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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4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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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0화

마교풍운 (1)

 

 

쿠과광! 우지직!

 

방 안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집어 던지며 부숴버리는 악불강이었다.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분명 한순간 틈이 있었다. 그 틈을 공략했다면 지금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패배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비무전까지도 같이했던 구겁마왕들이 모두 승리자에게 가 버렸다. 모든 것이 다 허물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매번 이런 식이었다. 유백의 그림자를 넘지 못해 항상 두 번째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오늘까지도 비참한 패배를 하고 말았다.

 

분노가 이성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악불강의 눈에 광기(狂氣)가 번쩍였다. 이미 모든 것을 던졌다.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너무 아까웠다.

 

‘내 거다!’

 

“비설!”

 

슈슉!

 

악불강의 부름에 검은 인영이 나타나서 부복했다. 그는 악불강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무인이었다. 그가 시키는 일을 수족처럼 움직여 실행했다.

 

“윤아를 은밀하게 데려와라.”

 

“예, 공자님!”

 

사삭!

 

명을 받음과 동시에 사라졌다.

 

악불강은 그 자리에서 붓을 꺼내 서신을 작성했다. 이런 수법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무가 끝난 2일 동안 대공자 유백에게 잘 보이려는 듯한 구겁마왕의 황송한 대접이 있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듯했다.

 

다만 유백의 안면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천마의 부재와, 윤아의 냉담한 반응이었다.

 

소교주가 되어 당당하게 손을 내밀고 싶었건만, 오히려 눈물을 보이며 자신을 멀리하는 윤아의 반응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녀의 아픔을 알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었다.

 

유백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아무도 모르게 가슴속에 윤아를 담고 아파했다.

 

‘윤아야, 내 마음을 모른단 말이냐!’

 

도대체 자신이 무얼 잘못했단 말인가!

 

윤아에게는 지극정성을 다했다. 소교주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교주의 제자가 되어 실력으로 소교주 위를 얻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인가! 자신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후우우!”

 

술 한잔을 하며 달빛을 바라보는 유백이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가면 달라질까!”

 

쌔애앵! 타앗!

 

유백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촉을 잡아챘다. 상당히 먼 곳에서 날리고 빠르게 사라져서 상대를 잡지 못했다.

 

유백은 화살촉의 끝에 매달린 서신을 봤다.

 

“이게 무엇인가?”

 

화살촉 끝에 서신이 달려 있었다. 유백이 서신을 급히 펼쳐보았다. 서신의 내용을 읽어내려 간 유백의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손이 떨렸다.

 

“악…불강! 네놈이 정녕 미쳤구나!”

 

 

 

-유백! 승리를 자축한 것이냐! 크크크! 만무곡(萬霧谷)으로 혼자 오너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윤아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명심하는 게 좋아.

 

 

 

심각했다.

 

악불강이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짓까지 하고 말았다. 유백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일이면 소교주가 된다. 위험한 일에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윤아가 걸려 있는 문제였다.

 

악불강이 내놓은 수는 상당히 치사하지만 걸려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유백은 서신을 구기고 바로 움직였다.

 

‘만무곡이라, 네놈을 그냥 죽이지 않겠다!’

 

유백이 살심을 품었다.

 

그 즉시 은밀하게 집을 빠져나와 만무곡으로 달려갔다. 경공을 전력으로 펼쳐서 내달리는 유백이었다.

 

만무곡은 기련산의 수많은 계곡 중에 하나로 그 높이가 가장 놓고, 험한 곳이었다. 끝도 모를 만장단애(萬丈斷崖)가 사람의 시야를 어지럽힐 정도로 깊은 계곡으로 유명했다. 더군다나 만무곡은 교내에서도 인적이 없는 곳이었다. 무언가 일을 꾸밀 때, 만무곡만큼 은밀하고 조용하게 마무리시킬 수 있는 곳도 드물었다.

 

휘이이잉!

 

절벽 아래에서 불어오는 용권풍이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그 아래가 어디인지조차 짐작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만무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사시사철 안개로 뒤덮여 인간의 공포를 더욱 가중시켰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청년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 옆으로 점혈당해 움직이지 못하는 여인이 청년을 노려보았다.

 

“감히, 네가 나를……!”

 

“흥, 아직도 네가 교주의 딸인 줄 아느냐? 어차피 너는 교주가 없어지면 쓸모없어지는 계집에 불과해. 유백을 유인하는 소모품 주제에 날 화나게 하지 마라!”

