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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5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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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59화

맞춤형 건물 (3)

 

 

슈슝!

 

풍덩!

 

푸아아악!

 

두 개의 물체가 수면 위에 파장을 일으켰다.

 

물이 닫자마자 두 인형은 금세 정신이 확 깼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 오는 시간이라 더 어두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낸들 알아!”

 

당지독과 궁휼은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호수 한가운데 빠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알려고 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자신들과 같은 고수를 기척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은밀히 접근해서 호수 한가운데 빠뜨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취기를 내공으로 몰아내는 궁휼과 당지독이었다. 그러면서 물 위로 올라섰다. 화경의 경지에 이르면 등평도수(登萍渡水)정도는 할 수 있다. 내공을 이용하여 부력을 발생시킨다. 그와 동시에 몸을 새털처럼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물 위에 떠오른 당지독과 궁휼이 빠르게 달려갔다. 불빛이 조금이라도 비추는 곳을 향해 호숫물을 밟고 달려갔다.

 

무공을 모르는 사람은 바다의 용왕으로 착각할 만한 장면이었다.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호수였다. 한참을 달려야 흙을 밟을 수 있었다.

 

“후우우우우! 후우우우!”

 

숨을 들이쉬는 당지독과 궁휼이었다. 술을 빼는 것도 문제였지만 먼 거리를 등평도수로 이동했기에 힘이 들었다.

 

“여기는 소호 아냐?”

 

“소호까지 어떻게 온 거야!”

 

시간으로 따지면 풍운장원에서 3일은 걸리는 거리였다. 경공술을 최대로 이용하면 하루 정도 걸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둘을 안고 그 정도로 경공을 발휘하면 자신들이 알아챌 수 있을뿐더러 쉬운 일도 아니었다.

 

당지독과 궁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한 생각이 들자 식은땀이 흐르는 당지독과 궁휼이었다.

 

“그놈이 온 거 같네!”

 

“그러게 말이야!”

 

“개방의 정보력이면 금세 안다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너만 믿고 있다가 봉변당했잖아!”

 

“낸들 알아! 그놈을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은 너였잖아!”

 

잘못은 서로에게 있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돌아가서 당분간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 같았다.

 

둘은 그렇게 합의를 보았다.

 

‘당분간만 조심하자.’

 

 

 

풍운장원에 온 조성빈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정말 낮선곳에 떨어진 이방인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건물들이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넓은 장원은 생전 처음이었다.

 

“와!”

 

순수하게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뛰어난 건축물과는 별개로 조형물의 수준이 그리 뛰어나 보이지는 않았다. 조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놀라워하겠지만 수준이 있는 장인에게 저 정도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더욱 정교하면서 부드럽게 만들어졌다면 건물과 조형물들이 잘 어우러졌을 것이다.

 

조성빈이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에 천악이 뒤에서 다가왔다.

 

“둘러보니 어떠냐?”

 

조성빈은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다. 어느새 뒤에 온 천악을 보고 놀라기는 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건물과 조형물의 구도와 배치는 좋아요. 다만 조각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멋을 생동감 있게 살리지 못하고 있네요.”

 

“제법 이름이 난 사람을 썼다. 그런데 네 눈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구나.”

 

안휘성 내에서 제법 이름난 사람에게 상당한 돈을 주어 만들었다. 일정 수준 이상 뛰어나지 않고서는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편이었다. 천악은 조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어느 정도 보여지는 모습이 괜찮으면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적의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은 해야 했다.

 

천악은 조성빈의 눈썰미가 마음에 들었다. 제법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네가 지어질 건물에 알맞은 조형물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네가 필요한 것들은 될 수 있으면 지급해 주겠다. 단 쓸데없는 낭비를 하거나 다른 데 사용한다면 계약은 없었던 것이 되며, 너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겠다. 나는 너에게 믿음을 줄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가졌으면 한다.”

 

권한과 책임에 대한 정확한 선을 그어주는 천악이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도 지지 않고 원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이 천악의 생각이다.

 

조성빈은 천악의 말을 되새기며 다짐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끝까지 책임지고 장주님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겠어요.”

 

“사람은 자기만족에 사는 동물이다. 내 만족을 위해 너를 데려왔으니 그에 대한 보답은 확실하게 해주겠다.”

 

천악은 자신이 기거하는 집으로 성빈을 데리고 갔다.

 

성빈은 천악이 머무르는 집의 모양을 보고 감탄했다. 각과 선이 살아 있는 예술적인 건물에, 실용성이 뛰어나 보였다. 5층으로 되어 있으며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집 한 채에서 모든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천악은 성빈의 방을 정해주고 집무실로 갔다.

 

집무실에는 고 총관이 소식을 전해 듣고 기다리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들어간 지출 내역이 적혀 있는 책이 놓여 있었다.

