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95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95화
구룡상회의 부도(不渡) (2)
고작 열흘 만에 전 중원에 구룡상회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너무도 빠르게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소문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확실한 물증이 있는 가운데 관에서도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했다.
그와 동시에 오대상가에 속하는 대륙상단, 의천상단, 천풍상단에 구룡상회가 저지른 일에 대한 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 등이 전달이 되었다.
상단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 상도에 어긋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암묵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대놓고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거나 누군가에게 약점 잡히는 짓을 하진 않는다.
다른 상단의 입장에서 구룡상회의 행동은 상도덕적으로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일이 이쯤 되면 대륙 오대상단으로서 구룡상회에 압박을 넣어야 했다. 모른 척 넘어간다면 대륙의 모든 상단으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도 있었다.
구천상을 제외한 사대 상단주들은 다급하게 회합을 가지고 그 안건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에 실질적으로 가장 피해가 큰 금천상가가 주도적으로 구룡상회에 대한 처벌을 주장했다. 각 상단주들은 금천상가의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구룡상회의 이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셈을 했다.
그들도 상인이었다. 이익이 되는 일에 대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일과 더불어서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일 등을 모두 합법적으로 해결해 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구룡상회가 부도가 날 경우 나머지 사대 상단에서 그 지분과 지점을 사들일 것이다. 그때 이익이 가장 많이 나는 곳에 대한 소유 문제로 오랜 시간 의견이 교환됐다.
금천상가는 다른 상단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지분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로 인해 다른 상단들이 견제하게 될 경우 이익보다는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었기에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 또한 다른 상단에 금천상가의 희생에 대한 빚을 지워놓는 것도 나름 효과적이었다.
대국적인 방법으로 금천상가가 일을 진행시키자 다른 상단들도 조용히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면서 무리하지 않게 되었다.
금천상가에서 회합이 이루어졌기에 다른 상단주들은 하루를 머물고 난 후 자신들의 상단으로 떠났다.
남겨진 금은혜와 총관 주유성은 구룡상회에 대한 일로 내부회의를 계속했다.
“관에서는 조사가 벌써 이루어지고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소가주님! 제독께서 미리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구룡상회로서는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할 겁니다. 이미 증거도 확보한 상태니 당분간 구룡상회는 영업 자체가 어려울 겁니다.”
집중적인 견제였다.
상단은 관과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서로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우호를 다지지만 관이 상단을 외면할 경우 타격을 받는 것은 거의 대부분 상단이었다. 상단의 입장에서 관이 사사건건 방해를 하면 장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래서 상인들은 틈이 나는 대로 관과 친분을 맺으려고 노력한다.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현금의 흐름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상단이 순수한 자기 자금만으로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평균적으로 순자산이 5할이라면 부채 역시도 5할 정도가 된다는 소리였다. 즉, 빚을 이용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그에 따른 이익은 여러 사람에게 분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니 구룡상회와 같은 큰 상회에는 막대한 돈이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순간 자금의 흐름이 끊기게 되면 상단으로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상단들이 본격적으로 방해를 할 테니 중원에서 구룡상회가 재기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구룡상회의 회주인 구천상은 능구렁이 같은 자입니다. 숨겨놓은 재산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구천상이라도 다시 중원 상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세요. 그 능구렁이 때문에 받은 피해가 얼만지 아직도 치가 떨리니까요.”
“알겠습니다, 소가주님!”
금은혜는 상인으로서의 자질이 상당했다. 이익을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상도덕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구룡상회는 금천상가에게 물질적인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서 막대한 인명피해까지 입혔다. 당연히 철저한 응징을 해주어야 했다.
“그보다 상가를 위기에서 구해 준 분을 제독께서 한번 봤으면 하시는데…….”
주유성도 궁금했다. 이번 일을 해결한 사람이 군천악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상가 내에서도 극소수였다. 이번 표행에 참여한 주영달을 비롯한 모든 표사들은 한결같이 두려움에 질린 채 말을 아끼고 있었다. 아마 특급표사와 표사들을 겁에 질리게 만든 인물이니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예요.”
금은혜로서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천악의 성격상 누가 오라고 해서 오고 가라고 한다고 가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내키는 일만 할 뿐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었다.
“그리고 되도록 군 공자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하도록 하세요.”
“소가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더는 묻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독께서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분이십니다.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만드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나도 아니까 그만해요.”
금은혜도 가끔은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미 천악에게는 한 번 운을 띄워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그의 성격상 아버지와 부딪칠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피 보는 쪽은 구문제독부일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군 가가를 내 남자로 만들 거다!’
호칭이 오라버니에서 정인에게나 할법한 ‘가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예전부터 가가라고 부르고 있었다.
* * *
만신창이(滿身瘡痍).
풍비박산(風飛雹散).