 

악불강은 곽윤아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유인책으로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 곤란해진다. 어차피 이미 벌인 일이었다. 후회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곽윤아의 눈이 심각하게 떨렸다.

 

설마 했는데, 악불강이 자신에게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할아버지가 있을 때는 자신 앞에서 온갖 아양을 부리던 놈이, 지금에 와서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 생애 이런 더러운 말은 처음이었다.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두렵지만 이 정도로 기가 죽지 않는 곽윤아였다. 그런 곽윤아의 당찬 말에 악불강의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건방진 계집이 뭐라고.”

 

진득한 살기를 품은 악불강이 단검을 뽑아 곽윤아의 가랑이 사이로 찔러 넣었다. 조금 더 찔러 들어갔다면 가랑이가 붉게 물들였을 것이다.

 

부들! 부들!

 

악불강의 행동에 곽윤아가 입을 다물었다. 온몸에 피가 빠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진짜로 찌르는 줄 알았던 곽윤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악불강의 눈만 보면 자신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제야 곽윤아는 무섭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사지 멀쩡하게 있고 싶으면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게 좋을 거다. 아무 때나 용기를 보인다고 다 될 줄 알아? 내 감정을 자극하지 마라!”

 

곽윤아가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영웅이라면 위기에서도 끝까지 맞서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용기조차 무시하고 있었다. 용기가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세상은 책에서 나오는 영웅전기(英雄傳記)와 같지 않았다.

 

“흥!”

 

곽윤아의 가랑이 사이가 노랗게 물들었다. 아무리 그녀가 강단이 세도 여인이었다.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실금을 하고 말았다.

 

악불강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곽윤아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미치도록 부끄럽고 싫었다. 앞에서 비웃고 있는 악적을 향해 지독한 독설을 퍼부어야 했다. 그런데 두려움으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더러운 년, 제 주제도 모르고 비무대회에 나오려고 한 거냐. 언제까지 교내에서 천방지축으로 행동할 수 있을 줄 알았나? 너는 교주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몸파는 창녀가 되었을 것이다!”

 

악불강은 유백에게 진 한풀이를 곽윤아에게 하고 있었다.

 

“악불강!”

 

악불강을 향해 살기가 가득한 말투로 소리를 지르는 자가 나타났다. 경공을 사용하여 달려온 자는 바로 유백이었다.

 

유백의 전신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거기까지.”

 

다가오려는 유백을 향해 악불강이 멈추라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검을 뽑아 곽윤아의 목에 갖다 대었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곽윤아의 목과 몸이 분리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듯했다.

 

유백의 입에서 노성(怒聲)이 터졌다.

 

“사부의 은덕(恩德)을 받은 네놈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네놈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흥! 언제나 고고한 척 혼자 다하는 놈이, 여기까지 와서 잘난 체하는 거냐!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모양이구나!”

 

스윽!

 

“아앗!”

 

주르르륵!

 

곽윤아의 목에 작은 상처를 내자 핏물이 흘러내렸다. 곽윤아는 검이 살짝 베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에 달군 듯이 지독한 고통을 받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농락당하고 있으니 부끄러움과 두려움으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멈춰! 윤아는 네게도 동생과 같은 아이다!”

 

“동생? 난 이년을 동생으로 생각한 적 없다. 내 앞에서 잘난 체하는 암캐에 불과하지. 나는 체질적으로 잘난 체하는 놈들이 싫어. 바로 너처럼 말이야!”

 

유백의 음성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섣불리 행동해봤자 상황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원하는 것이 뭐냐?”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뭘 것 같아?”

 

“내 자리를 원한다면 주마!”

 

“흥, 모든 사람 앞에서 진 나에게 선정을 베푼다는 거냐? 그딴 것은 개나 줘라! 내가 이렇게까지 된 것은 모두 너 때문이다.”

 

“내 목숨을 원하는 거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나도 양심이 있지, 그냥 죽일 수 있나! 너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마. 다시 한 번 대결을 해보자!”

 

유백은 순간적으로 악불강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다. 곽윤아를 인질로 잡고 있으면 간단하게 자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면 대결을 원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대를 만들어 주었으니 어디 다시 한 번 잘난 체를 해 보아라!”

 

“무얼 바라는지 모르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스르렁!

 

악불강이 유백을 향해 뻗어 나가면서 검을 뽑았다. 발검의 묘리를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그 순간에 유백도 검을 고쳐 잡고 방어에 집중했다.

