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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9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1화

황궁풍운(皇宮風雲) (2)

 

 

쌔애애앵!

 

북경의 하늘을 날아오른 네 명이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구문제독부와 자금성과의 거리가 제법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자금성이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천악이 자신뿐 아니라 당지독, 궁휼, 구문제독까지도 같이 날아갈 수 있도록 했다. 당지독과 궁휼은 이미 천악의 능력이 천외천(天外天)이라는 것을 알기에 두말하지 않았다. 구문제독만이 대단한 경험을 한 듯 놀라고 있었다. 천악의 무공이 굉장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는 줄 몰랐었다.

 

‘놀랍구나!’

 

내심 금은혜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금은혜가 아니었으면 천악이 구문제독부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문제독부뿐만 아니라 황궁까지도 모두 무너졌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 훌륭한 선택을 했으니 지금보다 더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어서 빨리 여자가 되거라!’

 

천악의 첫째 부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금권성이었다. 천악이 구문제독과 혈육의 정으로 묶이게 되면 대명제국은 앞으로 무궁한 영광만이 자리할 것이라고 보았다.

 

자금성의 중앙을 따라 건청궁이 있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비져블리티(투명)마법을 모두에게 시전한 천악이 기(氣)의 막을 설치했다. 당지독과 궁휼은 상관없다고 해도 금권성의 기척은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금권성의 기척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었다.

 

‘너 안 보인다!’

 

‘그럼 너는 보이냐!’

 

당지독과 궁휼이 전음으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놀라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천악의 능력이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서서히 건청궁 안으로 내려가는 천악이었다. 주변에 감시하는 병사들의 수가 제법이었다. 그들 모두 상당한 수련을 한 이들이라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좌우로 공간의 폭이 커서 건청궁의 위치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금권성이 옆에서 말을 전하자 그 길을 따라 내부로 빠르게 들어갔다.

 

슈욱!

 

바람 빠지는 소리가 잠시 들리기는 했지만 병사들 중에서 눈치를 챈 자는 없었다. 그들이 잠시 어리둥절할 때 이미 안으로 들어간 천악 일행이었다.

 

안으로 들어간 천악이 인비쳐빌리티마법을 해지했다. 건천궁 안에 있을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구문제독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외부와의 격리가 잘되어 있는 장소 중에 건청궁만한 데가 없었다. 감옥이 아니라면 여기에 황제를 묶어두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금권성의 말대로 안으로 들어가자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문을 두고 그 안에 황제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천악이 나서기도 전에 당지독과 궁휼이 병사들을 제압해 버렸다.

 

파팟! 털썩!

 

두 번의 점혈에 쓰러져 버리는 병사들이었다. 다섯 명이 있었지만 절대고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에 황제를 비롯한 황후, 공주들이 있었다. 황제는 침통한 표정으로 침상에 앉아 있었고, 공주들은 눈물을 흘리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덕제가 놀란 듯이 일어섰다.

 

“금제독!”

 

“폐하!”

 

“금제독이 어떻게?”

 

“폐하를 구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선덕제는 구문제독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미 황궁은 주기옥의 손에 떨어져 있었다. 건청궁까지 오려면 최소한 소란이 일어나야 했다. 아무런 소란도 없이 이곳까지 온 구문제독이 이상하기까지 했다.

 

“설마 자네도 배신한 것은 아니겠지?”

 

“절 아직도 모르십니까!”

 

선덕제는 금권성의 정색 어린 말투에 곧 사과를 했다. 금권은 그럴 인물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보여준 그의 충성심을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었다.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겁니다.”

 

“어떻게 빠져나간다는 것인가?”

 

“저만 믿으십시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누군가?”

 

천악과 당지독, 궁휼을 향한 선덕제의 물음은 어쩌면 당연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인물들이니 의심이 생기는 인지상정이었다.

 

“저를 도와준 사람들입니다. 어서 폐하게 인사를 드리게!”

 

“당지독이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궁휼이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천악입니다.”

 

천악은 위험한 상황에서 예의를 따지는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빨리 움직여도 부족한 판에 이따위 허례허식에 얽매여 있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천악의 대답은 성의가 없어 보였다. 황제에 대한 예의도 별로 없었다.

 

선덕제는 천악의 예의 없는 모습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구해주기 위해 온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참았다. 다만 황제로서의 말 한마디 정도는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은 제국의 황제다. 짐에게 불경스런 말을 하다니! 네가… 헛!”

