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2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1화
드러나는 금황전설 (4)
연광이 천악에게 다가갔다.
“끝냈습니다. 제가 밥값은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차기 검후라고 불리는 남궁 소저도 대단합니다. 척 보기에도 화경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제가 상대한 자는 생각보다 대단한 자였습니다. 강호십대고수 축에 들어갈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겼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제가 이만큼 수고했으니 이제는 저의 입지도 조금 나아지겠지요?”
물론 대단한 일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니 그 가치가 급하락 하고 있었다. 연광은 차라리 말을 하지 않아야 했다.
천악은 연광의 말을 듣는 대신에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아직, 남은 것 같습니다. 원래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그게 무슨……?”
연광은 의아해 함과 동시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연광은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지독한 기운이 무엇을 뜻하는지 말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천연의 살기였다. 본능적으로 뿜어내는 살기를 가진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천살성이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니 백안의 청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살아 있으되 이상한 모습이었다.
“설마… 강시?”
그냥 강시도 아니고 생강시였다.
살아 있는 사람을 강시로 만드는 것은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극악한 짓이었다. 그런 짓을 서슴없이 하는 놈들의 악독한 능력에 기가 질렸다.
더군다나 보통의 사람을 생강시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천살성을 강시로 만들었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 연광이었다.
“크하하하!”
귀뇌가 음충맞은 웃음을 지으며 천악을 바라보았다.
“천살강시다. 아무리 네놈들이 강해도 천살강시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교에서 가져온 비장의 무기였다. 귀뇌가 30년을 연구해서 만들어낸 희대의 역작이었다.
천살성의 기운을 발견하고 그 즉시 사람을 보내 잡아왔다. 잡아온 상태에서 천살강시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시약을 사용했다.
연구하는 내내 귀뇌는 과연 천살성이라며 탄성을 질렀다. 천살성 자체가 뿜어내는 막강한 살기와 위력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완벽하게 이성을 제압하는 데만도 25년이나 걸렸다. 각고의 노력을 들인 천살강시를 이제야 선보이게 되었다.
“아미타불!”
불호를 외운 후 연광이 튕기듯이 접근했다.
“정말 천인공노할 자구나. 세상에 태어나지 말아야 할 천살성이라도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그 죄가 하늘에 닿았으니 부처님의 이름으로 단죄를 하겠노라!”
이제까지 장난치던 연광이 아니었다. 천살성을 만났으니 원래의 목적대로 제압해야 했다. 다만 이미 마물(魔物)이 되어 인세에 해악을 끼칠 존재이니, 그 힘을 막고 적을 제압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을 했다.
크크크크!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귀곡성과 같은 비명성이 천살강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본능적으로 눈앞의 연광이 적이라는 것을 알고 낸 소리였다.
천살성이 자미성에 반응하듯, 자미성 역시 천살성에 반응했다. 서로가 가진 별의 정기가 뻗어 나와 부딪쳤다.
쿠쿠쿵!
연광은 긴장했다. 천살강시의 능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천살성이라도 제압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강시가 되었으니 그 위력은 더 강해졌을 것이다.
‘강하다!’
천살강시가 빠르게 쇄도했다. 일정한 투로가 없이 뻗어 나오는 주먹이었지만 그 힘과 속도가 가공했다. 연광이 반야금강대력신공을 일으켜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윽!”
금강복호신권으로 천살강시의 가슴을 때렸는데 오히려 주먹이 아파 올 정도였다.
금강불괴에 달한 연광이 주춤거리며 뒤로 밀렸다.
연광은 어쩔 수 없이 백보신권을 다시 시전했다.
퍼퍼퍼펑!
백보신권을 연속적으로 시전하자 천살강시가 온몸으로 다 받아내었다. 폭음이 일고 충격파가 일어났다.
튕겨져 나간 천살강시가 다시 일어서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연광을 바라보았다.
주르륵!
연광은 식은땀이 흘렀다. 10성의 백보신권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흠집 하나 없는 천살강시의 위력에 질려 있었다.
자미성의 기운까지 썼음에도 천살성의 기운에 상처를 주지 못하자 막막했다. 더군다나 강시가 되면서 지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숨을 몰아쉬는 연광에 비해서 천살강시는 여전히 진득한 살기를 뿜어내었다.
‘죽겠다!’
연광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천악은 천살강시의 존재보다 다른 녀석에게 눈길이 갔다. 바로 연광이 쓰러뜨린 이진충이었다.
이진충은 원래 숨을 몰아쉬는 것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기운이 강해지고 있었다.
빠직!
지금까지 이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 수 없었는데 그 기운을 보자 알게 되었다. 근래에 들어 계속 자신의 일을 방해하던 놈들과 같은 기운이었다. 이제는 여기까지 와서 방해를 한다고 생각하는 천악이었다.
천악의 몸에서 상상할 수 없는 기운이 뻗쳐 나왔다. 천살성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운이었다. 살기라고 부르기도 힘든 거대한 기운이 동굴 천체를 뒤덮었다.
숨 막히는 기운이었다. 그 기운 자체로 세상의 모든 것을 소멸시켜버릴 듯했다.
천악은 평온한 생활을 하면서 화를 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저 적이 와도 한 수에 끝을 내주었을 뿐이다. 그런 천악에게 벌써 서너 번이나 화를 돋우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존재를 말살시켜야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궁태희는 이진충의 수하들을 모두 처리하자마자 놀라고 있었다. 질식할 것 같은 기운 때문이었다. 금은혜와 제갈지, 운정 역시도 놀라고 있었다.
그녀들은 천악의 분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천악이 그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녀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하나였다.
