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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4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8화

마신(魔神)의 강림(降臨) (4)

 

 

“이제 그만 나오시지요.”

 

“알고 있었나?”

 

“물론입니다.”

 

유백과 곽윤아를 지켜본 사람이 또 있었다. 그는 바로 천마신교의 지존이자 마도무림의 절대자인 천마 곽천진이었다.

 

곽천진은 자신의 손녀가 천악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제자인 유백이 곽윤아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상한 관계가 되고 있었다.

 

천악이 비록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사람은 아니었다. 천마신교를 위해서는 천악과 잘되는 것이 좋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손녀의 행복을 위해서는 유백과 잘되는 것이 나았다.

 

곽천진이 망설이고 있었던 것도 그와 같은 일 때문이었다.

 

“내 손녀가 마음에 그렇게 안 드나?”

 

“사람의 감정이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토록 쉽게 변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듭니다. 더군다나 목숨을 건 사내의 순정을 가지고 논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천악의 말은 단호했다.

 

곽윤아가 마음에 안드는 이유를 여과 없이 말하고 있었다. 감히 천마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천악뿐일 것이다.

 

곽천진은 손녀를 나쁘게 보는 천악의 말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천악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반박하지는 못했다. 다만 손녀에게 악감정을 남기지 않게 하려고 말을 해야 했다.

 

“신교는 말일세, 강자지존이라는 명분 아래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네. 내 손녀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 신교는 강자를 숭상하고 그 힘에 경배를 하네. 자네의 강력한 힘과 능력에 윤아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일세. 그러니 너무 내 손녀를 나무라지는 말게.”

 

“알겠습니다.”

 

천악은 곽천진에게 대답해 주고, 화제를 돌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랑놀음이 아니었다. 원래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고, 마무리짓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놈에게서 뭔가 얻었습니까?”

 

곽천진은 천악의 물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네, 놈을 고문해 보기도 하고, 심령을 제압해 보기도 했네만 소용이 없었네!”

 

곽천진은 사영의 배후를 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했다. 배교의 사술이라고 일컬어지는 백안심령제압술(白眼心靈制壓術)까지 사용했었다.

 

술법에 있어서 배교의 술법은 자타가 공인하는 무서운 기술이었다. 사술에 가까운 기술까지 동원했음에도 사영의 심령을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놈의 신체는 고문을 가해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대단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통은 일정 수준이 지나면 익숙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사영은 끝까지 배후를 토설하지 않았다.

 

천악은 당연하게 생각했다.

 

천악이 사용한 야수안조차도 금제의 영향을 모두 제압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천악도 하지 못한 일을 다른 이가 해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지금은 얻지 못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놈도 사실을 말하게 될 거네.”

 

천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놈에게는 정신적으로 금제가 걸려 있습니다. 금제의 위력이 강력해서 저도 풀지 못한 일입니다. 만약 토설하게 되면 놈은 머리가 터져 죽습니다. 그러니 죽기 살기로 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천마는 천악이 풀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에 더 놀라고 있었다. 또한 그 정도로 대단한 금제가 있다는 것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금제를 서슴없이 하는 놈들이었다. 더군다나 사영은 대단한 강자였다. 무림의 십대고수들이 전부 덤벼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강자조차 태연하게 금제를 해 놓은 놈들이었다.

 

일이 점점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배후를 캘 수조차 없는 위험한 놈들이 무림을 장악하려고 하는데, 그런 사실조차 세상은 모르고 있었다.

 

“제가 놈을 죽이겠습니다.”

 

“죽인단 말인가?”

 

“살려둬서 득이 될 놈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이대로 죽이기에는 놈이 가진 정보가 필요하지 않나.”

 

“얻지 못할 것을 한마디로 무용지물이라고 하지요.”

 

천악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천마는 어쩔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알겠네. 자네의 뜻대로 하게나.”

 

“놈들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천마신교를 잘 다스려야 할 겁니다.”

 

“걱정 말게. 이제부터 신교의 절학을 서열에 상관없이 실력만 있다면 가르칠 생각이네.”

 

“맘대로 하십시오.”

 

천마는 사영에게 배후를 밝히는 것과 더불어서 시행한 것이 바로 구대마궁의 새로운 궁주취임이었다. 또한 궁주들 이하 배신자들이 있는지도 색출해야 했다.

