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23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3화
드러나는 금황전설 (6)
굉장한 폭음과 화기였다. 순식간에 퍼지는 화기의 느낌만으로도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연광은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여인들이 망연자실해 하는 상황이라 혼자 나갈 수가 없었다. 어찌 부처를 모시는 중으로서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 있겠는가! 가히 불가항력이었다.
이제 꼼짝없이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폭발이 소리와 화기만이 뻗어나가다가 그걸로 끝이 났다. 그리고 먼지가 사라졌을 때 천악이 오연하게 서 있는 것이 드러났다. 마치 폭발 따위는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보이는 천악이었다.
그 모습에 연광은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놀란 것보다 더 했다. 공간을 좌지우지하질 않나, 천살강시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지 않나, 이제는 그것도 부족해서 폭탄까지 내가기공으로 막아내었다. 폭발과 더불어 천악이 펼쳐놓은 순백의 방어막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호신강기를 1장 이상 뿜어내다니, 그게 사람인가! 도무지 천악의 무공의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연광이었다.
천악이 서 있는 곳으로 여인들이 달려왔다. 혹시나 부상을 입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남궁태희와 금은혜, 제갈지의 마음은 이미 천악에게 가 있었다.
천악도 그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 절대방어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모르는 녀석들이었다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동굴이 무너지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괜찮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행이에요. 폭발과 더불어서 뇌성벽력이 울리는 듯한 굉음과 진동이 있어서 걱정했어요. 그런 폭탄은 옛 고서에 적혀 있기로 진천뇌력탄밖에 없을 거예요.”
제갈지는 그와 같은 형상의 폭탄이 진천뇌력탄이라고 말을 했다. 그럼에도 그 위력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천악의 무지막지한 능력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우선 너희들은 밖에 나가 있어라. 동굴 안을 정리하고 따라가겠다.”
“저희도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동굴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먼저 나가라는 거다. 나는 무너져도 나갈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천악이 말을 했으니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누구도 그 말에 부정하지 못했다. 여인들은 순순히 천악의 말을 따랐다.
연광조차도 천악의 말에 토 달 생각은 진작 사라져버렸다. 괜히 농담한다고 입을 잘못 놀리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것도 괴로웠다.
그러면서 천악과 악감정을 맺은 화산파, 종남파, 형산파가 조금 불쌍하기는 했다. 하필이면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이런 괴물을 건드린단 말인가. 자신이라도 잘 보여서 소림이 무사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소림에 군천악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려야 했다. 그의 힘을 조금이라도 보았으니 알고 있는 것이 소림으로서도 보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연광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천악이 연광에게 전음을 날렸다.
[약속은 지키리라 믿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찔끔!
천악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함구하는 것이 이번 여정에서의 약속이었다. 그걸 다시 한 번 인지시키는 천악이었다.
그 말에 연광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그렇게 잘 알고 먼저 선수를 치는지 놀랍기 그지없었다. 불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승인 육조 혜선이 이르렀다는 육신통에 이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 물론입니다.]
상상에 맡기라는 말이지만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소림이고 뭐고 그냥 두지 않는다는 협박이었다.
다른 사람이 소림사에 그런 말을 하면 비웃고 말겠지만 천악이 하는 말이니 흘러들을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말이 없어진 운정이었다.
운정은 오늘 수많은 경험을 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덤벼드는 악적과 그에 대응하여 거침없이 살수를 펼치는 이들.
어느 것 하나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가 밝은 성격이기는 하지만 한없이 여린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마음에 담고 있었던 천악이 거침없는 살수를 펼치자 충격을 받았다. 사람을 고통스럽게 죽이면서도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 냉정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가 끊임없이 반문이 생겼다.
한편으론 그가 가공할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인세에 보기 드문 강자 중의 강자였다. 아미파의 전 고수가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절대강자였다. 그런 강자이면서도 아량 따위는 없었다. 자신을 건드리는 자는 무조건 쓰러뜨리는 것이 천악의 방식인 것 같았다.
충격과 안타까움,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오히려 천악의 그런 행동에 마음이 아프고, 위로해 주고 싶은 운정이었다.
‘보듬어주고 싶어.’
여인의 감정은 수도 없이 변한다. 그것은 사람인 이상 당연하다. 일체의 변화도 없이 그저 맹목적이라면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아집일 뿐이다.
천악은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천악이 운정을 보았을 때 그녀가 느낀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여인의 마음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원칙까지 무너지게 만들지는 않았다.
세상에 가장 이기적인 것이 자신의 마음이었다. 누구보다 소중한 것은 자신이었다. 자신이 행복해야 타인의 행복도 보이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는 길을 간다. 그 길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여인들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상당히 이기적인 천악의 생각이었다. 자신의 일은 방해받지 않고, 행복만을 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천악은 남에게 먼저 상처를 입힐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원하고, 원하는 일이라면 손을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 * *
천악은 홀로 남겨진 동굴 안에 서 있었다.
