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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6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67화

북경여정 (2)

 

 

신일은 무공을 수련하면서 자신들의 실력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직접 비교대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 번 말을 해보았다. 천악을 존경하지만 한없이 어려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저…… .”

 

망설이는 신일을 보며 천악이 물었다.

 

“할 말이 있는 거냐?”

 

“이번 여정에 저희도 따라가면 안 됩니까?”

 

천악은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애초에 여인들과 삼영살을 데려가는 것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먼저 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그 의견이 신일의 입을 통해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다른 아이들의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작은 울타리 안에서만 생활을 해왔으니, 자신의 실력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이었다.

 

천악이 보기에 아직 어린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생각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었다.

 

연광과 추상락은 아이들을 응원했다. 아이들이 없으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일이 없으면 무공수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한동안 정체했던 무리(武理)에 대한 깨달음이 왔다. 무리가 왔다고 그냥 놔두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깨달음을 정리하고 확고하게 바탕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잘한다!’

 

‘애들아, 힘을 내라!’

 

연광도 조교 역할은 사절이었다.

 

천악이 그런 추상락과 연광을 슬쩍 보았다. 응원을 하던 추상락과 연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저놈들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

 

온실 속에서 강하게 커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비록 환상마법을 통해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와 환상을 경험하고 차이를 극복해 나갈 필요성도 있을 것 같았다.

 

천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자신도 경험을 통해 이 정도로 강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잠시간 고민하던 천악이 아이들의 요청을 수락했다.

 

“마차가 두 대 필요하겠군.”

 

한 대로는 아이들까지 태우고 갈 수 없었다.

 

천악은 아이들에게 한 가지 경고를 해주었다.

 

“너희들은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나와는 입장이 다르다.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자기가 행한 일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 세상이다. 누가 돌봐주지 않는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저희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림맹에서 각 문파에 소집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정파의 여러 문파에서 뛰어난 무인들이 무림맹으로 모집이 되고 있었다. 남궁세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남궁세가로서 무림맹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태상가주가 된 남궁장천이 모처럼 회의에 나타났다. 이유는 가주된 남궁혁성이 불렀기 때문이었다. 폐관 수련을 한다는 이유로 좀처럼 부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세가의 위상이 달린 일이었다. 남궁장천이 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 정말 너무하십니다.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 수련하신다는 핑계로 모습도 보이지 않으시다니. 저 보십시오. 이 피곤에 찌든 얼굴을 보십시오. 아직 장가도 못 간 자식 과로사시킬 일 있습니까?”

 

“장난은 그만 해라.”

 

그냥 부자 간에 애교 좀 부려봤는데 들어주지 않는 남궁장천이었다.

 

“그런데 얼굴이 정말 많이 좋아지셨네요!”

 

“흠, 조금 젊어지긴 했다.”

 

남궁혈사 때 다친 상처를 회복하고 내공까지 원래보다 강해졌다. 더군다나 근래에 깨달음을 얻어 회춘한 남궁장천이었다. 조금만 더 전진하면 현경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림맹에서 소집령을 내렸다고!”

 

“어제 소식이 전달됐습니다.”

 

“그래, 누가 가기로 되어 있는 거냐?”

 

“장로 중에서는 천 장로가 가기로 되어 있습니다.”

 

남궁진천 장로가 창천검대를 이끌고 움직이기로 결정이 되어 있었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무력단체인 창천검대였다. 무림맹에 남궁세가의 강력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남궁장천이 괜찮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가 가겠다.”

 

“예? 아버님께서요!”

 

“그래, 오랜만에 실전을 경험해 봐야겠구나!”

 

남궁장천이 직접 움직인다는 말에 장로들 모두 만류했다. 굳이 검왕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제가 가겠습니다.”

 

“넌 안 된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타인의 명령을 들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느냐! 어차피 나는 가주가 아니다. 그러니 한 사람의 무인으로 돌아가보고 싶구나.”

 

남궁세가의 가장 높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가주, 남궁혁성이었다. 남궁혁성의 위치는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가주가 무게감을 지키는 것은 세가의 위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었다.

 

“아버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보다 태희는 어디 갔느냐?”

 

“세가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풍운장원에 갔습니다.”

 

“음, 막중하긴 하지.”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남궁태희의 임무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적이었다. 천악과 혈연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고 남궁세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었다. 단어 선택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남궁태희가 천악과 혼인하는 것이 임무였다.

 

“이번에 풍운장원에서 건설하는 도시에 분타를 내기로 결정을 봤습니다.”

 

“분타를? 갑자기 분타를 만드는 이유가 뭐냐?”

 

남궁혁성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남궁장천에게 설명해 주었다. 천악과 가까워지는 상황에 필요한 일이라는 말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더불어 제갈세가와 구문제독부는 이미 허락을 받고 주문을 받은 상태라는 말에 오히려 남궁장천이 빨리 일을 처리하라고 말을 해버렸다.

