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95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5화
용편(龍鞭) (2)
멈칫!
궁을 부수고 날아간 천악이 신형을 세웠다. 갑작스럽게 형성된 기운은 보통을 넘었다.
“방심은 금물인데, 나도 물러터졌나 보군.”
천악이 방심한 것이라기보다는 천영이 마지막에 보여준 수법이 대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천영이 보여준 힘은 생명력, 즉 본신진기였다. 그 힘을 한꺼번에 터뜨려서 발산했으니 천악이 충격을 받고 밀려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천악이 하늘을 보았다.
갑작스럽게 비구름이 몰려왔다.
우르르르! 꽈과과과광!
비구름과 더불어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었다.
뚝! 뚝! 뚝!
비를 몰고 온 구름이 빗방울을 조금씩 내보냈다. 떨어진 빗방울이 천악의 몸을 적셔 나갔다. 천악은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빗물과 더불어서 점점 커지고 있는 천영의 기운에 집중했다. 놈이 숨겨둔 수가 상당히 강한 것 같았다.
쿠과과과과광!
천영이 있던 장소에서 굉음과 더불어 진동이 발생했다. 굉장한 기운이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보였다. 하늘을 관통하는 기운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무언가가 있었다. 족히 200장은 되는 물체였다.
기운으로 인해 일렁였던 잔상이 사라지고 나자 실상이 모습을 보였다. 거대한 물체는 인세에 볼 수 없다고 하던 신수(神獸)와 같았다. 신성한 기운을 수련하여, 미물에서 신수로 변화를 일으킨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직접 본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장면이었다.
신수 중에서도 가장 신성한 존재이자 모든 사람들이 경배한다는 용(龍)이었다. 긴 꼬리와 더불어서 작은 발을 가진 청룡(靑龍)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청룡은 물과 벼락을 다스린다고 알려졌다.
크아아아앙!
지상을 울리는 청룡의 포효였다. 분노가 섞여 있어 그 힘의 여파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쩌억!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하는 두 인물. 당지독과 궁휼은 기가 막히다 못해 코가 막히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용이 나타나다니 이게 무슨 신화 속에 나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현실 속에는 볼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저…놈이 용인 거야?”
“용이 왜 나타는 거냐?”
“몰라, 인마!”
천영이 용이라는 것을 알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용은 신성시되는 존재다. 황제를 지칭하는 말 중에 하나가 용자(龍子), 또는 천자(天子)라고 하지 않는가!
용이 나타나서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말릴 수 있단 말인가!
용의 출현은 당지독과 궁휼의 정신을 저 멀리 장백산으로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영이 본신의 힘을 개방했다. 그리고 자신의 실체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말았다. 그가 용이라는 것을 아는 인물은 교주를 제외하고 없었다. 교주는 천영이 이무기 시절에 만난 스승이었다. 이무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깨우치고, 용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천영은 단 한 번 교주와 대결을 한 적이 있었다. 용이 되었으니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교주의 힘은 자신의 능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그 이후 교주의 제자가 되어 꾸준히 힘을 키웠다.
이제는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인간으로 현신을 하고 나서도 교주를 제외하고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인간이라고 해도 본신의 힘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 자신의 힘을 능가하는 존재가 오늘 나타났다.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한낱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이었다. 더불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꼈다. 인간사에 관여하며 마음껏 농락하던 천영이었다. 이런 비참한 결과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마지막에 죽기 싫다는 생각으로 본신의 진기까지 소모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죽도록 맞다가 고통스럽게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뻔했다!”
뿌드드득!
거대한 용이 이를 갈았다.
천영의 거대한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 꼬리로 짓눌러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물체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저처럼 작은 존재가 용에게 공포를 주다니!
천영은 인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여기고 있었다. 장난감에게 오히려 당했으니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그냥 죽이지 않겠다. 영원한 고통과 영원한 절망… 헛!”
“말이 많아.”