 

“그럼 가십시오.”

 

슈슝!

 

더 이상 말을 해봤자 귀찮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제 구문제독과 황제는 귀찮은 짐덩어리에 불과했다. 있어봐야 도움이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천악은 말하는 대신에 공간이동을 통해 구문제독과 황제, 황후, 공주들을 구문제독부로 날려버렸다.

 

건청궁에 남은 사람은 천악, 당지독, 궁휼이었다. 그중에서 당지독과 궁휼은 ‘왜?’라는 의문이 남았다.

 

“왜 우리는 남긴 것이냐?”

 

“그러게 말이야. 우리도 같이 가야 하는 것 아니냐?”

 

“굳이 갈 필요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당지독과 궁휼은 순간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우리끼리 상대하자는 것이냐?”

 

“무섭다면 돌아가십시오.”

 

커흠!

 

“내가 왜 겁이 나느냐, 개왕이라면 몰라도 나는 겁이 안 난다.”

 

“뭐야, 내가 왜 겁을 내. 물론 나도 겁이 하나도 안 난다.”

 

“그것보다 너 왜 나서는 것이냐? 귀찮은 것은 질색하잖아!”

 

천악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 보았다. 이런 일에 나서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천악을 그동안 지켜본 당지독으로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저를 방해했던 놈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헛, 그런 일이!”

 

당지독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악을 방해한 놈들이 뻗친 마수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천마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물론이요, 남궁세가의 혈사까지. 그런데 이제는 황궁까지 넘보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암중 세력 중에 이토록 거대하게 느껴지는 놈들은 처음이었다.

 

당지독의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이놈들은 도대체 뭐야?’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놈들의 움직임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동안 놈들이 보내온 무인들도 보통이 넘었다. 천마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남궁세가에서 보여준 혈검마 무영의 놀라운 능력을 생각할 때 절대로 평범하다고 할 수 없었다.

 

강호태평성대(江湖太平聖代)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깊숙한 곳에 숨어 야욕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냥 이대로 놓아두기에는 위험한 존재였다.

 

“어찌할 생각이냐?”

 

“물론, 다 죽일 겁니다. 저는 거치적거리는 놈들을 그냥 놔둘 정도로 선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줄 알았다.”

 

당지독과 궁휼도 천악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살기에 움찔거렸다.

 

‘이놈도 문제야, 툭하면 다 죽인데!’

 

천악의 잔인하도록 명쾌한 말. 한 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듣는 사람에게는 답답함을 해결하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말을 한 자가 가지는 무게감 때문에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컸다. 황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 해도 족히 몇만은 넘어간다. 그 많은 사람들과 병사들이 살아가고 숨 쉬는 곳이 황궁이다.

 

황궁에 반란이 일어났음에도 조용하다. 그 이유는 반란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란이 나는 즉시 황궁 안을 점거한 세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곧장 달려와 천악과 대치하며 싸우게 된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참사는, 보통 참사가 아닐 것이다.

 

대량참살, 대량학살이 일어난다.

 

반란을 한 놈들은 모두 참수형에 처하는 것이 대명제국의 율법이기는 하지만 그를 따르는 자들을 모두 죽인다면 과연 그게 올바른 정의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지독과 궁휼이 고민하는 것이 여기에 있었다.

 

천악의 주변에 피가 너무 많이 흐르는 것 같았다. 굳이 손을 쓰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손을 쓰면 확실했다. 다시는 반항할 기미조차 남겨두지 않으려고 한다.

 

천악이 건청궁 안에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나갔다.

 

굳이 숨길 필요성이 없어졌다. 구할 사람을 구했으니 나머지는 신경 쓸 이유도 없을뿐더러 귀찮게 돌아서 갈 필요도 없다.

 

당당하게 걸어나가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쓸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것이 이제까지 해온 방식이자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천악의 방식이었다.

 

‘어떡하지?’

 

‘뭘 어떡해?’

 

‘그래도 많을 거 아냐?’

 

‘많아도 손발 쓰다보면 줄어들게 되어 있어!’

 

궁휼과 당지독은 서로 전음을 주고받았다. 황궁은 무림과 다르다. 서로의 영역이 다르니 관여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실제는 다르다.

