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6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66화
북경여정 (1)
전운(戰雲).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전운이다. 곳곳에서 기밀하게 병력과 군수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개개인이 아니라 중원 전체가 전운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병력을 모집하고 군비를 마련하는 데 백성들의 고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힘들어하고 있을 때, 유독 한 곳만은 활기 차 있었다.
바로 풍운장원이다.
풍운장원만은 전혀 다른 세상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였다.
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괴리감이 나타났다. 마치 이곳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신성불가침 조약을 맺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활기가 차 있고 스스로 자신이 맡은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뭔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그들은 천수암제 당지독과 개왕 궁휼이었다.
무림맹에서 긴급소집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원나라의 군대가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냐?”
“우리가 나선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더군다나 우리들은 이미 자리를 내준 상태가 아니냐.”
“그렇기는 하지.”
태상가주와 태상방주의 자리가 세가와 방파에서 가장 높은 자리일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모든 권력은 아들이나 후임에게 넘겼다. 자리를 넘겨주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했다.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지 않으면 그건 주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당지독이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우리는 여기서 천악이 놈과 잘 지내는 것이 세상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거야. 그놈이 먼저 나설 이유는 없겠지만 정 필요할 때 한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놓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같은 중원인인데 나 몰라라 할까!”
“쯧쯧!”
궁휼의 오해였다. 천악이 가진 강인한 힘을 세상을 위해 사용할 거라는 지극히 정파적인 생각을 말한 것이다. 세상이 어려우면 영웅이 나타나 세상을 구한다. 이것이 세상사 이치라고 보았다.
하지만 당지독은 아직 궁휼이 천악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그놈이 세상을 위해 나설 것 같아? 녀석은 상당히 이기적이야. 직접적으로 당하지 않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걸.”
“세상을 구하면 부귀영화가 모두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올 텐데. 덤으로 삼처사첩은 기본이잖아!”
“이런 멍청한 놈을 봤나! 너 그 녀석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것 같냐?”
궁휼이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천악은 부귀영화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옆에는 아리따운 여인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더 필요한 것이 없는데 굳이 영웅이 될 필요성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강한 힘을 정의를 위해 사용하면 좀더 좋은 세상이 될 거 아닌가!”
개왕 궁휼이 한심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가 생각해도 자신들이 한심했다. 청년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말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천하 십대고수 중에 두 명이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말을 해서 무엇하랴!
“그건 그래!”
궁휼과 당지독이 변덕스럽고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중원을 생각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가진 기본 바탕이 정의롭다는 반증이었다.
궁휼은 천악을 어떻게 해서든 무림맹의 사람으로 만들어서 정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당지독은 그동안 봐온 천악의 성격을 알기에 애초에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궁휼에게 경고해주었다.
“녀석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그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자칫 사실을 알게 되면 녀석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그리고 녀석은 강한 만큼 날카롭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어.”
지난 2차 남궁혈사 때의 사건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당지독이었다.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만으로 무고한 사람들까지 모두 죽여버린 천악이었다. 그의 잔인하고 광폭한 심성에 절로 아찔해지는 당지독이었다. 지금은 여인들과 어울리면서 많이 부드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 성격은 어디 가지 않고 있었다.
“그저 순리대로 놔두는 것이 나을 거다. 지금까지 세상이 알지 못해서 그렇지, 그 녀석이 한 일은 결코 작지 않아. 더군다나 지금 모든 일의 중심에 녀석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은 알지 못하지만 천악은 지금까지 암중으로 움직이고 있는 세력을 부수고 있었다. 그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사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천악은 마지막으로 충일, 도정, 당한철을 불렀다.
북경으로 가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기에 시간을 조금 더 늦출 수 있었다. 충일, 도정에게는 맞춤형 건물과, 그에 대한 세세한 자료를 주어 설명을 해주었다. 또한 당한철에게는 특별히 당부를 해서 기술에 대한 정보가 새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당한철이 가진 기술은 이제 특별해졌다. 특별한 기술은 누군가 노리기 마련이었다. 천악은 자신이 전수한 기술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는 기술이지 남을 위해서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안휘성에서 하북성, 북경까지 가려면 산동성을 지나야 한다. 시간적으로 황금비도를 찾을 때와 비슷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그동안 해야 할 것들과 처리해야 할 것들을 일러주고 여정을 준비하는 천악이었다.
이번 여정에서 불필요한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삼영살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동안 삼영살은 추상락, 남궁태희와 상당한 수련을 한 상태였다. 일정 수준이 지나자 바로 절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중원 제일 살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해졌다고 보는 것이 적당했다.
삼영살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녀석들이니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다. 예전에는 천마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장원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원 내에서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천악이었다.
다음으로 천악은 신일, 충호, 전칠을 살펴보기 위해 별채로 움직였다. 요즘 들어 부쩍 실력이 상승한 아이들이었다.
이미 일류에 해당하는 내공과 체력을 갖추었다.
극한에 가까운 체력 훈련, 내공 증진을 위한 영약, 그리고 기 집중 마법진, 충분한 휴식. 삼박자가 골고루 맞아주자 아이들의 잠재력이 폭발하듯이 상승했다. 천악은 자신이 시킨 수련이 제 궤도에 오르는 것에 만족했다. 사실 아이들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행한 훈련은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그 효과를 모두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옛 방식과 현대적인 방식을 혼합해서 만들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별채에 가자 추상락이 아이들의 대련을 봐주고 있었다.
천악은 조용히 아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내공을 사용한 겨루기는 아니었다.
