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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2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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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9화

천마 VS 천악 (4)

 

 

일어나서 운기행공을 하자 전복죽을 먹느라 의식하지 못한 기운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상당히 은밀해서 보통의 고수라면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로 대단한 은신술을 가지고 있었다.

 

“살수들인가.”

 

살수라고 해도 자신을 지키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러니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이미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천마가 일어섰다.

 

일어서서 방문을 따라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신기한 세상이 그의 눈으로 들어왔다. 상당히 세련된 조각과 문양, 특이한 건축물들이 눈에 띠었다. 색다른 곳이 아닐 수 없었다.

 

“대단하군!”

 

천마신교 내에서도 가장 화려한 궁인 천마궁보다도 더욱 뛰어나 보였다. 더군다나 기의 공간을 확장해서 살피자 보통 장원이 아니었다. 미세한 기운이지만 화경 이상의 고수가 몇몇 있었다.

 

그 외 자신에 비견되는 경지에 이른 고수가 잡혔다. 집중하지 않으면 알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고수였다.

 

“호굴(虎窟)이 따로 없군.”

 

그런 것을 다 집어치우더라도 자신을 빈사(瀕死)상태로 만들어놓은 천악 1명만 있어도 여기는 가장 무서운 집단이라는 말이 되었다. 솔직히 체력을 완벽하게 회복한다고 해도 다시 붙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었다.

 

일전에 붙었던 전영과 월영이라면 제대로 다시 붙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천악은 예외적인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 힘을 제대로 감응하지조차 못했는데,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천마는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기 위해 움직였다.

 

천마가 움직이자 삼영살이 그 뒤를 은밀하게 따랐다.

 

 

 

천마가 향한 곳은 맞은편에 있는 별채였다. 별채에는 중년인 1명과 아이들 3명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련을 하는 것같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거대한 배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지만 신기하기는 했다.

 

호오!

 

중년인의 실력은 화경에 이르렀고, 아이들의 내공도 1갑자는 되어 보였다. 10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내공과 더불어서 기초실력이 제대로 단련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내공이 1갑자가 넘은 것은 천악이 황금동에서 가져온 영약을 복용시켰기 때문이었다. 영약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천악이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대부분 나누어 주었다. 그에 따라 주변에 존재하는 신일, 전칠, 충호, 당지독, 궁휼, 추상락,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 대정선자까지도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추상락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동안 불편했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천악이 돌아옴으로써 원래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차라리 아이들 훈련시키는 게 낫지, 어른들 시중은 정말 힘들었다.

 

못된 시어머니가 왜 무서운지 뼈저리게 깨달은 추상락이었다.

 

“오늘부터 바이킹을 타도록 한다. 그동안 근력 운동과 내공수련을 꾸준히 했으니 2단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할 수 있겠지!”

 

“예, 추 조교님!”

 

“그럼, 모두 승선!”

 

아이들이 바이킹에 탔다. 아이들도 이 배의 용도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와 반대로 추상락의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가 번져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승선하자 요령을 먼저 숙지시켰다.

 

“배는 좌우연동으로 움직인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까, 발판과 손잡이를 확실하게 잡도록.”

 

추상락은 설명을 끝내고, 바이킹의 연동장치를 가동시켰다. 배가 서서히 좌우로 움직였다.

 

휘이잉! 휘이잉!

 

조금씩 빨라지는 속도에 따라 아이들은 흥미진진해 하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기에 이 정도 버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2단계로 속력을 높였다. 그러자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천마는 배를 가지고 저렇게 놀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놀이면서도 수련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빠른 속도감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낙하감.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붙잡고 있는 손잡이와 발 받침대는 팔과 다리의 근력과 악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지속적인 힘을 사용함으로 내공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해준다.

 

“흥미롭군.”

 

천마가 다가갔다.

 

 

 

추상락은 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질수록 희열감을 맛보고 있었다. 자신도 경험해 본 죽음의 고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래, 그래! 수련은 항상 힘이 드는 것이다.”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던 추상락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서 돌아봤다.

 

“이것의 이름이 무엇인가?”

 

언제나 귀신처럼 다가온 천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중년인을 보자 기겁하고 말았다. 존재감으로 따지면 천마만한 인물도 없을 것이다.

 

추상락은 흡사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누워 있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물어보자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천마가 일어난 건가!’

 

정파의 기둥 중에 하나인 개방이었다. 정도무림에서 천마는 반드시 제거해야 될 대상이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하는 순간 목이 부러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추상락이었다.

 

천하의 무걸개라도 천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추 조교님!”

 

바이킹에 탄 아이들이 힘들었는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공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추상락은 공손하게 천마에게 말을 해주었다.

 

“바이킹이라는 수련장치입니다.”

 

“정말 신기한 장치군. 이런 장치를 본교에도 하나 설치했으면 좋겠구먼. 그것보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멈추는 것이 어떤가?”

 

“물론입니다.”

 

추상락은 말 잘 듣는 사람처럼 바이킹을 멈추었다.

 

“제법 기틀이 잘 닦인 아이들이군. 그런데 자네 이름이 뭔가?”

 

“추상락입니다.”

 

“나는 곽천진이네. 만나서 반갑네.”

 

“저도 반갑습니다. 교주님.”

 

“나를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세상에 천마신교의 교주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추상락은 마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마교인들은 스스로 신교라고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마교라는 말을 하면 주둥아리가 찢겨나간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사실 얼굴을 모르고, 이름만 가지고 알기는 쉽지 않은데, 곽천진은 당연하다는 투로 받아들였다.

 

곽천진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이름이 뭐냐?”

 

“신일입니다.”

 

“충호입니다.”

 

“전칠입니다.”

