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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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91화
실전 (2)
지상에서 30장 위의 상공! 높이로 따지면 거의 90미터에 해당하는 높이였다.
지표면에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은 편이지만 허공 90미터는 상황이라면 달랐다. 즉, 기류가 발생하고 바람이 심하게 요동을 친다.
까마득히 높은 지점에 여섯 명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공간이 좌우로 뒤틀리며 그 안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장면이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장소에 나타나자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모두 기겁을 해야 했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허전함과 좌에서 우로 요동치듯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휘이이잉!
이들은 공중에 뜬 상태로 허공을 밟고 있었다.
다섯 명 모두 천악을 바라보았다. 천악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면 머리가 깨지는 괴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자신들조차 허공섭물로 띄워버릴 줄은 몰랐다.
남궁태희와 추상락, 삼영살의 몸은 새처럼 가벼웠다. 허공에 흐르는 바람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사람이 아냐!’
‘역시 주군은 대단한 분이시다.’
남궁태희야 전에 경험을 해봤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침착했지만 추상락과 삼영살은 천악의 능력에 취해 버리고 말았다. 매번 상식을 뒤엎는 천악의 신위에 압도당했다고 해야 정답일 것이다.
천악은 차분한 눈으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주영달을 비롯한 표사들 대부분이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었다. 주영달이 조금만 더 빠르게 대처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을 탓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주영달이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을 구한 것은 바로 천악이 한 수를 썼기 때문이다.
천악이 가볍게 내지른 수법에 등천광은 뒤로 상당한 거리를 밀려나야 했다.
등천광이 놀라서 주변을 돌아봤지만 상대를 찾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너무 높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가 아닌 이상 30장 높이에 사람이 있으리라고 어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천악이 남궁태희와 추상락을 보며 등천광을 가리켰다.
“처리할 수 있겠나?”
천악은 의구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당연히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천악의 말은 남궁태희와 추상락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화경의 고수 두 명이 합공하라는 말을 듣고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남궁태희와 추상락은 침착했다. 천악이 한 말 중 거짓은 없었다. 그는 함부로 말을 내뱉는 위인이 아니었다. 또한 등천광이 그만큼 강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보겠습니다.”
“이기겠어요.”
두 사람의 대답에 천악은 만족해 했다.
“흠, 좋군. 나는 무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은 잘 모른다. 다만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만 알 뿐이다. 침착하게 자신이 가진 실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삼영살!”
다음으로 삼영살을 불렀다.
“예, 주군!”
천악의 검지가 유유히 들어 올려지더니 백룡대를 가리켰다.
삼영살은 눈치가 상당히 빨랐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 순간 바로 명을 받들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살려둘 필요 없다.”
“존명!”
“우두머리 한 놈만 있으면 되니까.”
남궁태희와 추상락에게 힘든 제안을 하고 있었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제압하라는 말이었다.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정확하게 세 배의 힘이 더 든다는 말이 있다. 죽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상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살수가 발휘된다. 하지만 제압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역량과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쉽지 않은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남궁태희와 추상락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강자였다.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 가라.”
슈슈슉!
지상을 향해 남궁태희, 추상락, 삼영살이 내려갔다.
“나와라!”
등천광의 붉게 충혈된 눈이 미치기 일보직전처럼 보였다.
광분하는 등천광이 소리를 지를 때 남궁태희와 추상락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남궁태희의 아름다움은 그 광경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황홀감을 느끼게 했다. 마치 선녀가 지상에 강림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와 더불어 내려온 추상락은 선녀를 지키는 신장의 강림처럼 보였다.
등천광은 좀 전에 광분했던 마음 대신에 남궁태희를 보자 음심이 동했다. 저런 미인은 그도 난생처음 보았다. 이런 계집이라면 하루 종일 데리고 놀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등천광은 그만 바로 전에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인물을 찾는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리고 남궁태희를 사로잡을 생각만 하게 되었다.
“예쁘구나. 네가 내 시중을 든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안겨줄 수 있다. 이리 오너라!”
등천광은 그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 못 한 것이 있었다. 자신의 면상이 더럽게 못생겼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남궁태희는 딱 한 마디를 했다. 하지만 듣고 있던 등천광은 그 한 마디로 인해 혈압이 올라 혈관이 터질 듯 흥분했다.
“못생긴 놈!”
“뭐, 뭣이라? 이 개 같은 년이……!”
등천관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못생겼다는 말과 무식하다는 말이었다. 그 앞에서 못생겼다는 말을 한 놈들을 살려둔 적이 없었다.
그 뒤를 이어 추상락이 한 마디 더 거들었다.
“주제 파악을 해야지. 그 면상에 어떻게 여자를 원하냐? 기가 막혀서 원…….”
