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3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34화
천라지망(天羅地網) (1)
5만 명이 한꺼번에 진행하는 공사였다. 규모 면에서 이와 같은 공사를 하는 것은 자금성을 지을 때 뿐이었다.
일을 진행함에 사람의 수가 많으면 일사불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나라의 일이라면서 공권력이 작용하여 강제성이 부여되지만 지금 벌어지는 공사는 천악의 개인적인 공사였다.
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람들 모두 활기에 차 있었으며, 일을 감독하는 사람들 역시 열성적이었다. 그들에게 이번에 하는 일은 생계를 위한 필수적인 일이었다.
대공사에서 제외되면 그들이 거느리는 식솔들이 굶게 된다. 필사적으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각자 맡겨진 임무에 충실한 가운데, 천악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악이 건설현장에 나오자 그 주변으로 충일과 도정이 마중을 나왔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끄덕!
천악이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그 주변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천악에게 쏠렸다. 이런 대규모의 공사를 진행시키는 인물이 저렇게 젊은 청년인 줄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와 함께 공사를 하게 해준 천악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저렇게 젊은 분이었어!”
“이런 대단한 공사를 하려면, 상당한 돈이 들 텐데!”
“그러게 말이야. 우리에게 주는 일당도 엄청나!”
“굉장한 부자구나! 부럽다!”
천악은 천천히 공사현장을 걸어다니면서, 제대로 되어 가는지를 확인했다. 그 옆으로 충일과 도정이 지금까지 한 공사에 대한 설명을 했다.
“공사 진행하는데, 자재가 모자라지는 않나?”
“그렇습니다. 금천상가에서 자재운반에 관한 일을 전부 맡아 주고 있어서, 제때에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부족한 것이 있다면 고 총관에게 말을 해서 지원을 받도록.”
천악의 말투에서 여행을 갈지 모른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중대한 공사를 하는 기간이라 조심스럽게 충일이 물었다.
“여행을 가시는 겁니까?”
“당분간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다. 그로 인해 공사에 대한 전권을 너희들에게 맡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고 총관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다. 다른 문제점은 또 없나?”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있었다고?”
관에서까지 허락을 맡은 공사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황제까지 그 노고를 치하한다고 했는데, 관리 따위가 감히 방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목에 힘주며 다니는 건방진 놈들이 패거리를 데리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래서?”
충일의 시선이 점백이에게 갔다. 그러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어디든 돈이 흘러가는 곳에는 똥파리가 날아다니기 마련이다.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놈들이 이곳으로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힘 쓰는 놈들이 30명이나 되어서 일반 사람들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흉기를 들고 위협하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총책임자였던 충일과 도정에게까지 힘을 쓰려고 하자, 충일이 점백을 불렀다.
1명뿐이기에 어이없어 하던 놈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점백이 괴력을 발휘하자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괴력이었다.
칼이 부딪치든 말든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지는 주먹과 발길질에 30명이나 되는 건달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놈들도 깡다구가 있어서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그럼에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 강하다는 것을 안 순간, 그들은 뒤도 보지 않고 도망쳤다.
“후!”
천악이 가볍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점백의 효능을 보고 있었다.
일하는 것 빼고는 별로 쓸모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도움이 되었다.
“이제 별일 없겠군. 그럼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가서 하던 일을 마저 하도록!”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천악은 충일과 도정을 물리고, 따로 할 일이 있어 움직였다. 이 일을 마저 해결하고 가는 게 공사를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수로였다.
수로는 대규모의 노역이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사현장에서 호수까지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수로 공사를 하는데, 인력을 소비하면 나머지 건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일전에 남궁태희, 금은혜와 소호로 여행을 갔을 때 3일 정도 걸렸다. 물론 느긋하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거리로 따지면 150km는 될 것이다.
세부적인 공사는 나중에 하더라도 일단 물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외진 곳부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마법을 봐서 좋을 것은 없었다.
천악이 지면을 향해 마력을 뿜어내었다.
-디그(굴착).
천악이 디그마법을 시전하자 일직선으로 마력이 뻗어나가 지평선을 파헤쳤다. 굉장한 힘이 연속적으로 발휘가 되었다. 천악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앞으로 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마력을 뿜어내어 물길을 내었다.
우우우웅! 쿠과과광!
좌우 폭이 20장에다가, 깊이가 5장은 되었다. 말 그대로 수로(水路)였다. 식수만이 아니라 수로를 통해 배가 이동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다.
도시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동적인 움직임이 활발해야, 도시가 발전하고, 상권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된다. 상권이 발달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도시는 점점 더 거대해진다.
천악이 수로를 내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륙을 2번째로 통일했던 수나라의 수양제가 대운하를 건설하는 데에 너무 많은 인력과 재력을 낭비하는 바람에 나라가 기울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천악은 수로를 완벽하게 만드는 대신에 길만 만들고, 나중에 다듬는 것은 인부들을 이용할 것이다.
제법 공을 들인 후, 천악이 마법을 거두었다.
“이 정도 했으면 됐겠지.”
수로의 길을 만들어놓고, 천악은 공간이동을 통해 풍운장원으로 이동했다.
* * *
“이것 좀 먹어보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정선자가 여자아이 2명에게 당과와 과자를 주면서 돌봐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남궁소희와 신소미였다. 대정선자는 자애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소희와 소미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마치 운정의 어린 시절과 같았다.