 

고 총관이 일어나서 반갑게 천악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장주님!”

 

“인사는 됐고, 문제는 없었나?”

 

“장원 내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도시 건설은?”

 

“예산이 예상보다 더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더 들어가는데 그러지?”

 

예산이 꼭 정해진 대로 나간다고 볼 수는 없었다. 언제나 계획 이상으로 나갈 수 있기에 여유 자본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정해진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쓸데없는 낭비나 소모가 적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홍수로 인해 물가가 두 배 정도 더 올라서 그렇습니다. 전년 대비 쌀 생산량이 줄어들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할 수 없군.”

 

“여기 지출 내역입니다.”

 

고 총관이 정리한 장부를 살펴보는 천악이었다. 도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두 푼이 아니었다. 엄청난 양의 돈이 들어간다.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쓸데없는 비용은 사절이었다.

 

고 총관이 정리한 장부는 깨끗하고 보기 쉽게 이루어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라비아숫자를 사용하지 않아 장부가 두껍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다. 장부는 쉬우면서 유출이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중원인이 곱셈, 덧셈, 나눗셈, 뺄셈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라비아숫자 개념을 고 총관에게 알려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도 수학 정석이라고 불리는 적분, 미적분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이것은 머리만 가지고 있어서 되는 학문이 아니었다. 천악도 배울 때 머리 꽤나 아팠던 기억이 났다.

 

아라비아숫자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가 바로 0이다. 0에서 시작해 0으로 끝나는 것이 아라비아숫자 개념의 기초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나중에 알려줘도 되고 우선은 생각한 것을 도면에 그리는 게 먼저겠군!’

 

“고 총관은 나가보고 내일 아침에 충일, 도정, 한철을 내방으로 불러.”

 

“알겠습니다. 장주님,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천악은 남궁세가나 마교를 보면서 하나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원래부터 무공을 수련하기 위한 건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을 인위적으로 만들다 보니 거추장스럽고 조잡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공간의 활용적인 측면에서 번잡스럽고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만들 공간이 없어서 만들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맞춤형 건물이었다.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문파라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곳이 필요했다. 어차피 도시가 들어서면 문파가 들어서고 알력이 생긴다. 미리 문파를 열 수 있도록 몇 개의 맞춤형 건물을 만들어놓고 비싼 가격에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문파 간의 알력다툼으로 인해 도시 미관이 망가지면 그대로 둘 생각은 없다. 그래서 하나 더 생각한 것이 격투장이다. 상당한 크기의 격투장을 만들어놓고, 승부를 벌이고 관객들에게 그에 대한 입장료를 받으면 오락적인 측면에서 특허를 낼 만한 일이었다.

 

공정한 대결을 위해서 남궁세가와 제갈세가, 사천당가, 구문제독의 도움을 받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제아무리 건방진 문파가 들어와도 오대세가, 구문제독부의 영향력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파 건물을 위해서 남궁세가의 도움을 좀 받으면 괜찮겠군.”

 

남궁태희도 부를 겸 겸사겸사로 도움을 받는 것이 나았다. 생각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한다고 해서 올바른 답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두 종합하여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 특히 문파 내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것은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더 잘 알 것이다. 그것을 물어서 해결하는 것이 나았다.

 

“다음은 수도시설을 처리해야겠어.”

 

백만 평 대지에 수로시설이 모두 들어갈 수 있게 만들고 그에 따른 수도시설을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형의 펌프시설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펌프였다. 하나의 집이라면 모를까, 도시 전체로 수압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크기의 펌프가 필요하다. 또한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4개는 필요할 것이다. 각 수도시설을 연결하고 다시 분류하기 위해서는 한곳에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분산된 수도시설을 만들고 관리는 풍운장원에서 할 것이다. 아직 펌프에 대해서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 그저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만 할 생각이었다. 수도시설을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청결 때문이었다. 물은 사람의 몸을 깨끗이 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을 예방시킨다. 천악은 도시의 청결을 최우선으로 선택할 생각이었다. 다른 것은 다 참아도 더러운 것은 참지 못하는 천악의 성격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중목욕탕을 만들어 되도록 싼 가격에 목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조금 잔인하지만 더러운 것들은 애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시의 미관을 위해서 부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집할 예정이었다.

 

일단 계획을 세웠다.

 

세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도면과 계획서가 필요하다. 만들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이전처럼 하루 이틀 하면 되는 작업이 아니었다. 장원 내 공사가 아니라 도시 건설 계획이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했다.

 

“한동안 외출은 불가능하겠군.”

 

한 달 정도는 걸릴 것으로 잡았다. 그리고 금은혜가 부탁한대로 구문제독부에 가볼 생각이다. 약속을 했으니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일정을 계획하니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어둠이 사라지고 빛이 점점 세상을 밝히는 시기.

