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1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11화
오악검파의 후기지수들 (2)
금성객잔(金星客棧).
이름도 금천상가의 이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금천상가의 뜻은 바로 황금천하라는 말과 같았다. 금성객잔 역시도 금으로 되어 있는 별을 뜻했다.
확실히 구문제독부에서 금천상가를 운영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안다면 손가락질 받기에 충분했다. 숨기는 것에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금성객잔의 규모는 고시에서 가장 컸다. 규모도 컸지만 지방의 유지와 대부분 고위급 상단의 직책을 가진 사람이 묵는 곳이기에 일반 사람들은 음식 하나 시켜먹기도 쉽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천악 일행이 금성객잔으로 들어가자 잘 차려입은 점소이가 나왔다.
점소이에게 금은혜가 한마디를 했다. 그러자 점소이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라졌고, 곧이어 금성객잔의 주인이 대령했다.
“오셨습니까? 연락은 받았습니다.”
“반가워요.”
금성객잔의 주인인 유승관은 즉시 금은혜를 최고급층인 3층으로 안내했다.
유승관은 금천상가에서 최상위 인물이 온다는 말을 들었다. 금천상가의 1급 신패를 가진 자라 했을 뿐 그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1급 신패는 금천상가의 최상층 열 명만이 가질 수 있다는 신패였다. 즉, 각 지부 지부장의 생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위치의 신분이니 유승관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대접하는 게 당연했다.
“3층으로 모시겠습니다.”
“안내만 해주세요. 그리고 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입니다.”
유승관은 금은혜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은혜조차도 유승관이 본 적이 없는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데, 그 뒤에 따라오는 여인들 역시도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들의 옷에는 각각 남궁세가의 표시와 제갈세가의 표시, 아미파의 표시가 새겨져 있지 않은가. 구파를 대표하는 아미파와 오대세가 중 남궁세가와 제갈세가의 인물이란 소리다.
이런 쪽 일하는 사람은 소문으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유승관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빙화와 제갈세가의 지낭이라니! 하지만 그 뒤의 여인은 알 수가 없구나.’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는 것은 유승관뿐만이 아니었다. 약간은 소란스러웠던 객잔이 조용해진 것은 모든 시선들이 일제히 그녀들에게 집중했기 때문이다.
“굉장하다!”
“남궁세가라면 빙화 남궁태희가 아닐까?”
실내에 정적이 자리한 순간 천악이 뒤이어 들어왔다. 천악은 말없이 걸어서 3층을 향했다.
유승관은 그런 천악을 막으려고 했다. 아직 천악이 그녀들의 일행인지 몰랐던 것이다. 천악은 보기에 따라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청년으로 보였다. 그런 청년이 이토록 고귀한 여인들과 일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보시오!”
유승관과 천악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천악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었지만 그의 시선을 대하는 유승관은 번개에 맞은 듯한 전율을 맛보아야 했다. 무색투명한 눈 속에 서려 있는 광폭함은 정신을 모조리 다 꿰뚫어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유승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섭다!’
“이분은 우리와 일행이에요. 정중히 대하세요.”
금은혜가 충고를 하자 유승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금은혜가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럴 생각이었다.
유승관은 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천악과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사람을 압도하는 천악의 분위기와 내면에 감춰진 무서움은 그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부류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괜찮다.”
천악의 대답은 거만했지만 그처럼 어울리는 대답이 없을 정도였다.
천악이 다시 걸어서 올라가자 여인들도 조용히 따라서 올라갔다.
네 명의 여인이 천악을 중심으로 그를 따라 3층 객잔으로 오르기 시작하자 조용했던 객잔 분위기가 삽시간에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내들의 분노였다.
모든 사내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고 있는 천악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무관심했다. 그에게 다른 이의 분노나 질투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분노로 인해 사람이 죽는 것이나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 분노가 표현이 되어 실행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천악은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만용을 부린 자에게 그만한 응징을 가할 뿐.
