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25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5화
천마 (2)
풍운장원의 인부들은 날씨가 쌀쌀함에도 활기가 넘쳐흘렀다. 스스로 만들어 자신의 집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그 일을 하는 데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충일과 도정은 인부들을 관리하면서 차근차근 집의 틀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부 하나가 있었다. 특히 충일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인부였다.
그는 힘이 장사였다. 보통 사람은 들지도 못하는 거대한 목재를 양 어깨에 메고 거침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어찌나 힘이 좋고 지구력이 강한지 막노동 체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점백아, 그 목재는 저기다 놓고 저 앞에 놓인 바위를 치워라.”
점백이라 불리는 청년이었다. 그는 시키는 일을 너무 잘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열흘 전에 그가 온 순간부터 일은 가속이 붙었다. 점백이 다른 사람의 스무 배는 더 일을 함에도 전혀 꾀를 부리지 않아서 그 성실함을 인정하고 있는 충일이었다.
‘그런데 너무 말이 없어.’
저벅저벅!
충일이 점백에게 일을 시키고 있는 가운데, 천악이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장주님!”
충일이 인사를 하며 반갑게 천악을 맞았다. 천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공사 진행 상황은?”
“터를 거의 다 만들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시작하면 됩니다.”
천악의 시선이 점백이에게 가 있었다.
점백이는 묵묵히 대리석과 목재를 나르고 있었다.
“점백이는 일을 잘하나?”
“말도 마십시오. 어찌나 잘하는지, 다른 인부들이 기가 질렸습니다!”
“다행이군.”
“그래도 너무 혹사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점백이는 남들이 다 자는 중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쉬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천악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 맘대로 부려먹도록 하게.”
“그래도 조금은 쉬는 것이 일할 때 효율이 더 좋습니다.”
“아니, 그냥 하던 대로 하기나 해.”
천악은 인부들을 혹사시키지 않는다. 일을 함에 있어서 쉬는 것도 일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점백이에게는 그런 점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천악만이 알고 있었다.
사실 점백은 바로 귀뇌가 만들어놓은 천살강시였다.
천살강시는 처음에 생강시였다. 하지만 아공간에 갇히게 되면서 사강시가 되어버렸다. 지독한 살기를 가지고 있던 천살성의 기운이 사라져버려 보통의 강시가 되어버렸다.
천악은 쓸모없는 천살강시를 버릴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막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력이었다. 보통의 인부들을 보면 살이 찐 사람이 극히 드물다. 그 이유는 바로 고된 일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살이 찌지 않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힘이 세도 단기적인 힘은 소용없다. 반복적인 일을 하는 막노동에서 한번 해서 끝내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점으로 볼 때 강시야말로 일을 하는 데 가장 쓸모 있는 존재였다. 이미 죽었으니 로봇이나 마찬가지였다.
천악은 즉시 마인드 컨트롤(정신 지배) 마법을 사용하여 천살강시의 정신을 제압했다. 제압하고 난 후 강시의 흔적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폴리모프(변신) 마법을 걸었다. 그 결과 눈동자가 없는 백안의 강시에서 보통의 잡부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인세에 보기 드문 최강의 강시를 하루 일당에 일을 하는 잡부로 만드는 천악이었다. 천악이 아니면 감히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천악은 천살강시의 통제를 충일에게 맡겼고, 충일의 말을 절대적으로 듣게 만들었다. 물론 충일은 점백이 강시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아마 알았다면 심장마비에 걸렸을 것이다.
천악은 점백이 일을 잘하는 것을 보고 흡족해 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되었다.
“호호호호!”
금은혜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제갈지에게 다가갔다.
제갈지는 갑작스럽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금은혜의 의도를 알지 못해 난감한 표정이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러세요?”
“어머, 요즘에 많이 이뻐졌네. 피부도 좋아지고 말이야.”
“고…맙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여기 이것 좀 봐줄래?”
금은혜가 다섯 장의 서류를 제갈지에게 건네주었다.
제갈지는 뭔가 하는 생각에 서류를 읽어 나갔다.
서류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금천상가 제일신용전표.
원금 보장, 수익률에 따라 원금에 이자를 지불.
중원 제일의 안전한 전장.
어디에서나 쉽게 인출이 가능.〉
이외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섯 장을 읽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다 읽었을 때 제갈지는 갑자기 이것을 준 금은혜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어쩐지 처음부터 너무 호의적이었다.
