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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0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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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04화

황금비도(黃金秘圖) (2)

 

 

추상락은 빨라지는 바이킹의 속도에 따라서 쾌감을 느꼈다.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오는 느낌에 가슴의 응어리가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우습기는 하지만 바이킹이라는 것이 아주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

 

하지만 그 생각은 3단계에 이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너무 빠르다 보니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그 옆으로 삼영살은 이미 지쳐가고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 내공을 싣고 있었고, 발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부들거리며 힘을 내고 있었다.

 

추상락 역시도 혼천강룡신공을 끌어올렸다.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고 육체적인 힘만으로 버티기에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리고 좌우로 최대한 위로 올라갔을 시에 오는 무게감이 장난 아니었다. 자신의 무게와 더불어서 아래로 떨어지려는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윽! 역시나……!’

 

정신없는 상황에서 속도는 더 빨라졌다.

 

천악은 시험을 위해서 인정사정없었다. 그에 따라 추상락과 삼영살은 전신 내공을 다 끌어올려야 했다. 힘도 힘이지만 지속적으로 밀려오는 두려움이 장난 아니었다. 그저 그런 놀이가 아니었다.

 

5단계까지 속도를 올려도 바이킹에 흔들림은 없었다. 거대한 철통에 쓰인 철은 묵철이었다. 휘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손잡이와 지지대 역시도 묵철이 사용되어 강도에서 있어서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천악은 바이킹이 제대로 완성되어 매우 기뻤다.

 

“제대로 만들었어.”

 

“마음에 드신다니 저도 기쁩니다.”

 

당한철로서도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당한철은 천악에게 매료되어 있는 상태였다. 금속 중의 금속이라는 만년한철을 사심 없이 내준 인물이기도 했지만, 풍운장원에 온 이후 자신의 기술이 일취월장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그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천악은 당한철과 그 옆에 있는 나도현에게도 수고했다고 치하했다.

 

나도현은 그저 헛기침을 했을 뿐이다. 보고 나서도 믿지 못할 광경을 봤으니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은 지속성을 봐야 하니까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지.”

 

“그러지요, 장주님!”

 

바이킹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기구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의 안전성과 지속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바이킹을 보면서 그 앞에서 술자리를 벌이는 천악이었다.

 

천악과 당한철, 나도현과 조선공들이 둘러앉았다. 모두는 신기한 장난감을 보고 있는 듯했다.

 

여유롭게 술을 마시는 천악에 비해서 정작 바이킹에 타고 있는 추상락과 삼영살은 죽을 맛이었다. 좌우로 계속 움직이다 보니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울렁거리는 속 때문에 내공의 사용도 쉽지 않았다. 그와 더불어 시간이 지나갈수록 팔다리에 밀려오는 근육의 경련도 무시할 수 없었다.

 

휘이이잉!

 

‘제기랄! 탈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우웩!’

 

추상락과 삼영살이 앞뒤를 살필 여유가 없기에 망정이지 천악이 술을 마시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복장이 터지고 환장할 것이다.

 

 

 

반 시진 정도 시험삼아 운행을 해본 바이킹은 예상보다 더 튼튼했다.

 

흔들림 하나 없이 정교하게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본 천악은 당한철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이 정도면 됐군.”

 

바이킹을 세우자마자 추상락과 삼영살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배에서 나오자마자 속이 울렁거렸고 술에 취한 듯 지면까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추상락과 삼영살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근력을 어찌나 심하게 사용했는지 땀으로 옷이 젖어 있는 상태였다. 은근과 끈기로 간신히 구토는 막고 있지만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바이킹이었다.

 

천악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처음치고는 재미있지 않았나?”

 

‘재미? 이게 어떻게 재미야!’

 

추상락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대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떼는 순간 이물질이 토해질 것 같았다.

 

“당한철, 다음에 만들 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

 

“철 수레는 만들어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철길(레일)은 아직 다 만들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백 장은 되어야 하니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시간은 상관없으니 차근차근 만들어놓기나 해.”

