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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3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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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38화

소교주 비무대회 (1)

 

 

탑리목분지(塔里木盆地)를 지나 천산산맥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동쪽, 기련산에 위치한 대규모의 문파에서는 지금 한창 시끄러웠다.

 

그 이유는 마교 교주의 다음 자리를 잇는 소교주 비무대회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천마신교에서 교주는 하늘이었다.

 

불꽃의 성스러운 기운을 받아 자신들을 다스리는 군왕(君王)을 선정하는 날이기도 했다. 교주가 장기간 사라지고 나서 교내의 교도들이 상당히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역대 교주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교주이기에 그 믿음이 대단했다.

 

하지만 다음 대 교주가 있어야 그들에게는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소교주 비무대회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소교주 비무대회는 천마신교의 사람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천마신교 내의 수뇌부들과 일급무사들만이 볼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허용되지 않는 신성한 대회이기도 했고, 불미스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벌써부터 천마신교에서는 누가 소교주가 될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보여진 대공자 유백과 이공자 악불강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사람들의 인식이 대공자에게 쏠리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천마신교의 모든 사람들이 무인은 아니다. 그중에 일반 백성도 있었다. 그들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전쟁이 나면 그들의 남편과 아들이 죽어야 한다. 지금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대공자 유백이 소교주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천마신교는 거대한 궁전과 같았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마주하고 올라간 건축물들이 교도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천마신교의 이공자 악불강은 전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은 서열 2번째라는 오명 속에 살아왔었다. 항상 자신의 앞을 대공자 유백이 가로막고 길을 내주지 않았다. 교주가 있었다면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악불강도 교주가 유백을 후계자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은연중에 자신은 이 자리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압박까지 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백을 이기기 위해서 그는 폐관수련을 했다. 그전까지 한 번도 유백을 이기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었다.

 

악불강은 자신의 독문심법인 광천불괴마공(狂天不怪魔功)을 10성 이상 연성한 상태였다. 마교의 오대 내공심법 중에 하나로 교주의 제자가 되면서 익히게 된 내공심법이었다. 유백이 익히고 있는 천극마공(天極魔功)을 깨뜨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악불강이 교주가 되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천마신공때문이었다. 모든 마공의 정점에 선 천마신공이야말로 최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내공이었다. 그 비전을 유백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악불강의 눈에 광기가 번졌다. 광천불괴마공을 익히게 된 후 그의 성정이 상당히 날카롭게 변했다.

 

악불강의 옆으로 구겁마왕 중에 1명인 패천도마 궁백림이 앉아 있었다.

 

“자신은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내일 모든 것을 결판낼 겁니다!”

 

구겁마왕 중에 패천도마 궁백림, 극천광마 전극, 무영쾌마 관후, 부골시마 용주 등 4대 궁의 궁주가 악불강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중원 진출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강건파의 주자들이었다.

 

그들에게 악불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공자 유백은 지금의 마교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야욕을 펼칠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4대 궁의 궁주들은 악불강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내공을 키우기 위해서 온갖 영약을 모두 지원했다. 또한 실전감각과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직접 자신들이 악불강을 상대해 주기까지 했다.

 

궁백림은 악불강에게 약간의 경고를 했다.

 

“마교는 강자지존일세.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을 자네는 잘 알 것이라 믿는 바일세.”

 

꿈틀!

 

악불강의 근육이 약간의 경련을 일으켰다. 말 그대로였다. 내일의 대회에서 지게 된다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4대 궁주들이 자신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약자에게는 더 이상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뜻이 달라 구겁마왕끼리의 내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강자를 숭상하고 있었다. 모든 일에 강자가 우선이고, 그 의견에 따를 뿐이었다. 이것은 당대의 교주인 천마를 따르는 이유와 같았다.

 

“알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악불강은 그들의 내심에 화가 치밀었다.

 

‘언제까지 나를 박대할 수 있는지 보겠다. 내일이면 너희들도 내 발 아래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대공자 유백은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천극마공을 관조하면서 내일을 준비했다. 그의 옆으로 구겁마왕 중에 1명인 천통귀마 백지상이 앉아서 차분하게 차를 마셨다.

 

감았던 눈을 뜬 유백이었다.

 

유백의 눈은 맑고, 청명했다. 현기를 담고 있는 듯한 선비의 눈이었다. 천극마공을 10성 이상 익혀야 볼 수 있는 기운이었다. 마공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처음 익힐 때 광기를 품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공의 터져 나오려는 본성을 억제하고 다스렸을 때, 마공의 진정한 위력을 볼 수 있었다.

 

“대공자, 이제 마음을 다잡으셨소.”

 

“사부님의 생사도 모르는데, 제가 비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대공자 유백은 그 누구보다 곽천진을 존경했다. 누구보다 강하고, 그 안에 관대함을 품고 있었던 곽천진이었다. 그런 사부의 실종에 가장 걱정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대공자께서는 지금 교를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볼 수 있소. 지금 대공자와 이공자의 대치로 점차 분열되는 교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겠소!”

 

천통귀마의 말에 대공자도 수긍을 했다.

 

강건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신교가 분열된다면 나중에 사부를 뵐 면목도 없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나 강이가 저보다 강하면 순순히 물러나겠습니다.”

 

유백은 사부가 항상 말해 온 강자지존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강하다면 소교주가 되는 것이고, 악불강이 강하다면 미련 없이 포기하기로 말이다.

 

천통귀마는 유백의 말에 수긍하는 한편, 한 가지 승부욕을 불태울 말을 했다.

 

“윤아를 이공자에게 주어도 된다는 말씀이오.”

 

“그…건!”

