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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3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39화

소교주 비무대회 (2)

 

 

커어억!

 

한 손에 목이 잡힌 자가 숨을 헐떡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목을 잡고 있는 노인은 분노로 흉신악살처럼 변해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전…멸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계속 벌어지면 안 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그게 더 의문이었다.

 

독고패 장로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식을 들고 온 이놈의 목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폭룡대는 내가 키워낸 최강의 살인병기야. 무려 1,000명이나 되는 놈들이 한 놈에게 전멸되었다는 보고를 내가 믿어야 하는 거냐!”

 

“으윽!”

 

손에 힘이 점점 더 가해지자 전령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목이 꺾여 죽을 것 같았다.

 

독고패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손에 힘을 풀었다.

 

털썩!

 

“허어억! 허어억!”

 

전령이 숨을 몰아쉬며, 두려운 듯 떨었다.

 

독고패는 차분한 눈으로 돌변해서 다시 한 번 설명해 보라는 뜻을 전했다.

 

“아합랍달합택산에서 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흔적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간신히 폭혈공의 흔적을 찾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폭혈공을 사용한 흔적이 없는데, 폭룡대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지금 그 말은 산불로 폭룡대가 모두 전소(全燒)했다는 말이냐!”

 

“그게, 그렇습니다!”

 

“이런 미친놈,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이냐? 좋아, 다른 것은 둘째치고, 놈은 어떻게 됐어?”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다면 결과가 중요했다. 자신의 일을 계속 방해한 놈을 제거했는지가 궁금했다.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죽은 게 아니고!”

 

“아합랍달합택산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사라진 것으로 보아서 폭룡대와 같이 동귀어진한 것으로 보입니다만…컥!”

 

“병신 같은 놈이 지금 누굴 놀리는 것이냐!”

 

다시 한 번 화를 참지 못한 독고패가 전령의 목을 움켜잡았다. 분이 풀리려면 이놈을 죽이고, 뼈를 우려내야 할 것이다.

 

독고패가 전령을 집어 던졌다.

 

꽈광!

 

“꺼져.”

 

“예, 장…로님!”

 

전령이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남겨진 독고패는 머리가 아파 왔다. 폭룡대가 모두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놈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죽었겠지. 아무리 놈이 강해도 폭혈공앞에서 살아날 수는 없다!”

 

독고패는 스스로 위안을 했다. 그리고 천악이 죽었다는 데에 확신을 가졌다. 놈이 살아날 확률은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폭룡대가 모두 사라진 분을 삭이기 쉽지 않았다.

 

* * *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거대한 불 조각상이 내려다보이는 아래, 화려하게 만들어진 비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비무대를 중심으로 사방에 5천 명이나 되는 마교의 무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소교주가 누가 될 것인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웅성! 웅성!

 

여러 무인들이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자를 말하고 있느라 시끄럽기까지 했다.

 

두우웅! 두우웅!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비무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와 함께 군사인 귀마 백지상이 단상의 중심에서 신교인들에게 말을 했다.

 

 

 

-모두 조용하시오! 신성한 비무대회가 시작되었소! 신교는 대대로 강자지존의 율법을 목숨처럼 여기며 살아왔소이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비무야말로 마교지존이 되는 길을 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소! 새로운 시대를 여는 무인이 가는 길을 모든 신교인들은 축복해 주기를 바라겠소이다! 그럼, 비무를 시작하도록 하겠소이다!

 

 

 

와아아아!

 

귀마의 말에 신교인들은 모두 함성을 내질렀다. 함성은 힘차게 기련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비무대 위에 두 사람이 오르기 시작하자 함성의 소리를 더욱더 커졌다. 젊은 용들의 대결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이기든 공전절후의 대결이 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유백과 악불강이 마주 대하며 섰다.

 

유백의 가라앉은 평온한 눈에 비해 악불강은 전의에 불타는 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유백이 먼저 말을 했다.

 

“오랜만에 대결을 하는구나.”

 

차분한 유백의 말이 거슬리는 악불강이었다. 자신 앞에서 언제나 거만을 떤다고 생각했다. 저 표정 없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흥, 언제나 내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전과는 다르다!”

 

유백도 악불강의 기운이 강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결을 시작하시오!

