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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92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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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2화

황궁풍운(皇宮風雲) (3)

 

 

취리리리릭! 촤자자자작!

 

커억! 털썩! 철퍼덕!

 

당지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암기와 암혼향(暗魂香)이 사방에 뿌려졌다. 암혼향은 수면향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향이다. 일류고수조차 한 호흡에 현기증을 느끼며 자리에 쓰러져야 한다.

 

암기와 암혼향의 절묘한 향연에 수십 명씩 쓰러져 나가는 동창과 금위군이었다. 그 옆으로 신기막측하게 움직이며 장법과 권법을 사용하는 궁휼의 위력도 무시 못할 정도로 굉장했다.

 

금위군의 부장 서강과 동창 첩영 사위영은 기겁했다.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가지는 위세, 근 군세(軍勢)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압박감을 가진다. 그러한 기세 속에서 저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 정도의 압박감을 충분히 감당할 고수라는 말이 되었다.

 

“절대고수다!”

 

“모두 대형을 바꾸고, 차륜전을 진행하라!”

 

건청궁에 침입자가 있다는 신호음을 받자마자 출동했다. 상대하는 숫자와는 상관없이 그들이 황제를 구하려 한다는 생각에 모두 데리고 왔다. 그런데 막상 세 명밖에 없자 기가 막혔다. 고작 저런 수로 어찌 할 수 없다는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막상 부딪치자 세 명 중에 두 명의 실력이 굉장했다.

 

절대고수가 아니면 발휘할 수 없는 실력이었다. 한 번에 수십 명씩 쓰러뜨릴 수 있는 자는 강호에도 손을 꼽을 것이다. 그 중에서 저처럼 강력하고 날카로운 힘을 발휘하는 자는 이름이 알려졌을 가능성이 컸다.

 

휘날리는 암기의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전후좌우로 폭발적으로 사용되는 암기의 향연. 손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천 개의 손에서 뿜어져 나가는 암기를 막을 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강호의 십대고수들은 황궁에서도 조사를 하는 대상이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강호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호도 대명제국의 틀 안에서 존재하는 또 다른 세력, 그 세력의 움직임에 주시하는 것은 내치의 기본이었다.

 

그들 중에서 저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자는 한 명뿐이었다.

 

“천수암제!”

 

“그가 틀림없소!”

 

“그렇다면 그 옆의 인물은 누구요?”

 

“아무래도 십대고수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딱히 알 수 없었다. 그가 날리는 장법이 강력하지만 저처럼 깨끗한 옷을 입고 단정하게 머리를 빗은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휘날리는 움직임 속에 구수하고, 맛깔나는 때들의 향연이라면 몰라도!

 

“개방의 절기를 사용하는 자중에서 저자처럼 생긴 인물이 있소?”

 

“내가 알기로 없소! 있다면 개왕 궁휼뿐이오!”

 

개왕이 미치지 않고서 저와 같이 깨끗하지는 않을 것이다. 딱히 연상되는 게 없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강한 것은 매한 가지였다. 둘의 강함에 벌써 300여 명이 넘는 동창과 금위군이 쓰러졌다. 강호의 고수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피해를 보면 나중에 힘들어진다.

 

“괴물이군!”

 

“맞소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키는 인물이 있는 것 같은데!”

 

뒤에서 감상을 하듯이 서 있는 청년이 보였다. 마치 청년을 보호하기 위해 당지독과 궁휼이 애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청년의 존재가 그들에게 중요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서강이 명령을 내렸다. 군대를 다스릴 때 최우선은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군대강령기본규칙(軍隊强令基本規飭)에 따라 행동과 명령을 내린다.

 

“저놈을 잡아라!”

 

천악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당지독과 궁휼의 뒤를 돌아 천악을 잡으면 피해가 최소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십 명의 금위군이 당지독과 궁휼의 사각으로 돌아서 천악에게 돌진했다. 천악을 제일 우선으로 잡으려고 했다. 그들도 느낀 것이다. 당지독과 궁휼에게는 계속 덤비다가는 피해만 속출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게 오산이라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사아아아악!

