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6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61화
맞춤형 건물 (5)
천악의 집으로 모여드는 여인들이었다.
방으로 모인 여인들을 맞아주는 천악이었다. 그동안 있었던 여정을 조금 설명해 주고 왜 불렀는지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문파형 건물을 만든다고요?”
“그렇지.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도와줄 수 있나?”
“물론이에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도 기뻐요.”
그녀들은 천악이 도움을 원한다는 말에 오히려 더욱 기뻤다. 그녀들이 더욱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여인들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생각을 들어준다는 것에 있었다. 능력이 되면 인정해 주는 것이 그녀들을 더욱 기쁘게 해주었다.
“우선은 문파의 기본 구조가 어떻게 되지?”
“문파의 규모가 먼저일 것 같아요, 대문파의 경우 최소 500명 이상의 상주인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처음부터 대문파에 버금가는 곳은 얼마 없을 거예요. 보통 중규모 문파 정도의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용성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지적이다.”
역시 제갈지가 가장 두드러졌다.
그녀가 남궁태희와 금은혜 중에서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답을 내주고 있었다.
“기본 구조는 제가 설명할게요. 문파는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집과 연무장이 필요해요. 따라서 사람 수에 따른 연무장의 적절한 크기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제가 수련할 때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수련이 안 된 적이 있었거든요.”
남궁태희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며 느낀 점을 토대로 설명을 했다. 검술을 익히면서 불편했던 점들이나 부족하다고 느낀 점을 실제와 비교해서 말을 이었다.
천악은 남궁태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해서 단점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도 필요했다.
막상 이렇게 되자 금은혜는 할 말이 없었다. 장사를 기본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문파에 대한 것을 설명하려고 하니 힘들었던 것이다.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천악은 금은혜가 뻘쭘해하는 것을 보고 불러온 이유를 말해주었다.
“너는 여기서 설명을 듣고 정리를 해야 할 거야.”
“정리요?”
“그래, 문파를 만든다고 해서 바로 사람들이 들어오지는 않겠지. 전문적인 홍보가 필요할 테니 말이야, 그러려면 너도 사전에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겠지. 여기서 들은 내용을 토대로 대륙에 소문을 내주어야겠어.”
“그럼 금천상가를 이용해서 소문을 내란 말이세요?”
“그렇지.”
그제야 금은혜도 집중하며 설명을 들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조차 없다면 어떻게 신용을 줄 수 있겠는가! 금은혜는 천악의 말에 공감하며 집중할 수 있었다.
“군 오라버니, 가장 중요한 것은 문파의 보안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겠지.”
“보안을 위해서 기관진식 설비를 갖추면 괜찮지 않나요? 제가 도움이 될 거예요!”
“중요한 길목에 기관진식을 만든다라, 좋은 방법이군.”
고민을 하다 보면 좋은 답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답이 나오기까지 쓸데없는 내용이 많이 섞여 있겠지만 우선은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그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도안을 작성하는 것은 천악의 몫이었다.
금은혜는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갈세가가 인정하는 진법이라! 제법 돈이 되겠는걸.’
천악은 소문을 내서 적당한 거래처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한다고 말을 했다. 금은혜는 괜찮다고 했지만 천악은 아니었다. 돈을 주는 것은 선을 명확하게 정하고 나중에 나올 불만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남궁태희는 폐관 수련과 비밀 수련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을 했다.
“하긴, 독문내공을 수련하려면 비밀스러운 장소가 꼭 필요하겠지.”
“맞아요. 안전과 보안이 모두 적용돼야 해요.”
천악은 그녀들의 내용을 수렴하고 책에 적어 나갔다. 처음에는 두서없이 적어놓겠지만 나중에 정리해서 제대로 된 도안을 만들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천악이 생각을 정리할 때 밖에 누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웬일이지?’
문밖에서 운정이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운정이에요!”
남궁태희와 금은혜의 표정이 변했다. 경쟁자가 갑자기 찾아오자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 되었다. 그에 반해 홀로 반격을 해야 하는 제갈지는 운정이 오는 것을 반겼다.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여인이었다.
천악은 그녀와 어색했기에 부르지 않은 것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봐오지 않았기에 부르지 않았다.
“들어오시오.”
일단 왔으니 이유를 들어 보려 했다.
운정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천악은 그녀의 눈웃음이 과거의 그녀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운정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악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해 주는 여인이었다.
“무슨 일로 온 거요?”
“그저 안부나 물어보려고요.”
“지금은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니 다음에 봅시다.”
그때였다.
제갈지가 운정 대신에 대답을 했다.
“운정은 아미파에서 살아왔으니까 문파 설계를 위해 도움이 될지 몰라요.”
아미파는 여인들로만 되어 있는 문파다. 사람이 살면서 어려움에 부딪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여인과 사내라는 구분이다. 같이 수련을 하더라도 남녀의 구분이 있기에 여러 가지 번거로움이 나타날 수 있었다.
천악은 제갈지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아미파에서 생활을 해왔으니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여기 앉아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운정이 제갈지의 도움에 감사의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제갈지는 운정이 앉아서 기운이 났다.
남궁태희와 금은혜의 눈이 서로 교차했다.
