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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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0화
신룡전설 1권 - 10화
“바로 여기에요.”
여인의 말에 그가 고개를 들어 커다란 문을 바라봤다.
“여기에 진짜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게 있어?”
그의 물음에 여인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들은 이야기지만, 이곳 관주가 지니고 있는 검은 천하에서 가장 귀한 명검이라고 했어요.”
“명검?”
“검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이죠. 무엇이든 벨 수 있으니까요.”
여인의 설명에 그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아… 그렇구나!”
배시시 웃는 여인의 모습에 그는 마주 웃었다.
‘아…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여인은 환한 미소가 걸린 그의 얼굴을 보며 양 볼을 살짝 붉혔다. 그러면서도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엔 장난기가 가득 흐르고 있었다.
사실은 이러했다.
여인은 하문삼걸에게 그를 데려오라고 했고, 그를 데리고 오던 하문삼걸이 갑자기 서로 싸울 듯한 모습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객잔 밖으로 뛰쳐나왔다. 혹시라도 하문삼걸이 그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속으로 화를 내며 달려가던 여인은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하문삼걸 중에서도 가장 체격이 좋은 삼봉을 아무렇지도 않게 패대기치자 그가 무공을 익혔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렇게 되자 여인은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다.
하문 검관(廈門劍館).
복건성 하문에서 그런대로 행세깨나 하고 있는 검관이다. 그런 하문 검관의 막내아들이 자꾸만 자신에게 치근덕거려서 언제고 한번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터였다. 그러다 그의 무공이 보통이 아님을 단번에 파악한 여인은 그를 시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여인의 어머니가 항상 말했었다.
‘자로고, 사내란 자신의 여자는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빈아, 네가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어미의 말을 꼭! 명심해라! 나는 네가 나처럼 사는 건 바라지 않는단다.’
어머니의 말을 항상 가슴 깊이 새겨둔 여인이다. 불우하다면 불우했던 어머니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여인은 자신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의 외모만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아름다운 사내!
그를 표현하는 말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파란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와 입가에 걸려 있는 환한 웃음은 사람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사내다운 다부짐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꼭 사내만이 여자를 지켜야 한단 법은 없잖아? 내 남자는 내가 지키면 돼!!’
어머니의 말, 여인의 다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여인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그는 하문 검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저, 저기…….”
“응?”
“가서 어쩔 셈이에요?”
여인의 물음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달라고 해야지.”
“에……?”
여인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검관 대대로 내려져오는 명검을 대뜸 달라고 한다니?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할 일이지만, 그녀는 그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는 순간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쾅쾅!
하문 검관의 문을 두드리자 커다란 문 중앙에 나 있는, 창문처럼 작은 문이 살짝 열렸다.
“무슨 일이오?”
그가 창문에 얼굴을 불쑥 들이대며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게 있다고 해서 가지러 왔어!”
“…….”
침묵.
창문을 통해 그를 바라보던 하문검관의 경비무사는 별 미친놈 다 본다는 듯 창문을 ‘탁!’ 닫아버렸다.
“어라?”
창문이 닫히자 그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쾅쾅!
“문 열어줘! 문 열어줘!”
흔들흔들.
문을 부셔버릴 듯한 기세로 두드리는 통에 경비무사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새끼를 봤나!!”
경비무사는 당장이라도 그를 죽일 듯한 얼굴로 눈을 부라렸다. 그런 경비무사의 모습에도 그는 전혀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뚱하게 서 있었다.
“뭐, 이, 이런 놈이 다 있어…….”
결국 혼자 흥분한 꼴이 되어버린 경비무사는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경비무사를 지나쳐서 하문 검관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어, 어? 이, 이 새끼가!”
경비무사는 급히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움켜잡았고, 그의 몸은 하늘로 떠오른다 싶기가 무섭게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쾅!
“커헉!”
“궁금하잖아.”
“다, 당신은…….”
경비무사는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는 여인의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다가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넓고 잘 꾸며진 하문 검관 장원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는 감탄사를 연방 터트리고 있었다.
“와아~.”
“훗!”
겉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아이와도 같은 그의 모습에 여인은 실소를 터트리며 그의 뒤를 천천히 따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웬 놈들이냐?!”
하문검관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서 거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인은 물론 그 역시도 고개를 돌려 정문 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얼굴을 찌푸리고 서 있었다. 그중엔 여인이 한 번 본 적 있는 50대 후반의 중년인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섬전검(閃電劍) 고여일로 하문검관의 관주였다.
