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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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87화
신출귀몰(神出鬼沒) (4)
푸아아앙! 화르르르!
염폭격이 터지자 사방으로 화기와 불덩어리가 휘날렸다. 염폭격을 날리고 나자 혈랑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즉시 염왕도를 다시 잡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잡았다. 천악이 온몸이 타 버려서 굳은 채 염왕도를 잡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염왕도를 다시 회수하여 천악을 반 토막으로 잘라버릴 생각이었는데, 염왕도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연기가 걷히고 나자 천악의 멀쩡한 얼굴이 드러났다.
염폭격은 천악의 얼굴에 닿지도 못했다. 이미 천악의 전신에 서린 호신강기가 가볍게 염폭격을 막아냈다.
“헛! 이럴 수가! 네놈은 누구냐?”
“시간이 없군.”
천악은 북해빙궁에 벌여놓은 일도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기서 질질 끌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토록 검을 원한다면 주지.”
검신을 잡은 천악이 혈랑을 향해 그대로 찔렀다.
너무 빠른 쾌속의 검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놀라고 있던 혈랑이 반응하기도 전에 검병이 날아왔다. 천악의 찌르기에 이름을 붙인다면 광섬(光閃)이라고 붙이면 딱이었다. 다만 그냥 찌르기였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뿌드드득! 커억!
혈랑의 입속으로 날아온 염왕도였다. 염왕도의 손잡이가 혈랑의 입속에 틀어박혔다. 틀어박힌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광폭한 힘이 염왕도에 실리자 염왕도가 힘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을 일으켰다.
파파파팟!
파편이 모두 혈랑을 향해 날아갔다. 더군다나 입속에서 손잡이까지 터져버리자 머리통이 파편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었다. 처음에 지른 비명이 혈랑의 마지막이었다. 천악은 혈랑을 죽이고 나서 구문제독부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의 강력함은 빠름과 날카로움이다.
그의 손에 걸린 천영단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야수의 인이 번쩍이는 순간에 천영단의 몸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휘이이이이익! 크아아앗!
여태까지 구문제독부의 병사들을 도륙하던 천영단이었지만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천악의 손에 도륙되고 있었다.
항거불능(抗拒不能).
일인무적(一人無敵).
단 두 가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한쪽은 저항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고, 공격하는 쪽은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일수에 쓰러지는 무인은 추풍낙엽과 다름이 없었다.
남궁태희를 비롯한 여인들은 당연한 듯이 바라보았다. 삼영살과 아이들도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주기진은 얼이 빠져 버렸다.
덜덜덜!
너무나 무서운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천영단이 벌인 살인극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천영단의 공격에 구문제독부의 병사들은 어느 정도의 대항이라도 해봤지, 지금 이건 너무 일방적이었다. 그토록 무서운 존재들이 지금 나타난 청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인간이 아니야!’
저 강인함. 도저히 따를 수 없을 것 같은 잔인함.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악마가 지상에 강림한 것 같았다.
금권성은 이 상황이 익숙했다. 아니 잊을 수 없는 먼 과거의 편린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때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었다. 전후좌우 사방이 포위된 상태에서 어느 곳으로 가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갇혔었다.
“설마!”
수십 년이나 전의 일이지만 잊을 수 없었다. 단 한 사람이 나타나서 야수와 같은 광폭함으로 적들을 쓸어버렸다. 아귀처럼 달라붙는 놈들이지만 야수는 그런 반항조차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혈…사신!”
금권성조차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그 당시에 보여준 압도적인 신위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상태였다. 그 당시와 지금의 청년이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괴리감이 있었다.
“그의 후예인가?”
너무 닮았다. 생김새는 다를지 몰라도 눈빛이 똑같았다.
그것은 둘째치고, 우선은 구문제독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구문제독부가 공격받았다는 것은 황궁에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구문제독부를 정리하고 살아 있는 병사들을 재정비해야 했다.
더불어서 황궁에서 벌어진 음모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다. 태자가 제독부에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공격했다면 놈들의 목적이 태자를 죽이고, 그 반란의 책임을 자신에게 들이밀 가능성도 있었다.
주춤! 주춤!