 

이른 아침의 상쾌한 기운이 풍운장원 내를 더욱더 운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웅대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풍겨내는 풍운장원만의 멋이 빛을 받아 더욱더 신비하게 보였다.

 

새벽이 갓 지난 시간이었다.

 

잠에 취해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는 시간에 두 인형이 비루 먹은 꼴로 풍운장원의 벽을 타고 넘었다.

 

파팟!

 

한 번의 도약으로 2장에 달하는 장원의 담벼락을 가볍게 넘는 것으로 보아 보통이 아니었다.

 

한 명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청결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나머지 한 명은 땀과 강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서로의 이름을 바꾸어도 될 정도로 확 바뀐 모습이었다.

 

“후우우!”

 

하루 종일 달려왔다.

 

고수라고 해도 힘이 들기 마련이었다.

 

당지독과 궁휼은 겨우 도착해서 별채로 들어가야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당지독 입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십대고수 중에서도 상위서열이자 사천당가의 태상가주이기 때문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 바로 별채로 들어가는 찰나였다.

 

둘 모두 얼음이 되었다.

 

움찔!

 

바로 앞에서 무표정한 청년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것이 더 거북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한 짓이 있어 찔리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자네 일찍 일어나는구먼.”

 

“그러게 말일세. 일찍 일어나는 거지가 밥 한 공기를 더 먹는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거구먼!”

 

어색한 말이 튀어나왔다.

 

당지독은 궁휼의 말투에 인상을 찌푸렸다. 표현을 해도 저따위로 표현을 하니 한 대 맞을 것 두 대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천악이 어떤 말이라도 해주는 것이 오히려 편할 것 같았다.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고 있는 게 숨을 조이고 있었다.

 

“네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동안 장원을 잘 지키다가 어제 딱 한 번 논 것뿐이야!”

 

그동안 잘 해왔다는 말이었다.

 

일단은 위기상황을 넘어가 보려는 당지독의 뻔뻔한 말의 연속이었다. 얼굴만 보면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천악의 말에 당지독과 궁휼은 딱 걸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추상락의 말은 다르던데요.”

 

당지독과 궁휼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자놈 교육을 어떻게 해놓은 거야!]

 

[할 말이 없네. 그놈의 입이 워낙 싸서 말이야!]

 

상황을 보니 딱 맞았다. 추상락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천악이 한마디하자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고해 바쳤다. 사실 짜증이 난 추상락이 엿 되봐라 하는 심정으로 말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신일, 충호, 전칠의 교육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을 했다. 그러니 자신의 노고를 치하해 달라는 말까지 천악에게 했다. 추상락은 그동안 무공만 늘은 것이 아니었다. 뻔뻠함까지 경지에 이르러 있는 것 같았다.

 

천악은 그 일로 당지독과 궁휼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위험할 때 장원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두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면 원래의 목적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니 장원 내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권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을 가지고 당지독과 궁휼에게 앞으로도 그렇게 생활하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정도라는 것이 있었다. 남들은 힘겹게 일을 하는데 둘이서만 제 집처럼 놀고먹으면 반감이 생길 수 있었다. 정도껏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한다면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놈이 뭐라고 했냐?”

 

“별말 없었습니다.”

 

“그래?”

 

천악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자 당지독과 궁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언제 쫄아서 기가 죽었나 하는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천악의 말에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도를 지키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용암에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컥!

 

숨이 턱 막히는 궁휼과 당지독이었다.

 

이번에 호수에 떨어진 것은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었다. 만약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용암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온몸이 불에 타서 죽을지도 몰랐다. 사람을 죽이는 데 가장 잔인한 것이 화형(火刑)이라지 않는가. 죽을 때까지 고통을 느끼다가 죽는 것이 바로 화형이었다.

 

‘이런 잔인한 놈!’

 

‘몹쓸 놈, 술 좀 먹었다고 뭐가 어째!’

 

화형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는 천악이 무서울 따름이었다.

 

“농담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천악은 농담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농담이라고 말을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당지독과 궁휼은 한동안 멍했다.

 

궁휼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당지독에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농담이라잖아, 다행이지!”

 

당지독은 그런 궁휼을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다행은 무슨. 저놈이 농담하는 것 봤어! 내가 이제까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저놈은 한다면 하는 놈이야!”

 

일단 마음먹고 내뱉은 말은 반드시 실현했다.

 

그 일을 한번 거스르려고 하다가 당지독은 죽도록 맞았다. 정말 매 맞는 것에 공포가 들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제부터 적당히 놀자.”

 

“그러지,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고!”

 

그래도 용암 속에 떨어지는 것은 싫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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