 

솔직히 손녀딸이 천악을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앞으로 나설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사영을 가둔 감옥은 사방이 어두운 밀실로 되어 있는 거대한 미로를 통과해야 한다. 각 통로마다 감시자가 있어 허가 받은 자가 아니고서는 통과할 수 없었다. 감옥은 입구가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에 들어간 자는 들어온 곳으로 나와야 한다.

 

뚜벅! 뚜벅!

 

천악이 천천히 걸어 통로를 따라 걸었다.

 

사영을 가둔 곳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1각 여를 걸어 들어가서 좌측으로 돌아갔다. 앞에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철문이 벽중앙을 가로막았다. 천악의 옆으로 간수 1명이 따라 들어가서 철문을 열어주었다.

 

“이제 가보시오.”

 

“알겠습니다.”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사영이 쇠사슬에 묶인 채로 서 있었다. 사지를 모두 쇠사슬로 묶은 상태로 전신을 고문한 흔적이 역력했다. 온몸에 핏물이 흘러 내려간 자국이 보이긴 했지만 역시 금세 재생이 되어 상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영은 정신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속 시원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도록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다.

 

“크윽!”

 

간신히 정신을 차린 사영이 천악을 보았다. 사영의 눈빛이 심하게 요동쳤다. 분노와 원망, 독기가 뒤섞여 있었다.

 

“이…놈!”

 

“훗!”

 

천악의 입가에 웃음소리가 나왔다. 마치 힘도 없는 것이 반항하는 것이 가소롭다는 듯이 보였다. 사영은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을 맛보았다. 고문보다 천악의 웃음소리 한 번으로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네놈 때문에……!”

 

“그래서?”

 

“그래서라고!”

 

천악은 사영의 생사 따위는 상관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죽이려고 왔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비웃을 생각도 없었다. 그저 놈의 마지막이 웃겼을 뿐이었다.

 

사영이 발악하듯이 천악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천악을 보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네놈이 나의 모든 것을 망쳤다. 네놈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을 것이다. 저승에 가더라도 네놈을 저주하겠다!”

 

“저주라, 그건 네 자유다. 죽은 영혼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부르르르!

 

천악의 태도는 사영의 남겨진 자존심마저 무너뜨리고 있었다. 너 같은 놈이 발악해 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천악의 말이었다.

 

“세상은 인과(因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하지. 그 말은 맞아. 이유 없이 너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처음부터 나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해. 나를 이곳까지 불러들인 것은 다 너희들이니까 말이야.”

 

“닥쳐! 네놈을 찢어 죽이겠다!”

 

“내가 영웅처럼 보이나?”

 

“뭔 소리냐?”

 

“난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독선적인 사람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 그 일을 방해하는 자는 절대로 그냥 두지 않아.”

 

천악은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천악의 말에 사영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영웅이 아니라는 자였다. 오히려 무섭기까지 한 말이었다.

 

천악은 선악에 의한 권선징악을 믿는 편이 아니었다.

 

악한 자가 과연 벌을 받을까! 하늘이 그런 자는 용서하지 않을까!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악인이 세상을 지배하기도 하고,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세상을 우롱하기까지 한다. 아무 잘못 없는 선인일지라도 억울한 삶을 살다가 사라진다. 선한 일을 베푼다고 해서 선인이 대우받는 것도 아니다.

 

물론 반대의 일도 일어나겠지만 그것이 바로 세상이다. 세상은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세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 힘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천악이 생각하는 세상이다.

 

천악은 망설이지 않고 야수안을 발동했다.

 

사영은 번개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맛보았다.

 

“너의 기억을 뽑겠다. 죽는다면 할 수 없지.”

 

“으으윽!”

 

정신을 파고드는 천악의 무지막지한 능력 앞에 사영은 속수무책이었다. 사영의 사고(思考)가 통제되지 않고 허물어져 갔다.

 

사영은 필사적으로 악을 썼다. 이대로 통제력이 무너지면 금제가 발동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목숨은 끝이 난다. 천악에게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안…돼!”

 

사영의 바람은 천악의 압도적인 정신력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정신이 모두 붕괴되고 있었다.

 

결국에 사영은 천악의 정신력 앞에 제압이 되었다. 제압이 되자마자 정신적으로 금제 되어 있던 것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모든 정신을 막아내고 있는 금제의 힘은 천악의 힘과 부딪쳤다.