‘저년이 키워줬더니 나를 밟고 세력을 확장하려 하네!’
‘이대로는 위험하다.’
남궁태희와 금은혜는 서로 1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3위, 4위가 합심해서 반란을 획책하고 있었다. 이대로 묵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잘못하다가는 3위, 4위 반란이 성공할 수도 있었다. 좀 전까지 천악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던 제갈지였다. 점점 위기감을 느낀 남궁태희와 금은혜가 눈빛으로 휴전을 맺었다.
그녀들 간의 치열한 대립이 발생하면서 의외로 일은 진척이 빨라졌다. 서로 말을 이으려고 하니 도안을 작성하기 위한 자료가 점점 많이 쌓여갔다.
두 시진 이상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문제점이 있으면 그 문제점을 보안하기 위한 대책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의논을 내놓았다. 그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채택하는 천악이었다.
맞춤형 문파를 건설하는 일이 어느 정도 진척이 보이자 남궁태희가 넌지시 천악에게 물었다.
“도시에 들어갈 수 있는 문파는 제한이 되나요?”
“맨 처음에 말한 것처럼 도시 내의 규칙을 지켜준다면 수용이 가능하다.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바로 퇴출이지. 또한 일단 들어오는 문파를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니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
“그럼 남궁세가가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조건이 맞다면 가능하다.”
남궁태희의 질문에 솔깃해진 금은혜와 제갈지였다. 그녀들은 남궁태희의 생각이 의외로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다른 문파에게 천악이 만든 맞춤형 문파 건물을 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그들 스스로 의견을 내고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이대로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그 어떤 것보다 효율적이고 뛰어날 것이다.
금은혜는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관을 설립하고 지점을 하나 더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갈지도 다른 여인과 다르지 않았다. 바로 제갈세가에 연락을 해서 확답을 얻을 생각이었다.
운정은 아미파에 이런 부탁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분타를 하나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아미파에서 자신의 말을 듣고 선뜻 뜻을 들어줄지는 의문이었다. 역시 다른 세 여인에 비해 운정은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다.
천악은 그녀들이 수고한 것을 인정해 주었다.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또 부를 테니 귀찮아하지 않았으면 한다.”
“절대 귀찮지 않아요.”
그녀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천악의 말투가 딱딱한 편이지만 그녀들은 대화를 할수록 천악의 생각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공감하고 서로 상의하면서 정(情)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 더 타당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된다. 나는 당분간 외출하지 못할 테니 말이야.”
“알았어요.”
“도면이 작성되고 공사진행을 시키면 약속대로 구문제독부에 들르겠다.”
천악의 마지막 말이 그녀들에게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천악의 말은 금은혜의 아버지를 뵙는다는 말이 되었다. 마치 사위가 장인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궁태희와 제갈지, 운정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또한 금은혜는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남궁태희가 왜 가는지를 직선적으로 물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이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무슨 일로 가는 건가요?”
“예전에 은혜와 약속한 것이고 별다른 일은 아니다.”
“그럼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물론이다.”
여행을 가게 되면 같이 가기로 했으니 남궁태희를 데리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에 질세라 제갈지와, 운정도 같이 가고 싶다고 말을 했다. 천악은 그녀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허락을 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은혜의 좋았던 표정이 점차 옅어졌다.
‘이년들이 끝까지!’
화는 나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천악이 구문제독부에 가는 것은 그저 여행 겸 약속을 지키려는 것뿐이지 다른 뜻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는 아무런 진척이 없을 수 있었다. 반드시 구문제독부에 도착하는 대로 허락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제법 즐거웠다. 앞으로도 종종 얘기를 하지.”
천악은 그녀들과 있으면서 말을 전보다 많이 하는 편이 되었다. 성격적으로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이 달라졌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하지만 천악의 외골수적인 성향은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들이 방을 나가고 나서 천악은 본격적으로 도안 작성에 들어갔다.
수집한 내용을 토대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그려나갔다. 도안을 작성하면서 전에 생각한 것들을 다시 수정해 보았다.
도시 내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씻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수도시설을 만들어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방법으로는 대중목욕탕이었다. 공동으로 만들어놓고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대지를 만들면서 장소가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
그곳은 용암의 영향으로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었다. 온천이 개발되면 사업적인 측면에서 많은 돈이 들어오고 주변 미관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가마솥, 자수정, 한방 찜질, 또 뭐가 있지?”
대중목욕탕과 더불어서 찜찔방 생각을 하게 되었다. 뜨끈한 데 몸을 지지면 그것이야말로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일단 잘 모르는 사람도 들어가 보면 자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온수와 냉수의 적절한 안배만 이루어지면 괜찮은 방법이었다. 특히 연료로 생각하는 것이 마나석이었다. 마나석에 마나를 불어넣어 파이어볼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되면 나무를 때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공연장이 있어야겠지.”
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사람들을 모집해서 공연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연주 공연, 경극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는 것도 도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그콘서트는 무리겠지.”
맞춤형 문파를 건설하는 것도 여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이유였다. 천악이 생각하는 것은 체육관처럼 사람들이 무공을 익히고, 익힌 무공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형식이었다. 그에 따라 대전료를 받고 생활을 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