방금까지 까마득한 아래에 있던 존재가 자신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천악이 어느새 솟구쳐 올라 있었다. 솟아오른 상태에서 야수의 인을 출수했다. 상대가 크든 말든 그건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듯이 철저히 자신만의 공격을 하는 천악이었다. 쉽게 당황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그게 천악이었다.
야수의 인은 크기의 제한이 존재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기운이 휘둘러지자 순식간에 날아가 천영의 거대한 동공을 강타했다. 커진 만큼 힘이 세지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다라고 생각하는 천악이었다. 육체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힘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몸이 커지자 고통도 더 커졌다. 또한 소리도 더 컸다. 천영의 눈동자가 야수의 인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한쪽 눈이 완전히 찢겨져 나가서 더 이상 눈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우우우웅!
뒤로 주춤거리며 몸을 피하는 천영이었다. 눈은 다른 어떤 중추신경보다 예민하고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다. 외부적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시야까지도 조종한다. 한쪽 눈으로 볼 때와 두 눈으로 볼 때의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천영은 고통스러운 가운데 천악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자신의 모습에 겁을 내기 마련이건만, 저놈은 달랐다. 겁은커녕 오히려 더욱 강력한 공격을 하고 있었다. 잠시 방심을 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 눈을 다쳤다.
“제기랄! 죽어랏!”
-뇌(雷)!
청룡의 기운을 얻을 순간 벼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순수한 벼락, 즉 뇌는 강력하다.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번개를 사용하는 무공이 있기는 하지만 순수한 뇌의 힘은 수용할 수 없다.
뇌의 강렬하고, 폭발적인 힘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와 맞먹는 육체를 가져야 한다. 인간인 이상 뇌의 힘을 완벽하게 제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예로부터 뇌의 기운을 이용한 무공을 익히는 것이 어렵다고 전해진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치찌지지직! 파팟!
뇌는 강렬하고, 빠르다. 인간이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빛보다 빠른 것이 벼락이었다. 벼락이 먼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나중에 들리는 것도 이와 같은 빠름 때문에 생기는 차이 때문이다.
천악의 신형을 정확하게 가격하는 능력은 천영이 염력(念力)이 있기에 가능하다. 인간의 정신력을 수백 배나 초월한 신수의 정신력은 하나의 무기였다. 정신력 하나만으로 모든 사물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이 되었다. 염력으로 벼락을 조절하여 천악의 신형을 잡고 공격했다.
천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정확하게 맞았다.
크하하하하!
“건방진 인간이 나에게 대항한 최후다!”
용의 분노를 사고 살아날 인간은 없다. 그것이 가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천영은 미소를 거두어야 했다. 벼락을 맞은 천악의 신형이 그대로 공중에 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천악 주변에 방어막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럴 수가!”
벼락을 호신강기로 막아내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벼락을 맞는 순간 그대로 끝나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천영은 다급히 벼락을 다시 쏘아내었다. 수십 발의 벼락을 한꺼번에 날린 것이다. 한 발로 안 되면 수십 발로 끝을 내버리려고 했다.
치지지지지지직! 치지지지직!
타는 듯한 소리가 공중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천악의 배리어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고 해도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천영의 공격이 그와 같았다. 인간이 벼락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너무 쉽게 생각했다. 더불어서 너무 많은 벼락을 형성시키고 있었다. 벼락을 조종하는 것은 순전히 청룡의 정신력이었다. 정신력을 너무 빨리 소모시키고 있었다.
푸우우! 푸우우!
거친 호흡소리가 들렸다.
천영의 호흡이 무척이나 가빠졌다. 무리하게 벼락을 운용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본신진기의 소모 때문이었다. 본체로 환신하기 위해 소모했던 본신진기의 힘이 보통을 넘었다. 그로 인해 완벽한 용의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천영이었다. 본래의 청룡과는 대조적이었다.