폭발의 위력을 사방으로 퍼지지 않게 한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굴이 무너지면 다시 황금을 캐기 번거롭기 때문이었다. 황금은 동굴의 공터를 꾸미는 데 더 많이 들어갔다.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낭비였다. 어느 것 하나 이 황금비동에 남겨둘 수 없었다.
천악은 동굴의 외벽과 바닥에 붙어 있는 황금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막대한 양의 내공을 사용하여 외벽과 바닥을 자르고 허공섭물을 이용하여 모두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아공간은 천악만의 공간이었다. 공간은 수도 없이 많으며 각 공간마다 들어가 있는 보물도 각양각색이었다. 그 안에 하나를 더 추가했다.
천악이 가진 보물만 세상에 풀어놓으면 전 중원을 열 번 이상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꽤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동굴 안의 공터로 들어오는 길은 다섯 개였다. 그 말은 다섯 개의 문이 있다는 소리였다. 천악이 만년한철로 된 문을 놔두고 갈 리 없었다. 앞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들 중에 만년한철은 가장 필요한 재료였다.
허공섭물로 황금들을 아공간에 집어넣기 전에 삼매진화로 허공에서 금을 녹여 하나의 거대한 황금덩어리를 만들었다. 보기 좋게 정육면체로 만들어놓은 다음 빙계마법을 시전했다. 순식간에 가열하고 순식간에 냉각시켰다. 냉각시키고 난 후 야수의 인을 사용하여 황금을 수천 조각으로 나누었다. 나누어진 것은 금괴가 되었다.
“이 정도면 됐군.”
다음으로 만년한철로 된 문부터 떼어내기 위해 움직였다. 각 문마다 함정이 있음에도 천악에게는 장난에 불과했다. 모든 것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여유롭게 만년한철로 된 문을 뜯어내어 공간에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동굴 공터의 기둥을 잘라내어 마무리를 지었다.
황금빛의 찬란한 빛을 뿜어내던 동굴 안이 어느새 어두워졌다. 동굴의 외벽에 있던 야명주까지 다 떼어냈기에 어둠만이 자리했다. 금황전설이라고 불리던 금황의 유적이 초라해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이제 나가볼까?”
천악이 밖으로 나가자 여인들이 동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천악이 천하최강자라는 것을 알지만 여인들은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다. 이상하게 천악에게는 사건이 따라다녔다.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해도 그 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일은 마쳤어요?”
“그래. 이제 황금비동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지.”
“설마……?”
황금비동 안에 있는 황금을 모두 다 가져왔느냐는 말이었다. 그 말에 천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벽면과 바닥, 기둥을 모두 가져왔다는 거네요.”
“나는 남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천악이 말하면서 연광을 바라보았다.
연광은 자신을 바라보는 천악의 시선에 찔끔했다.
‘아씨, 나중에 황금 좀 떼어가려고 했는데.’
진짜 육신통에 이른 것 같았다. 귀신처럼 자신 마음을 알아채는 천악이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자.”
“모처럼 소풍 왔는데 느긋하게 가요.”
“그러지.”
원래부터 느긋했다. 남는 건 시간과 돈이었다. 천악에게 부족한 것은 좀더 인간적인 마음뿐이었다.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여행은 필수였다.
가기 전에 천악은 황금비동의 진에 인비저빌리티(투명) 마법을 대단위로 걸어놨다.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 모르는 비동이었다.
또한 이제까지 없었던 태실봉의 마지막 봉우리가 알려져서 좋을 건 없다고 보았다. 누군가 알지 못하는 장소를 소유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었다.
“저기… 군 시주, 천살강시는 어떻게 된 겁니까?”
연광은 천살강시의 생사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그것이 자신이 소림사를 떠나온 원래의 목적이기에.
“죽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군요.”
귀뇌 백천이 천살성을 생강시로 만든 이유는 바로 천살성의 살기를 고양시키기 위해서였다. 죽었다면 천살성의 정기를 잃어버려 보통의 강시보다 강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가운데 강시로 만들어서 천살성의 기운과 본능, 살기를 더욱 강화시킨 천살강시는 결과적으로 자미성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었다. 천악이 아니었다면 연광이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악은 아공간에 천살강시를 잡아두었다. 그런데 왜 죽었다고 했는가?
그것은 바로 아공간의 성질 때문이다. 아공간 안은 살아 있는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무중력의 공간이다. 어떤 생물이라도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생명력이 없는 존재뿐이다.
천살강시는 강시이기는 해도 생강시였다. 생명력을 잃어버렸으니 죽었다는 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만 완전히 죽어 사(死)강시가 되어버렸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생강시는 죽게 되면 완전한 강시가 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강시를 죽이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원동력을 부수거나 완전하게 태워서 말살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살아서 움직인다. 강호에서 강시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연광 스님께서는 이제 소림사로 돌아가야겠지요.”
“그렇습니다. 스승님께 천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약속은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제 입은 세상에서 제일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