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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4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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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7화

마신(魔神)의 강림(降臨) (3)

 

 

천마를 비롯한 모든 마교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와 같은 대결은 그들로서는 처음이었다. 거대한 철동인이 나타났다. 그 위력에 절로 위축이 되어버린 마교인들이었다. 그런데 그 거대한 철동인을 애 다루듯이 작살내놓고, 부숴버리는 존재가 나타났다.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천악이 천마에게 다가갔다.

 

천악이 약간의 미소를 남기며 말을 했다.

 

“원하신 대로 제압했습니다.”

 

“그…래. 고맙네!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하겠네!”

 

“은혜는 갚도록 하십시오.”

 

“물론이네.”

 

천악은 해준 만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은혜를 잊으면 그것은 개만도 못한 놈이었다. 그러니 그 대가를 받는 것을 가지고 무안해하거나 민망해하지도 않았다.

 

천마는 공황상태에 빠진 신교인들을 다독였다.

 

“지금 당장 생각할 것은 교를 위협하는 악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모두 정신차리고, 교를 정리하도록 해라! 하늘이 아직 천마신교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라!”

 

“충!”

 

신교인들이 천마의 말에 부복하며, 모두 일사천리로 움직여 나갔다. 천악과 사영의 대결으로 인해 죽은자들과 부상자들을 처리하고, 나머지 부서진 건물들을 치우는 일에 나서야 했다.

 

천마는 천악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사실 대결은 쉽게 끝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진 참상은 천마신교 역사상 일어난 적 없는 대 재난에 비교되었다.

 

천마신교의 건물들 중에 절반 이상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천악과 사영의 대결이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그 충격은 신교의 건물을 모두 고물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천마가 천악을 불렀다.

 

“자네 사실은 쉽게 끝낼 수도 있었지 않나?”

 

“제압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겁니다.”

 

천악의 대답에 천마가 입을 다물었다.

 

결국 천마가 제압하라는 말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천악은 말이 많지는 않지만 정확하게 핵심을 찔러 상대의 말을 잘라버리는 기가 막힌 능력이 있었다.

 

* * *

 

마교에 불어온 바람은 혹독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마교 역사상 이런 지독한 일은 처음이었다. 특히 교내에서 벌어진 참변 중에 가장 처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마교 내의 분열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천마의 존재 때문이었다. 천마의 놀라운 신위와 더불어 마신의 강림이 교인들의 결속력을 더욱 높힐 수 있었다.

 

마신의 강림.

 

그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 마교를 구해주고, 사라진 의문의 청년. 그의 압도적인 실력은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위력이었다. 직접 본 교인들과 무인들도 마신의 압도적이고, 파괴적인 능력 앞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사영의 철인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모든 교인들을 절망했다. 거대한 절망 앞에서 신이 강림하여 철퇴를 가했다. 그로 인해 마교가 구원되었다고 믿게 되었다.

 

천악은 한순간에 마교에서 신(神)이 되어버렸다.

 

신의 존재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신의 권능을 무시하는 일이 되었다. 그 일은 절대로 함구할 교인들만의 비밀이 되어버렸다. 신의 분노를 산다면 마교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믿었다.

 

 

 

10일이 지나는 동안 천악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천마궁의 깊숙한 내전에 터를 마련하고 마교의 일이 정비되기를 기다렸다.

 

밖에 외출한다고 해서 천악을 알아볼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사영과의 대결이 너무 압도적이었고, 그 모습이 희미해서 정확하게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토록 젊어 보이는 천악이 마신이라고 상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천악이 마교에서 기다리는 이유는 천마의 안전과 더불어서 잡아 놓은 사영에 대한 일 때문이었다.

