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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8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89화

신출귀몰(神出鬼沒) (6)

 

 

“저…사람!”

 

저 정도로 강할 줄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다만 저처럼 강하면서 왜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고 지금 나타난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그가 빨리 나타났다면 이처럼 많은 사상자와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 지금 나타난 거야! 왜?”

 

냉상아는 원망스러우면서도 나타난 것에 안도하며 고마워했다. 그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가족이 모두 죽었을 것이다. 이율배반적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이런 것이다. 도움을 받았지만 더 일찍, 더 빨리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본성이다.

 

최진평의 목을 잡고 있던 천악이 질문을 했다.

 

“북해빙궁을 장악하려던 목적이 뭐지?”

 

“그…것…은!”

 

최진평이 망설이자 목에 힘을 더 가하는 천악이었다. 목에 힘을 가하자 피가 통하지 않았는지 최진평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최진평은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가 없었다.

 

“너도 금제가 되어 있겠지.”

 

허억!

 

금제에 대한 말이 나오자 최진평은 놀랐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교의 인물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뒤에 있는 청년과 같은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설마!’

 

교주의 생각을 하는 것만도 두려웠다.

 

“교주가 누구지?”

 

“그…건!”

 

“어차피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최진평의 뇌리를 금제하는 술법은 천악이라고 해도 쉽게 무너뜨리지 못했다. 시전자보다 월등히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할 정도로 강력했다. 더 이상 알아낼 것은 별로 없었다.

 

북해빙궁을 교의 분타 정도로 만들려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아는 내용이었다. 중요한 것은 교의 위치와 교주의 존재였다. 누구기에 자신도 풀지 못하는 금제를 가할 수 있는지 호기심이 들었다.

 

최진평의 목을 잡은 천악이 냉사진에 내밀었다.

 

“죽이십시오.”

 

“아…니, 살…려주십시오!”

 

최진평은 죽이라는 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단 몇 가지를 물어보고 바로 죽이려고 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처사였다.

 

냉사진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

 

“궁주님께서 죽이는 건 괜찮다고 했지? 어서 이놈을 죽이십시오.”

 

“아직 알아낼 것이 있지 않나?”

 

냉사진은 당장에라도 최진평을 죽이고 싶지만 그에게서 알아낼 것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려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아낼 것이 없습니다. 금제로 인해 알아낼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후환 거리를 남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싫다면 제가 죽이겠습니다.”

 

놀라운 능력을 보인 천악조차 풀지 못하는 금제라면 자신도 풀 자신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것이 분풀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내가 죽이겠네!”

 

“그러십시오.”

 

“안…됩니다. 살려주십시오!”

 

슈육!

 

커어억!

 

가슴이 뚫렸다. 무방비 상태의 몸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최진평은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냉사진의 검이 정확하게 심장을 꿰뚫었다.

 

“이…럴…수…가! 본…교에…서 가…만히… 있지… 커억!”

 

“말이 많군.”

 

죽으면서 지껄이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은 천악이 목을 부러뜨려 버렸다. 혀를 쭈욱 내민 채로 죽은 최진평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죽은 시체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었던 천악이 바닥에 던져버렸다.

 

후우!

 

냉사진은 한숨을 들이쉬고,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북해빙궁에서 벌어진 참사 중에서 가장 심각한 상처가 될 것이다. 그 후유증은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이 일로 북해빙궁 자체가 단결이 된다면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냉사진은 천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맙네. 모두가 자네의 덕이네.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네.”

 

“사람은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합니다. 그러니 나중에 꼭 갚으십시오.”

 

“알겠네.”

 

역시 절대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천악이었다. 냉사진의 입장에서 천악은 가문을 온전히 보존시켜 준 고마운 존재였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 것이 당연하고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북해빙궁 전체가 큰 구명을 받은 냉사진에게 천악은 무엇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은인이었다.

 

휘이익!

 

손바닥이 날아왔다. 겨냥한 상대를 향해 매서운 싸대기였다.

 

그런데 상대가 피했다.

 

짜악!

 

피하고 나서 뺨을 맞은 사람은 냉상아였다. 냉상아가 앞으로 다가와서 천악에게 뺨을 날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냉상아의 뺨이 돌아갔다.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그때 당신이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사람들이 많이 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도 고작 뺨 한 대 맞아주지 않나요! 흑! 흑!”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냉상아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나 냉사진과 냉무기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냉상아가 갑작스럽게 뺨을 날린 것은 분명 실수였다. 은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짓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의 뺨을 무식하게 때리다니!