 

바람소리가 들렸다.

 

사방으로 날리는 육편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무언가 움직인 것을 알았지만 방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흩날리는 육편은 검과 도, 창 들고 있는 무기째로 잘려나가 버렸다.

 

비정상적인 것을 목격하게 되면 몸이 굳는다. 다들 그 굉장하고 형이상학적인 광경에 얼음이 되어버렸다. 일순간 정지가 되었고, 얼이 빠지게 했다.

 

천악의 손이 한 번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참사는 생각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쯧! 쯧!

 

당지독이 혀를 찼다. 가만히 놔두어도 부족할 판에 먼저 나댄 꼴이었다. 안 그래도 나서지 못하도록 먼저 나섰는데, 그게 오히려 천악에 대한 놈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저런 썩을 놈들!”

 

“우리가 힘겹게 상대한 것을 그딴 식으로 오인하냐!”

 

천악이 힘이 없어 당지독과 궁휼이 지켜주는 줄 안 금위군과 동창이었다.

 

서강과 사위영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사람이 종잇장도 아닌데, 저토록 쉽게 잘려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금위군과 동창의 대치가 정지되어 버렸다.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숨 막히는 분위기 속 중심에 천악이 서 있었다.

 

한 번의 참사로 모두는 말을 잃었다.

 

금위군과 동창의 대원들 중 누군가가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죽는, 개죽음은 사양이었다. 가벼운 휘두름에 수십 명이 죽었다. 천악이 인간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슈웅!

 

철퍼덕!

 

구문제독과 선덕제, 공주들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착지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얼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바닥에 주저앉은 황후와 공주, 그리고 선덕제가 간신히 일어섰다.

 

선덕제는 훈계하는 도중에 공간이동을 당했다. 공간이동은 울렁증을 동반한다. 일반 사람은 멀미증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선덕제와 구문제독도 약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차렸다.

 

눈앞이 선명해지자 주변을 돌아보았다.

 

금권성은 익히 알고 있는 곳으로 이동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있었던 곳이니 당연했다.

 

“어떻게?”

 

날아간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이었다. 그런데 사람을 순식간에 공간이동 시켜버렸다.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은 존재였다. 딸이 사랑하는 사내의 능력이 이처럼 놀랍다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대체 그놈은 뭔가? 구문제독은 알고 있는 것이오?”

 

선덕제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좀전까지 건청궁이었는데, 구문제독부에 도착했다.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유는 금권성도 잘 모른다. 대답이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을 한 것이 있었다.

 

“제 사위입니다만.”

 

허어!

 

장인이 사위자랑하는 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덕제는 골이 아플 정도로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그게 할 말인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나중에 사위가 오면 답변을 해 드릴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독부의 병사들과 더불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지금 나는 옥새가 없네.”

 

옥새가 찍히지 않은 서신은 효용성이 없다. 금권성은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의 인장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직 구문제독의 힘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대단하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굳이 황제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구문제독부에 있던 주기진이 선덕제가 온 것을 알고 바로 달려 나왔다. 어떻게 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아버지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에 안심했다.

 

“아버님!”

 

“오! 무사했구나!”

 

“제가 무능해서 아버님을 욕되게 했습니다!”

 

“아니다. 이 모든 일을 내 탓이구나!”

 

부자간의 정겨운 재회 장면이지만 감동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황궁을 다시 탈환하는 것이 먼저였다. 황제와 태자가 나란히 황궁을 빼앗기고 쫓겨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처량하다 못해 불쌍하기까지 했다.

 

“군 오라버니는?”

 

금권성에게 금은혜가 물었다.

 

“이상하구나. 우리를 보내고 바로 올 줄 알았는데 황궁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황궁에 남았다고요?”