 

“서둘러서,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해라.”

 

“물론입니다, 아버님. 제가 다 알아서 정리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어서 빨리 태희가 여인이 되야 할 텐데.”

 

딸을 둔 아버지가 할 소리는 아닌 것으로 들렸다. 그러나 그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그렇게 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남궁태희가 풍운장원의 정문에 도착했다.

 

그녀는 도착하기 전에 한숨이 나왔다. 천악이 음식에 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직접 해주기 위해서 요리 수업을 했었다. 그녀 생애 요리를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검을 수련할때처럼 집중하여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정확한 양으로 간을 맞췄는데 완성된 요리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무려 한 달 동안 배웠는데 맛이 영 나오지 않았다. 천악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가 버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안타까운 남궁태희였다. 남자를 위해 요리 수업까지 했는데 결론적으로 선보이지조차 못했다.

 

‘더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어!’

 

마치 검법의 다음 경지를 열렬히 바라는 듯한 남궁태희였다. 천악을 만나면서 검법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도 관심이 많이 갔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을 것들이 이제는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변화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놀랐다. 설마 이럴 줄은 자신도 몰랐다. 사람을 좋아하기에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기쁘기까지 했다. 물론 천악이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정해주고 있는 것 같은 말을 해주었다.

 

또한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천악의 주변에 있는 여인들, 금은혜, 제갈지, 운정 등이 신경 쓰인다. 사내를 두고 경쟁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을 인정해도 절대 첫 번째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천악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러 가지 상념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을 때, 금은혜가 나타났다.

 

“왜 한숨을 쉬고 그래요.”

 

“그냥 생각 좀 했어요.”

 

금은혜는 애교가 많고 여성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이었다. 처음에는 천악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남궁태희는 그것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가질 수 없는 성격이었다. 쉽게 애교를 부리지도 못할뿐더러, 남들 보는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것이 장애가 되고 있었다.

 

설마 빙화가 저런 말을, 이라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남궁태희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남들 시선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남들 시선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금은혜와 경쟁이 될 것 같았다.

 

“왜 또 웃어요?”

 

생각하다가 갑자기 웃는 남궁태희의 생소한 모습이 이상해서 물어본 금은혜였다.

 

“저는 군 오라버니가 좋아요. 그러니 저는 군 오라버니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거예요!”

 

헙!

 

단도직입적인 남궁태희의 말이었다.

 

솔직한 말이기도 했다. 남궁태희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금은혜였다. 금은혜는 순간 위기감이 들었다.

 

‘이년이! 이제 자신의 단점을 알아챘네!’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말투. 이것이 남궁태희의 단점이었다.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성격을 뒤집어버리고 있었다.

 

‘안 돼, 빨리 아버지께 보여서 답을 얻어야 해!’

 

뒤에서 치고 올라가는 제갈지와 운정보다 남궁태희가 가장 큰 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얼음꽃이 아닌 사랑을 향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불꽃이 되었다.

 

“그건 제가 할 말이에요. 이번 여정으로 그걸 깨닫게 될 거예요!”

 

금은혜도 지지 않고 말을 했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죠!”

 

입가에 웃음을 짓자 금은혜는 아찔한 감정을 느꼈다. 무표정한 남궁태희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였다. 차가운 얼굴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웃는 얼굴은 더욱더 아름다운 남궁태희였다.

 

풍운장원에 들어서자 마차가 두 대가 있었다.

 

“두 대나 필요한가?”

 

천악의 마차는 상당히 커다랗다. 모든 여인이 타고 가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크고 화려한 마차였다. 그런데 마차가 두 대나 되자 의문이 들은 남궁태희와 금은혜였다.

 

마차의 옆으로 제갈지와 운정이 천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여인들이었지만 알 수 없는 기류가 주변 기운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 중에서 가장 밀리는 운정이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그녀조차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녀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을 향했다.

 

천악이 천천히 걸어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악은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그의 모습에서 표정이 생겨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아니, 거의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녀들은 감정이 없어 보이는 천악의 마음을 흔들어보고 싶었다. 흔들림 없이 잔잔한 연못에 작은 돌멩이를 던져 그 물결이 점점 커지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여인들은 모두 그 작은 돌멩이가 자신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천악은 그녀들과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풍운장원에 처음 왔을 때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단지 지금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괜찮군.’

 

많은 변화는 필요 없었다.

 

단지 작은 변화가 있을 뿐이었다.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과거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군 오라버니, 마차가 왜 두 대예요?”

 

“애들이 같이 갈 거다. 그래서 마차를 하나 더 마련했다.”

 

“아! 그렇군요.”

 

금은혜의 물음에 여인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는 따로 마차를 타고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자신이 그러한 위치였다면 상당히 비참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생각하는 여인도 있었다.

 

금은혜가 바로 그렇다. 남궁태희도 자신감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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