 

“이보게, 그렇다고 애를 때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자식이 눈앞에서 맞았는데 어느 부모가 좋아하겠는가!

 

“제가 실수하기는 했지만 냉 소저에게 맞을 짓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상아는 여자인데!”

 

“여자라고 해서 차별을 하지 않습니다.”

 

“그걸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게!”

 

“저는 왜 그녀가 저에게 이처럼 대하는지 알 수 없군요. 계속 무례하게 행동하면 그냥 두지 않겠습니다.”

 

헛!

 

여자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는다는 말이지만 이걸 듣고 냉상아는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시큰거리는 뺨에 남은 열기는 분하기 짝이 없었다. 더군다나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히 있지 않는 다면 말이 무섭기까지 했다. 절대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냉사진과 냉무기가 놀란 것은 천악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냉혹함 때문이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왜 그때 사라진 거예요!”

 

“내 여자들이 위험해서입니다.”

 

“설마, 구문제독부에 갔다 온 거예요!”

 

“그렇습니다.”

 

냉상아는 허탈했다.

 

구문제독부의 여인들이 위험하다면 천악의 입장에서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었다. 자신의 여인들이 위험한데 가만히 있는 사내라면 그게 더 병신이었다. 다만 자신보다 다른 여인을 구하려고 먼저 움직였다는 것에 서운하기는 했다.

 

‘내가 그녀들보다 못한가!’

 

자괴감이 들었다.

 

천악에게 감정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로서 누군가 먼저 자신을 구해주기 바라는 것은 본능이었다. 괜히 질투가 났다. 또한 그녀들에게 부러운 감정이 들었다.

 

북해무림 사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설화 냉상아도 여자였다. 차갑게 모든 사내를 대했지만 천악과 같은 사내라면 자신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천악을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은 모두 천악 탓이었다. 자신을 구해주고, 아버지를 구해주고, 북해빙궁을 구해준 인물이었다. 더군다나 압도적인 무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알았어요!”

 

휙!

 

냉상아는 그 말을 남기고 북해천궁 안으로 사라졌다. 지금 이 순간 분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천악을 보면 계속 억지를 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는 고마운 사람이지만 왠지 모르게 얄미웠다.

 

남겨진 냉사진과 냉무기는 대략 난감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북해의 청명한 하늘을 더욱 차갑게 드리웠다.

 

“그럼, 전 이만 가야겠습니다.”

 

“뭐, 벌써! 자네로 인해 북해빙궁이 온전하게 되었네. 조금 기다리면 정리하고 자네를 위한 준비를 할 걸세!”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궁을 잘 보전하기 바랍니다. 지금 나타난 적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북해무림의 힘이 모두 모여도 승부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천악의 말은 상당히 심각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북해빙궁에 쳐들어온 적의 수가 고작 백 명 안팎이었다. 그런데도 쉽게 막아내지 못했다. 일개 장로의 실력이 북해빙왕을 능가하는 실정이다. 그들의 힘을 경시할 마음은 애초에 사라져 버렸다.

 

“만약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게. 자네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알겠습니다.”

 

“북해빙궁을 도와주어서 감사합니다!”

 

북해검룡 냉무기는 진심이 담긴 말을 전했다. 천악의 가공할 실력을 보았다. 분명 대단한 실력자다. 솔직히 저만한 강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강력함이 부러웠다.

 

“다음에 보겠습니다.”

 

사삭!

 

천악의 형체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바로 앞 공간에서 환영이 되어 연기처럼 사라지자 냉사진과 냉무기는 기겁했다. 간다는 말을 하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사라지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좀전에 구문제독부 이야기를 할 때는 긴가민가했었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보게 되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천악의 놀라운 능력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아버님! 저분 비위 건드리시면 안 되겠네요!”

 

“그렇지. 상아가 저놈과 잘되면 좋을 텐데.”

 

“그렇군요. 상아가 저분과 잘되면 북해빙궁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제가 상아에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냉무기는 천악과 친분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천악과 틀어지면 북해빙궁에는 재앙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무력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였다.