한 명의 여인과 세 명의 사내가 금성객잔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여인은 매화 모양의 꽃이 그려져 있는 붉은색의 경장을 입은 상태였다. 뽀얀 피부와 동그란 이목구비가 약간은 귀여운 맛이 있는 여인이었다.
그 옆으로 세 명의 사내들 역시도 머리카락을 잘 쓸어 넘겨 이마에 영웅건을 묶고 있었고 각 문파를 상징하는 무복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모두 명문가의 자제들이었다.
매화 무늬의 무복을 입은 청년이 그 무리를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청년은 차갑고 거만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문파와 실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뭉쳐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 옆으로 조용히 청년을 따르는 인물은 평범했다. 의외로 존재감이 전혀 없어서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마지막 청년은 고집과 아집으로 뭉쳐 있는 인상이었다.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금성객잔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 옆으로 세워져 있는 사두마차를 볼 수 있었다. 사내들과 여인이 모두 감탄할 정도로 멋진 마차였다.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던 기이한 장식과 섬세한 조각, 그리고 명마에 버금가는 듯한 말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마차였다.
“굉장한 마차군. 도대체 누구의 마차지?”
마차를 관리하고 있는 진삼이 그들을 보았다. 척 보아도 명문의 자제들이었다.
진삼은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기에 조용히 기다렸다. 속으로 그냥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이봐, 이 마차의 주인이 누구지?”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 말투였다.
초면에 반말을 하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고 생각하는 진삼이었지만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힘도 없으면서 대드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풍운장원의 장주님이십니다.”
중원에 있는 수많은 장원 중 풍운장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풍운장원은 안휘성 내에서 조금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풍운장원?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청 사형, 풍운장원의 장주라면 풍운마룡을 말하는 것 아닌가요?”
여인은 풍운장원이 어디인지 아는 것 같았다. 근래에 약간 화제가 되었다가 사라져버린 자 중에 한 명인 풍운마룡에 대해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청년도 그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풍운마룡이라… 아, 허풍쟁이라는 소문이 돌기는 했지!”
“그러게 말일세. 나도 그 마룡인지 뭔지 하는 작자를 한번 보고 싶기는 했다고. 그 실력이 소문과 같은지 말이야.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것과 달리 남을 상당히 비웃고 있었다. 본 적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흉을 보고 떠드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놈들 같지 않았다.
진삼은 화가 치밀었다.
‘이런 건방진 똥 덩어리들이 감히 장주님을 흉봐?’
분하기 짝이 없었다. 진삼이나 풍운장원의 식솔들 대부분이 장주인 군천악을 하늘처럼 숭상했다. 거의 신성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당연히 어린놈들이 천악의 흉을 보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도저히 그냥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그만!]
마음속으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장주님?’
[가만히 있어라!]
천악의 전음이 진삼의 머릿속을 울렸다.
“풍운마룡이 여기에 온 거냐?”
청년의 물음에 진삼이 화를 삭이고 대답을 했다. 천악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니 화를 낼 수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천악의 말이 맞았다. 괜히 자신이 화를 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습니다.”
“흠, 어디 그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볼까?”
“청 사형, 다들 허풍쟁이라고 할 때 한 마디도 반박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보나 마나일 거예요.”
“그렇겠지.”
여인은 풍운마룡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정파의 인물이라면 ‘마룡’이라는 별호가 붙었을 때부터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은 자신이 허풍쟁이라는 소문이 돈다면 반드시 그에 대해 반박을 한다. 그럼에도 풍운마룡은 아무런 반박조차 하지 않았기에 별 볼일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것이 보통 무림인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
“예, 청 사형!”
여인은 청 사형이라고 부르는 사내를 좋아하는 듯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내의 뒤를 졸졸 따라 들어갔다.
그 뒤로 조용한 청년이 천천히 따라 들어가고, 고집이 센 듯한 청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마지막에 뒤따랐다.
청년들이 들어가자 점소이가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최상층으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점소이로서는 이들이 명문의 자제들인 것 같으니 원하는 대로 해주어야 했다.
