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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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51화
삼태상(三太上) (1)
마교에는 교주의 아래, 2인자의 자리인 부교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부교주는 교주가 자리에 없을 시에 대신 마교의 모든 일을 맡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부교주의 자리에 있었던 자들은 항상 교주의 자리를 노렸다. 부교주가 암중으로 교주를 몰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바람에 마교의 힘이 분산되자 마교는 부교주의 자리를 없애고 장로들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교주는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그 휘하의 장로들이 의견을 타진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부교주의 자리를 없애고 장로들에게 힘을 줌으로서 교주에게 힘이 집중되게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장로들 중에서도 마교의 절학을 최절정으로 연성한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교주의 신위에 맞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자들 중에 무공이 강하고 오랜 연륜을 가진 자들에게는 특혜를 주었다.
그들이 바로 마교의 삼태상들이었다.
단 세 명이지만 그들은 교주와 비슷한 연배를 가진 마교의 최고기인들이었다. 삼태상은 마교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그들이 관여하면 교주의 권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명분상으로 교주와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지만 결정적인 힘은 없었다. 만약 그들이 힘을 원한다면 마교의 단결력이 상당히 약해졌을 것이다.
삼태상도 교주의 이런 결정에 불만은 없었다. 자신들로 인해 마교가 분열되고 약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삼태상은 지위나 명예보다는 무공 수련하는 것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다. 삼태상은 그 뒤로 마교의 그늘 아래서 그림자가 되어 살아왔다. 그것이 당연했고 편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40년 이상을 마교에서 벗어나 천산 깊숙한 곳에 자리하며 살아온 그들이 돌아왔다.
무공을 수련하고 발전시키는 자신들만의 성지 마성천(魔聖天)에서 교주의 부름을 받고 마교로 복귀했다.
그들은 상당히 괴짜라고 볼 수 있었다. 삼태상이 자리했다고 마의 성지라고 부르다니 자부심이 대단하기는 했다.
천마교주 곽천진이 탁자에 앉아 있는데 그 주위로 허름한 마의를 입은 노인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교주는 오랜만에 만난 친우들을 반겼다.
삼태상은 교주와 같이 수련을 한 동기들이었다. 마교의 역사상 천마만큼 오래 산 사람은 이 세 명이 전부일 것이다.
그들은 40년이나 마성천이라는 곳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에 우환(憂患)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었다.”
“이번 일을 해결한 인물이 교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맞습니까!”
“그렇다.”
삼태상 중에 귀곡신마 곽신양이 물었다. 그 옆으로 묵묵히 용혈마검 윤권, 전륜마도 궁극한이 듣고 있었다.
귀곡신마 곽신양은 교주의 사촌이었다. 어린 시절 같이 생활해 오면서 교주의 자리를 놓고 다툴 수 있는 인재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곽신양은 권력을 그다지 신용하는 편이 아니었다. 자리에 앉는다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없었다. 그런 자질구레한 일을 떠맡고 관리하는 것은 귀찮아했다.
곽신양은 조금 짜증스러웠다.
교인이 아닌 존재가 교의 일을 해결한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이미 벌어진 일을 모두 해결했으면서 자신들을 왜 불렀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우리를 왜 부른 겁니까?”
“교내에서 벌어진 일은 해결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
“중원 천하에서 가장 강한 형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단 말씀입니까?”
곽신양은 어이가 없었다.
처음 곽천진을 본 삼태상은 상당히 놀랐었다. 그전에도 교주의 자질이 천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강해졌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예상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난 의외적인 일이었다.
삼태상은 40년 동안 마성천에서 무공에만 전념을 기울였다. 그들은 무공이 좋았고 무공 이외의 것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삼태상이 곽천진의 기세를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오래 전에 느껴진 압도적인 힘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마교의 역사상 처음으로 마신지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었다.
천마신교에서 말하는 마신지경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솔직히 삼태상이 덤빈다고 해서 곽천진을 이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곽천진이 도움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허허!”
곽천진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천악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천악을 만나고 나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천악의 강함과 그를 상대하는 적들은 천마의 상상을 훨씬 벗어난 일이었다.
적들의 강함을 직접 느껴본 천마였다. 홀로 아무리 강해도 적의 힘을 막기 위해서는 천마신교의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였다.
모든 힘을 모아 단련시켜 강하게 만들어도 맞서야 할 적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강한 집단이었다.
“나도 내가 가장 강할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넓더구나.”
삼태상 모두는 곽천진의 말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원래 세상은 넓다. 하지만 말하는 상대가 곽천진일 때는 달랐다. 그는 최고이자 최강의 무인이었다. 그가 세상을 넒게 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곽천진이 누군가를 인정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 천마 중에서도 최강인 천마 곽천진을 인정하게 만드는 존재가 나타날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아닌 것 같았다.
“설마 교내의 일을 해결한 존재를 말하는 겁니까?”
“물론이다.”
“마신의 강림이라고 천산을 시끄럽게 하던데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실이다.”
“허!”
삼태상이 마교로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소문을 들었다.
소문의 내용은 마교에 신이 강림하여 천마신교를 구했다는 말이었다. 그들이 오랜 세월을 살면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는 처음 들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곽천진도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직접 겪지 않으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삼태상이 그 사실을 시험한다고 하면 말려야 했다. 천악은 타인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손속에 사정을 봐주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정말이란 말씀입니까!”
“그렇다. 그놈이야말로 천하최강자라고 할 수 있지.”
천마의 입에서 천연덕스럽게 천하최강자라고 말을 하게 만드는 존재.
