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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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03화
황금비도(黃金秘圖) (1)
사천성의 명산이자 사대 불교의 명승지로 이름이 높은 곳이 바로 아미산이다.
아미산은 아름다운 절경과 더불어 불교의 교리를 전달하는 곳으로 유명하기는 하나, 그보다는 아미산에 존재하는 문파 때문에 더 유명했다. 그곳은 바로 구파일방의 한 곳을 담당하는 아미파였다.
아미파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처음부터 불교가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먼저 도가 성격의 문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불교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복호사가 세워지면서 차차 여승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되어갔다.
여인들로 이루어진 문파이지만 당금에 와서 아미파를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아미파에 전해지는 비전신공과 비전검법, 다수의 무공들은 결코 타 문파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것들이다. 오히려 여인이 익혔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강력한 내공과 그에 버금가는 화려한 검법!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지나온 시간과 더불어 무공은 더욱 발전하였고, 이로 인해 아미파의 입지는 강호 거대문파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뎅! 데엥! 뎅! 데엥!
저녁 예불을 알리는 소리가 아미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매달 시작되는 날과 중반의 날에 절 안의 여승들이 빠르게 열여덟 번, 느리게 열여덟 번 종을 친다. 같은 형식으로 세 번을 반복하여 백여덟 번을 치면 그 소리가 산과 산 사이로 스며들어가 백 리까지 울려 퍼진다. 그렇게 여승들은 아미산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종을 쳤다.
이것이 바로 아미팔경(峨嵋八景) 중 하나인 성적만경(聖積晩景)이다. 성적만경이 시작되면 여승들은 빠르게 예불을 보러 들어간다.
예불이 끝이 나자 아미파 장문인실에 장문인과 대정선자가 마주했다. 차를 마시는 아미파의 장문인은 대정선자의 사저인 정진사태였다.
정진사태는 대정선자보다 무공이 강해서 장문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무공뿐 아니라 장문인이 가져야 할 대범함과 노련함, 문파를 생각하는 마음 등, 모든 것이 아미파의 장문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이 충분했다. 무림의 문파이기에 장문인의 무공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건이나 무공만 가지고 문파를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금정신단(金精神丹)을 달라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쯧쯧, 너도 알지 않느냐? 금정신단은 아미파의 보물이니라. 그것은 나조차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것이야.”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아미타불!”
정진사태는 안타까웠다. 그의 사제이자 아미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인 대정선자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제자를 아끼는 마음에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고 살신성인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금정신단은 내줄 수 없었다.
금정신단은 아미파의 기원과 맞닿아 있는 신단이었다. 즉, 신단 자체가 아미파의 장문영부와 맞먹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것을 어떻게 내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장문인이라고 해도 결코 개인적인 감정으로 내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너의 안타까움은 내 안다. 그러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라.”
“장문인, 아니 사저! 제발 저의 소원 한 번만 들어주십시오.”
“후우!”
대정선자가 제자를 위해서 물불 안 가린다는 것을 알지만 정진사태의 마음은 확고했다. 그러면서도 대정선자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정진사태는 금정신단과는 다르지만 다른 것을 내줄 생각이었다.
“그럼 이것을 한번 보겠느냐?”
정진사태가 하나의 양피지를 꺼내어 대정선자에게 보여주었다.
양피지는 상당히 오래전의 것인지 곳곳이 닳아져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중요한 부분인 그림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너도 금황의 전설을 알 것이다.”
“아니, 그럼 이것이 설마……?”
“그렇다. 황금비도다.”
금황전설(金黃傳說)!
-금황진천하(金黃震天下)!
황금비도를 푸는 자,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천 년이나 된 전설이었다.
상고무림시대를 지배했다던 금황이었다. 금황은 돈으로 세상을 지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화의 양이 산을 이루고도 남았다고 전해진다.
금황이 죽고 나서 열 장의 비도가 세상에 나왔고, 그 비도를 황금비도(黃金秘圖)라 했다. 지금껏 황금비도를 풀기 위해 수많은 무인들이 다투어 경쟁을 했지만 그 누구도 황금비도를 풀지 못했다. 수백 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풀지 못한 비밀이 되어버리자 이제는 황금비도의 진실이 많이 흐려져 있는 상태였다.
시간의 무서움은 잊힘! 진실이 사라지는 것이다. 황금비도가 그렇게 강호의 전설로 사라지게 되자 비도 역시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황금비도는 전설입니다. 과연 군 시주가 믿겠습니까?”
대정선자의 말은 타당했다. 아무리 황금비도의 전설을 얻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고 하지만 그 비밀을 푼 자는 천 년이 지나는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는 터무니없다는 설까지 팽배해 있는데 군천악이 선뜻 그것을 받아줄지 의문이었다.
“전설이기에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느냐? 그리고 아직 황금비도의 전설이 풀리지 않은 것은 비도 자체의 해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야. 나도 시도해 본 적이 있으나 결국 풀지 못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걸로 군 시주를 설득하라 하십니까?”
“일단 한번 말이나 해보아라. 그리고 운정이라면 풀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대정선자는 실망했다. 장문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순순히 군천악이 금황전설을 인정해 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시도는 해보아야 했다.
대정선자의 제자인 운정은 어린 시절부터 구음절맥을 앓은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책을 읽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그 지혜가 남달라져 빛을 발했다.