‘금괴를 노리고 있구나.’
제갈지가 천악에게 받은 금괴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전체의 1할이었지만 그 양이 수레로 30대나 되는 분량이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금 1억 냥이 넘을 것이다.
상상을 불허하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제갈세가가 가진 모든 돈을 다 털어도 이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이런 엄청난 돈을 가진 제갈지에게 금은혜가 다가왔다.
금천상가의 입장에서 요즘 돈이 많이 필요한 상태였다. 구룡상단을 흡수하고 제국 차원에서 비밀리에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 군비를 모두 금천상가에서 지원하는 상황이라 돈 들어갈 곳이 많았다.
“어때, 할래?”
“괜찮은 조건이군요.”
“물론이지. 신용하면 금천상가라는 것 몰라?”
“어차피 전장에 맡길 생각이었는데 잘됐네요. 거래할게요.”
“탁월한 선택이야.”
제갈지도 금괴를 처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액수가 너무 많았고, 이 사실이 외부로 퍼지면 상당히 곤란해졌다.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고스란히 제갈세가가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그것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금은혜와 거래를 하는 것이 뒤탈이 없고 깨끗할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이 맞자 악수를 청했다.
“그럼 이제 저도 군 오라버니와는 잘 지내도 되죠?”
“그래. 하지만 군 오라버니의 정실은 나야. 아무도 그건 못 뺏어!”
금은혜도 지금은 많이 포기한 상태였다. 그녀만이 천악을 상대한다는 것도 어렵거니와 천악이 원하는데 반대할 용기도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있게 되면 천악이 그녀를 멀리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귀찮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군천악으로서는 그런 일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어느 정도 수용하고 실속을 차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 *
어두운 미망 속에 가려져 있다. 너무 어둡고 깊은 심연의 바다를 헤어 나오기 위해서 중년인은 애를 썼다. 그 깊고 깊은 수렁은 쉽사리 빠져 나올 수 없는 덫이었다.
그러나 중년인의 정신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그 모든 수렁을 파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억겁의 시간이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중년인은 마침내 심연의 바다에서 빠져 나와 육지를 밟았다. 육지를 밟은 중년인이 숨을 몰아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런 안도의 한숨도 바로 앞에 나타난 중년인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앞에 나타난 중년인은 마치 거울처럼 자신과 같았다. 너무나 닮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달랐다. 중년인의 기도가 깊고 잔잔하며 고요하다면, 방금 나타난 중년인은 성난 파도와 같았다. 뿜어지는 거대한 마기가 중년인을 감싸고 있었다.
“넌 누구냐?”
“후후, 난 바로 너다.”
“감히 본좌를 따라하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날 죽인다고? 그건 바로 너를 죽인다는 말이야. 그게 말이 될 성싶으냐!”
중년인의 호통에 앞에 나타난 또 다른 중년인은 비웃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한 놈에 대해 분노를 일으키자 그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광대한 기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대편의 중년인은 이죽거렸다.
“어디 날 죽여봐라! 크크크!”
사악한 마기를 잔뜩 품은 중년인이 갑작스럽게 중년인에게 쏘아져 나갔다. 그것이 너무 빨라서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컥! 이, 이런……!”
중년인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림자가 주인에게 들어온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이게 무슨……?”
중년인은 그 순간 눈에서 핏빛 혈광이 뿜어져 나갔다. 몸과 마음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혈기와 마기를 참으려고 할수록 중년인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 쳐야 했다. 그 고통은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생애 가장 질기고 무서울 정도였다. 고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으드득!
“으아아아악!”
이를 악물며 참아내야 했다. 몸속에 스며든 것은 바로 마기였다.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 오랜 시간 대결을 한 후에 마신지경에 이르렀다. 마신지경에 이르면서 겪어야 하는 마성의 기운이 바로 중년인의 그림자였던 것이다. 그 기운은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고통은 인내력을 시험하고 있었다.
한순간 무너지면 바로 마신이 되어버린다. 피에 굶주린 마신이 되어 세상을 무너뜨리는 악귀가 될 것이다.
중년인은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천하제일마이자 천마신교의 주인이었다. 그 누가 자신을 지배한단 말인가! 자신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의지였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천마다. 누가 나를 이길쏘냐!”
우우우웅!
천마신공의 마지막 구결이 곽천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魔)를 제압하라. 그것이 바로 천마신공의 극의를 이루는 길이니라!