 

내공을 실은 귀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유백과 악불강이 검을 뽑아들었다.

 

“대화는 대결이 끝나고 하자꾸나!”

 

“대결이 끝나고도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비무대 아래에서 지켜보는 무인들 사이로 천마와 천악이 역용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까지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 안심하고 있는 천마였다. 그리고 비무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대를 이을 자라면 당연히 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누가 이길 것 같나?’

 

‘유백이 이길 것 같군요.’

 

‘그렇겠지.’

 

둘의 실력 차이는 그다지 없어 보였다. 실력이 대등하다면 얼마나 침착하게 상대를 보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게 된다.

 

천악의 시선이 비무대가 아닌 단상에 앉아 있는 자들에게로 향했다. 천악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젊은 청년을 바라보았다.

 

씨익!

 

천악의 입가에 섬짓한 미소가 번졌다.

 

* * *

 

카카캉! 파앙!

 

검과 검이 부딪쳤다.

 

천극마공과 광천불괴마공의 격돌이었다. 서로간의 내력에서는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천벽검법(天壁劍法) 제3절초, 천벽단파(天壁斷破)

 

-마공불사검법(魔功不死劍法) 제4절초, 불사염화만개(不死炎火滿開)

 

하늘의 부숴버릴 수 있는 패도적인 천벽단파가 유백의 검에서 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불사(不死)의 불꽃이 화려하게 상대를 태워버리려고 피어올랐다.

 

파파파팡! 파파팡!

 

연속적인 폭발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서로의 절기에도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았다. 서로의 검격 안에서 일백 번의 검이 휘둘러지고, 그 안에서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밀고 밀리는 승부가 연속으로 펼쳐졌다.

 

유백과 악불강의 이마를 타고 땀이 흘러내리다가 흩어졌다.

 

슈슉!

 

유백의 검이 악불강의 가슴을 파고들자 악불강이 반보 뒤로 몸을 빼며, 틀면서 피해내었다. 그리고 잡고 있던 검으로 들어오는 유백의 허리를 향해 베어갔다.

 

허점을 내비쳤던 유백이었다.

 

그런데 유백의 신형이 갑자기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그러자 악불강의 검이 허공을 그었다.

 

‘많이 발전했구나!’

 

‘여전히 강하다!’

 

일촉즉발의 공방이 이어지다 잠시간의 공백이 발생했다. 유백과 악불강이 서로의 허점을 파악하려는 듯 노려보았다. 허점이 노출되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비수를 꽂으려고 했다.

 

숨 막힐 듯한 적막감이었다.

 

그러한 적막감을 참으며, 유백은 숨을 가다듬었다. 그와는 반대로 초식이 막히자 초조한 것은 악불강이었다.

 

그는 기다리는 것이 싫었다. 이제까지 기다려온 기회를 살려서 놈의 숨통을 끊어버려야 했다.

 

참지 못한 자가 먼저 움직이는 법이다. 악불강이 지면을 힘차게 밟으며, 앞으로 튕기듯이 날아갔다. 마치 빙판을 미끄러지듯이 무저항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악불강의 빙룡보(氷龍步)가 무섭도록 빠르게 펼쳐졌다.

 

앞으로 다가간 악불강의 신형이 좌에서 우로 변화했다. 그 모습이 마치 이형환위를 방불케 하였다.

 

유백의 눈이 매섭게 환상을 가려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침착했다.

 

‘환상이 실(實)이 될 수 없는 법. 허상은 실을 살(殺)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천벽검법 중에 가장 빠르며 무서운 검법인 천벽섬광(天壁閃光)이 빛을 뿜어내었다. 유백의 검에서 햐얀 유성이 악불강의 신형을 꿰뚫었다.

 

“크윽!”

 

악불강은 자신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출수한 유백의 검기에 당황하며 몸을 뒤로 빼야 했다.

 

주르륵!

 

몸을 틀어 피하기는 했지만 왼쪽 어깨가 관통되었다. 출혈보다 검의 기운이 왼팔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검기에 의한 상처는 보통 검으로 인한 상처보다 더한 충격을 가한다.

 

악불강은 그 즉시 광천불괴마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불괴마공의 특성상 일정 이상의 상처에는 금세 아무는 효과를 발휘한다.