병사들을 망설임 없이 도륙했던 천영단이 공포에 물들었다. 구문제독부를 공격했던 사백 명 중에서 살아남은 단원이 고작 삼십 명에 불과했다. 좀전까지 파죽지세로 구문제독부를 제압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천영단의 부단주인 청랑은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천영단은 대공자 소속 부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공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투부대가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누군데 이와 같은 강력함을 가진단 말인가?”
교주님이나 대공자에게서나 느껴졌던 강력함이었다. 이런 힘을 가진 존재는 세상에 단 두 명뿐이라고 생각했건만 또 있었다.
두려움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뒤로 밀려나간 천영단은 구문제독부의 정문이 뒤에 자리하게 되었다. 살아남은 천영단은 어떻게 해서든 이 사실을 황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문제독부 내부를 완벽하게 정리한 천악이 마지막으로 남은 천영단을 향해 다가갔다. 그 속도는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리 번쩍 저리 번쩍하면 천영단의 육편이 그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핏물이 튀는 것은 예삿일처럼 보였다.
청랑은 결정을 내렸다. 피해야 했다.
‘저자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눈짓을 보내고 모두 구문제독부 내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뒤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광속에 가까운 천악의 움직임이었다. 남겨진 자들이 도망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문과 담벼락 사방으로 도망치는 천영단을 향해 야수의 인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사사삭! 꽈과과과광!
크아아아아악!
도망가다가 찢겨나가는 것은 천영단뿐이 아니었다. 위엄 가득했던 구문제독부의 정문이 두부처럼 잘려져 나갔다. 거침없이 출수하는 천악의 손속은 망설임이 없었다. 인정사정없이 휘둘러지는 야수의 인을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거칠 것 없었다.
청랑이 마지막으로 도주하려다가 반토막으로 몸이 잘려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멍!
고개가 앞으로 젖혀진 상태에서 동공이 있는 대로 커졌다.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그것이 지금의 참극을 벌인 천악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시선이었다.
죽음의 사신(死神)을 보는 듯 멍했다. 두려움보다는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힘이 다 풀려버린 병사들은 천악을 감히 바라보지 못했다.
저벅! 저벅!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아직 번거로운 일이 남아 있기에 그 일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천악이 천천히 움직이자 살아남은 병사들의 중간이 갈라졌다. 그가 가는 길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두려운가!’
삶을 이어준 행위를 했는데도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 행위의 잔인함과 광폭함. 약자라는 서러움 때문인지 그들은 저절로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각각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는 일이었다.
천악은 지금 이런 기분이 드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든 말든 신경 쓰고 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조금씩이지만 살아 있다는 감정들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천악이 걸어가자 여인들이 달려왔다. 그녀들은 천악이 모든 일을 처리할 줄 알고 있었던 듯했다. 그녀들에게 천악은 최강의 존재이자 최고의 사내였다. 세상이 무너져도 부서지지 않을 철혈의 사내 말이다.
그녀들이 천악의 주위를 감쌌다.
천악은 그녀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무사해서 다행이군.”
“오라버니 덕분이에요!”
“맞아요, 특히 제가 오라버니를 제시간에 불러서 무사할 수 있었어요.”
금은혜는 자신의 공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천악은 그녀가 조금 더 일찍 불렀으면 했다. 그랬다면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무사하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주군! 저희가 미거해서 주모들을 위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삼영살은 자신들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모든 해결은 천악이 나타나서 끝이 났다. 조금 더 강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한 번이라도 스스로 해결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됐다. 그리고 신일, 충호, 전칠! 첫 실전에 대한 느낌이 어떠하더냐?”
극심한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아이들이었다. 사람이 죽는 것을 처음으로 본 것이지만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할 때 경험 부족을 여실히 절감했다. 경험이 있었더라면 내공, 체력 그리고 공격의 방향 등을 파악해서 적절하게 사용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파상공세에 무리하게 전력을 다하느라 불필요한 소모를 너무 많이 하게 되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 발전이 있는 것이다.”
주기진과 금권성이 여인들 뒤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금권성은 구문제독부에 남겨진 병사들을 다시 불러 재정비하느라고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아직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주기진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궁에 문제가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곳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권성이 천악에게 뜬금없는 말을 했다.
“두 번이나 구해줘서 고맙네!”