 

대명제국 안에 무림이 있고, 무림의 힘이 황궁 안에도 존재한다. 황궁이 또 다른 무림이라는 말이 된다. 황궁 안의 고수들도 충분히 그 능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들이 힘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개미처럼 많은 수를 자랑한다. 일반 병사들이 활을 날려도 쉽게 막아낸다는 보장이 없었다. 빽빽하게 날리는 강궁을 강기로 계속 보호하다가 지쳐버릴 수도 있었다.

 

“당 어르신의 말이 맞습니다.”

 

헛!

 

전음을 들었다.

 

보통 고수도 아닌 절대고수의 전음을 훔쳐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공간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되었다. 자신의 공간 안에 있는 존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제어할 수 있기에 가능할 일이었다. 보통의 고수들도 아닌 십대고수들을 제어한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당지독과 궁휼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들었냐?”

 

“그렇습니다.”

 

“어떻게 들을 수 있지? 내가 보통 전음이 아니라 초극전음을 사용했는데.”

 

“어렵지 않습니다.”

 

별달리 어려워하지 않는 듯한 천악의 대답이었다. 더 이상 말을 해봤자 무의미했다. 괴물은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걸 일일이 생각하고 고민하면 머리통이 복잡해져 용량을 초과하게 된다. 뇌용량의 초과는 미치광이의 지름길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먼저 나서겠다.”

 

“그래, 우리가 나설 테니 넌 나중에 나서라!”

 

천악이 앞으로 가는 것이 영 불안했다. 먼저 자신들이 황궁의 세력과 부딪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일단 먼저 막아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천악은 당차게 말하는 궁휼과 당지독의 의견에 동조했다. 황궁의 반란을 도모하고, 일을 주재한 놈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충돌은 크고, 길수록 파장은 더욱더 크게 퍼진다. 퍼지면 퍼질수록 수는 많아지고, 결국에는 놈이 나타날 것이다.

 

당지독과 궁휼이 앞장서면서 건청궁을 지키는 무인들을 보았다. 놈들은 모두 동창제독인 왕진이 직접 선별해서 구성해 놓은 무인들로서, 다들 한 가닥의 실력이 있었다. 다만 상대하는 당지독과 궁휼의 실력은 한 가닥 실력으로 막아설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당지독과 궁휼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발걸음과 낌새조차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파팟! 털썩!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한 경호무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강호의 절대고수들이 뒤통수를 치는데 막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실로 절묘한 암격(暗擊)이라고 불릴 만했다. 적절한 수법을 사용해서 한 수에 두어 명씩 잠을 재웠다. 불필요한 살생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이 쉽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경호무인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제압하려고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놈들에게 시간을 주게 되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살수를 펼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황궁과 충돌하는데, 소란이 벌어지지 않고 제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누구냐?”

 

절레절레!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당지독과 궁휼은 하는 수가 없었다. 놈들이 신호를 보내자 황궁 안에 모든 무인들과 병사들이 몰리게 되었다. 신호에 맞추어서 나오는 수가 상당히 많았다. 모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이라서 그런지 그 수가 금세 건청궁을 가득 메울 정도가 되었다.

 

“짜식들이 힘들게 하는구먼!”

 

“그러게 처음부터 무리였잖아. 죽이지 않고 제압이 가능한 수가 아니라니까!”

 

“이렇게까지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당지독과 궁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으니 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들은 험한 강호에서 알아주는 고수들이었다. 그런 고수들이 쉽게 당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동창과 금위군이 건청궁으로 달려왔다.

 

긴급신호가 울리자 그들이 나선 것이다. 동창과 금위군은 강호의 일류고수들이라고 해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황궁의 고수들이다. 수적으로도 너무 많았다. 일시에 5천에 가까운 인원이 동원이 되었다.

 

우르르르르르!

 

좌우로 몰려드는 인원이 동공에 자리하자 당지독과 궁휼은 한숨을 내쉬었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고수도 사람인지라 체력과 내공에는 한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좋아 하는 데까지 해보자. 죽는 것은 모두 네놈들 탓이다!”

 

죽으려고 덤비는 놈들을 살려준다고 생각했을 때부터가 실수였다. 당지독과 궁휼이 천악의 행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고 했지만 그게 사건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었다. 또 이미 수레의 바퀴는 굴러가고 있었다. 막는다고 해서 막아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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