 

아직 마교에서 신문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영을 상대로 온갖 고문기술을 동원하여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영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영은 아직도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극악한 고문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비밀을 말할 수는 없었다. 말하게 되면 자신의 머리통이 박살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살기 위해 발악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무슨 짓도 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천악은 그것보다 사영이 감추려는 세력이 다시 마교에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사영이 중요하다면 구하려 올지도 몰랐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놈들은 도마뱀 꼬리처럼 뒤가 밝혀지면 잘라버리고 숨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악이 뒤뜰에 마련된 연못 위 정자에서 술 한잔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천마궁 뒤의 절벽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생각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골똘히 고민하지도 않았다. 생각은 계속하는 게 중요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했을 때, 주변의 상황을 놓칠 수 있기도 하다. 생각은 집중하되, 주변상황을 열어 놓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곽윤아가 천악을 찾아왔다. 그녀는 자주 천악을 찾아왔었다. 그녀에게 천악은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압도적인 강함, 앞을 가로막는 적은 단숨에 처단하는 과감성, 무엇 하나 특출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을 대할 때의 냉정함까지 윤아에게는 모든 것이 다 신기하고,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술을 하고 있었네요?”

 

“그렇습니다.”

 

“저도 한 잔해도 될까요?”

 

“그러시지요.”

 

또르륵!

 

천악이 윤아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술이 흘러내려가는 소리가 감칠맛을 더하고 있었다. 윤아는 두 손으로 정성스레 받아 입을 가리며 수줍게 한 잔 마셨다.

 

“저도 한 잔 따라도 되나요?”

 

“그러시지요.”

 

“저 말씀을 놓으세요!”

 

윤아는 계속 말을 높이는 천악의 말투에 서운함을 느꼈다. 매번 말을 놓으라고 해도 천악은 거리를 두려는지 말을 낮추지 않았다.

 

“전 이게 편합니다.”

 

천악의 성격은 원래 이렇다.

 

친해지지 않거나 적이 되었을 때나 말을 낮추지 일반 사람들에게 평대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천악의 버릇이자 습관이었다.

 

몇 번을 만났지만 천악이 계속 관심을 보이지 않자 윤아가 서운했는지 술을 한두 잔씩 더 마셨다.

 

술은 제법 독했다. 그에 비해 향이 짙고, 속으로 음미하는 맛의 향연이 길어, 향 때문에 술의 독함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윤아는 조절하지 못하고 술을 많이 마시고 나자 정신이 약간 풀렸다. 그래서 궁금한 것들을 속사포처럼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거리가 너무 멀고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천악의 압도적인 위엄 앞에 함부로 물어보지 못한 말들이었다.

 

“군 공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세요?”

 

가장 궁금한 질문이었다.

 

“저는 사랑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여인들이 있기는 합니다.”

 

천악이 사실대로 말을 하자 윤아의 아미가 찡그려졌다. 여인들이라고 말을 했다. 하나가 아니라는 말이 되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윤아였다.

 

“그럼 저는 어때요?”

 

“관심없습니다.”

 

띠잉!

 

술이 확 깨는 윤아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한 윤아였지만 들려오는 대답 역시 확고했다. 윤아는 술기운이 가시자 화가 났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힘겹게 말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들려오는 대답은 고민 한 번 없이 거절이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고민해 주는 것이 사내의 도리였다.

 

“정말 너무하세요? 어찌 고민 한 번 없이 그렇게 말을 하세요!”

 

천악이 윤아를 바라보았다.

 

솔직한 여인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 감정에 충실하려고 하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천악은 윤아를 달갑게 보지 않았다.

 

천악도 과거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서로 사랑하기는 했지만 여인에게 다른 사내가 생겨 자신을 떠났다. 사랑했지만 여인은 새로운 사랑에 더욱 충실했다.

 

여인은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그게 여인의 마음이면서 그나마 남아 있는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랑에 실패해도 과거의 연인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천악이 아직도 그 시절의 기억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짜증이 날 뿐이었다.

 

곽윤아를 사랑하는 사람은 유백이었다. 유백은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과 지위를 모두 버릴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런 헌신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곽윤아는 천악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천악은 그게 별로였다.

 

이미 천악에게 여인은 많았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붙잡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처럼 쉽게 변하는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천악은 윤아를 하룻밤 불장난으로 갖고 놀 수 있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들이댄다면 여인의 몸만 취하고 버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자제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귀찮음을 감수하고 행동하였다.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싫고 좋고의 감정은 없습니다. 그저 제 옆에서 번거롭게 하는 게 귀찮군요.”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귀찮다는 말에 윤아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하지만 눈물을 보이는 것은 어리석은 여인이라는 생각에 참으면서 천악에게 돌아섰다. 돌아서며 한마디 더 했다.