내공과는 별개로 대결은 실전을 위주로 한다. 실전에서 감각적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했다. 여러 번의 대련을 통해 몸에 숙지하여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휘이익! 타앗!
“이얍!”
있는 힘을 다한 무지막지한 공격이었다. 아이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날렵했다. 거기다가 친구를 공격하는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망설이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공격 자체가 강력한 파괴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천악이 가르친 것은 야수호심공과 귀영보가 다였다. 그 이후의 것은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권격만을 가르쳤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실력은 보통의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천악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괜찮군.’
추상락의 옆에는 희불승 연광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하는 과감성과 더불어서 아이들의 공격 성향과 습성이 누군가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추상락은 옆에서 놀라는 연광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가르치고 있지만 아이들의 실력은 일취월장이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 끼치도록 만들었다. 자신들도 하늘이 내어준 무신이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로 천재들이었다. 반면에 아이들은 천재가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 극한까지 노력하는 아이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실력은 이미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능가하고 있었다.
연광과 추상락은 서로 말을 텄다. 배분상 연광이 높지만 서로의 나이가 비슷하고 실력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쉽게 말을 놓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하인 순위로 따지면 추상락이 선배였다. 선배의 지도가 절실히 필요한 연광이었다.
“이보게, 설마 이 녀석들 다… … !”
“설마가 사람 잡지.”
“그럼 제2의 괴물이 나타난다는 말… 흡!”
추상락이 급히 연광의 입을 막았다. 번개 같은 움직임이었다. 화경의 고수인 연광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입이 막혀버렸다. 만약 이와 같은 움직임을 대련에서 보여주었다면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광은 왜 갑자기 입을 막는지 추상락의 손을 치우면서 말을 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말 조심해. 언제 어디서든 고개를 돌리면 나타나는 수가 있어!”
“헛!”
추상락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천악의 모습을 보았다.
화들짝!
연광도 같이 고개를 돌리다가 놀라고 말았다.
‘언제 나타난 거야?’
연광은 귀신처럼 나타나서 지켜보고 있는 천악을 보자 기겁했다. 기척도 느끼지 못한 상황이었다. 괴물처럼 강한 천악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너무 빠르고 은밀했다.
꽈악!
천악이 연광의 머리를 갑자기 잡았다. 번들거리며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대머리를 잡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크윽!
갑작스럽게 머리통이 잡힌 연광이 비명성을 질렀다. 금강불괴에 달한 연광이었다. 육체적인 고통이 일어나려면 자신의 육체보다 강력한 힘을 받아야 했다. 그런 일을 이토록 쉽게 하는 천악이 정말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남을 욕할 때는 조심하는 게 좋겠지.”
“잘…못했습니다! 장주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머리통이 부서져 나갈 것 같았다. 천악이 손아귀에 힘을 빼자 그제야 숨을 쉬는 연광이었다. 하인이 되면서 대접이 완전히 달라졌다. 천악은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광을 대할 뿐이었다. 이전까지 정중했던 말투와 예의는 지나간 과거에 불과했다.
“너도 추상락과 더불어서 아이들의 조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예, 물론입니다.”
감히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추상락은 옆에서 그것 보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여러 번 당한 추상락은 안이한 마음가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느껴봤기에 자연스러웠다.
천악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천악이 다가오자 아이들이 인사를 올렸다.
“장주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잘하고 있구나.”
“모두 장주님의 은혜입니다!”
정말 아이들답지 않은 대답이었다. 또한 아이들로 대하고 있지 않는 천악이었다. 어리다고 실수를 용납하는 천악이 아니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욱더 강해져야 한다. 아직 내가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겠지?”
“물론입니다. 더욱더 강해져서 장주님이 원하는 모습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더 강해지라니,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연광과 추상락은 기가 막혔다. 지금만 해도 또래에 적수가 없었다. 아니, 저 나이 또래가 아닌 당대의 후기지수들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고작 10살을 넘긴 아이들이 말이다. 그런데도 더 강해지라는 천악이었다. 물론 천악의 강인함과 비교하면 태양과 반딧불에 견줄 수 있으나,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천악과 비교해서 약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거대한 절망과 절벽이었다.
추상락과 연광은 차라리 포기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정말 괴물들을 만드는구나!’
‘세상에 저런 괴물이 계속 나오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야!’
추상락과 연광도 충분히 주변 사람들에게 괴물이라고 평가받았지만, 신일, 충호, 전칠만큼은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온갖 영약과, 특이한 술법, 강력한 실전,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원동력이 바로 동기다. 해야만 하는 이유가 아이들이 강해지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자만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직 너희들에게 자만심은 사치다. 자신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이다. 자신의 것을 지키고 이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라. 알겠느냐!”
“장주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딱딱한 스승과 제자 사이.
이렇게 딱딱하고 냉정한 분위기는 생전 처음 보는 추상락과 연광이었다. 하지만 어떤 관계보다 신뢰와 믿음으로 충만해 보였다. 도무지 끊을 수 없는 무언가 강력하게 이어진 것 같았다.
‘저런 관계도 있구나!’
‘독한 관계?’
추상락은 이미 경험했다. 아이들은 그가 천악에 대한 이상한 말이라도 하는 날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천악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볼 수 있는 단적인 예였다.
신뢰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사람의 믿음을 온전히 받는다. 그것이 바로 신뢰다. 사람이 태어나면 갖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신뢰가 바탕이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된다는 신뢰를 가진 관계. 그것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