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7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76화
구문제독부 (1)
구문제독부로 가는 마차 안에서 냉상아의 말을 모두 들었다. 천악을 제외한 모든 여인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일의 경중(輕重)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북해무림은 중원과는 떨어져 있어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지금은 중원 곳곳에 분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북방의 원나라와 대막무림의 준동, 그리고 여기에 더해 북해무림까지 중원을 넘어오게 되면 큰일이었다.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려한 제갈지는 다시 한 번 냉상아에게 물었다.
“당신의 신분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지금까지 말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갑자기 금천상가에 와서 빙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냉상아는 아직 자신의 신분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자신의 신분을 말하고 상대방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다급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북해빙궁의 냉상아라고 해요.”
“설화 냉상아!”
제갈지는 과연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이 평범한 신분을 가질 리 없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 된다. 그녀가 굳이 여기까지 와서 거짓을 말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더욱이 냉상아는 북해궁주의 딸이었다. 궁주의 딸이 할 일 없이 중원으로 와서 빙정을 요구할 리 없었다.
‘북해빙왕이 주화입마라, 하지만 빙정을 여기서 어떻게 찾지?’
제갈지의 고민은 당연했다.
빙정은 다른 영약과는 다르게 구하기 힘든 기물이었다. 쉽사리 찾을 수도 없을뿐더러, 찾는다고 해도 얻는다는 보장이 없다.
빙정은 빙극의 중심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다고 전해지는 희대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동사(凍死)하기 딱 좋은 방법 중에 하나였다.
제갈지는 마냥 손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북해빙왕의 부재로 북해무림이 흔들리고 있다. 그로 인해 중원 침공의 기회를 주게 된다면 중원 역사에 뼈아픈 실책이 될 수도 있었다.
운정 역시도 마음이 아팠다.
자신도 아픈 사람의 마음이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또한 북해무림이 침공하면 아미파 역시 출정을 해야 한다. 아미파는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자 영혼의 안식처였다. 사람이 죽는 것은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죽는 것은 견디기 힘들 일이다.
그에 반해 남궁태희와 금은혜는 태연한 편이었다. 북해무림의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자가 누구이건 간에 상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천악은 자신이 관여된 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또한 그가 관심을 기울인 일은 어떤 과정이 존재하던 간에 해결이 된다. 그것이 사실이고, 현실일 뿐이었다.
냉상아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기일이 10일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대로 10일이 더 흐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하나뿐인 아버지와 식솔들이 장로들의 손아귀에 죽을 수도 있었다. 힘의 주도권이 바뀌게 되면 도태된 힘은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것이 강호의 생리이자 비정한 현실이었다.
천악은 냉상아의 상황보다, 북해빙궁을 집어삼키려는 세력에 관심이 더 갔다. 마교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기에 서로 연관을 짓고 있었다.
물론 연관이 없다고 해도 상관할 필요 없었다. 이미 자신이 아는 놈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았다. 북해빙궁에 가서 그놈들의 계획을 부수기만 하면 되었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머리 쓰는 것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명확한 결과가 있는데, 구태여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낭비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 20일이 걸렸다고 했지요?”
“그래요.”
천악의 말투가 다시 평대에서 존대로 바뀌었다. 건방지게 굴기에 한 말이지만 상황을 정리하고 안정을 찾았으니 본래의 말투로 변한 것이다. 천악은 안면이 없는 사람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는 게 신조였다.
하지만 냉상아는 천악을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여자가 뺨을 날렸다고 때리는 사내였다. 그런 사내를 어떻게 편하게 대한단 말인가!
북해무림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만약 북해에서 설화의 뺨을 때리는 사내가 있다면 모든 사내의 주적이 되어버릴 수 있었다.
“구문제독부에 도착하고 난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앞뒤 말을 다 생략하고 북해빙궁으로 가겠다는 천악의 말에 냉상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빙정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빙정 없이 돌아가 봤자 헛수고에 불과했다.
“빙정 없이 돌아갈 수 없어요!”
냉상아가 단호하게 말을 했다. 제갈지와 운정은 그녀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금은혜와 남궁태희는 이미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천악이 간다는 말은 빙정을 만들어주겠다는 뜻과 진배없었다. 듣기에 따라서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이었다. 구해주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준다니, 직접 보지 않았던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빙정을 주겠습니다.”
“예! 그게 정말인가요?”
천악이 너무 쉽게 말을 하자 믿을 수 없는 냉상아가 되물었다.