대정은 어쩌면 운정이라면 황금비도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우… 운정아, 한번 해보자꾸나!’
대정선자가 방을 나가고 나자 정진사태는 미안함을 내비쳤다.
금정신단을 줄 수 없기에 내준 황금비도였다. 분명 황금비도는 대단한 보물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비밀은 누구도 풀 수 없었다.
보물지도가 있으면 무엇 하겠는가! 풀지 못하는 진실은 없느니만 못한 것이 현실 아닌가.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이 만에 하나라는 희망 속에 인생을 낭비했던 것이 황금비도로 인해 벌어진 비극이었다.
‘내 허물이 크도다!’
사실 사람의 목숨보다 금정신단을 더 귀하게 여긴 것은 불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정진사태의 생각과도 대치되는 것이었다.
* * *
풍운장원 내에 건설이 진행되었던 바이킹이 완성이 되었다.
네 개의 거대한 철 기둥을 지지대로 이용해서 그 위로 대형 상선에 버금가는 배가 하나 장착되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쓰임새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육지에 배를 만들어놓은 것도 이상하지만 그 배를 기둥에 연결해서 공중으로 띄워놓은 것도 기묘하게 보였다.
당한철은 천악의 지시에 따라 설치를 마치고 나서 구동장치를 확인했다. 정작 당한철도 ‘바이킹’이라고 이름 붙은 이 괴상한 장치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바이킹엔 상당히 정교한 장치가 들어갔다. 배를 위로 끌어올리는 곳의 힘의 배분을 위해서 연속적으로 체인을 사용하였고, 여기에도 사람의 힘이 아닌 펌프의 힘을 사용하였다. 즉, 체인과 펌프, 두 가지를 알지 못하고서는 만들지 못하는 장치였다.
“이제 다 됐군.”
“그렇습니다, 장주님!”
천악이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현재의 바이킹보다 약간은 군더더기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힘이나 속도 면에서는 더 빠르고 강력했다. 현 시대의 바이킹은 보통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해서 만든 반면, 지금 만들어진 바이킹은 무인(武人)이 탑승한다는 설정 아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눈앞의 바이킹을 현대인이 타면, 타고 난 후 정신을 잃고 그 뒤로 오바이트를 사정없이 내지를 것이다.
바이킹은 좌우연동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지지대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 힘을 받을 수 있는 지지대가 튼튼해야 속도와 안전성이 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천악의 옆으로 나도현과 조선공들이 자리했다. 나도현은 돈을 주기에 만들기는 했지만 조금 허탈한 심정이었다.
배가 왜 배인가! 강이나 바다에 떠 있기 때문에 배라고 하는 것 아닌가.
배는 육지로 갈 수 없는 길을 만들어주는 바다의 수로꾼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쓰임을 하지 못하는 배를 만든 것이 조선공으로서 부끄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정작 저 배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 참! 내 평생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천악은 바이킹의 시행연습을 위해 추상락과 삼영살을 불러놓은 상태였다. 안전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서 실험용 쥐로 추상락과 삼영살을 택한 것이다.
“부르셨습니까?”
“그렇다. 내가 만든 바이킹을 처음으로 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삼영살이야 천악이 시키면 이미 불구덩이 속이라도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추상락은 저 괴상하게 생긴 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못해 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차마 안 탄다고, 싫다고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추상락이 알기에 천악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것들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다. 그런 사람 앞에서 타기 싫다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말을 했다가는 그 즉시 지옥을 경험할 것이다.
“배 안으로 들어가서 앉아라.”
“알겠습니다.”
천악이 만든 바이킹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손잡이와 발을 지지할 수 있는 지지대뿐이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만 직각으로 움직이는 배의 원심력을 버텨야 했다. 즉, 앞뒤로 튕겨나갈 수 있는 그 힘을 버텨야만 하는 것이다. 한순간도 방심이 허용되지 않는 무서운 장치였다.
추상락과 삼영살이 배에 타고 나자 바이킹을 움직이는 천악이었다.
우우우웅!
거대한 철 기둥 사이로 배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너무 천천히 올라가서 추상락은 하품이 날 정도였다.
‘별거 없네!’
이 정도는 가뿐했다. 손잡이와 발지지대뿐이지만 손잡이만 잡고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위이이이이잉!
꼭대기까지 올라간 바이킹이 위에서 아래도 내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점점 더 속도가 빨라졌다. 좌우로 빨라지는 바이킹의 연속적인 움직임이었다.
천악은 시험을 하면서 단계를 서서히 높이고 있었다.
구동장치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펌프와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5단계로 나누어져 있는 상태였다. 물론 지금도 빠르지만 고작 1단계일 뿐이었다.
“시작은 괜찮군. 속도 좀 높여야겠어.”
천악은 두말없이 2단계로 넘어갔다.
빨라지는 좌우연동의 바이킹은 보는 이들을 압도할 정도가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현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상한 것이기는 하지만 저것이 저렇게 움직일 줄은 몰랐다.
‘저런 큰 배가 저리 빠르게 움직이다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펌프는 다양한 효능이 있었다. 배에 펌프의 날을 달게 되면 역풍을 뚫고도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된다. 아직 그 사실은 나도현이 알지 못하겠지만 천악은 그것도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