삼태상은 그가 누군지 정말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직접 만나서 겪지 않으면 믿을 수 없었다. 삼태상은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하지만 믿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우리 신상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직접 보고 싶어 근질거립니다.”
“나중에 후회한다니까!”
“후회도 우리가 하는 거니 신경 쓰지 말라니까요!”
예전부터 이놈들은 하지 말라는 일은 더 하는 지랄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것은 둘째치고 무공에 대한 것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천마는 삼태상을 보면서 괜한 말을 꺼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악의 성격을 아는 천마는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천악이 적절한 손속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뿐이었다.
‘하긴 나도 직접 겪어보고 후회를 했지.’
천마신교는 천산산맥의 여러 줄기 중에 하나에 터를 마련하고 살아간다. 천마신교의 성을 주위로 마교인들이 넓게 분포하여 상당한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교인들은 무공을 익힌 마도인과 무공을 익히지 않고 순수하게 교를 믿고 있는 신도들로 구분된다. 신도들 대부분은 신교의 주변에서 농사나 장사를 하며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이 마교의 뿌리이자 힘이 되었다.
천악은 처음으로 천마신궁에서 나와 마을을 돌아다녔다.
생각 외로 마을은 상당히 발전했다. 대도시와 비견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피를 갈구하는 마교인들이 사는 곳도 살아가는 방식은 별반 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천악은 거리에서 가장 좋은 객잔을 찾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장사의 기본은 외부로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곳을 신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사는 현혹, 현혹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런 방법은 상술이라고 하여 비천하게 생각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 않고서는 물건을 판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장 처음이 현혹이라면 그 다음은 정성과 서비스다. 객잔에서 맛이 없다면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며, 서비스가 형편없다면 사람의 마음은 떠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의리나 인정으로 물건을 사거나 먹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천악은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거리낌은 없었다.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드물거니와, 마교 앞에서 놀라운 신위를 보인 마신과 동일 인물으로 볼 사람도 없었다. 그들에게 보인 것은 압도적인 위력을 선보인 마신뿐이었다. 흐릿하게 봤다고 하지만 천악의 외모는 너무 젊었다. 이토록 젊은 사람을 마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객잔으로 들어가기 전, 한곳이 천악의 시선에 들어왔다.
‘상당히 정교하군.’
조각품을 파는 상점이었다.
구석에 처박혀 있어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장사는 길목이 좋아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눈에 잘 띄어야 장사가 잘 될 수 있는 요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는 상당히 부족한 가게이지만 진열된 조각품이 대단히 정교하고 잘 만들어져 있었다.
제대로 보지 않으면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천악의 예리한 눈썰미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조각품은 정교한 것도 중요하지만 선을 살리고 음각과 양각의 적절한 조화로 빛이 들어왔을 때 자연스러워야 진정한 조각이라고 한다.
조각품에 대한 미적 감각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천악은 저 정도의 조각품을 만들 수 있는 자가 누군지 궁금했다. 그가 건축물의 조형을 맡아준다면 최적의 인물이 될 것 같았다.
천악이 안으로 들어가자 1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나왔다.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온 손님이었는지 아이는 상당히 반기고 있었다. 천악은 자신을 반기는 아이에게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얼 찾으세요?”
“이곳에 놓인 조각품은 누가 만든 것이냐?”
아이는 갑자기 물어오는 천악의 말에 움찔거렸다. 누가 만들었는지를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이 있다며 대충 사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제가 만들었는데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을 했다. 아직까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렇기에 자신감 있게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천악은 아이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아이가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잘 만들어져 있었다.
‘대단하군.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겠어.’
“이름이 무엇이냐?”
“조성빈이라고 해요.”
“원래 혼자 살고 있는 거냐?”
조성빈은 천악의 말에 더 의기소침해졌다.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었지만 1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1년간은 가게를 거의 돌보지 못한 실정이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의 실력이 뛰어나서 찾는 사람이 간간이 있었는데 1년이 지나자 예전 손님들도 사라졌다. 그들은 성빈의 실력이 보잘 것 없다고 평가했다.
“나는 너의 솜씨가 마음에 든다.”
“예? 그게 무슨?”
“너의 실력을 사고 싶다. 원한다면 나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
“정말이요?”
“난 실없는 소리를 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너의 실력이 뛰어난 것 같으니 내가 필요한 것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에 사려는 것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싫다면 굳이 강요하지는 않는다.”
조성빈은 고민이 되었다.
이대로 있어봐야 가게를 꾸려나갈 자신이 없었다. 조금 더 지나면 가게세도 내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할 줄 아는 것은 조각하는 것밖에 없었다. 다른 일을 찾아서 하고 싶지도 않았다.
고민하는 조성빈을 본 천악은 시간을 주었다.
“3일 뒤에 다시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결정을 해주었으면 한다.”
“저, 제가 만약 당신을 따라가면 제가 원하는 조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갖춰줄 것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도 만들어야겠지. 세상은 주고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나를 주었으면 너도 내게 하나를 주어야 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나는 네게 투자를 하고 너는 실력을 키워 내가 원하는 조각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천악은 무턱대고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지 않는다.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조성빈은 왠지 모르게 천악의 말에 신뢰가 갔다. 만약 원하는 것을 뭐든지 들어주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면 신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좋은 것은 그만큼 감수해야 할 위험이 크다. 아직 어리지만 그 정도 이치는 알고 있었다.
조성빈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을 준다고 하니 그 시간까지 기다리고 그때 가서 결정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3일 뒤에 보지.”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지요?”
“군천악이라고 한다.”
조성빈은 천악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등 뒤로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과 믿음이 조성빈의 마음을 흔들었다. 누군가에게 이처럼 빠르게 신뢰와 믿음이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