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3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30화
천마 VS 천악 (5)
“당문의 애송이였나.”
움찔!
당지독이 움찔거렸다. 그와 동시에 애송이라는 말에 얼굴을 붉혔다. 하필이면 이런 재수 없는 상황이 된 것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궁휼은 중년인이 당지독에게 애송이라고 부르자 무슨 소리는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지독의 나이가 칠순이 넘었다. 이미 먹을 만큼 먹은 놈에게 애송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궁휼은 중년인이 건방지다고 생각했다.
“이놈아, 너 위아래도 없는 거냐,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야? 내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그냥두지 않는다!”
‘야, 가만이나 있어라!’
궁휼은 당지독을 위해 나선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당지독을 궁지로 몰고 있었다. 듣고 있던 천마가 궁휼을 바라보았다.
“가만두지 않으면.”
천마의 몸에서 숨 막히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탈마신의 경지에 든 천마였다. 이곳에 모인 자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화경의 고수인 궁휼이라고 해도 그 기운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허억! 뭐야?’
갑작스런 기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숨을 턱 막히게 하다니, 당하고도 믿지 못하는 궁휼이었다.
마지못해 당지독이 나서며 기운을 흐트렸다. 그러면서 당지독이 포권을 취했다.
“곽 선배, 그만 하시지요!”
“많이 컸구나.”
“지금 제 나이가 얼만데, 그런 소리를 합니까!”
“그래 봤자지, 지금 내 앞에서 나이 타령하는 것이냐.”
“그건 아니지만.”
궁휼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파악했다. 당지독이 지금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했다. 또한 선배라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누구십니까?”
“곽천진일세.”
헉!
궁휼이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마교의 교주가 왜 이 장원에 있는 것인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하마터면, 자신의 말실수로 정마대전이 벌어질 뻔하지 않았는가! 과거에 벌어진 정마대전으로 인해 피의 강을 이루었었다. 그 끔찍한 일은 강호인들에게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언제 깨어나신 겁니까?”
“깨어난 지는 며칠 됐네, 다만 다시 누워 있어야 할 일이 생겼었지.”
당지독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설마, 천악하고 붙은 겁니까?”
“뭐, 그렇게 됐네. 무턱대고 나를 지켜준다고 하기에 어이가 없어서 붙어 보았네. 그래서 며칠동안 또 자리에 눕는 신세가 됐지.”
“그 심정 저도 압니다.”
“붙어 보지 않은 자는 알 수 없겠지. 자네처럼 말이야. 한창때 그 철모르던 녀석이 많이 성장했구먼.”
“벌써 50년이나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꼭 그 얘기를 꺼내야 합니까!”
“호오, 부끄럽기는 한가 보군.”
50년 전의 이야기였다.
그 당시에 사천에서 천재로 소문난 암룡 당지독이 자기 세상처럼 살고 있었다. 당가의 비전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팔성 이상 터득한 당지독은 거칠 것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인들이라고 할지라도 붙어서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철철 넘쳐흘렀다. 그런 당지독이 사랑에 빠진 여인이 있었다.
바로 철선녀 진화린이었다. 사천의 10대 방파 중에서 중위권의 문파인 철검산장의 장주인 여인이었다. 당지독보다 나이가 3살이나 더 많은 여인이었지만 그 미모는 사천제일미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했다.
다만,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산장의 주인이 되어야 했기에 결혼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철혈의 심장을 가진 검수였다. 그녀에게 도전해 오는 자들은 모두 그녀의 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후기지수들의 여검수 중에서도 상당한 강자로 평가를 받았다.
당지독도 처음에 그녀를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당지독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지독은 그 자리에서 청혼을 해버렸다. 진화린은 당연히 거절했고, 자신을 이기면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 결과 대결은 시작이 되었다. 진화린의 실력은 상당했다. 사천의 대다수 고수들을 꺾은 그녀의 검이기에 날카롭고, 강했다. 하지만 당지독은 사천당가의 천재였다. 그의 실력은 이미 초절정에 달해 있었다. 대결이 쉽게 끝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 당지독은 승리를 했다.
철선녀는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이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말로는 허락했지만 심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말았다. 그 일로 그녀는 폐관수련을 해버렸다. 당지독은 그것이 그녀를 본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내공수련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심마(心魔)다. 진화린은 충격을 받은 후 회복하지도 못한 채, 내공을 수련하다 주화입마에 걸리고 말았다. 주화입마에 걸린 철선녀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 일을 나중에야 안 당지독은 충격을 받았다. 처음으로 사랑한 여인이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죽었다는 것은 심적인 괴로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당지독의 성격은 상당히 괴팍해졌다. 사천괴협(四川怪俠)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그 시기부터였다. 적이라고 생각하면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마도의 인물이면 그냥 두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그의 실력은 더욱 강해져서 그 행동의 괴이함이 편협해지기까지 했다.
아무도 막지 못한 당지독 앞에 임자가 나타났다. 길을 걷고 있는데, 마도의 인물을 본 당지독이 다짜고짜 덤볐다.
당지독은 마도의 잡졸이 자신 앞에서 빌빌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상대는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었다. 삼십 대를 갓 넘어 보이는 듯한 인상이었지만 그 실력은 초극에 이르러 있었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사천당가의 비전을 모두 사용했지만 상대의 검 앞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당지독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마도인의 검에 당해야 했다. 그 당시 상대가 바로 마도의 지존인 천마 곽천진이었다.