 

“음!”

 

천악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사영이 최근에 한 일은 알게 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파고들 수 없었다.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내딛으면 될 것 같았는데 쉽지 않았다.

 

푸억!

 

결국 사영이 버티지 못하고 머리가 폭발했다. 뇌수와 함께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천악은 최대한 집중했다. 그럼에도 금제의 영향력을 통제하지 못했다. 상대의 정신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섭도록 강한 존재감이군.’

 

얼핏 금제의 힘을 느낀 천악이었다.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았다. 두려움은 잊은 지 오래였다.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천악이었다.

 

* * *

 

휙!

 

5개의 수정 중에 4개의 불빛이 꺼졌다.

 

불빛을 바라보던 중년인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직접 키웠고, 놈들에게 용혈과 무기를 주었다. 중원에서 자신의 제자를 이길 존재는 없었다. 그런데 벌써 4명의 제자가 죽었다.

 

“역시 세상은 뜻밖이란 말이야.”

 

담천후는 세상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능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당연히 될 것이라고 보았던 일이 갑자기 나타난 인간에 의해서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뜻밖이기는 하지만 담천후에게 그 정도는 없다고 해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제자이기는 하지만 그저 유희에 불과했다.

 

“아직 내가 일어날 시기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담천후의 힘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항상 일어나 있지만 힘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힘을 다시 사용하는 날이 재앙의 시작이 될 것이다. 억지로 힘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굳이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마지막 제자가 있었다.

 

천영은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세상에 천영을 이길 녀석이 있다면 그때에 자신이 나서면 되는 일이었다. 천영은 제자이면서 또 다른 신분이 존재했다.

 

그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재밌군.’

 

* * *

 

최고 장로 독고패가 분주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폭룡대를 잃으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았지만 다른 일에서 만회를 한 상태였다.

 

“간신히 대막혈궁을 복구했군.”

 

30년 전의 일이었다.

 

대막의 상권을 지배하기 위해서 대정문을 치라고 한 적이 있었다. 대막혈궁(大漠血宮)은 대막을 지배하는 대막의 4대실세 중에 가장 강한 문파였다. 수라궁(蒐羅宮), 뇌전궁(雷電宮), 벽력궁(霹靂宮)을 집어삼키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대막일화 유혜선을 미끼로 대정문을 집어 삼키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바로 대막을 뒤흔들었던 사신 중에 사신 혈사신(血死神)이 나타난 것이다. 혈사신이란 놈이 대정문을 치는 것을 방해했기에 나중에 놈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오히려 대막혈궁이 놈의 손속에 의해 모두 박살이 났다. 어찌나 강한 놈인지 놈의 실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이후 혈사신을 끊임없이 노렸지만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찾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윽!

 

그 당시 들어간 돈과 힘이 장난 아니었다.

 

그것은 수치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다. 그걸 생각하자 독고패가 혈압이 상승했다.

 

“혈사신, 네놈을 죽이지 못한 게 실수였어. 지금 생각해도 열 받네! 제기랄!”

 

당시에 대막의 4대 세력을 지배하고 난 후 중원을 도모해야 했었다. 혈사신이 갑자기 나타나서 초토화시키는 바람에 이제야 다시 힘을 복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곳을 완벽하게 지배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다시 회복하는 일은 더욱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었다.

 

“북해는 최 장로가 잘 알아서 하니 상관없겠고.”

 

북해는 돈보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유는 너무 패쇄적이다 보니 새로운 인물을 북해에 잠입시켜 북해의 힘을 제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중원을 중심으로 변방은 소외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들에게 중원은 살고 싶은 곳이며, 지배하고 싶은 곳이었다.

 

“대공자가 원과 황실을 맡아준다면 일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군.”

 

대공자와 손을 잡은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역대로 중원을 침공했던 이들은 한 가지 실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중원을 만만히 보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중원인들에게 시간을 주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이 힘을 한곳에 모으기 전에 단숨에 해치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 이후 지배력을 넓혀 중원에 절망을 실어 주어야 했다.

 

“대공자가 뜻을 이루는 즉시 내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독고패 장로가 가진 세력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출혈은 힘들었다. 그간 풍운마룡에게 들어간 세력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그 힘을 다시 잃으면 앞으로 다스리는데 힘들어진다. 차라리 조금 더 기다리더라도 완벽하고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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