천지개벽(天地開闢).
사면초가(四面楚歌).
작금의 구룡상회가 처한 상황을 뜻하는 말들이었다.
관인들이 와서 조사를 하는 가운데 상단의 주요인사들이 모두 소환이 되었다. 그에 따라 상단의 결정사항들이 각 지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금의 흐름이 완전히 막혀버려서 어디를 가도 막다른 길에 처하고 말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겪고 있는 구천상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장남인 구민관 역시도 소환을 받아 관에 끌려간 상태였다.
대륙 오대상단이 합심해서 구룡상회를 압박하자 새로운 자금줄을 끌어올 수 있는 상황도 마련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돈을 빌려준 곳에서도 다시 돈을 내놓으라고 독촉을 하니 상단을 다시 회복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 이대로는 파산이 시간문제였다. 평생을 일구어놓은 구룡상회의 토대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뿌드득!
“이런 개 같은 일이!”
구천상으로서는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구천상도 눈과 귀가 있다. 중원에 들리는 소문을 그가 알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번 일의 결정타는 바로 금천상가의 표행을 공격해 수십 명을 죽인 일이었다. 이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미 물증과 표사들의 증언까지 얻어낸 상태니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구천상은 그 당시 백룡대주의 거만한 말투와 거슬리는 행동을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졌다.
“병신 같은 놈! 지가 다 알아서 한다며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놔?”
그 일을 실패한 것도 모자라서 구룡상회의 일까지 모두 까발린 것으로 생각되자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는 후회를 했다. 어둠의 힘을 이용하는 것도 좋았지만 줄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로 승천하는 동아줄인 줄 알았건만 썩은 동아줄이었다. 타고 올라가다가 허공에서 떨어지는 꼴이었다. 이제는 끝 모를 추락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녹산동만 남아 있었다면 이런 일을 벌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대체 어느 놈이 훔쳐간 거야!”
녹산동에 남겨진 재산만 풀었다면 지금의 자금 압박 정도는 가뿐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시간이 얼마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남은 재산마저 모두 빼앗길 게 틀림없어.”
밤새도록 고심을 한 구천상은 총관을 비롯한 직계가족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이들에게 상단의 재산을 빠른 시일 내에 처분하도록 명을 내렸다. 물론 비밀리에 처분할 생각을 한 것이다.
고작 며칠 만에 재산을 모두 처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관과 다른 상단의 눈과 귀를 피해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들이 모르는 이들을 찾아가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구천상은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할 판단을 내린 것이다.
20일 정도가 되자 관에서 압수수색 못지않게 상단의 모든 회계장부까지 쓸다시피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에 구룡상회는 완전히 마비가 되어버렸다. 거의 폐업 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어두운 밤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는 가운데 구룡상회의 지하에 있는 비밀통로를 통해 서른 명 정도의 인물들이 빠르게 짐과 수레를 끌고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구천상이 마련한 이 지하 비밀통로는 구룡상회를 내려다보는 야산의 반대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누구도 모르는 비밀장소를 여러 군데 만들어놓은 구천상이었다. 마치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이 구천상은 노련했다.
“서둘러라. 오늘 안에 하북성을 빠져나가야 한다.”
구천상은 섬서, 감서, 청해를 지나 서장으로 갈 생각을 했다. 중원에서 다시 상단을 꾸리기에는 기반이 많이 부족했고 다른 상단들의 견제가 심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관에서 수배령까지 내릴지도 몰랐다. 이대로 있다가는 감옥에서 평생을 지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동안 처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서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미 예전부터 서장에 지부 하나를 마련한 상태니 조금씩 상단을 확장하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다시 돌아오는 순간, 날 이렇게 만든 놈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구천상은 일이 이 지경까지 되는 순간에도 자신이 자금을 보냈던 곳에서 도움을 주지 않자 그들에 대한 원망과 독기만이 남았다. 그리고 후회해야 했다.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가운데 일을 진행시키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말이다.
야산 입구의 반대쪽으로 빠져 나온 구천상은 어두운 길임에도 재촉을 했다. 복장까지 갈아입은 상태여서 구천상을 아는 자가 아니라면 그가 구룡상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반 시진 정도 이동하는 가운데 구천상의 표정이 상기되었다. 그토록 도움이 필요할 때는 잠잠하더니만 한밤중에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인물들이 보였다. 모두 열 명 정도였지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있었다.
구천상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시오? 우리를 도와주려는 것이오?”
그동안 자금을 대왔으니 이런 말을 할 만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지극히 위험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 이놈들이 정말!’
