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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72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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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72화

하북팽가 (1)

 

 

천악은 북경의 외곽에 도착했다.

 

외곽에 금천상가의 본가가 있는 상황이라 먼저 이곳에 머물다가 구문제독부에 가기로 한 것이다.

 

구문제독부가 있는 자금성 주변에 금천상가의 본점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금천상가가 구문제독부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금천상가의 정문 앞에 천악의 마차가 섰다.

 

천악이 마차에서 내려 금천상가의 정문과 주변을 보았다.

 

“꽤 크군.”

 

“당연하죠.”

 

금은혜는 우쭐해하며 자랑했다. 그녀는 선대에 이룩한 금천상가가 빠르게 대륙제일상가 된 것에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에 자신이 일조해서 이제 가주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금천상가는 대륙제일상가답게 상당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천악의 장원과 비교하면 작을 수 있으나 보통의 장원보다는 훨씬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금천상가라는 이름 그대로 황금으로 만든 집처럼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금천상가의 규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질릴 수 있으나 지금 내리고 있는 여인들은 절대 아니었다.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천악의 장원을 봐왔던 터라 눈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금은혜는 그것이 못마땅한지 약간은 투덜거렸다.

 

‘눈만 높아서는!’

 

가지지도 못한 것들이 눈만 높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극히 금은혜다운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 미운 것들은 잘해도 밉게 보이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아무리 잘해보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었다.

 

“그럼 들어가죠.”

 

“그러지.”

 

금천상가의 정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주유성 총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는 주 총관이 금은혜를 반갑게 맞았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주 총관도 오랜만이에요.”

 

주 총관이 금은혜를 보면서 그 옆으로 있는 여인들도 보았다. 하나같이 금은혜와 비교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놀라운 주 총관이었다. 북경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손에 꼽는 금은혜와 맞먹는 여인을 뭉텅이로 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시선이 천악에게로 향했다.

 

무표정하게 서 있는 천악의 모습은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눈을 보았다.

 

움찔!

 

감정이 섞이지 않은 눈빛이었지만 보는 것만으로 심지를 흔들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눈빛을 가진 자는 포식자에 가까웠다. 가만히 있을 때는 모르지만 건드리면 사나운 이빨로 상대를 찢어발긴다.

 

“주 총관, 이분이 제가 말한 그분이에요. 대하는 데 각별히 주의하는 게 좋을 거예요!”

 

금은혜는 주 총관의 낌새가 이상한 것을 바로 눈치 채고 천악의 정체를 말해 주었다. 그제야 주 총관이 천악에게 인사를 했다.

 

“금천상가의 총관을 맞고 있는 주유성입니다.”

 

“군천악입니다.”

 

천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주유성의 역할이 고 총관과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알고 싶은 것이 없었다. 말이 없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주 총관이 서둘러서 말을 이었다.

 

“우선은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푸십시오. 그 이후에 같이 식사를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금은혜가 안내를 했다.

 

천악이 말없이 따르자 여인들과 아이들이 그 뒤를 천천히 따랐다. 남겨진 주유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냥 말을 주고받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잔뜩 주눅이 들었다. 천악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주유성의 감각이 날카롭기 때문이었다. 금천상가의 총관을 하게 된 것도 그의 날카로운 직감 때문이었다. 사람을 판단하고 사람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재주가 남달랐다.

 

‘뭐야, 저 사람은?’

 

이런 위압감과 무서움은 구문제독 금권성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니, 황제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다.

 

한편으로 저런 사람이 사람들을 구하고 금은혜가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가씨가 왜 저런 사람을 좋아하지?’

 

어쨌거나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우선은 천악 일행을 제대로 대접하는 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문제였다.

 

 

 

금천상가의 본가.

 

무수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상가의 본가로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북적대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천악은 한적하게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천상가의 별채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장소였다. 천악은 그저 앞에 있는 연못을 바라보았다. 연못에는 붕어가 이리저리 지느러미를 흔들며 유영하는 것이 보였다.

 

천악이 옆에 있는 먹이를 뿌리자 여유로웠던 붕어들이 갑작스럽게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먹이를 향한 욕망이 보통이 넘었다. 권력과 명예, 돈에 달려드는 사람들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투쟁이 심했다.

 

 

 

파다다다다닥!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었다.

 

천악이 붕어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주변 여인들에게는 신기하게 다가왔다.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강했다.

 

“재밌나요?”

 

“별로.”