‘군 오라버니가 화났다!’
화가 나면 어떨까? 막연한 생각을 했었지만 이건 상상을 불허했다.
여인들은 천악이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허억!”
연광이 갑자기 몰아쳐 오는 강렬한 기운에 헛바람을 일으켰다. 그 기운은 천살성의 기운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진원지가 천악이라는 것을 알자 연광이 기겁했다. 도대체 사람이 이런 기운을 가질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눈앞에 있는 천살강시의 살기가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순간적으로 천살강시조차 움찔거리며 뒷걸음치는 것이 아닌가!
이진충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 강신합일을 시전했다. 정신과 몸을 불살라서 놈들을 섬멸하려고 한 것이다.
혈기의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들자 상처가 났던 곳들이 모두 회복이 되면서 몸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활화산처럼 타오는 생명력은 환희의 절정을 맛보게 했다.
“크하하하!”
이런 힘이라면 놈들을 모두 죽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커어억!”
어느새 천악이 힘을 발휘하는 이진충의 목을 잡아서 끌어 올렸다.
누구도 보지 못했다. 천악의 움직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광의 바로 뒤에 있었는데 연광조차 어리둥절했다.
‘언제 움직인 거야?’
천살강시를 상대하는 것도 정신 사나워 죽겠는데, 천악을 생각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크으윽!”
이진충은 움직일 수 없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폭포수 같았지만 외부로 발현하는 것을 천악이 허용하지 않았다.
천악의 차가운 눈이 이진충을 바라보았다.
“역시 금제가 되어 있군. 뭐 상관없다. 네놈들은 보이는 족족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 말이야.”
어차피 금제로 인해 알아낼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럴 바에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죽여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우선은 팔부터 떼어주지.”
척!
천악이 혈광을 뿜어내는 이진충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잡은 순간 강력한 기운이 손아귀로 전해졌다.
으드드득! 으드드득!
팔을 형성하는 모든 뼈들이 가루가 될 정도로 으스러졌다.
뼈가 으스러지면서 생기는 고통은 지옥의 불구덩이를 헤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고통이었다.
“크아아아아악!”
이진충의 비명소리가 동굴 전체를 메아리쳤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 자체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이진충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지만 그와 상반되게 천악의 표정은 여전했다. 처음의 차가운 기운조차 이제는 갈무리가 되어 있었다. 방금까지 화를 낸 것인지도 의문일 정도였다.
이진충은 천악의 그러한 눈과 표정을 보았다.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무정함이었다.
“겨우 팔 하나 부러졌다고 호들갑 떨지 마라.”
이진충의 팔이 힘없이 덜렁거렸다. 덜렁거리는 팔이 거추장스러울 것이라는 듯이 천악이 팔을 뽑아버렸다.
쩌저저적!
생으로 팔이 뽑히자 피가 폭포수처럼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튀어나간 핏물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당하는 자와 보는 자 모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잔인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천악은 과다출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진충의 어깨 부분을 지혈시켰다. 지혈은 됐지만 고통은 그대로였다.
“한 가지씩이다.”
다음으로 천악은 이진충의 오른쪽 눈알을 뽑아버렸다. 눈이 뽑혀나감에도 이진충은 저항조차 못 하고 있었다.
이진충의 몸은 점차로 병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눈을 뽑고 입을 찢었다. 이진충의 얼굴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게 되어갔다.
보는 사람의 구토를 유발시키는 잔인한 행위였다. 그럼에도 여전한 천악이었다.
그는 다음 수순을 차례차례 밟아 나갔다.
덜덜덜!
이진충은 고통 속에서도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었다. 인세에 보기 드문 악인조차도 천악 앞에서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눈, 입, 팔, 다리가 하나씩 뜯겨져 나감에도 이진충은 정신을 잃지 못했다. 천악은 이진충이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하나밖에 없는 거겠지.”
“윽!”
천악이 가리킨 것은 사내의 상징이었다. 천악은 가차 없었다. 사내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워하는 곳을 잡았다. 잡은 순간 힘을 주었다.
뿌지직!
“으아아아아악!”
핏물이 흐르는 동안 이진충의 고통도 배가되었다. 너무나 두려운 고통 속에서 절망감을 맛보아야 했다.
무인으로서 마지막 힘을 불사르려고 했던 이진충이었지만 그의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둠과 공포 속에 벌벌 떨다가 죽어가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이진충의 하나 남은 눈은 삶의 의지를 잃어갔다.
그 순간에 천악의 야수안이 정신을 파고들었다. 정신 속에 숨겨진 강인한 금제로 인해 더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여기에 온 이유 정도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천악의 금제가 마지막 허용범위를 넘기려 했다. 이미 필요 없어진 존재는 살려두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다. 후환거리는 애초에 남기지 않는다. 그게 바로 천악의 원칙이었다.
퍼어억!
교의 정체에 대해서 물어보자 갑작스럽게 이진충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수박이 박살나듯이 사방으로 뇌수와 핏물이 튀어나갔다.
천악의 근처에서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천악에게는 한 방울의 핏물도 묻지 않았다. 천악은 자신의 옷이 더러워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중원 정벌이라…….”
놈들의 애초 목적이 중원 정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지에 숨어 양지의 모든 것들을 정복하려는 것이 놈들의 습성이었다. 어떤 단체든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없이 하는 것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서 자신과는 부딪치지 말았어야 했다.
중원 정벌이든 제국의 정벌이든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을 건드린 이상 나오는 족족 다 저승으로 보내줄 것이다. 놈들이 원하는 세상은 절대로 되지 않게 할 작정이었다.
한 명을 저승으로 보낸 순간 천악이 귀뇌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