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9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9화
잠시간의 휴전(休戰) (3)
놀라운 소식이 날아왔다.
최고 장로인 독고패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교주전에서 날아온 소식에 의하면 대공자 천영이 죽었다고 했다.
독고패는 그동안 대공자와 몇 가지 협조를 해온 상태였다. 그 협조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공조를 하는 가운데 동조자가 죽어버렸다. 이로 인해 동조자가 없는 가운에 일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말았다.
“되는 일이 없군.”
황궁과 몽고군에서 벌인 일은 모두 대공자가 처리하고 있었다. 그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주어야만 공조가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대공자가 죽다니!”
독고패는 예전 대공자가 보여준 위압감에 위축된 적이 있었다. 대공자에게서 은연중 풍겨나오는 위압감은 보통을 넘었다. 그런 대공자가 죽다니,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었다. 더불어서 교주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대공자가 죽었음에도 교주전에서는 아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교주님이 분노하여 일어설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교주님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정말 교내의 일은 일절 관여하시지 않는다는 건가?”
어느 날부터인가 교주는 교내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저 장로들이 결정하는 대로 하라고 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그 일을 모두 허용했다. 사실 이렇게 되면 독고패의 권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공자가 죽어서 혼란하기는 하지만 그 일로 독 장로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독고패는 교주의 의중을 고심했다. 그 이유는 교주의 강함 때문이다.
교주의 힘은 본교 전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교주의 압도적인 힘을 경험한 후, 교내의 장로들은 모두 교주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독고패를 비롯한 모든 장로가 교주를 두려워한다는 말이었다.
독고패가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암천신검 독고성이 찾아왔다. 독고성은 독고패 장로의 동생이었다. 암천신검(暗天神劍)이라고 별호가 붙은 것은 독고패 장로가 시킨 일을 뒤에서 완벽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더불어 장로들간의 서열에서도 무시 못할 존재감을 과시했다.
혈육이고, 능력이 뛰어나기에 독고패가 가장 믿고 신임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냐?”
“최 장로에게 보낸 무영대가 전멸당했습니다.”
“뭐…라고?”
독고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영대는 독고패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무력단체였다. 이번에 최 장로가 힘이 필요하다는 서신을 받고 비밀리에 무영대를 보냈다. 최 장로는 장로서열에서도 상위서열이며, 그 무력을 입증받았다. 또한 신중하면서 계략과, 통찰력이 뛰어나서 독고패가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세히 말해 봐라.”
“무영대의 소식이 끊어져서 북해무림에 정보원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알아낸 것이 여기에 있습니다.”
독고성이 정리한 정보를 독고패에게 보여주었다.
서류를 읽던 독고패의 손이 떨렸다. 그리고 보고 있던 서류를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져서일까, 독고패 장로는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최 장로가 죽고, 북해빙궁의 일이 실패했단 말인가? 도대체 왜?”
“북해빙왕이 열화신독을 해독한 것 같습니다.”
“본교에서도 열화신독을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은 빙정뿐이라고 결론을 내었다. 하물며 북해궁주는 상당한 양을 복용한 상태라, 한 개의 빙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멀쩡히 일어나서 최 장로와 무영대를 전멸시켰단 말이야!”
북해빙왕이 비록 강하다고 하지만 한영검귀 최진평은 본교서열 상위에 속하는 강자였다. 그런 최진평이 북해빙왕에게 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 조력자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력자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북해무림의 동태를 살펴본 결과, 조력자가 움직인 낌새는 없었습니다.”
“그럼 정말로 북해빙궁의 무인들만으로 해결했다는 것이야!”
“정황상 그렇습니다.”
부르르!
독고패의 안면이 심하게 떨렸다. 되는 일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군천악을 비롯해서 자꾸 소모적인 일만 발생하고 있었다. 그가 소유한 무력단체 중에 두 개나 전멸했다. 그 이전에 창천오기의 죽음까지 더하면 상당한 손실이었다.
북해, 대막, 원나라, 황궁, 중원 이곳을 한꺼번에 다 도모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직 하나도 원만하게 해결한 것이 없었다. 수십 년을 계획했던 일이 모두 무너지니 화를 참을 수가 없게 된 독고패였다.
계획은 간단했다. 자중지란을 유도하여 내부 혼란을 일으킨다. 그 가운데 교의 세력을 침투하여 하나둘씩 점거해서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원래대로 이루어졌다면 피를 흘리지 않고 가볍게 제압이 가능했다.
“황궁에서의 반란도 진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알고 있다.”
대공자가 죽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황궁의 반란이 일어 난 후 몽고군이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몽고군도 움직일 여력이 아니었다. 겨울이 다가오니 전쟁을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내부 정비를 한 후 봄에 움직일 것으로 보였다.
“그것보다 장로들이 형님의 결정에 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일이 계속 실패하다 보니 장로들 간의 의견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일을 독고성이 거론했다.
독고패은 신중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장로들의 힘이 강해지고, 본교의 힘이 강해지는 가운데, 소모성 전투로 힘을 소진했으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장로들이 뭐라고 했지?”