부글부글!
“크아아아앙!”
등천광이 괴성을 내지르며 외쳤다.
“이 연놈들, 그냥 죽이지 않겠다! 갈가리 찢어 개 먹이로 던져주마!”
추상락은 그 말에 지지 않았다.
“생긴 것처럼 말도 지저분하군.”
“이놈이!”
등천광이 추상락을 향해 달려들었다. 백 근이나 되는 혈광부를 휘두르며 달려오는 등천광이었다. 바로 앞에서 전해져 오는 압박감이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등천광은 남궁태희를 놓치고 있었다.
서걱!
남궁태희의 날카로운 검이 등천광의 옆구리를 정확하게 베어오고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몸을 틀어 피하지 않았다면 한 자 정도는 살이 베어져 나갔을 것이다.
손가락 마디 정도의 상처를 입은 등천광이 몸을 심하게 비틀며 빠져나가고 나서 옆구리의 상처를 보았다.
주르륵.
핏물이 흘러나왔다.
“이년이 정말……!”
욕구를 채운 후에 죽여버리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등천광이 남궁태희를 보며 이를 갈 때 그 앞으로 강맹한 장법이 쏘아져 왔다. 지금 등천광은 한눈이나 팔 때가 아니었다. 추상락의 강룡십팔장이었다.
생각할 틈도 없었던 등천광이 앞에서 달려오는 추상락을 향해 광천포를 휘둘렀다. 위력적인 장법에 정면으로 대항한 것이다.
쿠꽈과광!
광천포가 강룡십팔장을 뚫고 지나가자 등천광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형편없는 놈이 어디서 감히 나를! 헛!”
공격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남궁태희의 창궁무애검법이 등천광이 공격 후에 생겨난 찰나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등천광이 광천포를 회수하는 순간은 극히 미미했다. 그 순간을 뚫고 들어올 정도의 고수는 강호를 통틀어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남궁태희의 창궁칠연섬이 등천광의 일곱 개의 사혈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빠름과 더불어 검에 실린 힘이 등천광의 예상을 훨씬 벗어나는 위력이었다.
“크윽!”
등천광은 이를 악물며 혈광부를 들어 남궁태희를 공격했다.
남궁태희는 앞으로 부딪쳐 오는 혈광부의 위력을 정면으로 받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순식간에 무한보를 펼쳐 공격의 범위에서 물러난 것이다.
등천광은 남궁태희가 물러나고 나자 다시 추상락이 공격하는 것을 보았다.
사실 추상락은 좀 전의 강룡십팔장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강맹한 위력이지만 실상은 내력의 오분지 일밖에 되지 않는 위력이었다.
강룡십팔장을 사용하면서 있는 힘껏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강약을 조절하여 상대방의 혼란을 틈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상대에 따라 사용하는 장법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이놈이 감히!”
방금 전 광천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추상락을 생각하고 같은 위력의 광천포를 사용한 등천광이었다.
-강룡십팔장 극의(極意), 삼라만상(森羅萬象)!
추상락의 모든 극의가 담긴 극강 공력의 강룡십팔장이었다. 10성 공력을 아낌없이 강룡십팔장에 주입한 추상락이었다. 여유를 가지고 시전한 등천광과는 확연한 차이를 선보이고 있었다.
쿠아아앙!
대포와 대포가 중간에서 부딪쳐 시끄러운 굉음을 울렸다.
사방으로 강맹한 위력이 분출되어 뻗어나가자 반경 1장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크윽!”
“헛!”
뒤로 밀려난 등천광이 내상을 입고 말았다. 방심을 틈타 공격한 상대의 수법에 당하고 만 것이다.
“감히……!”
어처구니없는 속임수에 당한 등천광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분노가 치솟자 광천대마력이 단전에서 꿈틀거리듯이 전신에 회전했다. 소용돌이치듯 마공이 솟아오르자 내상으로 인한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마공의 장점이자 단점은 속성으로 내공을 일순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공은 전신의 고통을 분쇄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다만 마공을 펼친 후 따라오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심전력으로 마공을 펼쳤을 때 오는 허탈감이 있기에 마공을 익힌 자는 전신내력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꺼리는 면이 없지 않았다.
차앙!
타앙!
끓어오르는 마공을 뿜어내야 했다.
등천광은 추상락을 향해 공격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남궁태희가 적절하게 방해를 했다. 추상락과 남궁태희의 연수합격으로 인해 등천광은 연신 뒤로 밀렸다.
광천대마력은 패도지력에 바탕을 둔 마공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의 무력을 단숨에 찢어발기는 것이야말로 광천대마력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그러나 추상락과 남궁태희가 연신 보법과 합격술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정면충돌을 회피하며 타격을 주고 있기에 등천광으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