 

북해천궁 안, 자신의 방 안에 들어간 냉상아는 볼을 만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검을 배우면서 여인의 감정 따위는 치워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참으려고 해도 조금씩 흐르는 눈물이 뺨의 능선을 타고 잔잔히 흘러내렸다.

 

거울을 바라보던 냉상아는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내가 눈물을! 그 사람 때문인가!”

 

사랑이라는 감정이 쉽게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사랑은 쉽게 꺼질 수도 있다. 잔잔한 파도처럼 천천히 스며들어가는 사랑이야말로 오랫동안 사랑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수 있다.

 

냉상아가 느끼는 지금의 감정은 그저 여인으로서의 질투와 누군가에 대한 원망, 자신의 무력함이 모두 스며들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괴감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사람의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감정이 복받쳐서 올라온 것이다.

 

냉상아는 즉시 눈물을 닦았다. 북해빙궁에 필요한 것은 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아니라 설화 냉상아였다.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가운데, 문이 열리고 냉무기가 들어왔다.

 

“괜찮느냐?”

 

“괜찮아요. 그 사람이 화를 내던가요.”

 

“화라니, 그럴 사람이더냐. 다만 지금 떠났다.”

 

벌떡!

 

앉아 있던 냉상아가 일어났다. 북해빙궁의 일을 해치우고 바로 떠나버렸다는 말에 놀라서 일어났다.

 

“벌써 떠나다니, 왜요?”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더구나.”

 

냉무기는 동생의 반응이 신선했다. 누군가에 대해 과민반응하는 모습은 아주 어린 시절에 보고, 처음이었다. 그동안 동생의 생활은 너무 차갑고 메말랐다. 여인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냉상아는 천악의 중요한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은 여인들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을 내렸다. 자신의 여인들을 먼저 구하려고 했던 사람이니 당연할지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또 분했다.

 

“그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악에 대한 생각을 할 때, 물어오는 냉무기의 말에 당황한 냉상아였다.

 

“난 네가 좋다면 그분과 잘 되었으면 좋겠다.”

 

냉무기도 돌려서 말하는 것은 체질적으로 하지 못했다. 사실을 직선적으로 말하는 북해 사내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냉상아도 냉무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북해빙궁의 안녕을 위해서 천악과 친분을 더욱 나누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 여겼다. 하물며 혼인을 해서 혈육의 끈으로 묶이게 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너 정도라면 어떤 사내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냉무기는 확신에 찬 말을 하고 있었다. 동생은 북해제일화였다. 그 어떤 사내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뺨을 때리는 천악의 모습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사내인 이상 냉상아의 미모에 마음이 움직일 것이라 확신했다.

 

반면에 냉상아는 회의적이었다.

 

“그 사람의 여인들을 봤어요.”

 

“그래봤자, 너에게는 안 될 거다.”

 

“저보다 아름답고, 강해요.”

 

“뭐…라고!”

 

냉무기는 믿을 수 없었다. 냉상아의 무공실력은 둘째치고, 미모까지 넘어선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그의 여인들의 가문도 대단해요.”

 

“가문이라고 해봤자, 북해빙궁보다 뛰어난 곳이 어디 있더냐!”

 

“남궁세가, 제갈세가, 구문제독부, 아미파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제가 말한 여인 중에 빙화 남궁태희의 무공은 제가 감히 상대할 수조차 없었어요.”

 

커흠!

 

자괴감이 서린 냉상아의 말에 헛기침을 하는 냉무기였다. 물론 단일 세력은 북해빙궁이 더 강할지도 모르지만 중원을 구성하는 최강의 문파들이 냉상아가 말한 집단일 것이다. 더군다나 대명제국의 최대 권력자인 구문제독부의 딸이라니,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과연 대단한 사내… 커억!”

 

냉상아의 발길질이 정확하게 냉무기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동생이 자괴감에 서려 있다는데, 천악을 치켜세우자 한방 맞았다. 사내로서 여러 여인을 건사하는 게 뭐가 잘못인가! 라는 말은 동생 앞에서 차마 하지 못했다.

 

“빨리 나가욧!”

 

“알…았다…….”

 

냉무기는 갑작스런 기습에 방비하지 못하고 당하자 너무 아팠다. 가뜩이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냉무기는 밖으로 나가면서도 천악의 놀라운 능력과 더불어 여인들을 고르는 안목까지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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