구천상은 눈치가 빨랐다. 놈들의 태도를 보니 확실한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치가 떨리도록 화가 났다. 이용해 먹을 대로 이용해 먹었으니 이제는 토사구팽시키겠다는 소리였다. 평소 자신도 다른 이를 이용하고 버렸지만 정작 자신이 당하자 그 화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구천상을 가로막은 자들 중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호리호리하게 생긴 인물은 무공을 익힌 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매서운 눈초리와 더불어서 냉정한 표정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겨나왔다.
“어디를 그렇게 급히 가시오?”
“그게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오.”
“뭐, 상관없겠지. 당신의 목숨보다는 그 뒤에 수레에 실린 금은보화가 더 중요하니까 말이야.”
“이, 이놈들이 진정……! 그렇군. 네놈들이 녹산동을 털었구나.”
구천상은 녹산 사건에 대한 범인이 바로 눈앞에 있는 놈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이 아니라면 녹산동을 그렇게 쉽게 털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앞뒤가 맞았다. 이놈들이 작정을 하고 자신을 망하게 하고 재산을 가로채려고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헛소리 들어줄 시간이 없다.”
냉철한 표정의 중년인도 구천상이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녹산동에 들어 있는 보물을 따로 빼내어 오늘 도망가는 주제에 저런 소리를 하니, 구천상이 미친놈처럼 보였다.
사실 중년인은 최고 장로 독고패의 오른팔인 화룡수 이진충이었다. 독고패의 지시에 의해 구룡상회가 비밀리에 모아둔 보물을 챙겨가기 위해 움직였지만 이미 보물은 모두 사라진 뒤였다.
그에 대한 보고를 올리자 독고패는 구천상에 대한 살인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그가 빼돌린 재산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둘 간의 오해는 풀어지기 쉽지 않았다. 둘 다 서로에게 속았다는 생각만을 할 뿐이었다.
“쳐랏!”
이진충의 신호가 울리자 그 뒤로 서 있었던 무인들이 섬광처럼 구천상을 향해 날아갔다.
쌔애앵!
이진충이 데리고 온 수하들의 실력은 모두 절정 급이었다. 구룡상회가 막아낼 수 있는 성질의 무인들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열 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어나갔다. 잔인한 손속에 망설임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네 이놈들! 네놈들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재산을 빼돌린 주제에 무슨 말이 많지?”
“닥쳐랏! 네놈들이 가져갔으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구천상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이진충의 손에 열양장력이 맺혔다. 화룡수라 불리게 된 그의 독문내공인 적화룡공(赤火龍功)이 꿈틀거리며 피어올랐다. 타오르는 듯한 불길이 그의 손에 전달이 되어 장법이 출수되었다. 구천상을 한 줌의 재로 바꾸어줄 화룡장(火龍掌)이었다.
피눈물을 흘리던 구천상의 눈에 기광이 번쩍였다. 들끓어 오르던 그의 마음에 한 가닥 살심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쿠우웅!
주춤!
이진충은 자신의 몸을 정지시킨 기운에 의해 주춤거렸다.
그는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구천상이 고작 상인인 줄 알았건만 절정 급의 내공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숨기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진충이 주춤거린 것과 반대로 구천상의 손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 절정 급이라고 하지만 상대의 실력은 그보다 훨씬 강했다.
“으… 네놈들이 나를……!”
마지막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구천상의 눈에 아들이 죽어가는 것이 보였다. 항상 냉정하고 잔인하게 살아왔지만 아들의 죽음 앞에 멀쩡할 수 있는 아버지는 없었다. 그의 눈에 뿌옇게 습막이 어렸다.
“이놈들!”
열양장력의 기운이 몸 안 깊숙이 침투한 상황에서도 구천상은 이진충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이미 몸 따위는 돌보지 않았다. 앞에 존재하는 이진충과 사생결단할 생각뿐이었다.
“흥! 멍청하긴.”
이진충에게 구천상의 도발은 그저 발광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구천상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은 이진충이 화룡염화(火龍炎花)라는 수법을 사용하였다.
활! 활!
타오르는 지옥의 염화가 구천상을 뒤덮자 전신이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한순간에 불꽃이 타오르고 재가 되어버리는 것은 고작 1각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륙 오대상단주의 최후치고는 비참할 정도로 초라했다.
그사이에 서른 명이나 되는 구룡상회의 가족들은 이진충의 수하들이 모두 처리해 버렸다. 그들을 처리한 후 수레에 실린 것을 확인하는 이진충이었다.
수레를 확인한 이진충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런 빌어먹을!”
녹산동에 있는 보물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 리 없었다. 수레에 실린 돈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이런 푼돈을 얻기 위해 구천상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최고 장로가 알면 날 죽이려고 할 텐데…….’
상황이 어쩔 수 없음에 그는 우선 돈을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화골산(火骨酸)으로 태워버리라고 명령했다.
이로써 구룡상회가 중원에서 지워지는 사건이 종결이 되어버렸다. 누구에 의해 구천상이 죽었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도 점차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