역대 교주들 중에서도 마신지경에 이른 자는 초대 천마뿐이었다. 그 이후의 교주들은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지금 유일하게 천마 곽천진이 그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태까지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바로 다음 경지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마에 빠진 것이 마신지경이 아니라 마를 제압하는 경지가 바로 마신지경의 진정한 경지였다.
곽천진은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는 마성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 사투는 길고 긴 전쟁이었다.
별채의 안에 누워 있는 천마 곽천진의 몸에서 극강의 힘이 뿜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 힘은 사방을 무너뜨리고 파괴할 정도의 힘이었다.
마기의 기운이 회오리가 되어 휘몰아치는 상황이었다. 힘의 여파가 별채를 통째로 날려버릴 것 같았다.
“깨어나는 것인가?”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천마의 옆으로 천악이 서 있었다.
천악은 천마가 발휘하는 극강의 마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기막을 쳤다. 아무리 천마의 기운이 강해도 천악이 일단 기막을 치자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했다.
천악은 천마의 별채에서 느껴지는 기의 파공성을 느끼고 바로 이곳으로 왔다. 여태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기운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와서 기운이 외부로 퍼지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천마의 기운이 외부로 발현되면 집이 무너지게 된다. 자신의 집이 망가지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천마의 기운이 마지막 끝을 향해 달려갔다. 종착점을 향해 끊임없이 기운을 발산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남지 못할 정도였다.
휘이이이잉!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압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점차 기운이 천마의 몸속으로 갈무리가 되어갔다.
누워 있던 천마의 몸이 허공으로 반 장 정도 떠올랐다. 떠오른 상태에서 마기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잦아든 시점이 되자 감고 있던 천마의 눈이 떠졌다.
번쩍!
눈을 뜬 천마는 그 즉시 가부좌를 틀었다. 허공에서 그동안 싸워왔던 기운을 완벽하게 자신의 기운으로 바꾸기 위해 천마신공을 운공했다.
운기행공을 하자 호흡이 안정되고 몸 전체로 기운이 뻗어져 나가 다시 예전의 몸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
숨을 한번 몰아 쉴 때마다 대기가 꿈틀거렸다. 숨을 다시 열 번 정도 쉬고 나서 천마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부공삼매지경을 넘어 탈마신(脫魔神)의 경지에 이른 천마였다.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제압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가공할 안광을 번쩍이던 천마의 눈이 다시 고요하게 변했다. 평범한 눈빛이지만 그 안에 담겨진 기운은 예전보다 훨씬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깨어났군요.”
천악이 먼저 말을 이었다.
그러자 천마가 물었다.
“자네는 누군가?”
“생명의 은인입니다.”
“생명의 은인?”
“그렇죠. 쓰러져 있는 사람을 구했으니 생명의 은인 아니겠습니까?”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나는 아무나 믿지 않는다.”
천마는 쉽사리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 정황상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마의 음성이 위협적이었다. 천하 최강자라는 천마 앞에서도 천악은 태연했다.
“믿든 안 믿든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제가 지켜드릴 테니 안심하십시오.”
“허어!”
천마는 순간 허탈함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자신을 앞에서 두고 태연하게 지켜준다는 말을 하는 청년이 어이없기까지 했다. 이것은 허탈함이 들기도 하지만 분노할 일이기도 했다.
“자네가 나를 지켜준단 말인가?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천마라고 하던데, 아닙니까?”
몰라서 하는 소린 줄 알았던 천마는 더욱 기가 막혔다.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하는 청년이 제정신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다니,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농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켜준다고 하면 지켜주는 겁니다. 그 일은 어르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저의 개인적인 이유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천악의 말에는 막힘이 없다.
듣고 있던 천마는 어안이 벙벙했다. 화를 초월하면 오히려 웃음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의 상황이 그와 같았다.
“하하하하하!”
천마가 웃었다. 그러자 막강한 기운이 외부로 발현이 되어 퍼져나갔다.
목소리 자체가 음공의 절대영역인 사자후(獅子吼)나 창룡후(蒼龍吼)와 같았다. 말 자체가 살인무기나 마찬가지였다.
“어디 그 말이 진실인지 실력 좀 볼까?”
“맘대로 하시죠.”
천마는 자신의 기운 앞에서도 태연한 천악의 정체와 실력을 알고 싶었다. 고작 허풍으로 자신을 농락한 것이라면 아무리 자신을 살려준 자라 할지라도 그냥 둘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