에 세상이 모두 그 주먹 아래 뒤집어졌다는 전설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알겠나?”

 

“예, 조교님!”

 

“음!”

 

추상락은 마지막 조교라는 말에 침음성을 내질렀다. 역시나 적응 안 되는 말이었다. 엄연히 모든 가르침은 자신에 의해서 나오는데, 어떻게 천악은 스승이고 자신은 그 똘마니인 조교일 수 있는가!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았다.

 

억울해서 한소리 하려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하고 있군.”

 

‘헙!’

 

추상락은 매번 놀랐다. 어느새 천악은 귀신처럼 자신의 뒤에 와 있었다.

 

이제 확연하게 화경의 경지를 깨닫고 그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천악의 신형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이건 감이 잡히지도 않으니……!’

 

강해질수록 상대의 강함이 느껴진다던 옛말이 다 거짓말처럼 다가왔다. 알기는 정말 개뿔이다. 아무런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고, 천악이 얼마나 많은 저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는데 옛말이 와 닿을 리 만무했다.

 

천악은 아이들에게 할말이 있는지 추상락에게 심부름을 하나 시켰다. 뭐 달리 할 일이 없어진 추상락이 쉬는 꼴을 보지 못하는 마음인지도 몰랐다.

 

“넌 금천상가로 가서 돈이나 받아와라. 은혜에게 말하면 알아서 줄 거다.”

 

“그런 건 다른 사람 시켜도 되는 일 아닙니까!”

 

추상락도 체면이라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 잘 듣는 하인 노릇은 창피했다. 그래서 조금 뻗대려 했는데 그게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게 추상락의 불운이었다.

 

천악의 표정이 약간이지만 변하는 것을 추상락은 알 수 있었다. 저럴 때 더 개기면 불상사가 일어나고, 그 불상사는 고스란히 자신이 책임져야 했다. 말이 책임이지 죽도록 맞고 또 맞는 것이다.

 

“요새 너무 풀어준 것 같군.”

 

오싹!

 

풍운장원에 오고부터 먹는 것은 부족하지 않게 해결했던 추상락이었다. 항상 건강한 붉은빛의 혈색을 띤 추상락의 얼굴 표정이 일순간 창백하게 변했다. 순식간에 핏물이 모두 머리 아래도 가라앉아 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제 말은 그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제가 시범을 보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말한 겁니다. 다른 뜻은 전혀 없습니다.”

 

“시범 보일 필요 없으니 갔다 와.”

 

“물론입니다. 제가 최고로 빨리 갔다가 잽싸게 오겠습니다.”

 

천악의 한마디에 추상락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동전 한 푼이라도 틀리면 알아서 해라.”

 

‘윽!’

 

남의 돈을 욕심이나 내는 사람으로 보다니!

 

‘내가 무슨 거지야? 아, 거지 맞구나!’

 

순간 자존심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가 천악의 찬바람 부는 분위기에 휩쓸려 버리고, 이제는 꼬리 내리고 심부름이나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추상락이 재빨리 사라지고 나서 천악은 아이들에게 그동안 훈련한 것에 대해 말해 주었다.

 

천악이 아이들에게 보여준 일루전(환상)은 보통 사람이라도 견딜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강호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실보다 더한 사실을 보여주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버틴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일을 비롯한 충호, 전칠은 훌륭하게 이겨내 줬다. 이것은 기대 이상이었다. 며칠 동안은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천악의 생각을 빗나가게 한 일이었다. 역시 인간의 잠재력은 생각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일이었다.

 

반면에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에게 지금 풍운장원의 생활은 그들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였다.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보다 더한 기회는 없었다. 그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강해질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천악은 신(神)과 같았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만능의 인간이었다. 죽어가던 신일의 동생을 살리고 자신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 세상 누구도 보살펴 주지 않았던 자신들에게 생명과 살아갈 희망을 안겨준 사람이니 누구보다 존경하고 어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천악이 내준 시련이었다.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그와 함께 힘겨운 노력을 아낌없이 했다.

 

“흔히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상이라 하지. 물론 강호는 더 심하다. 내가 강호 생활을 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강한 자는 대접을 받고, 약한 자는 설움을 받는다.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너희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약자가 되어 설움을 받으며 그것이 세상이 변하지 않아서 된 일이라고 한탄이나 하고 싶으냐? 아니면 강자가 되어 약자를 보살피고 자신이 하고 싶은 길을 가고 싶으냐?”

 

천악의 말은 아이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독선적인 말이지만 그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느낀 절실한 진리였다. 고통을 아는 사람만이 그 고통이 어떤지를 알 듯이 아이들도 세상의 쓴맛을 일찍부터 보아왔기에 천악의 말에 공감을 했다.

 

“저희들은 강자가 될 겁니다.”

 

“강자가 되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약자를 돕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씨익!

 

천악은 아이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했다.

 

“강자가 되어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세상을 살아가는 도덕적인 것을 경시하지는 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인륜을 저버리면서 강해지는 것은 강자가 아니다.”

 

천악의 말은 어폐가 있을 수 있었다.

 

이제껏 천악은 많은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먼저 남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도전한 자들이나 이용한 자들에게 철퇴를 가했을 뿐이다. 인륜을 무시하거나 비천한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물론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윤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은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살아가는 일은 반드시 정해진 상황만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돌발적인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때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정의다. 흔들리지 않은 자신의 정의를 가지도록 노력해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장주님!”

 

“오늘은 추상락이 가르친 정권지르기를 연습하도록 해라. 강해지는 것은 수련에 의해서다. 기연을 통해 강해지는 것은 진정한 강함이 아니다. 수련과 사투를 겪어야만 진정한 무인이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천악의 말에 따라 아이들은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한 치의 소홀함도 없었다. 어찌나 진지한지 아이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성숙함을 보이고 있었다. 사람이 한순간 성장한다고 하는데, 이 아이들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아이들이 훈련하는 동안 고 총관이 다가왔다.

 

고 총관도 아이들 훈련하는 것은 가끔씩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다. 고 총관은 저 아이들처럼 처절하게 할 자신이 없었다. 아이들의 모습이 어느새 나태해져 있던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을 되기도 했다.

 

배움에 있어서 가르침은 꼭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만 얻는 것은 아니었다. 어린아이일지라도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소미를 가르친다면서?”

 

“그렇습니다, 장주님.”

 

“가르칠 만한가?”

 

“물론입니다. 어찌나 영민한지 배우는 족족 흡수합니다. 이처럼 똑똑한 아이는 생애 처음이었습니다.”

 

신일의 동생인 신소미는 천악에 의해 칠음절맥을 고친 후 전보다 건강해졌다.

 

예전부터 절맥증을 앓는 아이는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비상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밝혀지지 않았기에 아직까지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지도 몰랐다. 과거에 화타가 생사금침대법이라는 치유법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그게 확실하게 자료로 남아 있지 않아 실제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고 총관은 이렇게 한가하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그게 조 부총관이 하루가 다르게 적응하는 바람에 솔직히 제가 관여하지 않아도 장원 일은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잘됐군.”

 

고 총관은 그동안 관리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천악에게 설명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을 다시 물었다. 물론 중요한 일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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