 

유백이 윤아를 생각하는 마음은 사랑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곽윤아였다. 자신의 허리에도 안 닿을 때부터 오빠라고 하면서 잘 따르던 아이가 이제는 여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윤아는 자신을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소교주 비무대회가 있은 후부터 그 마음이 더 심해지고 있었다. 부모를 잃고, 이제는 할아버지까지 실종이 되어버렸다. 그 안타까운 마음을 알고 있는 유백은 그녀를 모질게 대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악불강은 윤아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상당히 모순적이지만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겨서 소교주가 되어 윤아를 보듬어 주고 싶었다.

 

 

 

천마신교의 성벽을 가볍게 넘고 있는 2명의 그림자가 있었다. 어두운 밤이었고, 그 높이 무려 9장은 되었다. 그러한 높이를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넘어가는 그림자는 보통이 아니었다.

 

마교의 삼엄한 경계를 비웃듯이 유령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산보하듯이 움직이는 데에도 경비무사는 알아채지 못했다. 마치, 제집을 드나들고 있는 듯했다.

 

‘저곳으로 가세.’

 

‘그러지요.’

 

두 그림자는 전음을 주고받은 후 빠르게 오른쪽으로 돌아서 기둥 아래로 들어갔다. 기둥 아래 벽돌 중에 한 곳을 누르자 바닥 아래에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의 아래로 들어가서 30여 장을 걸어가자 안에 거대한 공터가 나타났다. 공터 내부에는 연공하던 흔적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교주가 되면 비밀스런 장소를 따로 알기 마련이지.”

 

“옆에 벽곡단도 있는 것으로 보아 수련하던 장소였나 보군요.”

 

“그렇지. 이곳은 천마궁의 심처 중에 심처지. 나중에 위험한 일이 있을 시에 사용하던 장소이기도 하지.”

 

천마궁 안에 있는 비밀 지하 연무장이었다. 은밀한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이 위에 바로 교주의 연무장이 따로 있기 때문이었다. 연무장 아래 또 다른 연무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빈틈을 고려하여 만든 것이다.

 

허허실실(虛虛實實).

 

빈틈이 보이지 않는 적에게 빈틈을 보일 수 있도록 허점을 내주는 전법이었다. 실상 그 허점은 보일 듯 하지만 인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손녀가 안전한지 봐야겠다.”

 

“안전합니다. 굳이 보지 않아도 알지 않습니까!”

 

교주의 손녀딸이 죽었으면 천마신교 내에 소문이 다 났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면, 곽천진의 손녀가 무사하다는 말이 되었다. 굳이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곽천진은 애가 탔다. 바로 앞까지 왔는데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네는 혈육을 가져보지 못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네. 아무리 강해도 가족을 보지 못하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네.”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잠시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괜히 존재를 들켜서 놈들이 다시 숨을 기회를 주면 그게 더 위험할지 모릅니다. 예전 곽 어르신의 아들이 돌아가신 것도 놈들이 한 행동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꽈악!

 

곽천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아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을 시 범인을 찾을 수 없어 그대로 묻어두었다. 일을 크게 만들어서 교의 안위를 흔들리게 만들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곽천진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발본색원했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내 허물이구나!’

 

어두워진 곽천진에게 천악이 다시 말을 했다.

 

“이번 일의 원흉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원흉이라. 지금까지 정황을 보면 강이 녀석이 아닐까 생각하네. 내가 사라지게 될 경우 가장 혜택을 볼 사람은 강이녀석일 테니까 말이야.”

 

곽천진은 이제자인 악불강을 의심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온전히 신교로 돌아왔다면 다음 대 소교주는 유백이 되었을 것이다.

 

“제 생각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곽천진은 천악이 아니라고 말을 하자 정색을 표했다. 이처럼 확실한 증거가 보여지고 있는데, 아니라고 하니 그게 더 이상했다.

 

“악불강이라는 사람의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중하게 결정하고 오랜 시간 공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그런 성격을 가진 자가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군요.”

 

천악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곽천진이 얘기해 준 내용을 토대로 사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물론 악불강이 자신의 성격을 속이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같이 보내온 곽천진이 그 정도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물론입니다. 저는 가능성을 얘기할 뿐입니다. 하지만 사건을 추리할 때 가장 기본은 객관성입니다. 사물을 주관적으로 보지 않고, 철저한 사실에 입각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 곳만을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작 전혀 다른 제삼자가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천악의 추리능력이 뛰어나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현대를 살았던 천악에게 이 정도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일 뿐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보면 꼭 들어가는 것이 전혀 다른 반전이다. 반전에 중요한 키워드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자가 범인이라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그 뒤에서 은밀하게 계략을 꾸미는 자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제가 탐정도 아니고, 한 번에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용의선상에 올린 세 사람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용의선상?”

 

“제가 보기에 유백, 악불강, 사영 이 세 사람이 가장 유력합니다. 뭐, 계략의 중심은 아니더라도 연관성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이 움직이는 동향을 비밀리에 조사하는 것이 놈들의 계획을 무마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백과 사영까지 용의선상에 오른단 말인가!”

 

“물론입니다. 그들에게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곽 어르신이 사라지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요.”

 

“대단하군.”

 

그 짧은 시간이 이처럼 명쾌하게 답을 내놓다니,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인상을 주었다. 곽천진은 다시 한 번 천악의 용의주도함에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천마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사실, 저는 귀찮은 것은 딱 질색입니다. 교내를 다 엎어버리고 찾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군요.”

 

천악이 마음먹고 마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놈들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천마신교는 박살이 날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천마였다.

 

곽천진은 급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기다리겠네!”

 

“굳이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아니, 내 돌부처처럼 인내하겠네. 내가 인내하면 한 손에 꼽을 사람이네. 허허허!”

 

천악이 움직일까 봐 곽천진이 극구 기다린다는 말을 했다. 그러니 너도 움직이지 말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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