 

“병사들을 정비하는 대로 구하려 갈 것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금권성은 딸이 천악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았다. 자신들만 이동시키고 난 후 다시 빠져 나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기에 걱정하지 않았지만 딸을 안심시키려고 한 말이었다.

 

금은혜의 생각은 금권성과 달랐다.

 

천악이 남았다는 것은 일을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것을 뜻했다. 천악이 황궁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지금쯤 황궁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핏물로 자금성을 목욕시키는 장면을 구경할지 몰랐다.

 

‘큰일났네!’

 

잘못하면 황궁이 모두 박살날 것이다.

 

“빨리 황궁으로 가야겠어요!”

 

“아직 병사들을 재정비하지 못했다. 재정비가 되면 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딸의 조급함을 달래고, 안심시키려는 금권성이었지만 딸의 말은 전혀 달랐다.

 

“지금 가야 돼요, 황궁이 초토화되기 전에!”

 

“그게 무슨 말이냐?”

 

산봉우리를 가볍게 날리는 천악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고 믿을 것 같지도 않았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한 금은혜였다.

 

 

 

주기옥은 용상 위에 앉아 앞으로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왕진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의 대부분이 주기옥의 말에 대한 서류작성 있었다. 변방에 보낼 서신과 더불어서 옥새의 사용까지 한 번에 모두 결정해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야 했다. 각 성의 성주들에게 보낼 서신도 작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기옥은 하루 종일 그 일을 검토하고, 인장을 찍었다.

 

왕진은 밖이 소란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느끼자마자 대전 안으로 들어오는 동창대원이 있었다. 동창대원은 급히 무릎을 꿇고 소식을 전했다.

 

“무슨 일이냐?”

 

“건청궁에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벌떡!

 

“뭐야?”

 

용상 위에 앉아 있던 주기옥이 일어나서 소리쳤다. 건청궁을 감시하는 인원이 제법 되었다. 또한 건청궁은 황궁의 중심에 위치한다. 그러한 곳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소리는 다른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덕제였다. 선덕제가 도망쳤다면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옥새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명제국의 황제는 선덕제였다. 자신은 그 후보에 지나지 않는다. 무리 없는 양위를 위해 선덕제를 살려둔 것인데, 일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왕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예상에도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동창 중에서도 제법 뛰어난 녀석들을 건청궁에 배치했는데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무능함의 발로였다.

 

“아버지는 어떻게 됐느냐?”

 

“그게……!”

 

동창대원인 주영달은 말끝이 또렷하지 않았다. 주기옥은 망설이는 주영달의 태도에 대노(大怒)했다.

 

“어서 말하지 못할까!”

 

주기옥의 노성에 주영달이 움찔거리며 사실대로 대답을 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휘이익! 퍼억!

 

크윽!

 

주기옥이 참지 못하고, 용상에 옆의 탁자 위에 놓여진 연적을 집어 던졌다. 던져진 연적이 정확하게 주영달의 머리통을 쳐 버렸다. 신음성을 흘리며 피를 흘리는 주영달이었지만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

 

차기 황제의 분노였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자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왕진! 일을 이딴 식으로 처리하다니!”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제가 친히 놈들을 잡아들이겠습니다!”

 

“닥쳐랏! 네놈도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친히 나서겠다!”

 

주기옥은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왕진에게도 화를 내고 있었다. 왕진은 묵묵히 화를 받아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예리하도록 차가운 눈동자가 번쩍일 뿐이었다.

 

‘건방지군.’

 

황제가 되었다고 해도 아직 애송이에 불과했다. 수십 년을 황궁에서 생활해 온 왕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힘을 가지지 못한 애송이가 갑작스럽게 힘을 얻게 되면 폭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상황을 유도하기는 했지만 너무 빨리 튀어나오고 있었다. 모난 돌은 정을 박아 다시는 나대지 못하게 하는 게 전통적인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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