천악은 그녀의 말에 대답 대신 시선을 마주쳤다. 무표정한 눈동자에 서려 있는 무심함,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이지를 공포에 물들이게 만들었다. 냉상아는 천악의 시선에 움찔거리며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이런 자는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겼다.
북해까지 10일 안에 가려면 빠듯하게 가도 모자란다. 여기까지 오는데, 백영대의 추적으로 인해 시간이 많이 소비된 냉상아였지만 최대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빠르게 오기는 했다. 만약 시간을 더 들였다면 안전하게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금은혜는 구문제독부에 도착하자마자 출발할지 모르는 상황이 아쉽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천악과 같이 여행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5일 안에 해결하고 돌아오겠다.”
천악이 간단하게 말을 하자 냉상아는 또다시 이해하지 못했다. 5일 안에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해결을 하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도착하는 데만도 10일이 더 걸릴지 몰랐다. 도착을 해서 북해빙왕을 치료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10일은커녕 20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남궁태희와 금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공간이동을 한 경험이 있었다. 천악이 마음먹으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5일이란 시간을 잡은 것도 많게 느껴지고 있었다.
금은혜는 공간이동을 해서 바로 뚝딱하고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도 모르는 일이 있었다. 전에는 위치추적마법과 더불어 좌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보지 않은 곳을 공간이동으로 이동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만 빠르게 이동할 수는 있었다.
천악이 말없이 침묵을 지키자 냉상아는 답답해졌다. 천악이 장담하기는 했지만 실제적으로 해결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금은혜에게로 향했다. 금천상가의 소가주가 이 문제의 핵심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보세요! 지금 이 사람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란 말이에요!”
언성이 조금 높아진 냉상아였다.
금은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주었다.
“무조건 믿으세요.”
헛!
“아니, 지금까지 제가 농담을 말한 것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무조건 믿으라는 말을 한단 말인가! 확실히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믿지 말라는 무림의 생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이었다. 냉상아는 갑자기 허탈해졌다. 눈앞에 있는 사내와 여인들의 말에 따라 자신이 농락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냉상아는 여기서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여기서 내리겠어요!”
슈슉!
내린다는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여인의 손가락이 그녀의 혈을 짚었다. 냉상아는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혈이 짚이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아혈까지 짚었는지,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이럴 수가! 내가 반응조차 못하다니!’
몸을 보니 전보다 확연하게 발전이 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여인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같은 또래에서 이 정도로 속수무책인 적은 처음이었다.
“말이 많군요. 우리의 신분이 의심이 되면 말해 주겠어요. 저는 남궁세가의 남궁태희라고 해요.”
“제갈세가의 제갈지예요.”
“아미파의 운정이라고 해요.”
“저는 알죠, 금천상가의 소가주이자 차기 가주예요.”
금천상가의 소가주를 제외하고, 다른 여인들의 신분조차 범상하지 않았다. 오대세가의 중요한 인사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자신의 별호와 비슷한 별호를 가진 중원의 여인이 있다고 말이다. 중원제일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얼음처럼 차가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졌다.
“입은 풀어주죠.”
타닥!
놀라운 수법이었다.
점혈은 짚는 것보다 푸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수와 회수가 놀랍도록 빠르게 정교했다. 냉상아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벽을 느꼈다. 연배 차이도 나지 않는데 절망감을 느끼게 만들다니 황당하기까지 했다.
‘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래의 여인 중에 자신을 능가하는 여인은 없다고 생각한 냉상아였다. 그런데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여인을 보자 경쟁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빙화였군요.”
“그래요, 또한 우리 모두가 가문의 이름을 걸고, 군 오라버니의 말을 보장해 주겠어요.”
남궁태희의 말에 모든 여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움찔!
말을 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마저도 냉상아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문을 걸겠다고!’
기세보다 놀란 것이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남궁세가만 해도 오대세가 중에 수장격이었다. 또한 다른 세가와 아미파까지 보장해 준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녀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자 천악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가문까지 들먹이며 거짓을 논할 이유가 없었다.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은 자존심으로 살아가는 무인들이었다. 그들이 거짓을 말해 명성을 더럽히지는 않을 것이다.
냉상아는 천악을 다시 보게 되었다.
‘도대체 누군데? 남궁세가, 제갈세가, 금천상가, 아미파가 밀어준다는 거야!’
냉상아의 입장에서 천악이 엄청난 존재로 부각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완전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차가 구문제독부에 도착을 했다.