 

금은혜가 그 모습에 물어보자 천악의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남기에 붕어에게 먹이를 준 것뿐이었다. 대단한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붕어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군.”

 

“사람과 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사람이 붕어와 같을 순 없지. 다만 무언가를 끊임없이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만큼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감정을 하나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보통 이렇다 하는 공통적인 생각이 어떤 사람에게는 다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차별, 예외, 소수의 의견이 모두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 물결에 따라 휩쓸려 가는 것일 뿐이었다.

 

천악이 말한 것은 다만 사람이 무언가를 향한 욕망이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천악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천악의 말은 여인들과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고 욕망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주 소소한 상황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상념이 너무 길면 지루할 수 있는 말이 되기에 천악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주 총관이 걸어왔다.

 

“식사가 마련이 됐습니다. 가시지요.”

 

 

 

금천상가가 마련한 식사는 대단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중원 대륙에 퍼져 있는 특산물을 한 식탁에서 맛을 볼 수 있도록 조리를 했다. 주방장이 특히 신경을 많이 쓴 노력이 보였다.

 

금은혜가 특별히 말을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풍운장원 자체에서도 상당한 요리들이 나온다. 그렇기에 되도록 겹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남궁태희와 제갈지, 운정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생활을 해본 여인들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느낄 수 없는 미묘한 차이였다.

 

‘대단하네.’

 

금은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천악을 대접하려고 했다.

 

천악은 그런 금은혜의 노력을 인정해주었다.

 

“맛이 좋군.”

 

“정말이요!”

 

“음식을 가지고 거짓을 말할 정도는 아니다.”

 

“다행이네요. 부족하지만 다들 맛있게 드세요.”

 

금은혜는 기분이 좋아졌다. 받는 사람이 인정을 해주어야 대접도 더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받는 사람이 시큰둥하면 대접하는 사람도 풀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한편, 당황하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주유성이었다. 그저 한마디했을 뿐인데 금은혜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도 이런 음식들은 좀처럼 먹지 못한다. 금은혜가 직접 말을 넣었기에 대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식사를 하면서 고작 맛이 좋다는 말만 했다. 상당히 인색한 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금은혜가 기뻐하자 황당하기까지 했다.

 

‘정말 푹 빠지셨군요!’

 

주유성은 항복해 버렸다. 예전부터 금은혜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었다. 또한 한 번 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이었다. 아직 주유성은 천악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구문제독의 의향이었다.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였다. 무조건 자신이 좋다고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금은혜의 경우는 더할 수밖에 없었다. 권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문제독의 무남독녀였다. 그녀의 혼인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구도 변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아무나 붙잡고 혼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제독께서 허락하셔야지 아니면 큰일나겠네!’

 

주유성의 생각은 당연했다.

 

구문제독이 허락하지 않으면 상황이 정말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고 금은혜가 쉽사리 포기하는 성격도 아니니 문제가 컸다. 더군다나 금은혜는 이번에 금천상가의 가주 직위를 받게 되어 있었다. 큰 공을 세웠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었다.

 

천악은 식사를 하면서 주유성을 바라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별다른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다만 그의 눈을 통해 사념이 전해지고 있었다.

 

‘재밌는 놈이군.’

 

혼자 생각하고 문제를 고민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학식을 많이 쌓고 있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유형이었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상대를 탐구하고 분석하려고 한다.

 

식사는 모두의 미각을 만족시키며 끝을 내었다.

 

주유성은 식사가 끝이 나자 바로 차를 대령했다. 차의 종류는 녹차였다. 녹차 중에서도 초청녹차에 속하는 서호용정차(西湖龍井茶)였다. 서호용정차는 은근하고 구수한 맛과 싱그러운 향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찻잔에 우러난 청색의 맑은 빛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급수로 따지면 특상급에 속하는 차였다. 금천상가가 아니면 맛을 보기 힘들 정도로 고급이었다.

 

천악은 차를 마시는 동안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서 놀라고 명을 내렸다. 수련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정도는 쉬워 주는 것도 수련의 방법이었다.

 

“주 총관님, 아이들이 상가를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행동하십시오.”

 

천악이 주 총관의 의중을 물어보고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나가서 상가를 구경하여라.”

 

“예, 장주님!”

 

아이들은 군말 없이 천악의 말에 따랐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보였다. 천악의 명을 내리기전까지는 예리한 검을 보는 듯했다. 아이들에게 명검의 날카로움을 보기는 처음인 주유성이었다.