 

“제가 쉽게 포기할 줄 알아요!”

 

윤아는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대로 물러서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싫다는 것도 아니고 귀찮다는 말이 그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천악은 윤아가 가고 나서 다시 한 곳을 향해 바라보았다.

 

“나오시지요.”

 

척!

 

전각의 귀퉁이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윤아를 쫓아서 온 유백이었다. 유백은 윤아가 천악에게 와서 고백하는 모습에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천악이 단번에 거절하고 그녀를 울리자 참을 수 없는 화가 끓어올랐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사내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을 때 그 비참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꼭 그렇게 해야 했습니까?”

 

“당신에게는 잘된 일이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여인이 비참한 모습으로 울고 갔는데, 그게 어떻게 제게 잘된 일입니까!”

 

“솔직하지 못하시군요. 사람의 마음은 칼같이 자를 수 없기는 하지만 안 되는 일은 바로 말을 해주는 것이 상처를 덜 받습니다. 저는 원래 타인의 마음보다는 제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그 일로 인해 상처를 받든 말든 그것은 제 마음 이외의 문제입니다. 그 일로 제가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군다나 유백 공자는 윤아 소저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제가 거절한 것이 유백 공자에게는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거절하지 않고 윤아 소저의 마음을 가진다면 지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상당히 이기적인 천악의 마음이었다.

 

타인의 마음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우선이라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유백이 화를 내지도 못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했다.

 

유백은 괴로웠다.

 

‘만약 군 공자가 허락했다면?’

 

그것도 역시 더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 하나 마음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정할 정도로 차가운 사람이다!’

 

차갑기가 예리한 비수와 같았다. 사람의 심장에 예리한 명검으로 찌르는 것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또한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 너무 조리있고, 차분하게 말을 하는 천악이었다.

 

흥분은 죄악이었다.

 

말을 흥분해서 하면 실수하게 된다. 말로 한 실수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며, 제대로 된 의사전달을 할 수 없다.

 

그게 천악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상대에게 충격적인 말을 하면서도 음성의 고저가 전혀 없었다. 마치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군 공자, 저는 당신처럼 냉정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윤아의 일에 있어서 저는 갈대처럼 흔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윤아를 거절했을 때 말할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저는 그게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저도 사내입니다. 이토록 비참한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이제야 솔직하군요. 저에게 적대감을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으로 인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유백 공자의 탓이 되겠지요. 저는 남의 탓에 대해 신경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저를 상대로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당하면 당한만큼 갚아주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좋든 싫든 별개의 문제지요. 일단 저는 제가 당한다고 생각하면 그 상대는 적입니다. 적을 상대로 좋은 감정일 수는 없겠지요.”

 

천악도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오싹!

 

대답을 듣는 유백은 소름이 돋았다.

 

지금 한 말에 거짓은 없었다. 수틀리면 그냥 두지 않는다는 협박까지 섞여 있었다. 천악은 농담을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내키는 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그것에 대한 타인의 이해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유백은 순간적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천악의 압도적인 위엄에 질렸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점잖게 말하지만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유백은 정신을 차렸다. 상대는 천마신교를 위기에서 구한 마신(魔神)이었다. 인간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다.

 

자신이 구한 일이었다. 수틀리면 다시 망가트릴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친분 따위로 얽매이지도 않았다. 일단 당하면 그자가 비록 친할지라도 되 갚아 주겠다고 확실하게 선언했다.

 

“군 공자는 상당히 무섭군요. 그 말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윤아를 꼭 제 사람으로 만들 것입니다.”

 

후후!

 

천악이 미소를 지었다.

 

“현명한 처사입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해당하는 말이겠지요.”

 

유백은 마음을 다잡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애초에 상대가 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윤아를 따라왔을 뿐이었다. 돌아가는 유백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웠지만 당당하게 걸어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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