 

이 순간에도 유백은 곽윤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안심했다. 악불강이 곽윤아와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안심하고 검을 출수할 수 있었다.

 

카아앙!

 

유백이 천극마공을 끌어올려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검과 검이 부딪치고,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이 어우러졌다. 역시나 실력 차이는 얼마 없었다. 다만, 경공술을 발휘하느라 내공을 소모한 유백이 시간을 끌면 불리할 상황이었다.

 

악불강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내공의 소모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지, 처음부터 광천불괴마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검에 주입했다. 검과 검이 접전으로 부딪치자 유백 역시도 천극마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서로간의 내공 대결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는 유백이 밀리지 않았다.

 

유백은 침착하게 상대의 허점을 파악하려고 했다. 있는 힘껏 휘두르는 검법이 강력할 수는 있으나 그에 따른 허점이 많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뻗어나가는 힘이 강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게 뒤로 많이 휘어져야 한다. 유백이 그때를 노리며 기다렸다.

 

‘한 번의 기회를 노린다!’

 

일격으로 악불강의 약점을 찔러, 숨통을 끊어버리려고 마음먹었다.

 

악불강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디 자신 있으면 자신의 미소를 지워보라는 듯했다.

 

카카캉! 카카캉!

 

검기와 검기가 부딪치자 시끄러운 소리와 위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유백이 검을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뒤로 잠시 밀린 악불강의 허리가 비어버렸다. 유백은 그 순간에 허리를 노리며 찔러 들어가려 했다. 천극마공을 최고로 발휘하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진기의 유동이 끊겨 버렸다.

 

“헛!”

 

흐르던 강물이 둑에 막힌 것처럼 내공의 흐름이 제대로 유동되지 않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흐르던 내공이 막히자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백은 왜 이런지 알 수 없었다.

 

일순간 몸이 마비된 것 같은 충격을 받은 유백이 뒤로 휘청거리자 악불강이 다시 달려들었다. 숨 쉴 틈 없이 공격하자 속절없이 뒤로 밀렸다. 계속 밀리면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유백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내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마공을 그대로 받아내자니 그 힘의 여파를 제대로 버텨내지 못하는 듯했다.

 

“크크크! 어떠냐! 네놈의 일그러진 얼굴이 마음에 드는구나!”

 

“어…떻게?”

 

유백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산공독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왜 산공독에 중독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어 그 이유를 악불강에게 물은 것이다.

 

악불강이 독을 하독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알았을 것이다.

 

“똑똑한 척하더니 멍청하구나! 언제인지 모르겠지? 뭐, 내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겠다. 바로 네놈이 받은 서신이었다!”

 

“그런… 비겁한!”

 

“비겁하다고? 당한 놈이 바보지. 서신을 받고 안이하게 경공술을 발휘했으니 산공독이 온몸에 퍼졌을 것이다! 내가 마구잡이로 공격한 것도 한몫했고 말이야! 크하하하!”

 

악불강은 통쾌한 듯이 웃었다.

 

언제나 자신 앞을 방해하는 놈을 갖고 놀았다고 생각하자,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곽윤아는 대결을 초조하게 보고 있다가 악불강이 독을 썼다는 말에 절망했다. 유백이 자신을 위해 홀로 온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결국 죽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고마움과 원망, 이 모든 것이 섞여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유백이 절벽까지 밀리면서 죽을 위기에 처하자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안 돼!”

 

유백의 살신성인에 미안함이 곽윤아의 마음을 울렸다.

 

악불강은 곽윤아의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절벽으로 밀어붙인 후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마공불사검법의 최종 오의인 불사혈인을 출수했다.

 

“죽어랏!”

 

촤자자작! 카아아앙!

 

무수한 검기 다발이 유백의 전신을 난도질하듯이 쏘아져 왔다.

 

유백은 공력의 삼분지 일도 안 되는 천극마공의 힘으로 막아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충격을 받는 것으로 모자라 전신에 검기가 베어져 나갔다.

 

충격파가 일어나더니 유백의 몸이 허공에 붕 떠 버렸다.

 

크아아앗!

 

추락하는 자는 날개가 없었다. 극마급의 고수라고 하지만 한 줌의 내공도 없이 허공에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신에 상처를 입은 유백의 신형이 실 끊어진 연처럼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뿌연 안개가 끼여 5장 이상 떨어지자 모습이 사라졌다.

 

만무곡은 수색이 불가능한 곳이다.

 

수색할 수 없는 곳으로 부른 이유가 바로 증거인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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