 

“물론입니다, 장주님.”

 

시간이 흐르자 좀 진정된 추상락이 천악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것은 왜 만든 것입니까?”

 

“수련을 위한 장치지.”

 

수련이라는 말에 추상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수 있겠군요. 그럼 설마 아이들을 여기에 태우시겠다는 겁니까?”

 

“그렇다.”

 

자신도 버티기 힘들었던 기구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들이 버틸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이라면 단박에 떨어져 나갈 것이 분명했다. 죽지 않으면 그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버티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다섯 단계로 나누어놨지. 차근차근 속도를 높여가면서 강도를 높일 거야. 너희들은 마지막에 최고 단계까지 갔으니 제법이었다.”

 

추상락은 천악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들은 지금 시험당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럴 줄 알았어.’

 

하지만 확실히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이킹을 타고 버티는 데에는 힘과 근력, 정신력과 내공, 이 모든 것이 다 필요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했다가는 바로 골로 감이 확실했다.

 

* * *

 

풍운장원의 정문으로 한 대의 마차가 도착했다. 마차는 작고 단출한 모양이었다.

 

특이한 것은 마차를 몰고 온 사람이 머리카락이 없는 여인이라는 점이었다. 여인은 바로 아미파에서 온 대정선자였다.

 

대정선자는 즉시 풍운장원의 정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시도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녀의 제자는 이미 기력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사천성에서 안휘성까지 오는 것도 상당히 무리를 한 것이다.

 

“조금만 참거라.”

 

“예, 사부님.”

 

마차 안에선 기운은 없지만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정선자의 제자인 운정이었다.

 

그녀는 생에 대한 미련을 거의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제까지 아프다고 아미파 내에서만 살아왔었던 그녀였기에 그나마 세상에 한 번 나와본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 누워 있는 운정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다. 음기로 막혀 있는 혈맥들에 의해 양기가 제대로 운행되지 못한 결과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다가는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서 죽게 될 것이다.

 

운정은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녀에겐 부모나 마찬가지인 대정선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운정은 대정선자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부님, 제자는 괜찮아요.’

 

그녀도 살기 위해 구음절맥의 치료에 대한 책을 수도 없이 읽었다. 그럼에도 치료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구음절맥이 왜 하늘이 내린 천형인지를 알 수 있었다. 치료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치료 자체가 성공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과거에 화타가 치료했다고 알려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부는 이번에 풍운장원으로 가면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지만 운정 자신은 회의적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 총관이 대정선자와 운정을 반갑게 맞았다.

 

“안녕하셨습니까, 대정선자님!”

 

“안녕하시오, 고 총관. 그런데 장주께서는 계시는가?”

 

“물론입니다. 그런데… 소저는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장주님의 방으로 가셔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즉시 장주님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래 주겠는가?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네.”

 

“그런 소리 마십시오.”

 

고 총관은 대정선자에게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미파의 고수에다 막강한 배경을 가진 대정선자였지만 그녀는 항상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무인들은 자신들의 아집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무공을 익히면서 자신들이 일반 사람들보다 월등하다는 우월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고 총관은 사람은 무공보다 인격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에 대정선자의 인품에 끌린 것이다.

 

고 총관은 진삼을 시켜 천악에게 대정선자가 왔음을 알리라고 했다. 그리고 몸이 아파 보이는 운정을 방으로 들여보내 침대에서 쉬게 했고, 대정선자에게는 차를 내주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장주님이 오실 겁니다.”

 

“고맙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런데 제자 분의 상태는 어떤 겁니까?”

 

“후우, 심각하다네.”

 

“무슨 병인데 그러십니까?”

 

“구음절맥이라네.”

 

“허!”

 

고 총관도 구음절맥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절맥증은 몸이 아픈 것도 문제지만 음기가 쌓여갈수록 겪는 고통도 만만치 않았다. 그 고통은 직접 겪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바로 괴물 같은 천악이 있기에.