소희가 막대기를 가지고 조금 배운 검법을 보여주었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대연검법 중에 하나였다. 그렇다고 하지만 아이의 움직임에 대자연의 기운을 담고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럼에도 그 움직임에 귀여움과 앙증맞음이 물씬 풍겨나왔다.
“언니가 가르쳐 준, 대연검법이야! 어때, 멋있지!”
휘이익! 휘이익!
이리저리 휘두르는 소희의 검에 대연검의 오의는 없었다. 그저 형태만 엇비슷하게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신소미는 소희의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쳐 주었다.
짝! 짝! 짝!
“잘한다! 소희야!”
“나중에 나도 언니처럼 멋있는 여인이 될 거다!”
남궁소희에게 남궁태희는 언니면서 가장 부러운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신소미는 부럽기까지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대정선자가 소미의 눈망울 속에 담긴 열망을 발견했다. 이때다 싶은 대정선자가 넌지시 물었다.
“소미도 무공을 배워 보고 싶지 않니?”
“무공이요? 하지만 제가 배울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네가 배울 맘이 있다면 내가 가르쳐 주마.”
“하지만 오빠는 장주님의 무공을 배우는데.”
신소미는 그녀에게 생명을 준, 천악을 동경하고 있었다. 천악의 강인함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을 닮고 싶어했다. 남궁소희가 남궁태희를 동경한다면, 신소미는 천악을 동경했다. 그래서 무공을 배운다면 천악의 무공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천악이 배려해 준 것만 해도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다. 감히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할 수 없었다. 어리지만 신소미는 시세에 밝고, 총명했다. 절맥증을 앓는 아이들의 특징이 머리가 비상할 정도로 똑똑해서, 어른의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걱정이 너무 많은 것이 어린이답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정선자는 신소미가 천악을 동경한다고 해서 나무라지 않았다. 분명 천악의 능력은 인세에 다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하지만 그것이 무공이 강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천악 자체가 강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또한 신일, 충호, 전칠이 배우는 과정을 보니 여인이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강인한 근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무공이었다.
태어나기를 여인과 사내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 중에서가 가장 중요한 차이는 골격과 근력, 힘의 차이다. 선천적인 것은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있더라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었다. 차라리 여인이 배울 수 있는 무공을 배워, 체계적으로 강해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더군다나 천악의 무공은 극한의 인내력을 요구하는 강(强)의 무공에 최정점이었다. 신소미가 익히기에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아미파의 무공을 익히는 것이 신소미에게 더 이득이었다.
“소미야, 천 장주의 능력을 닮고 싶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무공은 자신에게 맞는 무공을 익혀야 더 발전할 수 있는 거다. 천 장주의 무공은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무공이야. 여인이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는 무공이지. 반면에 우리 아미파는 여인들이 익혀서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무공을 발전시켰다. 어떤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니.”
대정선자는 되도록 쉽고, 편안하게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소미에게 강요하지도 않았다. 신소미가 똑똑하기는 하지만 아직 판단력이 떨어지는 아이였다. 아이에게 사탕발림과 같은 말로 현혹하는 것은 대정선자의 성정에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 심사숙고해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사실을 설명해 주는 것이 옳았다.
신소미는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대정선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의 병을 미리 알려주어,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대정선자였다.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보았다.
“오빠한테 말해 보고 결정해도 되죠?”
“물론이다. 네가 싫다고 해도 나는 괜찮으니 편안하게 생각해 보렴.”
“고맙습니다. 선자님!”
“아니다. 너의 밝은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의 운정이 생각나서 남 같지 않구나!”
대정선자가 부드럽게 신소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신소미는 부모님의 정을 받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대정선자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에 절로 마음이 따뜻해 졌다.
“자, 소희가 심심해하잖니. 같이 놀렴.”
장원 내에서 신소미와 소희는 서로 좋은 친구가 되었다.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여자아이들끼리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서로의 성격이 정반대라서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대정선자는 신소미가 마음에 들었고, 풍운장원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천악에게 아미파의 좋은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모두를 위해서 올바른 일이었다.
천마는 풍운장원에서 한 달의 시간을 더 보내게 되면서, 결국 적응했다. 아니 안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풍운장원은 자유로웠으며 재미가 있었다. 소소한 재미와 놀라운 것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매화극락주와 천하일미의 요리들이었다. 그 맛에 길들이자 다른 것은 손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마도지존의 위치에 있었던 때와는 다르게 색다른 것들이 그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천마는 그동안 당지독, 궁휼과 안면을 트고 친해진 상태였다.
나이 또래가 맞는 녀석들이 둘뿐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였지만 그 재미가 쏠쏠했다.
셋이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내기였다.
심심하던 차에 하는 내기에 열을 내는 세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무인답게 논검(論劍)대결을 했다. 당연히 천마의 논검실력은 압권이었다. 100살이 넘은 그의 내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식에 대한 이해는 대단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였다.
당지독과 궁휼은 쩔쩔매며 막아내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땀을 한 바가지 쏟고 패배를 인정했다. 당지독과 궁휼이 아는 무공 초식을 모두 발휘했지만 결국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계속 천마가 이기자 내기 종목을 바꾸었다.
곽천진은 상관없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승부가 바둑대결이었다.
곽천진은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지와 노독물이 바둑에 대해서 잘 알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대결이 팽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