3층으로 올라간 청년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풍운마룡을 보기 위해 올라간 자리에서 천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남궁태희, 금은혜, 운정, 제갈지였다. 물론 나머지 셋에 비해 제갈지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미인에 속했다.
그런 여인들을 본 청년들은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굉장한 미인이다!’
‘어떻게 저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조용하던 청년조차 넋을 잃을 정도였다.
“흥!”
기분 좋게 올라가던 여인은 기분 나쁘다는 듯 콧바람을 날렸다.
분위기가 냉랭해지려 하자 청년은 짐짓 헛기침을 했다.
“허흠!”
그제야 청년들은 천악을 볼 수 있었다.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는 천악은 그들의 등장에 관심 없어 보였다. 그리고 존재감도 없는 듯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곧 분노의 감정을 느껴야 했다. 옆의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의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주고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 입을 벌려 받아먹는 천악을 보자 질투심이 피어올랐다. 어떤 사내도 이 장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리라.
‘저…저놈이!’
씨익!
그들이 보지 못하는 가운데 천악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천악이 이렇게 말없이 남궁태희와 금은혜의 음식을 먹어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듯했다.
청년들은 질투로 인해 화가 났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명색이 명문정파의 후기지수들이었다. 함부로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의 지위와 체면을 손상시킨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가라앉힌 것이다.
그러나 얄밉게도 천악은 그들의 분노를 더욱더 자극하고 있었다. 천악은 금은혜에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서 먹여주었다.
금은혜는 놀라면서도 손으로 가린 채 작게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고마워요.”
천악이 음식을 집어줄 줄은 정말 몰랐던 금은혜였다. 그녀는 너무 기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금은혜만이 아니었다. 천악은 남궁태희와 제갈지에게도 음식을 직접 집어서 주었다. 그녀들 역시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먹었다. 다만 운정만은 예외였다.
운정은 잠시 서운하기도 했다.
‘어머, 남세스럽게……!’
운정은 천악의 연인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이 들자 말없이 얼굴을 붉혔다. 아미파의 제자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굉장한 염장질이었다. 청년들의 속을 번천지복(飜天地覆)하게 뒤집어놓는 고단수의 수법이었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아야 하는 청년들이었다.
간신히 마음을 잡은 청년 일행이 천천히 천악의 식탁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시오. 본인은 화산파의 이자청이라고 하오.”
“종남파의 나민관입니다.”
“형산파의 장일청이라고 하오.”
“진선아예요.”
사내들은 어떻게 해서든 여인들에게 잘 보이려는 듯했다. 반면에 갑자기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 화산파의 홍매화 진선아만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천악은 그들이 인사를 하자 포권을 취하며 마주 인사를 해주었다.
“군천악입니다.”
천악이 인사를 하자 마지못해 여인들도 대답을 했다.
그녀들은 의외였다. 기분 나쁜 사내들에게 대꾸해 주는 천악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남궁태희예요.”
“금은혜예요.”
“제갈지예요.”
“아미파의 운정입니다.”
“험!”
‘역시!’
이자청을 비롯한 청년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범상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확실히 대단한 여인들이었다. 남궁세가와 구문제독부, 제갈세가, 아미파가 다 모인 것이다. 어디 하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합석을 하시는 것이 어떻소이까?”
이자청이 웃으며 대답을 요구했다.
청년들은 천악의 의견보다는 여인들의 의견이 듣고 싶었다. 자신 정도면 모든 여인들이 다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자리가 협소한데 굳이 합석을 해야겠습니까?”
천악의 말에 이자청의 안색이 변했다. 허풍쟁이 주제에 나선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리야 두 자리를 붙이면 되지 않겠소.”
“그렇게까지 한다면 합석하지요.”
“옳은 결정이오.”
거절했다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듯한 말투였다.
이자청의 오만하고 거만한 말투를 들은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은 기가 막혔다. 지금 누구 앞에서 거만을 떨고 있는지 그가 알고 있다면 감히 저런 말을 함부로 못 하리라.
그녀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하나였다.
‘미쳤구나!’
탁자를 붙이고 나서도 서로 어색함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