 

고 총관은 신소미의 병도 완벽하게 치료했는데, 구음절맥이라고 해서 치료 못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주님이라면 해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야 좋겠지만…….”

 

치료하는 것도 문제지만 천악의 마음이 더 중요했다. 어떤 대가를 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정선자는 불안했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막무가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천악에게 매달려 볼 계획이었다.

 

 

 

끼익!

 

잠시 후에 천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천악은 거실에서 대정선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왜 왔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제자를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할지 궁금했다.

 

“오셨습니까?”

 

“그렇소, 군 시주.”

 

“치료의 대가는 가져오셨습니까?”

 

‘대가’라는 말이 나오자 고 총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고생을 하며 온 대정선자였다.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대가 운운하는 것이 너무 매몰차게 들렸다.

 

“장주님, 고통 속에 죽어가는 사람입니다. 우선은 살리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이 세상의 수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 돈이 없어 치료를 못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고 총관도 알겠지. 내가 냉정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르지. 아무것도 없는 자에게는 대가를 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정선자께서는 아미파의 장로 중 한 분이다. 그런 분께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이 잘못인가? 그리고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결정은 대정선자께서 하시는 거니까.”

 

고 총관은 천악의 말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순리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현실은 인정해야 했다. 고쳐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위한 대가였다. 의원도 돈을 내야 환자를 돌보는데 천악이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람에게 막대한 능력을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대정선자는 천악의 냉정한 말에 발끈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냉정하며 자기 고집을 가지고 있는 천악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군 시주의 말이 맞소. 내가 가진 게 있다면 뭐든지 줄 수 있소이다.”

 

“저는 필요한 게 별로 없습니다.”

 

“이것을 한번 봐주시오.”

 

대정선자는 품속에 숨겨놓은 한 장의 비도를 꺼냈다. 비도는 낡고, 오랜 시간을 버텨왔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천악은 낡은 양피지를 내놓는 대정선자에게 물었다.

 

“황금비도라고 들어는 봤소이까?”

 

“황금비도?”

 

천악은 황금비도를 알지 못한다. 그것은 고 총관도 마찬가지였다.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는 무림인들 사이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현 시대의 무인 중에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정선자는 우선 금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

 

 

 

금황의 전설을 듣고는 고 총관 혼자서만 놀라고 있었다. 천악은 돈을 소중히 생각하기는 하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이것이 비밀지도라는 말이군요.”

 

“그렇소이다.”

 

“천 년 동안 풀지 못하는 비밀이라는 것은 지금 당장 소용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보물을 얻을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부자가 될 수 있소.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드리겠소. 아미파의 이름으로 말이오.”

 

“흠!”

 

아미파의 이름으로 도와준다는 말은 천악이 하는 일에 아미파가 나서서 대외적으로 도와준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천악에게 그따위 것이 필요할 리는 만무했지만 앞으로 일을 행함에 있어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귀찮은 일이 발생했을 때 아미파에서 나서준다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아미파라… 그것도 괜찮겠지.’

 

“좋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확인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고 총관, 별채에 있는 제갈지를 불러와라.”

 

“알겠습니다, 장주님!”

 

황금비도가 진짜인지를 확인해 보고, 그 비밀을 풀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지금 풍운장원에서 제갈지만 한 인재는 없었다. 특히 오래된 비도의 비밀을 풀려면 기관진식과 진법, 그리고 무림의 비사에 능해야 했다. 고 총관도 학문적으로 뛰어나기는 하지만 분야가 달랐다.

 

천악은 이미 절대영안을 발동시켜 대정선자의 마음이 사실인지 살펴보았다. 그녀는 진실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확인하려는 것은 사람이 진실하다고 해도 황금비도 자체가 진짜인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환자를 볼까요?”

 

천악이 일어나서 운정이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말없이 대정선자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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