용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수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일통, 즉 모든 만물에 대한 포용과 관용을 배워야 한다. 삼라만상의 의미를 깨닫고, 정신을 깨끗이 하여야만 용으로 재탄생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천영은 교주를 만나 급작스럽게 용이 되었다. 배워야 하는 능력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용이 되어 인간사에 관여했다. 용은 정신체로 이루어져 있다.
용이 왜 용인가! 바로 신이 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사에 관여할 수 없다. 그래서 용을 직접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무기가 오랜 시간을 걸쳐 용이 되면 바로 승천하여 신선계에 든다고 하지 않는가! 신선계에 들지 못한 용은 용의 자격을 가질 수 없다.
천영의 겉모습은 용이되 진실된 실체는 용이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럴 수는 없다! 미천한 인간이 감히!”
씨익!
천영의 분노에 입가에 미소를 짓는 천악이었다. 천영은 그 모습에 더욱 분노했다. 천영의 분노와는 다르게 천악은 놈을 두들기고 싶었다.
“건방진 미물이 사람을 농락하려 한 것인가!”
용이라고 해도 천악에게는 도마뱀보다 못한 존재다. 천악이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었다. 사람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의 특성이자 가장 중요한 본능이다. 하물며 뱀 주제에 자신을 방해하고 농락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빴다.
“넌 좀 맞아야겠다”
지금까지도 무식하게 때린 천악이 할 말은 아니었다.
“뭐…라고!”
천영이 화가 난 만큼 천악도 화가 나 있었다. 천악이 화를 내면 그냥 끝내지 않는다.
천악의 손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뻗어나갔다. 생각한 대로 기를 유형화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지를 신화경이라고 한다. 신화경의 무인이 검을 생각하면 심검(心劍)이 형성된다고 하지 않는가! 다만 천악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30장은 되었다.
기(氣)로 만들어진 무형의 몽둥이였다.
몽둥이지만 무시할 수 없다. 그 몽둥이에 맞으면 산도 가루가 되어버릴 것이다.
“뭘… 하려고 하는… 것이냐?”
천영의 말투가 심히 떨려오고 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설마가 용을 잡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퍼퍽! 휘이이잉! 퍼퍽! 휘이이잉! 퍼퍽!
바람소리를 가르며 휘둘러지는 기몽둥이였다. 용의 구분되지 않는 상하체를 여지없이 구타하는 천악의 가공한 수법이었다. 30장에 달하는 기를 형성한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그 위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꾸웨웨웨웩!
용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었다.
휘둘러지는 속도가 무지막지했다. 기는 무게가 없다. 천악이 휘두르는 대로 모두 맞고 있는 천영이었다. 몸집이 커져서 피할 곳도 없었다. 오히려 몽둥이에 천영이 따라와서 맞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몸집이 작은 쪽이 더 낫겠군.”
몸이 커지니 때릴 때도 많았다. 개를 잡기 전에 고기질을 쫄깃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팬다고 한다. 대부분의 고기들이 다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천악은 그 가능성을 시험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여기저기를 골고루 다듬질하고 있었다.
맞는 부위가 최소 4장를 넘어간다. 맞는 부위를 넓힐수록 고통을 분산시킨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강렬한 기운으로 형성된 심곤(心棍)의 위력은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크으으으으윽!
천영의 용구(龍口)에서 끊임없이 비명성이 자금성을 울렸다. 용의 울부짖음은 귀를 찢는 괴성보다도 더 컸다.
용은 정신체다. 정신의 통일을 이루어 염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없는 몽둥이질에 정신을 일치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죽을지 몰랐다. 고통속에서 천영은 정신을 하나로 모았다.
-죽어랏!
강력한 정신을 모아 천악을 향해 소리쳤다. 용의 기운이 뭉쳐져 형성된 언어는 그 자체가 강력한 힘을 가진다. 마지막 발악이자 아우성이었다. 인간의 정신력이 용의 정신공격을 버틸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마지막이지만 회심의 일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하는 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굳건한 금성철벽(金城鐵壁)을 능가하는 천악의 정신력이었다.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천영의 수법이 통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것은 여전한 매질이었다. 천영의 전신이 아지랑이처럼 이리 휘청, 저리 휘청거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퍽! 우드드드드드득!