“아무래도 교의 무력을 한곳으로 모아서 한꺼번에 쓸어버리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독고패도 장로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편이 되었다. 교의 힘을 보여주려고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운 꼴이었다. 차라리 힘을 하나로 모아서 중원을 정복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쏠리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부족하군.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해.”
독고패도 짜증이 난 상태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힘을 보여주고 싶지만, 아직 때를 기다려야 했다.
대막무림의 움직임이 조용한 시기였다.
중원과 대막에서 가장 근접한 지역에서 머물던 대막혈궁이 겨울이 다가오자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팽팽하게 대립되었던 중원무림과 대막무림의 긴장감이 한풀 꺾이게 되었다.
무림맹의 정보기관에서는 대막무림의 움직임에 주시하면서 그들이 물러난 이유를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한 물러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쟁의 불씨는 남아 있었다. 그들이 잠시 물러나는 척하다 방심한 가운데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마운정은 대막무림에 정보조를 파견해서 끊임없이 정보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처 방안을 모색했다.
“갑자기 왜 물러났을까?”
비영대를 대막 인근까지 파견하기는 했지만 알아낸 정보는 극히 미비했다. 비영대의 희생을 감수하며 알아낸 정보였다.
정보원들은 길러내기 어렵다. 그들은 단순히 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종합적인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실대로 기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보원을 길러내기 위해서 상당한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다섯 명이나 잃었는데.”
대막혈궁의 방비가 만만치 않았다. 대막혈궁의 외부까지 접근을 하기는 했지만 내부에 접근하는 즉시 소식이 끊겨버렸다. 대막무림을 움직임을 좌지우지하는 대막혈궁주 율무정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했다.
“검왕께서 직접 나설 줄은 몰랐단 말이지.”
무림맹으로 소집된 무인들이 화산파 인근에 머물고 있었다. 대략 2만에 달하는 숫자였다. 대막무림과 붙는다고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수였다. 밀리게 된다면 바로 충당이 될 수 있도록 무림맹 내의 무력부대를 차례로 진출시킬 생각이었다.
그중에서 남궁세가의 검왕이 직접 온 것은 무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사마운정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 무인들의 동요를 무마시킬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마운정은 또 다른 소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궁에서 벌어진 참사를 검토했다. 자금성이 송두리째 무너진 것은 의아한 일이었다.
황궁 내부적으로 반란이 일어난 것 같기는 하지만 소식을 제대로 알 수 없게 통제가 되어 있었다. 구문제독을 위시해서, 황제가 명령을 내린 것 같았다. 파고들기 난해한 일이었다. 그와 더불어서 한 가지 희소식이 있었다.
몽고군대의 이동이 잠잠해졌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어려움이 없이 대막무림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사마운정은 중요사항을 정리해서 맹주실로 갔다.
맹주실에는 현도진인이 그동안 모아온 것들을 정리해서 결정하고 있었다. 그 주위로 각 문파의 장로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마운정이 인사를 올리고, 모아온 정보를 모두에게 알렸다.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막무림에 대한 일을 말하자 장로들이 다소 안심하는 편이었다. 그중에서 화산파의 검운진인의 안색이 밝아졌다.
“대막무림이 물러갔다니 다행이오.”
사마운정은 안정적이라는 말 대신 단서를 달았다.
“지금 당장 물러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방심을 이끌어 내려고 한 것이라면 기습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습은 소수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소. 대규모로 움직인다면 우리의 이목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삼풍신개 반상익의 말이었다. 반 장로의 말대로였다. 대막무림이 소수로 움직인다면 화산파로는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정도 막아내지 못한다면 구파일방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겨울이라 움직임을 멈춘 것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각 문파의 무인들을 계속 소집해 놓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는데, 무인들을 한곳에 모아 놓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론 각문파가 무림맹에 정규적으로 내는 돈이 있다고 하지만 소모되는 돈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한 사기면에서도 시간을 끄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차라리 대막무림을 공격하는 것이 어떻소?”
“그건 예전에도 있었던 일이에요. 하지만 실패했어요!”
무림맹이 대막무림의 견제를 벗어나기 위해서 먼저 공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막에서 무인들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또한 모래폭풍이 지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결국 경험 없이 사막지역으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유리한 지점에서 방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사마운정의 말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보였다. 물러났다고 방심하지 않는 것은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계속 시간을 끄는 것은 좋지 못했다. 무인들의 특성상 호전적이라서 분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내부적인 자중지란은 적에게 오히려 기회를 줄 수 있었다.
“비영대를 계속 파견한 상태예요. 우선은 사신단을 주둔시키고, 각 문파의 고수들을 배치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 뒤 대막무림의 동태를 파악하고 소집될 수 있도록 빠르게 정보를 유기적으로 만들어 놓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신단과 더불어서 고수들로 시간을 벌고, 그 뒤에 다시 소집령을 내려 부대를 만들어서 파견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었다.
“사마 군사의 의견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말하시오.”
“군사의 의견에 따르겠소이다.”
달리 다른 의견을 내는 장로는 없었다. 사마운정도 모두 조사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이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낼 정도로 장로들의 머리가 좋다고 볼 수 없었다. 불만 있는 장로도 있겠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자중하고 있었다. 머리가 나쁘면 눈치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괜히 아니라고 해봤자, 더 좋은 의견을 내지 못하면 망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