“육 소저! 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잔뜩 찌푸렸던 인상을 언제 풀었는지 20대 초반의 청년이 환하게 웃으며 여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는 사람들이냐?”
섬전검 고여일의 물음에 청년이 급히 대답했다.
“아버님! 소자가 말했던 여인이 바로 저 소저입니다.”
청년이 바로 고여일의 막내아들인 고군보였다.
“그래? 으음… 생각 외로구나!”
고여일은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외모도 저 정도라면 한 성을 뒤흔들 정도로 대단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마음을 이끈 것은 그녀의 범상치 않은 무공이었다.
“아버님 마음에도 드신다니 정말로 다행입니다! 하하하!”
고군보의 행동에 여인은 아미를 잔뜩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거야?”
“……!”
어느새 고여일의 바로 곁까지 다가간 그가 고여일의 허리춤에 매여 있는 한 자루의 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의 눈엔 ‘저런 게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게 맞긴 맞냐?’는 듯한 의문감이 짙게 배여 있었다.
“음?”
고여일은 자신의 이목을 따돌리고 바로 곁까지 접근한 그의 모습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가를 찌푸렸다.
“네놈은 누구냐?”
기분이 잔뜩 상승해 있는 고군보가 제법 그럴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그의 모습에 고군보가 피식! 웃었다.
“그럼 네놈 말고 여기 또 누가 있더냐?”
“아…….”
멋쩍게 웃으며 그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고군보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질투가 날 정도였다. 아름답게 생긴 얼굴부터 시작해서 조금 전의 어리숭한 모습까지 남자인 자신이 봐도 질투가 솟구칠 정도였다.
슬쩍 곁눈질을 하니 육 소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같은 시간에 같이 왔다는 것 자체부터, 그리고 뭔가 모르게 친근한 듯한 그의 말투까지 고군보는 아까와는 또 다른 성격의 질투심을 느꼈다.
“네놈은 누구냐!”
으르렁거리듯 사납게 눈빛을 빛내는 고군보를 보며 그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
“나는 왕무적이다!”
第六章. 내 이름은…….(2)
“현 무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신도무적(新刀無敵)을 말하겠네!”
“신도무적이라… 하긴 그의 도(刀)가 성천검제(聖天劍帝)의 검을 꺾은 것은 이미 천하가 인정한 사실이니…….”
“그럼! 성천검제가 누구던가? 이미 천하제일고수라 은연중에 인정을 받던 사람이지 않던가! 하지만 그의 검을 신도무적의 도가 꺾어버렸으니 당연히 현 천하제일고수는 신도무적일 수밖에!”
“하긴 현재까지 신도무적에게 도전을 한 수많은 고수들이 그의 도를 뛰어넘지 못했으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장년의 남자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신도무적이라… 무적… 무적…….”
“아버지, 뭐 해요?”
장년의 남자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얘야, 네 이름을 이제야 지어주게 생겼구나!”
“정말요?”
“그래! 네 이름은 이제부터 무적이다! 무적!!”
“무적?”
“그래! 왕무적! 하하하하!!”
아이는 태어난 지 7년이 지나서야 이름을 얻었다.
“나는 왕무적이다!”
자부심 가득한 외침.
“…….”
“…….”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침묵이 계속될 것만 같던 순간을 고군보가 깨버렸다.
“푸하하하하!! 왕무적? 무적이라고? 큭큭큭!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 웃긴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한심하군, 한심해! 하하하하!!”
“하하하하!”
고군보의 말에 그의 뒤에 서 있던 하문 검관 무인들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세상에 많은 이름들이 있겠지만 ‘무적’이라는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결단코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무적’이라는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하지 말란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 그 누가 ‘무적’을 이름으로 사용하겠는가?
“무, 무적이라니…….”
왕무적 뒤에 서 있던 여인도 아미를 가볍게 찌푸렸다.
아름다운 외모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식 이름을 무적이라고 지은 거야!!’
여인은 괜히 왕무적의 부모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큭큭! 그래, 네놈의 이름은 왕무적이고, 그럼 네 아비의 이름은 뭐냐? 설마 왕제일이냐? 아니면… 왕… 컥!”
퍼- 억!
말을 하던 고군보의 몸이 갑자기 뒤로 날아갔다.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핏물.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