뼈가 부러지기 시작했다. 천영의 몸속에 존재하는 뼈가 으스러지면서 내부를 찌르고 있었다. 그 고통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너무 맞다 보니 힘을 잃고 지면으로 추락했다.
쿠꽈과과과과과과과광!
자금성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쓰러지는 천영이었다. 황궁의 건물이 자재가 부실하다고 말을 할 수 없지만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용이 쓰러지는 장면은 천지가 갈라지는 것처럼 장관(壯觀)을 연출했다.
상당한 거리를 벌리고 있었던 당지독과 궁휼을 할 말은 잃었다. 용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굉장한 일이건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용을 천악이 무지막지하게 패고 있었다. 용의 거대한 신체를 모두 때릴 수 있는 굉장한 기몽둥이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기의 형태는 무형(無形)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를 뿜어내어 완벽한 형태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검기를 3자만 뽑아내도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것이 강호의 정석이었다. 저런 거대한 기운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기운이 필요하겠는가!
당지독과 궁휼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용이 개 패듯이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용을 찜쪄먹을 수 있다니!”
“내가 이 얘기하면 다른 놈들이 믿을까?”
“못 믿지. 보고 있는데도 못 믿는데!”
“오천존의 명예를 걸고 말해도 안 믿겠지.”
“당연하지.”
당지독이 이름을 걸고 말해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저걸 믿으라고 해서 믿는 놈이 있으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상황이다.
자금성의 한 축을 깔아뭉개 버린 천영이었다. 일어날 기력이 전혀 없는 가운데 천악의 매질은 계속되었다. 용을 패서 죽여버리는 듯이 강력한 매질이었다. 그러한 매질 속에서 아직 정신이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용한 상태였다.
‘그…만!’
어느 정도 때리면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천악은 마치 감정 없이 휘두르는 것 같았다. 네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했다. 사실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꼴가닥!
맞다가 고통이 중화될 쯤에 정신이 육체에서 멀어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천영의 거대한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왔다. 입가에 흐르는 게거품이 반경 3장 안을 뒤덮었다. 용 체면에 더러운 꼴을 다 보고 있었다. 잘못하면 피똥 쌀 판이니 그 정도는 약과였다.
천악이 공중에서 내려와서 바닥에 착지했다. 착지한 천악이 천영의 꼬리 부근으로 다가갔다.
“기절하면 끝나는 상황이 아니지.”
생사대결에서 기절했다고 가만 놔둘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천악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가지고 놀고, 희롱한 미물을 쉽게 죽여주는 것 자체가 친절이었다. 그런 친절을 베풀 정도로 천악이 마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용의 꼬리를 손으로 잡는다.
거대한 용의 신체를 전체적으로 움직이려면 살을 잡아서는 할 수 없다. 천악의 손이 용의 살을 파고들어 안에 들어 있는 뼈를 잡았다.
우득!
뼈가 손아귀에 잡히자 천악이 기운을 집중했다.
천악은 잠시 황제가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구해주었는데, 그딴 식으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황제이기는 하지만 원래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신분에 따른 구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이다.
‘당한 만큼 값을 해준다.’
꼬리를 잡고 힘을 주어 휘둘렀다. 기운을 집중하여 용의 전신이 움직이도록 했다.
휘이이이익! 꽈과과과과과과과광!
굉장한 장면이었다. 용의 전신이 휘둘러져서 마치 채찍과 같았다. 천악의 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용이 휘둘러져서 자금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200여 장에 달하는 초거대 채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금성의 규모가 크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천악의 채찍질에 남아나질 않고 있었다. 이곳저곳이 망가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이미 천영의 내부는 완전히 부서져 있는 상태였다.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천악이 휘두르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