 

‘어른이나 아이나 보통이 아니구나!’

 

주유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판단하기 쉽지 않게 했다. 대하는 것을 점점 어렵게 몰고 가는 특성이 있었다. 말투는 상대를 존중하는 것 같지만 듣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주 총관이 탄식하는 모습을 보며 여인들은 미소를 지었다. 천악을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짓는 표정이었다.

 

 

 

신일, 충호, 전칠은 방에서 나와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아이들은 모두 풍운장원이라는 곳에서 생활을 해왔다. 장원 내부에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남을 방해하거나 무례한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천악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행동은 정중하게 해라. 그리고 남에게 먼저 해를 끼치지 마라.

 

 

 

그것이 가장 큰 명제였다. 다만 그 뒤로 이어지는 말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당하고 살지 마라. 당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반드시 주어라.

 

 

 

천악다운 교육 방식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르쳤다. 하지만 자신을 위주로 돌아가는 사상만은 바꾸지 않았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이타적인 생각은 개나 줘버리라고 가르쳤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행복이었다. 자신이 있고 주변이 있는 것이었다.

 

주 총관은 아이들이 금천상가를 돌아볼 수 있도록 사람을 붙여주었다.

 

금천상가에서 잔뼈가 굵은 형석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금천상가의 내부와 외부를 설명하면서 자랑을 했다. 금천상가의 대단함들을 한껏 부풀려서 설명을 해주었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그 말에 귀 기울이며 감탄성을 연발하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본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것 또한 천악의 가르침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본 것 이외에는 믿지 마라.

 

 

 

성격적으로 상당히 메마른 교육관이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이 반응을 적극적으로 해주어야 흥이 나기 마련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고 그에 대한 반응만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형석으로서는 물어보는 것만 대답하는 꼴이 되었다.

 

‘애들이 왜 이렇게 정서가 메마른 거야?’

 

마치 애어른을 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도 나름대로 신기하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다만 그 표현이 형석이 바라는 것처럼 아주 놀라울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었다.

 

아이들은 외관으로 돌아서 다시 넓은 마당으로 돌아가는데 다른 아이들이 모습을 보였다.

 

형석은 그 아이들과 마주치는 것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통의 아이들이었다면 상관하지 않겠지만 북경에서 알아주는 무가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꺼려지는 것이었다.

 

무가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보통 평민과는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독특함과 더불어서 무력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형석은 그 아이들이 보기 전에 신일, 전칠, 충호에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왜 그러세요?”

 

“이곳 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구나.”

 

“장주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려면 이곳으로 가야 하잖아요.”

 

길이 있는데 굳이 돌아가려는 형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신일이 말을 했다. 그러자 형석의 말이 궁색해졌다. 그렇다고 저 아이들 때문이라는 말을 하기에는 석연찮았다.

 

반대편에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신일과 충호, 전칠에게 향했다.

 

그 아이들은 상당히 심심해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때마침 신일, 충호, 전칠을 보자 흥미가 동한 듯 보였다.

 

그 모습에 형석은 당황스러웠다.

 

저 아이들이 속한 무가가 하북팽가이기 때문이었다. 오대세가 중에 하나이며 도법으로 유명한 하북팽가였다. 남궁세가와 더불어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했다. 하북팽가에서 사람이 온 이유는 금천상가와의 거래 때문일 것이다. 매달마다 금천상가에서는 하북팽가로 여러 가지 잡다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보수로 때에 따라 무력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

 

아무래도 저 아이들은 하북팽가의 외부총관을 따라온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의 이름은 팽소환, 팽호진, 팽진성이었다. 하북팽가의 특성은 굳건한 근력을 바탕으로 한 도법을 구사한다. 골격적으로 상당히 우람한 체력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었다. 비록 열 살이 갓 넘은 아이들이었지만 덩치가 상당히 큰 편에 속했다. 무가의 자손들답게 상당히 호전적이고 호기심이 충만했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팽소환과 팽호진, 팽진성이 신일, 전칠, 충호에게 다가왔다. 다가온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팽소환이야.”

 

“팽호진이다.”

 

“팽진성이야.”

 

신일을 비롯한 아이들도 자신들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아이들끼리의 대화가 되자 형석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형석에게 하북팽가의 자손들은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팽소환은 심심한데 이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것이 신일, 충호, 전칠에게 기분 나쁜 것이 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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