천악이 마차 안에서 내리자 그 뒤를 따라 여인들이 내렸다. 그전까지 네 명이었다면 이제는 한 명이 더 추가되어 있는 상태였다.
구문제독은 황궁을 방어하는 최후의 수장이었다. 황궁을 수비하고, 방어하는 총 사령관하고 같은 위치였기에 그 지위와 힘이 막강했다. 오히려 황제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거대한 정문과 그 양옆으로 보이는 백호상의 위엄이 사람들을 절로 위축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백호상의 폭이 앞으로 2장에 높이가 1장에 달했다. 보통의 집을 연상케 하는 정도의 크기였다.
천악은 구문제독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보다는 백호상의 조각이 마음이 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괜찮은 것 같았다.
무조건 크다고 위압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장인의 혼이 조각상에 심어져 있어야 했다. 그것까지는 알지 못하는 천악이었지만, 저런 조각상이 장원에도 하나 정도 있으면 주변 미관을 아름답게 만들 것 같았다. 지극히 천악다운 생각이었다.
구문제독부의 앞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은 얼이 빠져 있었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한 명도 아니며 다섯 명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문제독의 금지옥엽 금은혜가 있는 것을 보았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금은혜를 보고 급히 달려 나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올렸다.
“아가씨를 뵈옵니다!”
“아버지는 들어오셨어요?”
“아직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알았으니, 우선 문이나 여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재빨리 문을 열어, 마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거대한 문은 두세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열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냉상아는 다시 한 번 놀라고 있었다. 금천상가의 소가주가 구문제독의 딸이라는 말이 되었다. 지금 앞에 있는 여인들 모두 허투루 대했다가는 큰일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호굴이 따로 없네!’
설화(雪花)라는 별호가 어울리는 행동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냉상아였다. 자신의 신분도 이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기는 하지만 그것도 일대일 정도 수준일 뿐이었다. 북해무림의 어디에서도 대접받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다섯 명의 여인 중에 한 명일 뿐이었다.
문이 열리자 문지기가 바로 연락을 넣었다. 그러자 제독부 내의 경호를 관리 감독하는 천호장 이달이 달려 나왔다.
천호장이면 장군 중에서도 상위서열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구문제독부 내의 경호를 책임지는 일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사실 구문제독 내의 경호를 책임지게 되면 혜택이 상당히 많았다. 임무 자체는 집을 지키는 것이지만 누구의 집을 지키느냐에 따라서 지위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황제의 안위를 지키는 임무를 맡은 자의 위치가 높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대의 실세 중의 실세인 구문제독을 지키는 일이었다. 절대 부족하지 않은 지위와 명예가 보장되었다.
중년의 이달 장군이 금은혜에게 인사를 올렸다.
“오신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아직도 황궁에 계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황궁에 일이 많아 자주 출타를 하십니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황제를 비롯한 만조백관이 모두 자리하고 회의를 연일 진행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구문제독으로서 당연히 참석해야 했다.
천악의 뒤로 삼영살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세를 읽고 있었다.
‘좌로 10보에 세 명.’
‘전방으로 3장 안에 다섯 명.’
‘담벼락 풀숲 사이에 네 명.’
숨어 있는 자들의 존재였다. 살수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읽는 것이다. 자신이 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주변 지형을 파악하고, 미리 예행연습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삼영살도 본능적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영살 정도의 경지에 이른 살수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법 뛰어난 무인들이 숨어 있었다. 은신술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삼영살이 아니었다면 들키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자들이었다.
이달이 맞이하는 동안에 총관 임백천이 왔다. 임백천은 금은혜가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금 늦게 마중을 나왔다.
“우선은 방으로 가시지요. 제독님은 저녁이 넘어서 오실 겁니다.”
“그럴게요. 안내는 내가 할 테니, 이 장군과, 임 총관은 맡은 일을 하세요.”
이달 장군과 임 총관은 잠시 망설이다 확고한 금은혜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금은혜가 한번 마음먹으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간 것이다.
천악이 이달을 한 번 보고 돌아섰다.
움찔!
잠시 스쳐지나간 눈빛에 이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잠시 동안 천악을 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임 총관은 이달 장군의 표정이 이상해서 물었다.
“왜 그러시오?”
“아, 아니오.”
이달 장군이 아니라고 말을 하자 임 총관은 그런가 하고 넘어갔다. 이달은 순간적으로 뇌를 뚫고 지나간 섬광에서 전율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