당지독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것은 바로 곽천진이 실력을 아껴, 목숨을 살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 둘만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당지독도 죽었을 것이다. 천마에게 도전한 자는 죽는다는 것이 마도의 율법이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 당지독에게는 그나마 행운이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을 한 당지독은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따지고 보면, 철선녀가 죽은 것이 당지독의 탓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그녀 스스로 자신을 이긴 자에게 혼인하겠다고 했고, 대결을 임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한 것은 무인으로서 지향해야 할 행동이었다. 그 일로 인해 방황하며, 철없이 행동한 당지독의 수양이 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천마는 다른 것을 둘째치고, 방향제처럼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노인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
“너는 누구냐?”
처음의 상황과는 정반대였다. 천마는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고, 개왕도 그걸 가지고 뭐라 토를 달지 못했다.
“궁휼입니다.”
“개왕이었군. 그런데 들리던 소문과는 많이 다르군. 세상에 난 소문이 잘못 된 건가.”
천마는 정말 놀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더럽다는 개왕이 이토록 깨끗한 모습으로 있자 놀란 것이다.
“사…정이 있습니다.”
괴로우니 더 이상 캐묻지 말라는 말이었다. 천마는 나름의 사정을 인정해 주어 묻지는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당지독은 천마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천마의 존재 자체가 가지는 영향력이 지대했기에 그의 행보에 따라 무림의 형세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돌아가야겠지.”
“천악이 지켜준다고 했다는데, 그건 생각해 보셨습니까?”
“지켜주고 할 게 뭐가 있는가. 내가 가겠다는데.”
천마는 자신의 발로 돌아가는데, 천악이 무슨 상관이냐는 투였다. 하지만 당지독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천악이 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무슨 일어나도 지켜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건 무슨 소린가?”
“좀 더 경험해 보시면 알 겁니다.”
천마는 자신이 약속한 것을 잊고 있는 듯했다. 분명 대결을 할 때 이긴 자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 약속의 의미를 천마는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천마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나서 궁휼은 당지독과 추상락을 째려보았다. 하마터면 정말 죽을 뻔했다. 천마가 괜히 천마인가! 그 무서움은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장원 내에 천마가 있었으면, 알려주어야 했다. 정도무림의 중심에 천마가 있는데, 자신이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천마가 있었으면 말해 줬어야 할 것 아니야!”
“말해 주면, 그걸 알고 개방에 알리려고? 알려서 어쩔 건데.”
“어쩌긴, 마교지존이 괜히 이곳으로 왔겠나? 만약 정도무림을 흔들려는 것이라면 어쩔 뻔했어!”
“흥, 그래서 안 한 거다. 괜히 불란 일으키지 말고 있어. 천마가 여기 있다는 소문이 나면 가장 먼저 개방이 타격받을 거다.”
“뭐? 지금 네가 사천당가의 태상 가주가 맞는 거냐?”
정파의 기둥인 사천당가의 인물에게서 나온 말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말이었다. 마교가 비록 지금은 평화롭다고 해도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놓는 것이 중요했다.
당지독은 천마가 그럴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천마가 그런 위선적인 사람이었다면 자신은 살아남지도 못했다. 그는 정면으로 대결하면 했지, 간계를 꾸미는 위인이 아니었다.
궁휼이 괜히 천마를 무림맹에 알려서 들쑤시면, 정도와 마도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대로 있는 것이 나았다. 천악의 그늘 아래 있는데, 아무리 천마라고 해도 어떤 짓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천악이라는 괴물을 믿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내가 책임진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당가가 책임을 지는 거다.”
“알았으니까 괜히 불란 만들지 마!”
“그럼, 믿겠다.”
궁휼은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추상락을 바라보았다. 항상 바르게 살라고 했는데, 사부에게 계속 숨기는 것이 있었다. 제자의 정신교육을 더욱 강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상락아!”
“왜 그러십니까?”
“잠깐 나 좀 보자!”
“아……!”
추상락은 다가오는 사부의 음휼한 표정에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가 취팔선보를 펼치더니 그 자리에서 떴다. 그 뒤를 바람처럼 따라가는 궁휼이었다.
“너, 잡히면 죽는다!”
* * *
도지연이 확인한 것을 금은혜에게 설명을 했다. 믿지 못할 일을 직접 입으로 설명하려고 하니, 도도한 도지연도 힘들었던 것이다.
“산이 없어지고, 평지가 생겼다고?”
“그래요, 정말 믿지 못할 일이 아닐 수 없었어요.”
“알았어, 그만 나가봐.”
금은혜가 설명을 듣고도 놀라지 않자 도지연은 그 높은 수양에 감탄했다. 어리기만 했던 공주님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지연의 생각과는 다르게 금은혜는 천악을 경험해 봤기에 별로 놀랄 이유가 없었다.
‘하긴, 그 정도는 약과지.’
산봉우리를 가볍게 날려버리고, 절벽에 거대한 동굴을 뚫어버리는 천악이었다. 천악이 한다고 한 일이 실패하는 것이 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산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거기다가 무엇을 지으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상관은 없었다. 무엇을 하든지 그것이 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런 일에는 먼저 투자하는 것이 장땡이었다.
금은혜는 지금 자금이 더 필요했다. 제갈지가 맡긴 돈 중의 절반 정도를 이미 소비한 상태였다. 금자로 5,000만 냥이나 되는 돈이었다. 모든 것이 군비로 들어갔다. 나머지는 대륙의 퍼진 상단과 전장에서 보내어 여유자금을 확보하도록 했다. 더군다나 사업을 확장하면서 들어가는 운용자금으로 활용하느라고 대부분이 소진되어 돈이 더 필요했다. 물론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상단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결론적으로 유동자금이 적을 수록 한순간에 위험한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중요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대륙 제일 상단이 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관에 허락을 받도록 도와줬으니 그에 대한 보답이 있겠지.”
금은혜는 천악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그가 벌이는 사업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구문제독부에 언질을 넣어, 현령 놈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