 

마공이라고 해도 극성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유백이 그런 틈을 줄 이유가 없었다. 승부에 있어서 상처가 났다고 기다려주는 것은 애송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마교인답게 유백의 검에는 인정이 없었다. 상대의 틈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냉철함이 유백이 검에서 느껴졌다.

 

슈슈슈슉! 슈슈슉!

 

휘청! 다다닥!

 

빙룡보와 검을 들어 막아서기는 했지만 악불강이 제대로 방비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느새 뒤로 밀리기만 할 뿐이었다.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는 유백의 검에서 검기를 벗어나 검강이 드러났다. 검강을 뿌리는 것을 보아 극마(極魔)의 경지에 이른 유백이었다. 무공의 경지로 보면 화경에 이른 것이다.

 

강력한 기운이 검에 스며들어 또 하나의 검이 드러났다. 그것을 지켜본 무인들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유백의 나이에 벌써 극마급에 이르렀다는 것에 놀라는 것이었다.

 

와아아아!

 

악불강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벌써 자신보다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지금 자신도 검강을 뽑아낼 수 있지만 저토록 완벽한 경지는 아니었다. 자괴감과 더불어 질투가 온몸을 불사르고 있었다.

 

마공불사검법의 마지막 오의를 펼치려 했다. 어차피 계속 밀리다 보면 질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는 동귀어진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놈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마공불사검법의 마지막인 불사혈인(不死血刃)이었다. 붉은 기운이 악불강의 전신을 뒤덮었다.

 

빠르게 응축시킨 기운을 검에 담아 쏘았다. 기운을 앞으로 출수하는 순간 유백 역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집중했다.

 

쌔애앵!

 

유백의 상단과 하단을 완벽하게 분리시키려는 악불강의 검초는 빠르고 악독했다. 필살의 집념이 검에 섞여 그 위력을 실감케 하고 있었다.

 

악불강은 회심의 미소를 짓다가 표정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어느새 옆으로 돌아선 유백의 검이 악불강의 목에 와 닿아 있었다.

 

“어떻게?”

 

악불강의 불신감은 당연했다. 한순간 잘라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사라져 버렸다. 다시 나타났을 때, 검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자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악불강의 몸이 환영을 베는 순간에 빠져나간 것이다.

 

유백이 회심의 일격으로 준비한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보법이었다. 강맹한 검격도 보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유백은 그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독문보법인 분광뇌영보(分光雷影步)를 갈고닦았다. 그 성과가 지금 이렇게 보이고 있었다.

 

차가운 금속의 기운이 악불강의 신경을 차갑게 식혔다. 유백은 항복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반항하면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주르륵!

 

목에 닿은 검날이 악불강의 피를 보게 만들었다. 악불강은 이대로 지고 싶은 마음이 없으나 방법이 없음을 깨달았다.

 

“졌…다!”

 

“좋은 승부였다.”

 

당당하게 승리를 받아들이며, 유백은 승자의 여유를 부렸다. 악불강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저런 당당한 모습은 자신의 모습이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졌으니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두…고 보자!’

 

천통귀마 백지상이 만인이 보는 앞에서 유백의 승리를 축하했다.

 

 

 

-유백 대공자께서 승리하셨소! 이제부터 신교의 소교주가 되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바이오! 또한, 소교주 위(位)를 받는 일은 3일 뒤에 거행하도록 하겠소!

 

 

 

초조하게 지켜보던 천마 역시 유백의 승리를 축하했다. 행여나 불미스런 일이 벌어졌다면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천마에게 천마신교는 태어난 곳이자 지켜야 할 성지(聖地)였다.

 

천마는 유백의 승리를 축하하며 악불강을 바라보았다. 상처가 심한 것보다는 승부에 진 것을 상당히 분해하는 듯했다.

 

‘강아, 네가 오르기에는 부족한 자리다. 그걸 빨리 깨닫도록 하거라!’

 

악불강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제자였다. 제자의 불행을 바라는 스승은 없을 것이다.

 

[천 장주! 이제 내 존재를 보여도 되지 않나?]

 

[아직이군요.]

 

[그게 무슨 소린가?]

 

[지금부터가 시작이란 소립니다. 그러니 잠시만 더 참아주십시오.]

 

천마는 천악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갑자기 소름 끼치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 천악이 무섭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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