다른 사람들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천악이 금권성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에 만난 적이 없는데 두 번이나 구해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천악은 금권성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천악이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전날의 기억을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전쟁에 참여해서 금권성을 구한 것은 과거의 일. 그 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금권성은 천악이 태연하게 아니라고 하자, 자신의 느낌이 틀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건가!’
그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 한번 던져본 질문이었다. 상대가 아니라고 하니 굳이 캐물을 수 없었다. 구문제독부를 위기에서 구해준 은인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주기진은 금은혜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혈사가 벌어지기 전까지 천악이 나타나면 확실하게 말을 할 생각이었다. 금은혜에게 가장 좋은 남자는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천악의 압도적인 신위를 본 이상 그런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구문제독부에 쳐들어온 적들의 기세는 대단했었다. 구문제독부의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런 굉장한 적들을 식후 간식거리처럼 해결해 버렸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힘이었다. 태자라는 지위를 빼놓고 천악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니 황제라고 해도 저 힘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마음 독하게 먹으면 자금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몰랐다.
‘누나가 굉장한 사내를 택했구나!’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황궁의 안위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이 제국을 위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주기진은 그것보다 우선 황궁으로 가는 것이 먼저라고 보았다. 금권성과는 이미 얘기는 끝이 나 있었다. 구문제독부의 병사들을 재정비하고 즉시 자금성으로 갈 것이었다.
또한 천악이 가 준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천악에게 잘 보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천악이 수틀리면 도와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구문제독부를 공격한 존재들도 만만치 않은데, 황궁에 있는 적들의 힘은 더 강할 수도 있었다.
금권성이 천악에 부탁을 했다.
“이보게, 우선 우리와 함께 황궁으로 가 주겠는가! 만약이지만 황궁에 위험한 무리가 침입할 수도 있는 일일세. 이것은 제국의 안위가 걸려 있는 문제니 도움을 주지 않겠는가!”
“맞아요. 군 오라버니, 이번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
여인들도 금권성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황궁이 안정이 되어야 제국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명제국의 백성이니 그 바람은 당연한 일이었다.
천악도 이 일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선은 북해빙궁 먼저 해결하고 돌아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우선은 병사들을 정리하십시오. 잠시 가볼 데가 있습니다. 그 일을 해결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황궁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 지금 중요한 것은 황궁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일세!”
금권성의 말은 지극히 타당해 보였다. 다만 듣고 있는 천악은 달랐다. 천악은 이미 약속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북해빙궁의 일을 해결하는 것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천악은 놈들이 관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둘 다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귀찮은 일을 하는 것도 자신이었다. 먼저 하건 말건 그것은 전적으로 천악의 뜻이었다. 남의 사정을 봐줄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다.
주기진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급한 김에.
“형님, 도와주십시오!”
천악의 시선이 주기진에게 향했다. 그사이 못 보던 사람이 한 명 늘었다. 천악이 의아해하자 금은혜가 말을 해주었다.
“태자 전하세요.”
“태자 전하께서 제게 형님이라고 하시다니 놀랍군요. 물론 도와드릴 겁니다. 잠시 시간을 달라는 말입니다. 그것도 안 되는 겁니까!”
자꾸 무리하게 부탁하면 천악은 괘씸해서라도 거절할지 몰랐다. 그것은 여인들과 삼영살, 아이들도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천악의 성정상 강요는 통하지 않는다.
여인들이 금권성과 주기진에게 눈치를 주었다.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너희들도 내가 오기 전까지 나서지 마라.”
여인들에게 당부를 하는 천악이었다. 천악의 말투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 여인들이었다. 전이었다면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빨리 오실 거죠.”
“물론이다.”
천악은 북해빙궁의 좌표를 계산하고 공간이동을 준비했다.
“그럼 가겠다.”
슈슉!
사라졌다. 천악이 바로 코앞에서 사라졌다.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 삼영살, 아이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반면에 금권성과 주기진은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 그냥 사라져버린다. 사람인 이상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 저럴 수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지?’
주기진은 천악의 엄청난 능력에 할 말은 잃었다. 도저히 상대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덤볐다간,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자 소름이 다 끼쳤다. 괜한 말을 안 한 자신이 대견하기까지 했다.