 

다들 귀염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 냉정하게 가라앉은 전형적인 무사의 눈을 보고 있는 듯했다. 천악의 수련을 받은 직후 이렇게 되어 있었다.

 

‘고것들 참!’

 

그것이 더 귀여워 보이는 천마였다. 데리고 가서 마교의 후기지수로 키워보고 싶은 충동까지 들게 만드는 녀석들이었다. 이 정도면 또래에서 아예 적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이 어디인가?”

 

“안휘성, 합비 내의 풍운장원입니다.”

 

“합비라.”

 

천마는 안휘성 합비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합비에 온 이유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미 시간이 지나 버렸다. 약속을 어긴 것이나 다름이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나중에 말코도사놈의 잔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귀가 아파 왔다. 생긴 것은 점잖은 놈이 속은 구렁이 열 마리나 품고 있었다.

 

‘벌써 1년이 지난 건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누워 있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놈들과, 더불어서 교내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기운까지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장원의 장주가 혹시 군천악인가?”

 

“알고 계시는군요.”

 

“모를 수가 있나, 죽도록 맞았는데.”

 

“예?”

 

추상락은 순간 사고가 정지될 뻔했다. 천악이 설마 천마를 팼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누가 감히 천마를 팰 수 있는가! 천악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누가 괴물 아니랄까 봐! 하여튼 대단하다니까!’

 

“놀랐나? 하긴 나도 놀랐으니까. 그런 괴물이 현존하고 있는데,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한 내가 멍청한 거지.”

 

“아…닙니다. 장주님은 인간의 사고방식으로 잴 수 없는 분이시니, 인간 중에서는 교주님이 가장 강할 겁니다.”

 

“그게 위로인가!”

 

“예, 제 나름대로 위로인데요.”

 

“자네, 갈굼 많이 당하게 생겼구먼.”

 

천마가 추상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말은 많이 할 수록 실수를 담고, 이미 뱉어버린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상락아!”

 

어딘가에서 향기로운 냄새를 가득 품은 노인이 추상락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추상락은 그 소리의 임자가 누군지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사부, 좀 가시오!’

 

추상락의 사부이자 개방의 태상방주인 궁휼은 이곳에서 아예 눌러 살고 있었다. 이제는 제집처럼 돌아다니면서 추상락을 괴롭혔다. 짜증이 치밀어서 가라고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추상락의 현실이었다.

 

 

 

“응?”

 

궁휼은 추상락의 옆에 있는 중년인을 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또한 함부로 대하면 큰일 날 것 같은 구걸대마왕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네.’

 

궁휼은 기억이 잘 안 나자 그냥 무시해 버렸다. 원래 거지들이 다 그렇듯이 게으르다. 생각하는 것도 게을러서 잠깐 심각하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부, 또 무슨 일입니까?”

 

“이놈아, 사부가 제자 부르는데, 일이 있어야 부르냐!”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무조건 다 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듣고 있던 추상락은 이유 없이 불러대는 것이 못 마땅했다.

 

“그런데 이놈은 누구냐?”

 

천마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눈앞에 있는 향기 나는 노인네에게 추상락이 사부라고 했다. 화경에 이른 고수의 사부답게 그 역시도 화경의 극에 이르러 있었다. 둘 모두 상당한 경지에 이른 고수라고 볼 수 있었다. 화경의 고수들이라면 중원에 이름을 날리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보자마자 대뜸 반말을 하는 싸가지 없는 노인네였다. 그래 봤자 천마 본인보다 어린 것은 당연했다. 천마의 세수가 무려 112살이었다. 그보다 더 많이 먹은 자는 소림사의 신승 견오밖에 없을 것이다.

 

천마를 앞에 두고 반말을 한 궁휼을 보자 추상락이 대경실색했다. 개방의 태상방주이기는 하지만 상대는 마교지존이었다. 그 앞에서 저런 말을 함부로 하다니 그 배짱이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사부, 말조심하십시오. 이분이 누군 줄 알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십니까!”

 

“뭐, 이놈이 뭘 잘못 처먹었나, 내가 내 입 가지고 말을 하는데, 네놈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사부, 그만 좀 하시오!”

 

“그만 하긴 뭘 그만 해. 그리고 너 어른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니야!”

 

궁휼의 막가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누가 아니라고 하면 더 우기는 짜증나는 성격을 가진 궁휼이었다. 더군다나 중년인의 나이가 자신보다 어려 보이자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어이!”

 

뒤에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당지독이었다. 그는 궁휼과 궁합이 맞는지 같이 다니고 있었다. 궁휼이 추상락을 부르러 가는 길을 따라온 것이다. 같이 괴롭히는 재미가 쏠쏠했다.

 

“응?”

 

당지독도 그 옆의 중년인을 보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생각이 났는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제길!’

 

당지독에게 천마는 잊고 싶은 추억을 선사한 인물이었다.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 다시 붙는다면 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철없던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었다.

 

“호오!”

 

어디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천마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도 몰랐다.

 

그래도 현경의 고수였다.

 

이놈의 장원에는 고수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것 같았다. 그냥 고수도 아니고 하나같이 절대고수의 반열에 든 자들이었다. 더군다나 장원의 주인이라는 놈은 절대고수도 아니고 절대왕괴물이었다. 아니 괴수(怪獸)라고 해도 표현이 부정확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지독, 이놈이 글쎄, 뭐라는 줄 알아, 나보고 말을 가려 하라는 거 있지!”

 

궁휼이 생각 없이 당지독의 이름을 부르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당지독은 그 순간 ‘아차!’하는 심정이었다. 지금까지 천마도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름을 말하는 순간 천마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천마는 이제야 기억이 났다. 같은 오천존 중의 1명이자 당문제일고수를 몰라볼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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